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표정과 인상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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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과 인상의 경계는 어디일까?’
하루에도 셀 수 없을 정도로 우리는 다양한 감정을 느낍니다.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외줄도 탑니다. 표정이 인상으로 드러나지 않아야 할 때가 있고, 인상이 표정으로 굳어지지 않도록 잘 쓰지 않던 얼굴 근육을 씰룩씰룩 거리기도 합니다.
문제는 세월입니다. 순간이 누적되면 주름이 느는 것이 아닙니다. 평소의 인상이 굳어집니다. 40세가 넘어가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표정은 능동이지만, 인상은 수동입니다. 표정을 짓는 것이지만, 인상은 지어집니다. 결국 얼굴의 모습도 바뀝니다. 타인에게 제 얼굴은 어떻게 비칠까요.
2
매거진을 만드는 일은, 도자기를 굽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장인은 도자기를 사용할 소비자를 떠올리며 땀을 불에 녹여냅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매거진을 손에 쥐고, 혹은 온라인 뉴스를 PC나 모바일에 띄어 놓고 독자분들이 지을 얼굴이 궁금합니다. 어떤 표정일까요? 어떤 인상을 지을까요.
3.
제목도, 리드문도, 섭외도 간단하고 빠르고 편리한 방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됩니다. 도자기를 구울 때 가스 불에 구우면 빛깔이 곱고 일정하게 나온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예술품을 인정받지 못합니다. 진정한 예술품은 불을 때서 구운 도자기이니까요. 독자의 얼굴이 머리 속에서 한 없이 맴돕니다.
4.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항상 기대를 동반합니다. 처음이라는 타이틀을 함께 할 때 더욱 그렇습니다. 그 기대 속에 만다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선입견, 혹은 편견이 뒤섞여 있죠. 내가 짐작하던, 혹은 상상하던 그 사람일지 모른다는 것에 대한 무한한 기대와 함께 시작되는 것처럼 말이죠.
5.
직접 독자 여러분을 만나 뵌 적은 없지만 알게 모르게 많이 스쳤겠죠. 영화의 배경음악은 영화를 추억하는 훌륭한 도구가 되듯, <디지털 인사이트>가 콘텐츠를 기억하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도록 모두의 표정과 인상을 떠올리며 도자기 굽듯 만들었습니다. 행복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는 도자기였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