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전성시대’ 속 영화관 생존 전략은?
멀티플렉스 3사로 알아보는 영화관의 마케팅 전략
“이 영화는 OTT에 뜨면 봐야지”
요즘 새로운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심심치 않게 들리는 말이다.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보급 이전에는 영화가 개봉하면 큰 고민 없이 영화관을 찾았지만, 이제는 기대하는 작품이 아니라면 OTT에 콘텐츠가 업로드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처럼 관객을 영화관으로 끌어들이기가 까다로워진 것은 팬데믹의 확산과 OTT의 보급이 연쇄적으로 맞물렸기 때문이다. 팬데믹 기간 영화관은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웠고, 그 사이 소비자는 영화에 대한 수요를 OTT를 통해 해결하기 시작했다.
OTT 또한 다양한 오리지널 시리즈를 통해 소비자 가두기에 나섰고, 영화관은 휘청거릴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19년 약 9700억원에 달하던 영화관의 연간 매출액은 불과 2년 사이인 2021년 약 1700억원으로 급감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 같은 흐름이 최근 바뀌고 있다. 팬데믹 종료 이후 영화관 전체 매출액은 2년 연속(2022년 6600억원, 2023년 1조2600억원) 증가 중이다. 거리두기 해제로 관람객이 늘어난 가운데 롯데시네마, CGV,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가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펼친 덕으로 풀이된다.
영화관의 생존 전략은 ‘OTT와의 차별화’로 요약할 수 있다. 오직 영화관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강조하고, 단순히 영화를 관람하는 곳이 아닌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려는 멀티플렉스 3사의 마케팅 전략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영화관의 자존심, 프리미엄 상영관
영화관이 가지는 근본적인 경쟁력이자 가치는 오직 영화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고품질의 영화 감상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영화관은 OTT 시청은 물론 기존 일반 상영관의 경험을 뛰어넘는 프리미엄 상영관 구축을 통해 소비자 사로잡기에 열중하고 있다.
롯데시네마는 2022년 12월 기존 ‘수퍼플렉스(Super Flex) G’관을 리뉴얼하며 소비자 끌어 모으기에 나섰다. 2014년 ‘세계에서 가장 큰 스크린’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한 수퍼플렉스관은 자리에 따라 관람 품질에 편차가 생기는 단점을 보완, 스크린 커브와 틸트를 적용해 어느 좌석에서도 균일한 밝기와 화질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리뉴얼됐다. 또 628석에 달하던 좌석 수를 295석으로 과감히 줄이는 대신 빈백, 소파배드, 리클라이너 등의 배치를 통해 프리미엄 상영관으로서의 가치를 높였다.
아울러 롯데시네마는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로 ‘MX4D’를 도입, 좌석 진동, 물, 향기 등 영화 감상에 몰입감을 더하는 다양한 4D프로그래밍을 선보이는 등 관람 경험 차원에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프리미엄 상영관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곳이 바로 CGV다. CGV는 국내 상영관 중 유일하게 ‘아이맥스(IMAX)’ 독점 계약으로 아이맥스 상영관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용산 아이파크 몰 내 ‘용아맥’으로 불리는 아이맥스 상영관은 멀티플렉스관 기준 세계에서 가장 큰 아이맥스 상영관으로 거대한 스크린 크기와 더불어 아이맥스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다는 ‘1.43:1 비율’의 스크린으로 설계됐다. 따라서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된 영화의 경우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CGV에서만 고유의 화면비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CGV도 이를 적극 홍보하며 관객 사로잡기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CGV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 좌석 판매율(개봉 첫 주 기준)을 보면 일반관이 26%인 데 반해 아이맥스는 52%에 달했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영화 <듄 2>도 개봉 전부터 주요 아이맥스 상영관이 매진됐을 만큼 관람객의 아이맥스 충성도는 높은 편이다.
메가박스의 프리미엄 상영관으로는 ‘돌비 시네마’를 꼽을 수 있다. 메가박스는 ‘돌비 래버러토리스(Dolby Laboratories)’ 사와 협업을 통해 국내에 가장 먼저 돌비 시스템을 들여왔다.
높은 명암비와 몰입형 음향 기술이 장점인 돌비 시네마는 사운드, 인테리어 등 영화관 설계 전반을 돌비 본사의 기준에 맞춰야만 라이선스를 발급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서라운드 사운드와 HDR이 적용된 고대비 화면을 영화관 별 편차 없이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요컨대 아이맥스의 경우 최상의 감상을 위해서는 용산 등 소수의 아이맥스관을 방문해야 하지만 돌비 시네마의 경우 모든 상영관이 비교적 균일한 관람 환경을 제공하는 셈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메가박스는 돌비 시네마를 빠르게 확장 중이다. 지난 5일 메가박스는 인천 송도에 돌비 시네마를 열었다. 2020년 메가박스 코엑스점에 국내 1호를 개관한 뒤 약 4년 만에 7개 상영관을 확보한 것으로, 앞으로도 메가박스는 전국 주요 지점에 돌비 시네마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꼭 영화가 아니더라도… 더욱 확장된 콘텐츠 제공
소비자 폭을 넓히기 위해 영화관이 준비한 또 다른 전략은 콘텐츠 폭을 확대하는 일이다. 영화관은 큰 스크린과 양질의 사운드를 활용해 소비자에게 기존보다 더욱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2년 선보인 롯데시네마의 ‘롯시플’은 콘텐츠 확장의 대표적인 예시다. 스포츠 게임 등의 실시간 중계를 영화관에서 관람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연극과 무용, 페스티벌에 더해 영화관을 위협했던 OTT 오리지널 콘텐츠의 시사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더해서 지난 14일에는 아이돌 그룹 에스파의 이야기를 담은 <에스파: 마이 퍼스트 페이지>를 독점 개봉해 팬덤을 극장으로 불러모으기도 했다.
메가박스는 지난해부터 세계 곳곳의 유명 미술관과 작품, 예술사를 전문가의 해설과 함께 감상하는 ‘시네 도슨트’를 시즌제로 운영하며 예술 매니아 사로잡기에 나섰다. 실제로 그리스 신화를 주제로 했던 시즌 1은 81%의 좌석 판매율을, 시즌 2는 89%의 판매율을 보이며 예술 매니아의 호평을 받았다.
CGV도 지난해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진행했던 가수 양요섭의 콘서트 ‘비터 스윗(Bitter Sweet)’의 치열한 티켓 예매에 실패한 팬덤 사로잡기에 나선 바 있다. 영화관의 스크린과 사운드를 활용해 용산아이파크몰, 강남 등 주요 5개 극장에서 콘서트를 생중계한 것이다. 티켓 예매에 실패한 팬들은 실시간으로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관람할 수 있다는 소식에 영화관으로 몰려들었고, CGV는 포토 카드 증정 등 굿즈 마케팅을 연계해 더욱 쏠쏠한 마케팅 효과를 봤다.
N차 관람하는 이유, 굿즈 마케팅
앞서 CGV의 사례처럼 굿즈를 활용한 마케팅 또한 영화관이 무게를 두고 있는 마케팅 전략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를 꼽자면 역시 메가박스의 ‘오리지널 티켓’이다. 오리지널 티켓은 매번 개봉하는 영화 하나를 꼽아 영화의 특징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디자인으로 제작된다.
오리지널 티켓은 당일 영화 예매를 한 사람에게 선착순으로 제공된다. 최근 개봉한 <웡카>의 오리지널 티켓은 100번째를 기념해 영화 속 초콜릿을 그대로 재현한 퀄리티로 화제를 모았는데, 개봉 당일 점심에 준비된 물량 대부분이 소진되기도 했다.
해리포터, 프렌즈 등 다양한 라이선스 굿즈를 판매하는 시네샵을 별도로 운영 중인 CGV의 경우 종종 독특한 굿즈를 선보이며 소장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2일 개봉한 영화 ‘파묘’의 경우 개봉일 22시 22분 상영하는 ‘과몰입 회차’ 관람객에게 작품을 상징하는 성냥개비와 삽 모양 티스푼 굿즈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 관람객 끌어모으기는 물론 바이럴 효과까지 톡톡히 거뒀다.
롯데시네마는 관객이 여운을 길게 가져갈 수 있도록 ‘무비퀘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영화 관람 후 이어지는 영상에 따라 카카오 챗봇으로 관객이 영화 스토리와 관련된 퀘스트를 해결하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비밀 굿즈를 증정하는 식이다.
이외에도 각 영화관 별 포스터를 수집하는 행위는 최근 영화 매니아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문화다. CGV의 아이맥스, 메가박스의 돌비 시네마, 롯데시네마의 수퍼플렉스는 각 관마다 제각기 다른 포스터를 증정하는데, 이를 모두 모으기 위해 연차를 내고 N차 관람을 하는 소비자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여전히 가장 중요한 것은 매니아를 사로잡는 것
OTT 등장 이후 소비자는 핸드폰, 태블릿 PC 등 다양한 기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 오리지널 시리즈 등 양질의 영상 콘텐츠를 관람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런 편리함이 모든 것을 만족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장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를 노트북으로 관람한다면 영화를 완전히 즐겼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결국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프리미엄 상영관을 앞세운 영화관 방문을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2023년 이후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N차 관람러’를 사로잡을 수 있는 다양한 굿즈 마케팅과 영화관의 장점을 살린 다양한 콘텐츠 확장 또한 영화관의 재기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영화관 매출액이 회복 추세라고는 하지만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70% 수준에 불과하다. 이 같은 마케팅 전략을 통해 과연 멀티플렉스 3사가 과거의 영광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