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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발전으로 코딩 더 쉬워질 것…개발 교육 패러다임 바뀌어야”

김수인 엘리스 공동창업자 겸 CPRO 인터뷰

글. 장준영 기자 zzangit@ditoday.com
디자인. 최지욱 디자이너 ckalibt@ditoday.com
사진. 황철민 디자이너 hcm93@ditoday.com

‘21세기의 증기기관’. 챗GPT에 대한 세간의 비유다. 18세기 증기기관의 등장이 단순 반복 노동을 줄여 기업이 제품력에 투자하는 계기를 만들었듯,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이 현대 IT 산업에서 비슷한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담겼다.

혁신이 가장 먼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프로그램 개발. 이미 아마존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는 원하는 코드를 AI가 대신 짜주는 일명 ‘코딩 비서’를 개발해 상용화했고, 챗GPT도 간단한 코드를 만드는 데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

“AI가 간단한 코딩 작업을 완전히 대체할 날이 머지 않았습니다. 이제부터라도 개발자 교육의 패러다임이 달라져야 해요.”

김수인 엘리스 최고 연구 및 플랫폼 책임자(CPRO)는 앞으로 국내 코딩 교육 시장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기존 ‘코딩 스킬’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의 전체적인 구조를 설계하고 효율화하는 역량을 가르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김수인 엘리스 CPRO는 개발자 교육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5년 설립된 엘리스는 국내 대표 코딩 교육 플랫폼으로, 대기업과 공공기관 등 2,000여 곳에 맞춤 교육을 제공한다. 누적 이수자는 40만명이 넘었고, 평균 수강률은 90% 이상이다. 김수인 CPRO를 비롯한 카이스트 대학원생들이 코딩 수업 방식을 개선하고자 개발했던 프로그램이 플랫폼의 바탕이 됐다.

엘리스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코딩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하나는 피드백이고, 또 하나는 커리큘럼이다.

“간과되는 부분인데 강사나 수업 내용만큼 중요한 건 피드백 속도입니다. 온라인 강좌 특성상 질문에 대한 답변이 늦어질수록 수업을 중간에 그만둘 가능성이 커지거든요. 그래서 실시간 소통에 공을 들였죠. 또 커리큘럼에는 프로그래밍의 근간 학문인 전산학(컴퓨터과학)에 대한 비중을 높여 학습자가 개발 업무 자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도록 돕고 있습니다.”

지난달 엘리스가 출시한 ‘AI 헬피’도 피드백 강화 전략의 일환이다. AI 헬피는 코드를 첨삭하거나 오류를 찾아 설명해주는 AI 챗봇. 비슷한 시기 공개된 타사 AI 코딩 챗봇 서비스들이 챗GPT를 그대로 가져다 쓴 탓에 답변 정확도가 들쭉날쭉하거나 한국어 질문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반면, AI 헬피는 우수한 성능을 자랑한다. 엘리스가 그간 축적해 온 방대한 피드백 데이터를 학습시켜 코딩 질의응답에 최적화한 덕이다.

“AI의 발전으로 지금보다 한 차원 높은 하이 레벨(High-level)의 소프트웨어 개발이 가능해질 것”으로 믿는 김수인 CPRO. 서울 강남에 위치한 엘리스 본사에서 엘리스의 기술력과 코딩 교육 시장의 미래에 대한 그의 생각을 물었다.

1. 질의응답 속도 ‘마의 3분’ 깬 AI 헬피

AI 헬피는 어떤 서비스인가요?
학습자의 코드를 첨삭하거나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로 번역해주는 AI 챗봇입니다. 챗GPT 개발사로 유명한 오픈AI의 대형 언어모델 GPT-3를 기반으로 제작했어요. 엘리스로 코딩 수업을 듣는 학습자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요. 원하는 코드를 드래그해 붙여 넣기만 하면 됩니다. 평균 20분이 걸리던 답변 시간이 AI 헬피 도입 후 평균 14초로 줄었습니다.

전에는 피드백이 어떻게 이뤄졌나요?
현직 개발자(튜터)가 직접 답했어요. 실시간 답변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구축하고, 질문에 우선 순위를 매겨 답변 효율을 높였습니다. 튜터에게 재촉도 많이 했죠(웃음).

그럼에도 답변에 평균 20분이 걸렸군요.
네. 질문에 따라 즉시 답변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지만, 아무래도 튜터의 수가 한정적이라 모든 질문에 빠르게 답하긴 어려웠어요.

AI 헬피 도입 후 답변 속도가 많이 줄었는데, 14초면 충분히 짧은 시간인가요?
속도 면에서 보면 혁신에 가까운 발전입니다. 온라인 그룹 교육에 관해 저희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학습자의 수업 이수율이 급격히 높아지는 피드백 기준점은 3분이에요. 그러니까 질문에 대한 답변이 3분 내로 이뤄지면 학습자가 흥미를 잃지 않고 수업을 끝까지 들을 수 있다는 거죠. AI 헬피가 이걸 가능하게 해줬고요.

코딩 첨삭 말고 AI 헬피가 할 수 있는 일이 또 있나요?
현재 AI 헬피는 다섯 가지 기능을 제공합니다. 코드를 한글로 풀어 설명하거나 버그를 수정하고, 코드를 다른 언어로 번역하거나 간결하게 바꿔요. 시간복잡도(Time Complexity)라는 코드의 효율성도 계산합니다.

AI 헬피 작동 모습. 코딩 학습자의 질문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다섯 가지 선택지를 마련했다.

기능을 왜 다섯 가지로 제한했나요. 챗GPT처럼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으면 더 유용하지 않을까요?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의 특징은 질문이 구체적일수록 답을 잘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코딩의 경우 구체적으로 질문하기 쉽지 않아요. 코딩 오류 문구가 불친절한 편이라 뭐가 틀린 건지 학습자도 잘 모르거든요. 그래서 실제 올라온 질문들을 보면 대뜸 ‘잘 모르겠어요’라고 묻는 경우가 많아요. 튜터라면 학습자의 과거 코드 기록을 확인해 무엇이 문제인지 추정할 수 있지만, 현재 챗GPT는 이런 질문에 대응할 수 없죠.

기능을 발전시킬 계획은 없나요?
앞으로는 ‘잘 모르겠어요’라는 질문에도 답할 수 있도록 개선할 계획입니다. 챗GPT처럼 사용자의 질문을 기억해 이에 맞춰 대답하는 채팅 기능도 강화할 생각이고요. 명령 프롬프트를 개선해 AI 헬피의 성능 자체를 고도화하고, 더 양질의 데이터를 학습시켜 정확한 답을 낼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오픈AI의 거대언어모델 GPT-3을 기반으로 제작된 ‘AI 헬피’는 코딩 질의응답에 최적화된 성능을 발휘한다.

2. 학습한 ‘코딩 Q&A’ 데이터, 세계 최대 규모

“이게 또 재밌는 게 뭐냐면요….”

인터뷰 내내 김수인 CPRO는 자주 이렇게 운을 떼며 노트북을 보여줬다. 문외한이 듣기에는 다소 ‘딥’한 내용이었지만, 그의 눈이 반짝여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AI 헬피 개발이 한창이던 지난 2월, 타 부서까지 그의 열정이 고스란히 전달됐다는 전언. 김수인 CPRO는 “카이스트에서 AI로 박사 학위를 땄는데, 드디어 AI를 활용해 ‘진짜’ 가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어 희열을 느꼈다”고 했다.

인터뷰 내내 열정적으로 답변한 김수인 CPRO.

AI 헬피의 정확도는 사람과 비교해 어느 정도인가요?
코드를 간결하게 바꾸거나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 건 완벽한 수준이에요. 그런데 코드의 오류를 잡아내는 부분에선 튜터보다 부족한 점이 있어요. 앞서 말한 것처럼, 대부분의 질문에 ‘무엇이 오류고, 어떻게 고치고 싶다’는 구체적인 지시가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타사의 AI 코딩 챗봇과 비교한다면?
이건 확실히 말할 수 있어요. 한국어 자연어로 이뤄지는 코딩 질의응답에 한해선 AI 헬피가 훨씬 정확합니다. 기능도 더 많고요.

그렇게 단언할 수 있는 이유는 뭔가요?
요즘 다양한 곳에서 챗GPT를 활용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는데, 대부분 챗GPT를 끌어다 쓴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앱에 구글 지도를 추가하듯 공개된 API를 있는 그대로 활용한 거죠. 경우에 따라 이것도 충분히 유용하겠지만, ‘코딩 질문에 최적화된 서비스’라고 부를 수 있으려면 더 ‘질 좋은’ 데이터를 학습해야 합니다. 바로 이 부분이 AI 헬피의 강점이죠.

AI 헬피는 엘리스가 보유한 15만건의 코딩 질의응답 데이터셋을 기반으로 제작됐어요. 다양한 문제에 대해 학습자가 어떤 시도를 했으며 결과가 어땠는지 같은 일련의 과정이 전부 담겨 있죠. 이 데이터를 GPT-3에 학습시켜 코딩 질문에 특화된 AI로 조정(Fine-tuning)했어요. 그래서 코딩 질문에 한해선 챗GPT보다 답을 더 잘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공개된 거대언어모델을 기반으로 엘리스만의 모델을 개발 중입니다.

15만건이라는 데이터가 많은 편인가요?
해외에도 코딩 질의응답 데이터셋만 선별해 학습한 거대언어모델들이 있습니다. 이 중 연구용으로 공개된 가장 큰 데이터셋 규모가 1만 5천건이라고 해요. AI 헬피는 이보다 10배 더 많이 학습한 셈이죠. 무엇보다 한국어 데이터 기반이라는 점도 강점이고요.

앞으로 튜터를 모두 AI로 대체할 계획인가요?
아닙니다. 아마 상호 보완하는 관계가 될 거예요. AI 헬피 출시 이후 학습자의 질문 패턴을 보면, 먼저 AI 헬피에게 질문한 뒤 해결되지 않을 때 튜터에게 도움을 구해요. 이처럼 피드백 속도와 정확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합니다.

3. 기업의 디지털전환과 비개발직군 교육 중요

엘리스 설립 당시 국내는 ‘개발자 붐’이 한창이었다. 코딩 교육 플랫폼 대부분이 ‘취업률 몇%’를 내세우며 B2C 시장을 공략했다. 그런데 엘리스는 달랐다. 우직하게 기업 대상 DX 시장에 집중했다. 미래엔 모든 산업이 ‘디지털화’할 것이란 판단 때문이었다.

이는 적중해 지금은 재계 20위권 기업 18곳을 포함한 대학·정부·공공기관 등 2,000여 곳에 맞춤형 디지털 교육을 제공하는 명실상부 국내 1위 기업 DX 전문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DX가 뭔가요?
DX는 기업을 둘러싼 모든 것을 디지털 기반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말합니다. 업무 방식을 온라인으로 변경하는 것뿐 아니라, 기업이 지닌 각종 데이터를 디지털화하고 정리해 전에 없던 사업 기회를 창출하는 과정까지 포함해요. 엘리스는 이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노하우를 쌓았죠.

DX가 왜 중요한가요?
기업 혁신에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제는 꼭 IT 기업이 아니더라도 디지털 사업에 대한 대응이 없다면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워졌죠.

엘리스는 국내 1위 기업 대상 디지털전환(DX) 교육 플랫폼이다. 김수인 CPRO는 “기업의 DX 수요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기업의 DX 수요는 어느 정도인가요?
2020년부터 높아지기 시작했어요. 금융 기업의 디지털 서비스 강화 같은 게 대표적이죠. 코로나19로 인한 광범위한 재택근무도 계기가 됐고요. 그러던 지난해 말 챗GPT가 등장한 뒤 산업 전반에서 디지털전환이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AI 같은 기술을 잘 써먹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분위기가 퍼졌어요. 때문에 최근 B2B 시장이 급격히 커져 원래는 개발자 양성만 하던 B2C 업체도 이쪽으로 사업 분야를 넓히는 상황입니다.

엘리스는 처음부터 기업 DX에 집중해왔는데, 지금 같은 현상을 예견한 건가요?
정확한 시기까지는 몰라도 언젠가 모든 기업이 디지털화할 것이란 확신은 있었죠. 그게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으니까요. 실제로 미국은 우리보다 먼저 DX 교육에 투자했어요.

그럼 엘리스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고 있나요?
우선 기업 재직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코딩 교육 플랫폼을 지원합니다.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교육이 인기 강좌입니다. 한 번에 만명이 접속해도 끊김이 없을 만큼 안정적인 서비스를 구축했어요. 기업 입장에선 비용과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습니다. 또 기업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최적화된 데이터 활용 컨설팅도 함께 진행합니다.

DX 대상에 전 직원이 포함되던데, 비개발직군도 꼭 코딩 교육을 받아야 하나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거든요. 고객사 사례를 예로 들면, 한 문과 출신 비개발직군 직원이 엘리스 DX 교육을 수강한 뒤 직접 기업 내부 데이터를 활용해 렌터카 사고 빈발 지역을 지도화한 서비스를 개발했습니다. 이게 큰 성공을 거뒀고 전담 부서까지 생겼죠. 데이터를 잘 다루려면 결국 해당 분야의 배경 지식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일화입니다.

개발은 결코 개발자 혼자 하는 게 아니에요. 다행히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코딩 배우기가 훨씬 쉬워졌습니다. 비개발직군에게는 새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 온 셈이죠.

4. 코딩 더 쉬워져… 전산학 이해 높여야

AI 기술이 개발 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지금보다 하이레벨(High-level)의 프로그램 개발이 가능해질 겁니다. 예를 들어 디버깅(오류 수정)의 경우 단순한 작업인데 시간이 무척 많이 걸려요. 이런 일을 AI가 대신 해줍니다. 개발자는 단순 반복 노동에서 해방돼 더 고도화된 소프트웨어를 기획하고 설계하는 데 시간을 투자할 수 있습니다.

자연어로 명령하면 알아서 코드를 짜주는 ‘코딩 비서’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AI 때문에 개발자가 일자리를 잃게 되진 않을까요?
소프트웨어 설계와 최적화는 여전히 사람이 할 겁니다. 소프트웨어를 구성하는 각각의 코드를 블록에 비유한다면, AI는 개별 블록은 잘 만들어도 이것들을 조립하진 못해요. 어떤 블록이 더 필요한지, 혹은 과잉인지도 알지 못하죠.

요컨대 한 소프트웨어를 두고 어떤 기능이 필요한지 구상하거나, 적합한 알고리즘과 최적화된 코드를 판단하는 일 모두 사람의 역할로 남을 겁니다. 반대로 말하면 단순히 코드 제작만 하던 개발자는 AI에 밀려 사라지겠죠.

개발자에게 필요한 역량도 달라지겠군요.
개발의 본질은 세상에 필요한 무언가를 만드는 거예요. 코딩은 도구일 뿐이죠. 그런데 지금까지는 ‘도구를 다루는 스킬’이 뛰어난 개발자가 대접 받았습니다. 앞으로는 소프트웨어의 전체 구조를 구상하고 효율화하는 능력이 더욱 요구될 겁니다.

이런 능력은 어떻게 기를 수 있나요?
프로그래밍의 근간 학문인 전산학(컴퓨터과학)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엘리스가 커리큘럼 과정의 많은 부분을 전산학에 할애하는 이유죠. 대부분의 수강생은 곧바로 실습하길 원합니다. 그런데 비록 재미는 없더라도 전산학에 대한 기본 지식을 확실하게 갖춰야만 더 우수한 개발자로 성장할 수 있다고 봐요.

마지막으로, 예비 개발자를 위해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AI의 발전을 기회로 여기세요. 거창한 걸 준비할 필요는 없어요. 앞으로 코딩은 엑셀만큼 쉬워질 겁니다. 그러니 더욱 부담 없이 시도하고 다양한 걸 만들어 보세요. 전부 자산이 될 겁니다. 현역 개발자 분들도 마찬가지예요. 기술의 등장을 더 큰 가치 창출의 기회로 여긴다면 길이 보일 겁니다.

전산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춘 개발자가 되어야 한다고 조언하는 김수인 CP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