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그렇게 다 가져갔어야만 속이 후련했냐?
‘여행에미치다’의 2021 여행 트렌드 리서치
원래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다. 그런데 ‘하고 싶은 것’을 못하게 한다면 어떨까? 여행은 제약된 일상생활을 보내는 일반인들에게는 유일한 ‘해방구’와도 같다. 하지만 코로나는 우리의 제약된 일상생활을 더 제약했고, 유일한 해방구를 차단했다. 정말 그랬을까? 30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국내 최대 여행 커뮤니티 ‘여행에미치다’에서 이와 관련해 2021년 1월 15일부터 1월 18일까지 온라인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고 2,008명이 응답했다. 코로나와 여행은 어떤 관계가 있고, 사람들은 여행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글. 김성지 기자 jerome@ditoday.com
자료. 여행에미치다
코로나와 여행
#해바라기 #오태식 #병진이형나가
지난해 여행을 생각하자면, 지금 개봉한다면 천만 관객은 보장된 영화라 평가받는 ‘해바라기’에 나온 명대사가 생각났다. 코로나가 여행을 빼앗아 갔지만, 모든 여행을 가져간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해외여행을 거의 다 뺏겼지만, 국내여행은 아직 우리에게 남았다. 전체적으로 줄어든 양상을 보였지만, 39.9%의 사람들은 2~4회의 국내여행을 했다. 이는 여행 빈도 중 가장 높은 비율로 2019년에 비해 증가(37.4%→39.9%)했다. 나머지 수치 중 0~1회만 2019년에 비해 증가(10.5%→40%)했고, 5~7회(23.6%→11.2%), 8회 이상(28.5%→8.9%)은 감소했다.
국내여행은 감소한 반면, 해외여행은 사라졌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9 리서치에서는 한 번도 해외여행은 가지 않은 사람이 응답자 중 6.9%로 가장 적었지만, 2020 리서치에서 86.6%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여행의 빈자리는 집콕생활로 대체됐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집콕을 하며 무엇을 했을까? 자기계발·홈트레이닝·취미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다른 기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집콕생활을 하면서 95%의 사람이 여행 관련 정보를 찾아봤다. 여행이 우리를 떠나갔지만, 우리는 여행을 그리워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의 인식도 변했다. 지금까지 여행은 ‘선택’이라는 여겨졌지만, 이제는 아니다. 응답자 중 94.5%의 사람이 여행을 떠나겠다고 의사를 드러내며, 다시 여행이 자유로워지는 날을 기다리며 여행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가 반영돼 랜선으로 만나는 여행, 대리여행 등 여행 관련 콘텐츠와 앱이 만들어졌고, 여행에 굶주린 사람들은 이를 통해 대리 만족하며 여행 본능을 억누르고 있다.
여행 횟수에 이어 ‘여행 타입 선호도’도 바뀌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국내·외 가릴 것 없이 ‘자유여행’을 가장 선호했다. 물론 코로나 이후에도 ‘자유여행’은 높은 선호도를 보였지만, 자유여행의 선호도는 감소하며 다른 방식의 여행이 성장했다. ‘프라이빗(Private) 여행’과 ‘아웃도어 여행’의 선호도가 2배가량 증가했다. 공통적인 응답으로는 코로나 이후에는 사람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할 수 있는 장소를 선호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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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여행
코로나 회복 이후 국내에서 가장 원하는 여행은 제주도에서 지인(가족·친구)과 추억 만들기였다. 국내에서 가장 가장 가고 싶은 곳은 해당 조사 외 여러 조사에서도 1위는 제주도였다. 제주도(74.4%)에 이어 경남(47.2%)·경남(39.5%)을 선호했다. 이러한 장소에서 하고 싶은 것은 추억 만들기였다. 사람들은 재택근무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단조로운 일생을 보내, 색다른 추억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반영됐다. 추억 만들기와 비슷한 성격을 띠는 가족·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프라이빗 여행’도 높은 선호를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 회복 이후라 하더라도 여전히 위생·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남았고, 새로운 만남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와 같이 자유로운 여행은 힘들 것 같다는 우려가 많았다.
국내 여행지에서 제주도가 1등 했다면, 해외여행지는 유럽, 휴양지, 아시아 순이었다. 장소만 달랐을 뿐, 추억 남기기, 핫플레이스 여행, 액티비티 여행을 원하며 국내 여행과 비슷한 여행 방식을 선호했다. 다른 점은 해외여행은 국내에서보다 안전에 대한 우려가 더 높았다는 점이다. 방역 지침 안내 및 위생용품을 제공하는 ‘안전 패키지’ 여행이 높은 순위에 들었고, 외부인에 대한 경계, 지역적 차별 등을 걱정했다.
숙소 서비스와 항공 서비스
인터스텔라처럼 시간 흐름이 다른 곳이 있을까? 적어도 내 느낌에는 있다. 나는 ‘두바이’에서는 시간이 정지된 느낌을 받았다. 나처럼 여행은 좋아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은 땡처리(?)와 호스텔을 잘 알 것이다. 땡처리는 누군가가 예매했지만, 날짜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사정 변경으로 인해 취소된 항공권이다. 여기에 항공권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직항이 아닌 환승을 선택한다. 유럽으로 가는 도중, 두바이나 방콕에서 환승한다. 이 경우 시간이 안 맞아 공항에서 9시간을 기다린 적이 있다. 이 때의 시간이 정말 느리게 간다. 이렇게까지 힘들게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숙소 서비스와 항공 서비스는 여행 경비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여행이 우리를 떠났습니다. 여행이 떠나고 나서야 알게 됐습니다”
-아시아나항공: 2020 코로나 프로젝트편 중-
코로나 이후 선호하는 숙박 서비스가 변화했다. 2019년 리서치에서 숙소 선택 시 고려하는 사항은 위치, 후기 및 평점, 객실 상태, 가격이었다면, 이번 조사 결과에서는 위생 상태, 가격, 위치를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생과 안전에 대한 의식 변화가 생겼다. 하지만 위치와 가격은 그대로 중요한 고려사항으로, 위생 정책으로 숙소의 가격이 높아지는 것을 반기지 않으며 33%만이 지불에 찬성했다.
항공 서비스에서도 선택 기준에도 변화가 있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비용에 대한 고려가 최우선 순위였지만, 코로나 이후 1위는 2019 리서치에서 하위권을 기록한 ‘항공권의 탄력적인 약관 시스템(예약·변경·취소·환불 등)’이 1위를 기록했다. 또한 숙소 서비스와 같이 위생을 위한 추가 비용(10%)에 대해서도 36.8%만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결국 코로나로 인해 국내여행은 소폭 감소, 해외여행은 대폭 감소했다. 또한 코로나가 완화되거나 종식된다 하더라도 그 불안감은 남아 있다. 결국 사람들은 서로 접촉을 피할 수 있는 프라이빗 여행을 선호하며, 숙소 선택 시에는 가격보다 위생 상태를 고려하게 됐다. 우리는 1년간 여행과 떨어져 지냈지만, 아직도 여행과 만나기 위해서는 1~2년을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사람들의 바람대로 1~2년 이내 코로나가 종식된다면, 여행은 자연스레 우리의 곁으로 돌아오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