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과 과학의 만남②
하지만 ROI가 100%가 안 된다고 해서 마케팅하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D I C U R A T I O N
빅데이터 마케팅
- 마케팅과 과학의 만남①, ②
- 데이터 분석의 핵심, 모델링①, ②
- AB테스트와 웹사이트 최적화①, ②
-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현실과 미래①, ②
1. 마케팅과 과학의 만남②
투자대비수익(ROI) 측정하기
60만 중에 수백 명이라고 하면 직관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정말 담당자 체면이 안 서는 초라한 수치다. 그러나 이게 과연 작은 수치일까? 그래도 없는 것 보다는 훨씬 낫지 않은가? 결국 여기에 대한 판단은 광고에 투입한 예산과 그로 인해 얻는 수익을 비교한 후에 해야 할 것이다. 광고에 투입한 예산보다 그로 인해 얻는 수익이 많다고 하면 이 캠페인은 비록 절대 숫자는 작지만 충분히 제 역할을 해 준 셈이다. 경영자들이 좋아하는 개념 중에 투자대비수익(ROI, Return On Investment)이 있다. 경영은 가급적 적은 리소스를 투입해서 많은 수익을 올리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특히, MBA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경영의 이론적인 바탕을 제대로 세운 사람이라면 대부분 ROI를 철저하게 따진다. 마케팅에도 ROI의 개념을 따져볼 수 있다.
먼저 투자 부분부터 생각해 보자. 위와 같은 형태의 마케팅 캠페인의 투자 금액은 비교적 간단하게 계산할 수 있다. 외부 광고를 할 때 집행한 예산이 있을 것이며, 그것이 그대로 투자 금액이 된다. 마케팅 캠페인의 목적을 고객 숫자를 늘리는 것이라고 보면 더욱 정확한 계산이 나온다. 배너 광고를 클릭해서 유입된 신규 사용자들을 가려낼 수 있다고 했으니 그 숫자 계산 또한 쉽다. 집행한 광고비를 배너 광고를 통해서 유입된 사용자의 숫자로 나누면 고객 한 명을 얻기 위해 지급한 돈이 나온다. 가령 1억 원을 들여서 네이버 광고를 했는데, 1000명의 신규 사용자가 유입됐을 때는 고객 한 명당 10만 원씩의 광고비를 지급한 것이다. 이것을 고객 획득 비용이라고 한다(CAC, Customer Acquisition Cost 혹은 CPA, Cost Per Acquisition). 이 숫자가 마케팅에서 ROI를 따질 때 투자가 된다.
수익은 어떻게 계산해야 할까? 해당 고객이 돈을 써서 매출을 발생시키면 그것이 수익이 된다. 문제는 이번에 새로이 고객이 된 사람이 1년 뒤에 돈을 쓸 수도 있다는 점이다. 마케팅 캠페인이 끝나도 고객은 남는다. 이런 점을 어떻게 고려할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다. 여기 답을 제시하기 위해 제안된 개념이 바로 평생 기여 가치(LTV, Life Time Value)란 개념이다. 이것은 고객 한 명이 생을 마감할 때까지 회사에 만들어 주는 수익이다. LTV는 이론상으로는 매우 훌륭한 개념이다. 정확한 LTV를 알 수 있다면 마케팅 ROI를 측정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LTV 값을 비즈니스에 활용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이 LTV 값은 고객이 사망한 후에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의가 분명히 ‘해당 고객이 사망할 때까지 회사에 만들어 주는 수익’이라고 돼 있지 않은가? 고객이 사망한 다음, 그 고객이 평생에 걸쳐 회사에 발생시킨 수익을 알았을 때 LTV의 실제 값을 알 수 있다. 이는 비즈니스에 도움이 안 된다. 비즈니스의 주요 고객을 40대 이상 남성이라고 생각해보자. 이들이 죽을 때까지 기다리려면 수십 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때 가서 LTV가 나온들 어쩔 텐가?
네이버 배너광고는 ROI 안 나온다. 내 후손들은 네이버에
배너광고 하지 말 것’이라고 묘비명으로 쓸 것인가?
적절한 방법으로 합리적인 추정 내지는 예측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는 다양한 가정과 논리를 전개해야 한다. 비즈니스의 성격 또한 적절히 고려해야 한다. 이 게임 포털의 경우에는 먼저 LTV를 고려하는 기간을 한정했다. 2년이란 기간을 정하고 ‘그동안 발생시키는 매출만 LTV로 보자’고 약속했다. 왜 2년일까? 여기에는 누구나 수긍할만한 뚜렷한 논리는 없었다. 다만 이 업계가 너무나 빨리 변화하는 업계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찌 될지 모른다는 것이 기간을 정한 이유 중 하나였고, 2년 정도면 대충 액션을 하고 성과가 날 만한 기간이라고 직관적으로 판단한 것이 또 하나의 이유였다. 다음은 ‘고객이 만들어 주는 수익’이란 부분인데, 이 수익을 ‘고객이 발생시킨 매출’로 정의했다. 온라인 게임 비즈니스는 변동비가 거의 없고 영업이익률이 매우 높은 비즈니스다.
게임 아이템을 팔아서 매출을 발생시킨다고 하면 1억 원어치를 팔든 10억 원어치를 팔든 생산에 투입하는 비용은 똑같다. 즉 원가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이는 매우 특이한 경우다. 유통업과 비교해보면 조금 더 이해가 빠를 것이다. 우리가 편의점에서 새우깡 하나를 살 때 그 돈은 편의점이 100% 가져가는 것이 아니다. 많은 부분이 생산자에게 돌아가고, 이를 받은 생산자는 다시 새우나 기타 재료를 사는 데 비용을 들인다. 게임 아이템을 여기에 비유하자면 누군가가 새우깡을 무한정 만들어서 공짜로 제공하고 있고 나는 단지 팔기만 하면 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러니 물건을 팔면 그 금액이 고스란히 회사의 수익이 되는 것이다. 물론 카드 수수료도 들어가지만 비율이 낮아 무시했다.
이 비즈니스는 다행히도 론칭한 지 시간이 제법 흐른 비즈니스였다. 가입한 지 2년 이상 된 사용자도 충분히 많고 그들이 발생시킨 매출 기록도 정확하게 남아 있어 개념만 명확하게 짚으면 LTV를 충분히 측정할 수 있었다. 그것으로 마케팅 ROI에 대한 대략적인 감은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있었다. 마케팅 광고를 했을 때 유입 경로에 따라 LTV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네이버 광고를 통해 유입된 사용자들과 다음 배너광고를 통해 유입된 사용자들의 LTV가 다를 수 있다. 마케팅 활동의 ROI를 좀 더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서는 기존 사용자들이 아닌 마케팅을 통해 새롭게 유입된 사용자들의 LTV를 계산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LTV를 2년간 발생시킨 매출로 정의했기 때문에 새로 유입된 고객들의 LTV를 계산하려면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한 다음에 2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고객이 죽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야 훨씬 낫지만 여전히 곤란하다. 시장 환경이 너무나도 빨리 변화하는 비즈니스고, 마케팅 실무자들은 거의 월 단위로 액션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2년을 기다리지 않고
마케팅 캠페인의 ROI를 측정할 수 있을까?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외삽법(extrapolation)을 사용했다. 우리 속담에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란 말이 있다. 고스톱 포커 게임 사용자들 또한 마찬가지다. 이 비즈니스의 특성상 돈을 쓰는 고객들은 비교적 큰돈을 지속적으로 쓴다. 반면 안 쓰는 고객들을 돈을 쓰게 하기는 무척이나 어렵다. 그래서 초기 1개월 정도 돈을 쓰는 금액을 보고 ‘이런 추세로 나가면 2년이면 얼마 정도를 쓰겠다’고 예측했다. 3개월 후나 6개월 후 과연 캠페인 직후 1개월 정도 시기에 예측한 만큼 사용자들이 돈을 쓰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결과는 ‘그럭저럭 맞는다’. 물론 오차가 제법 있다. 15~20% 정도의 오차가 있었는데, 이러한 추정은 자릿수만 맞으면 다행이다. 의사결정을 내리기에는 충분한 정확도라는 데 조직 차원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 해서 마침내 마케팅 캠페인의 ROI를 제대로 측정할 수 있는 기반을 완성했다. 그래서 이러한 기반을 바탕으로 마케팅 캠페인의 ROI를 측정했다. 그런데 결과가 참담했다. 모든 매체에서 LTV가 CAC의 5~20% 정도밖에 안 됐다. 효율이 나쁜 매체는 광고비 100원을 쓰면 겨우 5원 정도 건지고, 효율이 좋은 매체라고 해 봐야 20원 정도 수익이 난다는 이야기다. 그나마 장기적으로 발생하는 수익까지 합쳐서 이 지경인 것이다. 이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마케팅 활동 안 하는 것이 돈 버는 것이라는 뜻일까?
마케팅 캠페인의 효율을 높여라
결과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마케팅 담당자들이나 경영진 또한 당혹스러워했다. 하지만 막상 ‘그럼 마케팅 때려치우자는 이야기냐?’란 질문에 대해서는 경영자들도 선뜻 대답을 못 했다. 어떠한 경우라도 마케팅을 아예 안 할 수는 없다는 것이 경영진의 입장이었다. 고심 끝에 ‘CAC와 LTV를 이용해서 측정한 마케팅 ROI는 광고 매체 간의 상대적인 효율 차이를 비교하는 수단으로만 활용하고, 절대적으로 마케팅 액션을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자료로는 사용하지 않는다’라고 정리했다. 가령 A 매체의 ROI가 5%고, B 매체의 ROI가 10%라면 B 매체가 A 매체보다 좋다는 판단을 내릴 수는 있다. 하지만 ROI가 100%가 안 된다고 해서 마케팅하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니란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광고 채널들을 심도 있게 분석해 봤다. 당시 광고 매체는 대부분 한 번 이상씩은 테스트했기에 다양한 매체를 비교할 수 있었다. 유입경로 별로 ROI가 상당히 많이 차이가 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상식과 직관에서 벗어나는 결과도 눈에 띄었다. ROI가 가장 좋은 매체는 1위가 스포츠 신문의 배너광고였으며, 2위는 PC방 인터넷 익스플로러 초기화면 광고였다. 스포츠 신문 배너광고 같은 경우는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결과였다. 컴퓨터 앞에서 고스톱이나 포커 같은 게임을 하는 사용자 이미지와 스포츠 신문을 보는 사용자 이미지는 겹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PC방 광고는 상당히 의외였다. 고스톱이나 포커는 고사양 컴퓨터를 필요로 하는 게임이 아니기에 굳이 이를 위해 PC방까지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PC방에서 고스톱이나 포커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 답을 찾는 데는 주로 정성적인 접근 방법을 썼다. 실제로 PC방을 다니면서 고스톱, 포커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본다거나 FGI(Focused Group Interview, 고객 좌담회)를 통해 사용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었다. 여기서 나온 이야기는 ‘부인과 자녀 앞에서는 차마 고스톱과 포커를 할 수 없다’는 이야기와 ‘집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 없다’는 것이었다. 요컨대 마음 편히 게임을 하고 싶어서 PC방을 찾는다는 이야기였다.
이와 같은 현실을 파악한 경영진은 즉시 PC방으로 눈을 돌렸다. 스포츠 신문 같은 경우라면 배너광고 효율이 좋다는 것을 알아도 규모도 너무 작고 또 특별히 그러한 고객을 대상으로 뭔가 적극적으로 마케팅할 방법을 찾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PC방은 이야기가 달랐다. PC방은 규모도 클 뿐만 아니라,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실질적인 액션이 가능했다. 예를 들어 PC방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벤트도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효율이 좋은 고객과의 접점을 확보한 것이다. PC방이라는 플랫폼이 있고, 거기에 오는 고객들이 어떤 성향인지도 파악된다. 이들은 가족 눈치 안 보고 담배 피워가면서 고스톱 포커를 즐기고 싶어 PC방으로 나온 40~50대 중년 남성이다. 이젠 이들의 구미에 맞는 마케팅을 제공하기만 하면 된다. 실행의 중요한 파트너인 PC방의 협조를 이끌어 내는 것도 비교적 쉬웠다. PC방 전용 쿠폰을 발급해서 뿌리는 것과 같은 이벤트를 진행하려면 PC방 운영자들의 협조가 필수적. PC방의 입장에서 보면 공짜 쿠폰을 배포한다는데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이러한 주변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진행했다.
당시 진행했던 여러 마케팅 캠페인이 있었는데, 그중에는 당연히 성과가 있는 것들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들도 있었다. 데이터상으로 미세하게 드러나는 성과가 있다고 해도 그 자체만으로 경영진이 보는 수치를 바꿀 정도는 못 되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이러한 방향으로 꾸준히 2년 정도 밀고 나가니 어느 시점에서인가 이렇게 누적된 노력들이 임계점을 넘어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경영진이 바라보는 매출 지표가 눈에 띄게 개선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결국 회사는 마침내 당초 목표로 잡았던
월 매출 100억 달성에 성공했다.
데이터 중심 경영, 그 현실과 가능성
나는 비즈니스 데이터 분석 전문가다. 비즈니스를 하면서 발생하는 여러 데이터를 분석해서 개선할 점을 찾고, 이를 실행에 옮겨 회사의 비즈니스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다. 이런 일을 한다고 하면 흔히 받는 질문이 ‘그렇게 해서 정말로 성과가 나나요?’다. 지금까지 한 이야기가 이 질문에 대한 좋은 답이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이야기에서 성과가 난 것은 데이터 분석만이 원인은 아니다. 기존 마케팅 활동들과 적절히 연계했고,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에서 나온 인사이트를 실제 비즈니스에 적용해서 적절한 마케팅 액션으로 연결했기 때문에 성과가 나올 수 있었다.
CAC나 LTV 같은 마케팅 ROI에 관련한 개념은 이론상으로는 이미 정립된 내용이다. MBA 같은 과정을 통해 마케팅을 이론적으로, 체계적으로 배우면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개념들이다. 그러나 진짜 이론대로 ROI를 철저하게 따져보고 그것을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조직은 흔치 않다. 이런 프로세스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이론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경영진 및 의사 결정권자와 실무자, 특히 IT 부서와 마케팅/전략 부서의 실무자들 사이 긴밀한 협업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
이는 쉽지 않다. 먼저 데이터에 기반해 의사결정을 하는 경영자들부터가 소수다. 데이터를 제대로 수집하고 정리해서 의사결정의 근거가 되는 레벨까지 정리, 제공하는 것 자체가 품이 많이 들어가고 귀찮은 일이다. 데이터가 없거나 쓰려고 보면 앞뒤가 모순되는 데이터들이 계속 나와서 믿을 수가 없는 경우도 많다. 데이터는 필요해져서 그때부터 찾기 시작하면 이미 늦다. 비즈니스의 속성을 잘 파악해서 미래를 내다보고 어떤 데이터가 필요할지 하나씩 착실하게 준비를 해 둬야 한다. 그리고 평소에 데이터를 열심히 봐서 과연 믿을만한지, 앞뒤가 모순되는 부분이 없는지 찾아 개선하고, 계속해서 데이터의 질을 높여야 한다. 이러한 기초작업을 제대로 안 한 상태에서 데이터를 보려고 해 봐야 아무 소용 없다. 그러니 포기하고 감과 직관에 의존해서 의사결정을 해 버린다. 이것이 비즈니스 현장의, 특히 한국 기업들의 현실이다.
데이터를 마케팅에, 더 나아가서는 비즈니스에 활용해서 성과를 내는 것은 꿈이 아니다. 정확한 정보에 기반해서 의사결정을 하고 계획을 세운다면 당연히 성공의 확률은 조금이라도 높아질 것이다. 데이터는 비즈니스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데이터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며,
실질적인 액션으로 연결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영자와 전략/마케팅 현업 담당자, 그리고 IT 부서들 간에 긴밀한 협조가 이뤄져야 한다. 이렇게 데이터에서 나온 인사이트가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2. 데이터 분석의 핵심, 모델링①>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