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칸 광고제로 보는 크리에이티브
우리에게는 감수성이 필요합니다
2018 국제광고제로 보는 크리에이티브
이번 특집에서는 유난히 길고 뜨거웠던 지난 여름에, 주목 받은 광고들을 한 자리에 모아봤다. 5월 말에 수상작 발표가 있었던 에피어워드코리아를 시작으로 칸 광고제, 부산국제광고제까지. 최근 국제광고제의 동향은 어떤지, 출품작들의 공통된 경향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 올해도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뛰어난 크리에이티브들의 격전이 펼쳐졌는데, 특히 우리 사회의 기울어진 측면을 여과 없이 보여주며 이를 개선하고자 메시지를 담아낸 가치 지향적 작품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이렇듯 공익적이고, 깊이 공감할 수 있으며, 시사적인 작품들을 지금부터 차례대로 만나보자.
- 공익적인 메시지가 성과로 이어지다, 2018 에피어워드 코리아
- 우리에게는 감수성이 필요합니다, 2018 칸 광고제
- 초연결시대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CONNECT? 2018 부산국제광고제
우리에게는 감수성이 필요합니다,
2018 칸 광고제
https://www.youtube.com/watch?v=zpfPviIdEpk
‘-답다’, ‘-다움’이라는 말은 매력적이지만 조심스럽기도 하다. ‘역할’이라는 틀에 개인을 가둬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사회적으로 규정지어진 틀이 그에 해당한다. ‘여자답다’, ‘남자답다’, ‘어른답게 행동해야지’, ‘손님은 왕이다’ 등등. 그 틀에서 벗어나 서로를 이해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너무 깊게 뿌리내려 가끔은 놓치고 마는 편견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번 2018 칸 광고제(2018 CANNES LIONS) 수상작을 통해 그 편견을 짚어내 수면위로 끌어올린 광고를 살펴봤다.
브랜드 가치로 다가가려는 광고
크리에이티브의 끝을 보여주는 광고가 한자리에 모였다. 바로, ‘2018 칸 광고제’에 말이다. 수상작을 보며 역시나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브랜드의 이미지나 제품의 기능을 독창적으로 선보인 광고도 돋보였지만, 많은 브랜드가 점점 자사의 ‘가치’로 소비자에게 다가가려는 광고 역시 돋보였다. 그중에서도 사회에 깊게 뿌리내려 있는 고정관념을 바꿔 다른 시선을 제시하는 브랜드 광고가 눈에 띄게 늘어난 모습이다.
브랜드의 공감능력은 조건이 아닌, 필수
재치 있고 키치한 마케팅은 바이럴을 만들지만, 도가 넘치면 되려 브랜드에 노이즈를 만들게 될 뿐이다. 특히나, 대체 공감능력을 어디다 버리고 온 걸까 싶은 광고를 보면 그렇다. 최근 한 브랜드는 사회적 맥락을 읽지 못한 패러디로 크게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한국에서 여성으로 사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이 담아내며 화제가 됐던 ‘82년생 김지영’을 패러디한 것. 여러 요소가 맞물리면서 논란은 눈덩이처럼 불어갔다.
이에 반해, 개념을 탑재하며 브랜드 충성도를 더욱 높이게 만든 브랜드도 있다. 바로, 블록 장난감 브랜드 ‘레고’다. 지난 2014년, 레고는 여자아이로부터 메일 한 통을 받는다.
“레고에는 남자는 많고, 여자 레고는 별로 없다는 점이 안타까워요. 오늘 가게에 갔다가 레고를 봤는데 여자는 핑크, 남자는 파랑으로 돼 있었어요. 여자들은 다 집에 앉아있거나, 바닷가에 가거나, 쇼핑을 하고 직업이 없었어요. 남자는 모험을 하고, 일하고, 생명을 구하고, 직업도 있어요.”
그렇게 레고는 여성 과학자 시리즈를 출시했다. 이를 시작으로, 유모차를 끌고 있는 아빠, 휠체어를 탄 피규어 등을 만들어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고정관념을 바로잡기 시작했다.
최근, 국내 광고업계에서도 배우 마동석을 모델로 육아와 가사를 하는 아버지의 일상을 그린 ‘핫초코 미떼’ 그리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놀이를 즐기는 아빠의 모습을 담은 ‘레고코리아’가 양성평등상을 받기도 했다.
감수성을 논하는 시대
서로의 다름이 결코 틀린 게 아님을 이해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면서 ‘젠더감수성’, ‘인권감수성’처럼 ‘감수성’이라는 키워드가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 내가 내뱉은 말이 누군가에겐 비수가 된다는 걸 우리는 낯설지만 천천히 알아나가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칸 광고제 중 대표적으로 꼽은 위의 수상작들은 기자 조차도 미처 알지 못했던 고정관념을 일깨웠던 사례다. 때로는, 너무 직설적이지만 명확하게 때로는, 크리에이티브하면서도 호소하는 듯 광고는 그렇게 세상을 바꾸고 있었다.
Essity Libresse Bodyform ‘Blood normal’
수상 부문 <Grand Prix Winner Glass Courtesy>
브랜드. Bodyform
에이전시. AMV BBDo, London
긴 머리에 흰색 원피스를 펄럭이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여성이 등장한다. 누가 봐도 ‘맑고, 깨끗하고, 자신 있어’ 보인다. 이후, 파란색 액체로 엄청난 흡수력을 증명한다. 그렇다. 흔히 TVCF에 등장하는 생리대 광고의 장면을 나열한 것이다.
사실, 당연하게 생각했다. 맑고 깨끗하고 자신 있어 보이는 게 당연했고, 최대한 쉬쉬하면서 고통을 숨기는 게 당연했고, 생리대를 재빨리 옷소매나 검은 봉지에 숨기는 게 당연했다. 생리대 브랜드 ‘Bodyform’은 광고를 통해 말한다. 그냥 피라고. 광고를 할 때도 파란색이 아닌 빨간색 피를 보여주는 게 당연하고, 다른 고통들과 다를 바 없이 티를 내도 되는 고통이라고. 국내 생리대 브랜드 ‘청담소녀’ 역시 생리대는 숨겨야 한다는 인식을 바로잡는 광고를 선보이며 소비자의 칭찬을 받기도 했다.
GS칼텍스 ‘마음이음 연결음 캠페인’
수상부문 <Media 및 PR 부문 ‘Shortlist’>
브랜드. GS칼텍스
에이전시. 애드쿠아 인터렉티브
‘손님이 왕’이라는 말처럼 폭력적인 말이 있을까. 직원과 손님의 관계를 상하관계 나누어 버렸으니 말이다. 흔히, 서비스직을 감정노동자라 일컫기도 하듯, 손님은 왕이니 그들의 말도 안 되는 요구, 언어폭력에서 감정적인 변화를 절대 드러내서는 안 되며 억눌러야 하는 걸 ‘당연’하게 만들어버리는 거다. ‘GS칼텍스, 마음이음 연결음’ 캠페인은 바로 이런 감정노동자들을 위해 말 그대로 연결음을 새롭게 디자인했다. 상담원 연결이 되는 그사이 아이의 목소리로 ‘우리 엄마가 상담 드릴 예정입니다’, 혹은 부모님의 목소리로 ‘사랑하는 우리 딸이 상담 드립니다’라는 멘트가 등장하는 것. 이 단순한 연결음은 적용 5일 만에 손님과 직원 사이의 관계에 변화를 만들었다. 설문조사 결과 상담원 스트레스는 약 절반이 감소했고 존중 받는 느낌이 든다는 답변이 25% 증가했다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