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T 스토어’ 출시 임박… 과연 돈 주고 쓸 만할까?
현재까지 출시된 커스텀 챗봇, 익숙한 기능에 지나지 않아
1. 지난 4일(현지시각)입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다음 주 내로 ‘GPT 스토어’를 본격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GPT 스토어는 개인이 제작한 ‘커스텀 챗봇’을 누구나 사고 팔 수 있는 온라인 장터인데요. 구글플레이, 앱스토어와 동일한 개념의 플랫폼입니다.
2. 당초 오픈AI는 지난해 11월 말 GPT 스토어를 공개한다고 밝혔지만요. 갑작스러운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 축출 및 복귀 사태로 인해 출시 계획을 미룰 수밖에 없었습니다.
3. GPT 스토어에는 ‘GPT 빌더’를 통해 제작된 커스텀 챗봇이 판매될 예정입니다. GPT 빌더는 지난해 11월 출시된 오픈AI의 챗봇 제작 툴로, 챗GPT에 탑재된 유료 기능입니다. 코딩 지식 없이 대화만으로 원하는 챗봇을 만들 수 있는데요.
4. 예컨대 GPT 빌더에 “스타트업 CEO를 위한 사업 아이디어 조언 챗봇을 만들고 싶어”라고 말한 뒤 관련 문서 파일을 업로드하면 커스텀 챗봇이 제작되는 식입니다. (참고 콘텐츠: GPTs 사용법 – 챗GPT로 5분만에 나만의 챗봇 만드는 방법) 지금까지는 이렇게 제작된 커스텀 챗봇을 링크를 통해서만 공유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GPT 스토어에서 간편하게 검색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4. 이번 소식을 두고 업계에선 오픈AI가 본격적인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구글, 메타, 아마존 등 빅테크의 생성형 AI 개발이 한창이지만 아직 개인을 위한 맞춤형 챗봇 거래 시장은 형성되지 않았죠. 이를 선점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입니다.
5. 하지만 아직 불분명한 점도 많습니다. 가장 큰 건 수익 분배인데요. GPT 스토어 출시 소식을 알리는 공지 메일에는 구체적인 수익 내용이 명시되지 않았습니다. 커스텀 챗봇의 판매 가격은 어떻게 책정되는지, 수수료는 얼마인지 등과 같은 내용은 다음 주에 공개될 예정입니다.
어떤 커스텀 챗봇을 이용할 수 있을까?
6. 누군가는 GPT 스토어를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로 여기고 있겠습니다만, 우리 같이 평범한 사람들의 관심사는 “그래서 어떤 커스텀 챗봇을 이용할 수 있는데?” 일 겁니다. 그래서 검색을 좀 해봤습니다. 꽤 다양한 서비스가 개발된 상태인데요. 분야별(생산성, 마케팅, UIUX)로 인기가 높은 커스텀 챗봇을 정리해봤습니다.
🔎 생산성
✅ 전부 변환해(ConvertAnything)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문서 등 모든 디지털 파일을 원하는 형식(확장자)으로 변환할 수 있다. 일괄 업로드, ZIP 지원, 다운로드 기능이 제공되는 원스톱 서비스.
✅ 기술 지원 도우미(Tech Support Advisor)
회사에서 갑자기 프린터가 고장났다면? 프린터부터 와이파이 문제까지 소프트웨어 문제에 대한 전문가 수준의 기술 지원을 제공한다.
✅ 협상가(The Negotiator)
어느덧 다가온 연봉 협상(이라고 쓰고 통보라고 읽는…) 시즌. 급여 논의부터 일상적인 거래까지 복잡한 협상을 설득력 있게 이끌어 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 마케팅
✅ SEO 품질 평가 가이드(Quality Raters SEO Guide)
웹사이트 링크를 입력하면 구글의 SEO(검색엔진최적화)를 얼마나 충족하는 알려준다. 콘텐츠 마케터에게 유용해 보인다.
✅ 음성/스타일/톤 AI 프롬프트 스니펫 생성기(Voice/Style/Tone AI Prompt Snippet Generator)
업로드한 텍스트나 문서, 링크의 보이스 톤을 프롬프트 스니펫(코딩 조각)으로 추출한다. 챗GPT 특유의 어색한 문체에서 벗어날 수 있다.
✅ 로고 크리에이터(Logo Creator)
로고 스케치를 업로드한 뒤 사명을 입력하고, 원하는 스타일과 색상 등을 선택하면 완성된 형태의 로고가 생성된다.
🔎 UIUX
✅ UX 디자인 멘토(UX Design Mentor)
제품이나 서비스 웹사이트를 업로드하면 UX 디자인 평가를 해준다.
✅ 아트 스타일 탐색기(Art Style Explorer)
방대한 이미지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업로드한 이미지와 유사한 스타일의 이미지를 생성한다.
✅ UX 카피라이터(UX Copywriter)
사용자 중심의 카피라이터를 생성하는 커스텀 챗봇. 한국어 성능은 보장할 수 없다.
현재로선 쓸 만한 서비스 부족해
7. ‘SEO 가이드’나 ‘UX 디자인 멘토’처럼 꽤나 유용해 보이는 커스텀 챗봇이 눈에 띕니다. 이게 다 무료라면 좋겠지만요. 그렇지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챗GPT 유료 구독자(월 20달러)만 이용 가능하고요. 향후 GPT 스토어의 운영 방침에 따라 챗봇을 돈 주고 구매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8. 콘텐츠 구매에 인색한 한국인의 지갑을 열려면 이 기능들이 정말로 쓸 만해야 할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직접 커스텀 챗봇들을 사용한 뒤 대신 평가를 해드리려고 했는데 죄송합니다 저도 지출에 인색한 한국인이라 그러진 못했고요. 다만 독자님들을 대신해 커스텀 챗봇이 얼마나 유용할지 나름대로 추측을 해봤습니다. (물론 정확한 건 GPT 스토어가 나와봐야 알 수 있으니 참고만 해주세요.)
9. 커스텀 챗봇은 한 분야에 최적화된 AI입니다. 저마다 ‘파인튜닝’을 거친 작은 AI라고 볼 수도 있겠는데요. 앞서 예로 든 분야뿐 아니라 요리, 학습, 보드게임, 여행 등 특정 분야에 한해선 일반 챗GPT와 비교해 훨씬 전문적인 답변을 내놓는다고 합니다.
10. 챗GPT의 답변 범위를 엄격히 제한해 엉뚱한 대답을 늘어 놓을 확률을 크게 낮췄고요. 바탕이 되는 언어 모델 GPT-4의 기본적인 학습 데이터 외에도 ‘지식(Knowledge)’이라는 기능을 통해 사용자가 추가로 자료를 학습시킬 수 있어 답변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 학습 자료가 커스텀 챗봇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 같네요. 그리고 실시간 웹 검색 기능을 통해 최신 정보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11. 그럼에도 말이죠. 커스텀 챗봇은 생성형 AI의 근본적인 한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아무리 꼼꼼하게 만들어도 작동 원리상 때때로 ‘헛소리’를 할 수 있을 테고요. 실시간 웹 검색 기능이 추가됐다고는 하지만 해당 기능의 완성도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게 많은 사용자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특히 여전히 영어에 최적화 돼 있어 한글을 대상으로 한 카피라이팅이나 콘텐츠 첨삭 등의 챗봇은 활용성이 떨어질 테고요.
12. ‘지식(Knowledge)’ 기능 또한 아직은 개선의 여지가 많다고 합니다. 우선 모든 형식의 파일에 대응하지 못하고요. 문서 내 텍스트를 그대로 가져다 활용하는 수준이라 이해를 바탕으로 한 추론 능력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입니다.
13. 정리하면, 현재로선 기존에 널리 알려진 ‘챗GPT 활용 팁’ 수준 이상의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다만 복잡한 프롬프트를 알아야만 활용할 수 있던 챗GPT 기능을 개별된 서비스를 통해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한 장점으로 보입니다. 평소 챗GPT를 활용하고 싶었지만 프롬프트 배우기가 겁나 시도하지 못한 분들에겐 월 20달러의 가치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GPT 스토어, 성숙될 때까지 기다려야
14. 커스텀 챗봇의 완성도 외에도 사용자 입장에서 우려되는 부분이 하나 더 있습니다. GPT 스토어의 사용자 경험입니다. 앱 시장 초창기를 기억하시나요? 너도나도 앱을 개발해 업로드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유사한 서비스가 무한 경쟁을 펼치던 때죠. (지하철 노선도나 알람, 수업시간표 앱 등이 기억나네요.) 디자인만 조금씩 다르고 기능 측면에선 사실상 쌍둥이나 다름 없는 앱을 보면서 사용자는 무엇을 써야 할지 고민에 빠지곤 했습니다.
15. 지금 GPT 스토어 시장이 딱 그래 보입니다. 실제로 지난 2개월간 출시된 커스텀 챗봇을 살펴 보면 유사한 서비스가 수두룩합니다. 이번 글을 준비하는 도중만 해도 ‘로고 제작 서비스’를 수십 개 정도는 발견했습니다. 명시된 기능은 전부 비슷했죠.
16. 사용자 입장에선 무엇이 쓸 만한 챗봇인지 판단하기 까다로울 겁니다. 사실 앱은 써보면 감이 오거든요. 기능은 비슷하더라도 서비스 구조 설계나 디자인, 텍스트, 마케팅 등을 통해 차별화를 꾀할 수 있으니까요. 때문에 사용자 입장에선 ‘더 좋다, 더 편하다’는 판단이 쉽게 섭니다.
17. 그런데 커스텀 챗봇에는 앱만큼의 확장성이 없습니다. 그냥 태생이 챗봇이에요. 성능을 좌우하는 건 투입된 데이터와 프롬프트 설계 능력이겠죠. 때문에 사용자는 다양한 챗봇을 수 차례 사용해본 뒤에야 비로소 판단이 가능할 겁니다.
조금은 지켜보기로
18. 다시 성능 이야기로 돌아오면요. ‘웹사이트 SEO 가이드’나 ‘UX 디자인 멘토’ ‘보이스톤 프롬프트 생성기’처럼 유용해 보이는 챗봇도 일부 존재하지만, 현재까지 공개된 커스텀 챗봇만 보면 아직까진 특별한 서비스는 없어 보입니다. 마케팅이나 UIUX 디자인 분야로 한정하면 더더욱요.
19. 따라서 커스텀 챗봇은 당분간 제한된 영역에서만 유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무 활용을 예로 들면 아이디어 전개에 필요한 힌트를 얻기 위한 요량 정도로 쓸 만할 것 같습니다.
20. 생태계 안정화에도 시간은 걸릴 전망입니다. 유능한 개발자가 만든 커스텀 챗봇이 등장하거나, 기업이 자체 데이터를 활용해 제작한 챗봇이 출시돼야 비로소 챗봇 시장이 정리될 테고, 그때가 되면 커스텀 챗봇 선택이 조금은 수월해질 겁니다.
21. 말은 이렇게 했지만요. GPT 빌더가 등장한 지 이제 고작 2개월입니다. 성급한 판단은 금물이겠죠. GPT 스토어가 실제 운영에 돌입하면 커스텀 챗봇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할 겁니다. 그럼 혹시 아나요. 보물을 발견할지도요.
궁금했던 내용이 이해가 조금 되네요.
시장은 정말 예측불가해 보입니다. 아직은..이라고는 하지만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형태로 폭발할지 알 수 없으니까요.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처럼요.
맞는 말씀입니다.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저도 굉장히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