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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일(1)도 몰랐던 마케팅이 내 일(業)이 되기까지

4년 차 에이전시 마케터의, 1도 몰랐던 마케팅이 내 일(業)이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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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시 마케터입니다만

 

01. 프롤로그: 일과 나의 연결고리
02. 짜릿한 면접의 추억
03. 그들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04. 내 신경은 온통 너였어
05.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06. 기획자도 취재를 간다
07. 글을 쓴다, 고로 존재한다
08. ‘함께 잘하는 사람’이 어울리는 곳


프롤로그: 일과 나의 연결고리
일(1)도 몰랐던 마케팅이 내 일(業)이 되기까지

이른 아침, 요란한 알람 소리에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깬다. 제대로 뜨지도 못한 눈을 비비며 서둘러 출근 준비를 한다. 부지런히 움직여 지각을 면할 수 있는 안전한 시간대의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마치 이 시간대가 유일한 골든타임인 듯, 지하철은 금방 만원이 된다.

오늘도 지각하지 않았음을 자축하며, 여유롭게 주위 사람들을 살펴본다. 그럴 때면 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이들은 무슨 일을 할까?’라는 단편적 생각부터 ‘인류에게 일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 물음까지 다채로운 생각이 떠오른다. 아이디어 회의 때 이렇게 다채로운 생각이 떠오르면 얼마나 좋을까.

무엇보다 가장 궁금한 것은 이 사람들이 지금의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 어쩌면 사람과 일 사이에도 ‘인연’ 같은 게 존재하지 않을까 싶었다. 나 역시 다양한 경험 속에서 우연과 필연이 겹쳐져 마케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인연의 시작은 1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되는대로’라는 좌우명에 걸맞게 공부도, 노는 것도 되는대로 했던 고등학생에게 꿈이란 그저 막연한 존재였다. 한 가지 꽂힌 건, 빌 게이츠나 잭 웰치, 리처드 브랜슨처럼 멋진 CEO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참 막연한 목표가 아닐 수 없다.

대학교 진학도 막연하게 성적에 맞춰 진학했고, 전공 역시 멋진 CEO를 그리며 막연하게 ‘경영학’을 선택했다. 경영학은 경영학원론, 회계원리, 생산관리, 경제학 등 참 많은 이론을 배우게 되는데, 그만큼 재미없는 과목도 참 많았다. 그 와중에 유독 재미를 느꼈던 과목이 있는데 바로 ‘마케팅원론’이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마케팅의 과정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흥미가 있으니 하나라도 더 찾아보게 되고, 당연히 성적도 잘 나왔다. 경영학도라면 누구나 치를 떠는 ‘팀플’에서조차 조원들보다 많은 것을 떠안게 돼도 즐거웠고, 발표를 위해 여러 사례를 알아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막연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무언가에 흥미를 느낀다는 사실이 기뻤다.

마케팅에 흥미를 느꼈던 새내기 시절도 잠시, 시간이 어찌나 빠르게 흐르던지 어느덧 대학교 마지막 학기가 찾아왔다. 동기들이 대기업을 목표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 무렵, 나는 대외활동을 통해 알게 된 ‘소셜벤처’에 관심이 있었다. 세상을 더 살기 좋게 바꾸겠다는 대의 아래 관련 책을 보며 공부하고,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친구들과 경연대회에 참가하는 등 부단히 노력했다.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그토록 바랐던 소셜벤처에서 일하게 되었다. 진로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소셜벤처였는데, 이곳에서 맡을 수 있는 일은 ‘경영지원’과 ‘마케팅’ 두 가지 중 하나였다. 한동안 잊고 살았던 마케팅을 다시 만나게 된 순간, 큰 고민 없이 마케팅을 선택했다. 그렇게 나는 본격적으로 마케팅에 입문하게 되었다.

한 기업의 마케팅을 담당하며 다양한 경험을 했다. SNS 운영은 기본이요, 대학교에 홍보 포스터를 부착하기도 하고, 캘리그라피를 활용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나름의 성취감을 느꼈지만, 그럴수록 더 잘하고 싶다는 갈증은 해소되지 않았다.

마케팅이라는 분야에 대해 더 깊이 있게 파고 싶은 욕심이 생겼고, 이윽고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소셜벤처에 입사하고 싶어서 마케팅을 담당했지만, 결국 마케팅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 소셜벤처에서 퇴사했다. 소셜벤처에서 마케팅을 담당한 지 6개월째 되던 때였다.

6개월간의 마케팅 경험은 나에게 좋은 포트폴리오가 되었고, 결국 마케팅 에이전시에 입사하게 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다. 어느덧 마케팅 에이전시의 4년 차 마케터가 되었고, 일(1)도 몰랐던 마케팅은 크고 작은 인연과 순간이 합쳐져 내 일(業)이 되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내 일을 마치고,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사람들을 바라본다. 그들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알 수 없지만, 그들에 대한 궁금증으로 다시 한번 나의 계기를 돌아본다. 앞으로도 지난 10년처럼, 내 일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가치관을 확립하며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어쩌면 계기라는 것은 시작하고 끝나는 찰나가 아닌, 무수히 반복되는 현재진행형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