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신규 기본 폰트 선보이는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의 개성을 보여줄 ‘앱토스’
지난 14일 마이크로소프트가 15년 동안 365 오피스 프로그램 기본 폰트 왕좌에 집권하던 칼리브리(Calibri)를 대체할 새로운 기본 폰트를 발표했다. 2007년부터 수많은 기술 혁신이 있었고, 이에 고해상도 화면을 위한 맞춤형 폰트를 마련했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기본 폰트는 고유한 개성을 조용한 방식으로 전달하며, 그 성격은 우리의 개성이 되기도 하다. 그리고 기본 폰트는 종종 이력서와 같은 문서에 사용돼 다른 사람에게 누군가를 소개하는 수단이 된다”라며 기본 폰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마이크로소프트는 15년 동안 사용하던 칼리브리를 어떤 폰트로 교체했을까? 또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이번 글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기본 폰트 쇄신에 대해 다룬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기본 폰트 후보군
지난 2021년 마이크로소프트는 ▲테너라이트(Tenorite) ▲비어슈타트(Bierstadt) ▲스키나(Skeena) ▲시포드(Seaford) ▲그랜드뷰(Grandview) 5개 폰트로 이루어진 새로운 기본 폰트 후보군을 공개했다.
먼저 테너라이트는 전통적인 산 세리프 스타일의 폰트다. 큼직하고 넓은 비율이 특징으로 악센트, 구두점 등의 세부 표현이 확실하기 때문에 작은 디지털 화면에서도 읽기 편하고 둥글고 넓으며 선명한 모양으로 개방된 인상을 제공한다.
비어슈타트 역시 산 세리프 폰트이지만 20세기 중반 스위스의 타이포그래피에 영감을 받았다. 가독성이 좋고, 단순하면서도 합리성을 표방하는 다목적 폰트를 목표로 하고 있기에 어디에서든 정교하고 안정감 있는 인상이 특징이다.
스키나는 기존에 사용자가 익숙하게 사용하던 세리프 스타일을 휴머니스트 시각으로 재해석했다. 아날로그 손글씨 느낌이 묻어나는 획의 굵기 차이가 특징이며, 긴 문서와 짧은 문단 모두에 이상적인 폰트이기에 다양한 사용처에서 활용 가능하다.
시포드 역시 세리프를 기반으로 한 폰트다. 부드럽고 유기적인 비대칭 형태를 띄고 있는 시포드는 글자를 구분하기 쉬운 가시성뿐만 아니라 편안함과 친숙함을 동시에 제공한다.
그랜드뷰는 과거 독일의 도로와 철도 표지판에서 나타나던 산 세리프 폰트 변형인 ‘딘’ 폰트에 영감을 받았다. 과거에 공공 기관 표지판에서 사용했던 스타일인 만큼 어떤 환경에서도 오랜 시간 편하고 쉽게 읽을 수 있는 가독성 중심의 폰트다.
2021년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다섯 최종 후보군에서 사용자 피드백을 받아 최종 기본 폰트를 결정할 것이라 밝혔고, 마침내 올해 새로운 폰트가 발표됐다.
새로운 기본 폰트 ‘앱토스’
2023년 7월 마이크로소프트는 사용자 피드백을 바탕으로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비어슈타트를 새로운 기본 폰트로 선택했다. 이렇게 기본 폰트로 선정된 비어슈타트는 명칭이 ‘앱토스(Aptos)’로 변경됐다.
기존 비어슈타트라는 이름은 콜로라도 록키 산맥의 이름에 따온 것이지만, 동시에 독일어로는 ‘맥주 도시’를 뜻한다. 그 결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캘리포니아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미편입지구 ‘앱토스'(Aptos)를 떠올린 것에 유래해 명칭을 변경했다. 디자이너가 좋아하던 해변, 세쿼이아 나무, 산 등 캘리포니아 내 사랑스러운 요소가 가득 차 있는 장소였고, 앱토스 역시 이렇게 다양한 요소를 담아내길 원했기 때문이다.
이름이 변경됐지만 폰트의 디자인은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획의 끝은 선명하게 구분돼 있고, 굵은 글씨와 얇은 글씨 사이의 대비가 없어 깔끔하고 질서정연한 느낌을 준다.
그밖에도 앱토스 소문자 i는 대문자 I와 구분할 수 있는 독특하고 특징적인 꼬리가 있다. i와 j의 머리 부분에는 정사각형 대신 원형 점을 넣었다. 숫자 6은 끊기는 부분이 없이 한번에 쓰인 싱글 스트로크지만, 숫자 8은 타원을 두 개 겹치는 형태를 하고 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앱토스 폰트 작업에 있어 보편적인 매력을 가지면서도 기민한 어조를 동시에 갖춘, 전문적이고 적응력이 높으며 우아하게 절제된 폰트를 목표로 작업했다고 밝혔다.
폰트 디자이너 ‘스티브 매트슨’
이번 앱토스는 업계 최고의 폰트 디자이너 중 한 명인 ‘스티브 매트슨(Steve Matteson)’이 작업했다. 매트슨은 이전에도 윈도우 기본 폰트인 세고에(Segoe)를 디자인한 경력이 있으며, 윈도우3.1 트루타입 핵심 폰트 개발에도 참여한 바 있는 베테랑 디자이너다.
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내 마음 속에는 항상 인간적인 면을 조금이라도 넣어야 한다는 작은 목소리가 존재한다”라며 이번 앱토스 폰트 디자인에 있어 휴머니스트 터치의 관점에서 디자인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 매트슨은 이번 앱토스 폰트가 보편적인 매력을 가지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디자인 의도를 덧붙였다.
실제로 그는 앱토스 폰트의 R과 G에 작은 스윙을 더하는 것으로 인간미를 표현했다. Q는 타원형보단 완전한 원형으로 보이게끔, U는 넓게 뻗어나가도록 디자인을 진행했다. 칼리브리 폰트와 다르게 단자도 날카로운 느낌이 선명하다. 이는 인간미가 느껴지면서도 비즈니스적인 폰트라는 특징을 강조하는 부분이다.
또한 매트슨은 칼리브리 폰트 대체의 일등공신 중 한 명이지만, 여전히 칼리브리 폰트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변화를 원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칼리브리에 문제가 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칼리브리의 제작자인 루카스 드 그로트(Lucas de Groot)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
걱정되는 점?
이번 오피스 프로그램의 기본 폰트 변화는 적지 않은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의 칼리브리는 전 세계 수억 명의 오피스 사용자가 가장 많이, 흔하게 사용하는 폰트 중 하나였다.
많은 문서에 있어 폰트는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최악의 경우 폰트 변경으로 서식이 무너지는 문서까지 존재한다. 이와 같은 문제로 인해 미 국무부의 경우 기본 폰트인 ‘타임스 뉴 로만’ 폰트를 칼리브리로 전환하는 데 장장 16년이라는 세월을 소모했다.
이런 사용자 우려와 피드백을 반영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신중을 기울여 기본 폰트 업데이트를 준비 중에 있다.
매트슨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다양한 시나리오에서 앱토스 폰트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했다”며 “엑셀 스프레드시트에서 칼리브리 폰트를 앱토스로 변경하더라도 셀의 숫자가 넘쳐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사용자의 걱정을 덜었다.
앞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앱토스를 새로운 기본 폰트로 결정했지만, 후보군에 있던 나머지 4개의 폰트가 아예 폐기된 것은 아니다. 나머지 4개의 폰트 모두 오피스 프로그램의 사용 가능 폰트 목록에 추가됐다.
앞으로 수 개월 동안 마이크로소프트는 업데이트를 통해 ▲워드 ▲파워포인트 ▲액셀 ▲아웃룩 등 모든 365 오피스 프로그램의 사용자 기본 폰트 설정을 모두 앱토스로 변경할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앱토스 폰트는 마이크로소프트 365 오피스에 제공되는 광범위한 신기능의 일부이다. 우리는 소프트웨어를 더욱 표현력 있고 포괄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더 큰 변화와 개선을 예고했다.
15년 오랜 세월 동안 오피스 프로그램과 함께 우리와 동행하던 칼리브리의 빈자리를 앱토스가 제대로 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