SUPER GRADIENT 디자이너 송호종
디자인이 좋아서, 디자인을 위해 자발적 노동까지 마다하지 않는 송호종 디자이너. 그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다.
좋아하는 일에 쏟는 시간은 전혀 아깝지 않다. 그러나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1년 365일 시간과 열정을 쏟아야 한다면 말이 달라지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매일 포스터 작업을 하는 송호종 디자이너의 ‘SUPER GRADIENT’ 프로젝트는 특별하다.
표지. Super Gradient #51
이름. 송호종
지역. Korea
URL. www.behance.net/ax_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6년 차 디자이너입니다. 광고회사에서 근무하다 얼마 전부터 더크림유니언의 UI 구축팀에서 일하게 됐어요. 현재 웹 서비스 구축과 앱 개발에 참여하고 있죠. 또 제 역량을 넓히기 위해 비핸스라는 아카이빙 플랫폼을 통해 개인 작업도 진행 중입니다.
처음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특별한 계기는 없었어요. 5살 때 엄마가 어린이집 대신 미술학원에 데려갔죠. 어려서부터 계속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저의 모든 환경이 그림에 익숙해져 있었어요. 그래서 어렸을 적 꿈도 화가였죠. 다른 장래 희망은 생각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확고했어요. 학교에 입학해서 미술반에 들어가기도 했고 제가 그린 그림을 친구들이 돈 주고 사가기도 했죠. 그때부터 내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에 매력을 느낀 것 같아요. 창작활동 자체가 좋기도 했고요. 이후 디자인 학과에 입학하게 됐고 웹 에이전시에서도 일하게 됐습니다.
‘SUPER GRADIENT’ 프로젝트를 인상 깊게 봤습니다. 프로젝트 소개와 프로젝트를 진행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SUPER GRADIENT’는 제한적인 소스를 이용해 1년간 매일 포스터를 만드는 프로젝트에요. 강렬한 색의 스펙트럼과 조형적 균형감을 연구한 그래픽 놀이죠. 회사의 업무는 한정적이고 클라이언트 마음에 들도록 작업해야 하잖아요. 그게 참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이런 고민에 빠져 비핸스를 보는데 당시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유행하는 디자인을 활용해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고 작업물을 모아놓고 있더라고요. 이 모습을 보고 ‘나도 포스터를 만들어 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처음에는 간단하게 도형들을 이용해서 포스터 작업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하면 할수록 재밌더라고요. 포스터들을 모아서 붙여 놓으니까 다양한 컬러 스펙트럼이 생기기도 했고요.
‘SUPER GRADIENT’ 프로젝트와 일을 병행하는 데 힘든 점은 없으신가요?
야근을 하든 술을 마시든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하루에 하나씩 작업해야 해요.
처음에는 ‘하루에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시작했는데 매일 작업을 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근데 ‘SUPER GRADIENT’는 제가 좋아서 하는 자발적 강제 노동이잖아요. 작업 시간은 길어봤자 1~2시간 이내고 소재들도 제가 평소에 영감받았던 것들, 순간의 기분을 시각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힘든 점은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요즘 회사에서도 그러데이션을 쓰는 추세예요. A 컬러와 B 컬러 사이에 어떤 스펙트럼이 생기는지, 어떤 컬러를 써서 그러데이션 작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경험이 있다 보니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빠르게 컬러링을 할 수 있죠. 이런 부분이 저의 강점이 되는 것 같아요.
평소 작업을 하실 때 주로 어디서 영감을 받으시나요?
비핸스나 핀터레스트를 많이 보는 편이에요. Romain Trystram 작가의 작품을 자주 찾아보죠. 그런데 다른 작가의 작품들은 아이디어를 얻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일상에서 영감을 얻으려고 해요. 술집 조명이나 자동차의 라이트 불빛, 도시의 사소한 부분들이 저에게 영감을 주죠. 그리고 제가 마블을 좋아해서 그런지 마블 캐릭터가 작업물이 되기도 해요. 실제로 마블 캐릭터를 가지고 개인 작업을 하기도 했어요.
제가 음악을 굉장히 좋아해요. 힙합을 주로 듣는데 힙합 가수들의 진취적이고 반항적인 가사들이 저에게 동기부여가 돼요. 90년대 힙합 음반 재킷을 보면 굉장히 러프하고 오묘한 컬러감을 느낄 수 있는데 이런 곳에서 영감을 받기도 해요. 이처럼 제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이 소재가 되는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것은 내가 제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분석할 필요가 없잖아요. 그래서 디자인적으로 표현하기 쉬운 것 같아요.
작품을 보면 단순하면서도 컬러 표현이 독특합니다. 본인만의 컬러 배합 기준이 있으신가요?
디자인에 사용하지 않는 색들, 일반적이지 않은 색들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불교 미술과 같은 동양화에서도 영향을 많이 받았죠. 빨간색과 금색이나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의 매치처럼 말이에요. 레이어를 겹쳐 놓고 부분 컬러링을 하면서 테스트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색을 추출하는 기능이 많아져서 이런저런 시도들을 해보고 있어요.
작품을 보면 선이나 도형을 주로 사용하시는데요. 도형을 주로 이용하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그리고 도형을 표현하실 때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제가 드로잉이 안 되다 보니 도형에서 표현 기법을 찾았어요. 도형을 사용하면 ‘너무 정형화된 느낌을 주지 않나?’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그런데 오히려 작은 변형으로 독특한 모양을 도출해낼 수 있더라고요. 간단하고 간결한 커스터마이징을 통해서 매력적인 모양을 뽑아낼 수 있죠. 그렇지만 너무 특이하거나 복잡한 도형은 안 쓰려고 해요. 도형이 가진 기존의 이미지를 지키면서 최대한 간결하고 심플하게 작업하려고 하죠.
디자인 일을 하시면서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제가 작업한 프로젝트가 사업적으로 잘 되면 기뻐요. 회사 일의 경우에는요.
개인 작업의 경우에는 소소하게 비핸스 알람이나 좋아요 하나에 뿌듯함을 느끼죠. 사람들이 내 작품을 좋아해 줄 때 순수하게 그림을 좋아했던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아요. 제 작품을 스크랩해 갈 때는 디자인이라는 시각 언어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하는 느낌을 받기도 하고요. 외국어가 필요없는 거죠. ‘내가 누군가의 영감이 되는구나’, ‘나의 영감을 누군가에게 전파하고 있구나’라는 생각만으로도 즐거워요.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개인 작업을 자제하려고 했어요. 제가 회사에 소속된 디자이너인데 개인 작업을 하다 보니 아티스트적인 성향으로 바뀌는 것 같더라고요.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죠.
그런데 어도비나 비핸스에서 ‘올해의 그래픽 디자인 트렌드’라고 매년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소개하는데 올해의 그래픽 디자인 트렌드로 ‘SUPER GRADIENT’가 많이 소개됐더라고요. 아시아인 최초로 말이죠. 너무 뿌듯하고 영광스러웠어요. 내가 작업한 게 헛되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렇게 나의 노력이 인정받는 순간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작품에서 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떠오르는 주제를 그 순간 작업물로 나타내기 때문에 거창한 메시지는 없어요. 제가 개인 작업을 시작했던 것처럼 사람들이 제 작품을 보고 개인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디자이너들이 집에 가서도 마우스를 만지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런데 디자이너라면 내가 머릿속에 가진 생각들을 어떻게든 비주얼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해요. 너무 어려운 작업이라고 생각하지 말 고 자신이 가진 생각을 어떻게든 표현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도끼 같은 랩퍼를 보고 사람들이 랩퍼를 꿈꾸는 것처럼 사람들이 저나 제 작품을 보고 디자이너를 꿈꿨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올해의 계획 또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당분간은 회사 프로젝트에 치중할 것 같아요. 빠른 시일 내에 개인 작업도 다시 시작할 예정이고요. 전에 서울을 주제로 작업했던 프로젝트가 반응이 좋았어요. 그런 표현법이 없었던 것은 아닌데 저에게 오리지널리티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전에 없던 기법이나 소재들을 가지고 계속해서 작업을 하고 싶어요.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보지 못했던 색감이나 주제를 사용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