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성 콘텐츠의 확장성
‘사라지는’ 콘텐츠의 특성을 활용한 마케팅
경계에 있는 우리들
HCI KOREA 2018
사람과 기술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들에 우리는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HCI는 그 경계가 아직은 불편하게 놓여 있는 곳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함께 이야기 나누며 고민하고 풀어보는 자리이다. 이번 SPOTLIGHT에서는 사람이 기술에 혹은 기술이 사람에게 녹아들기 위해 노력하는 다양한 사례들을 살펴봤다.
지난 1월 31일~2월 2일, 하이원리조트 컨벤션센터에서 3일간 진행된 HCI KOREA 2018 학술대회. ‘Trans-Humanity 경계의 확장’이라는 주제로 막을 올린 이번 HCI KOREA는 사람과 기계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나타나는 영향을 다각적으로 다루는 자리였다.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HCI(Human-Computer Interaction). HCI KOREA(이하, HCI)는 그 이론과 응용방법을 함께 모여 연구하는 모임이다. 행사에서 공유하는 주제들은 현업 종사자조차도 낯선 이야기로 가득하지만 현재 기술발전의 위치를 알아보고 논의해보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유용한 자리다. 그만큼 기술발전에 인간이 대처해야 할 자세는 무엇일지 고민하고 연구하는 이들로 가득한 HCI 현장. 경계에 서있는 그들은 과연 이번 HCI에서는 어떤 고민을 나눴을지 살펴보자.
글. 디아이매거진 편집국 di@websmedia.co.kr
일부 기사는 기자가 각색해 작성한 것으로 실제 발표 내용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일상을 날것 그대로
휘발성 콘텐츠
스냅챗과 인스타그램에서 볼 수 있는 ‘휘발성 콘텐츠(ephemeral photo sharing=disappearing)’가 젊은 층의 SNS 콘텐츠 소비 방식을 이끌고 있다. 휘발성 콘텐츠는 스냅챗에서 처음 플랫폼의 핵심 기능으로 등장했다. ‘펑’하고 사라지는 자폭 메시지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메시지를 자동으로 삭제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일상을 공유하고 쌓아놓은 SNS 본질에 역행하는 기능이 유행한다는 점에서 SNS 유저가 점차 자신의 일상 공유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이번 논문 발표는 이러한 휘발성 콘텐츠를 소비자가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지 더 나아가 기존의 비휘발성 콘텐츠와는 사진의 성격이 어떻게 다른지 ‘인스타그램 라이브스토리’를 중심으로 다뤘다.
Paper. An Exploratory Study on the Ephemeral photo sharing of Korean Smart-phone Users
Presenter. 서울대학교 유혜수, 송지은, 김진영, 이중식
내 일상을 ‘날것 그대로’
프레임 속 모습을 자신의 의도에 맞게 보정하고 편집해 포스트에 고정적으로 올리는 비휘발성 콘텐츠와 휘발성 콘텐츠는 그 성격이 조금은 다르다. 논문의 연구에 따르면 비휘발성 콘텐츠의 분류 기준으로는 휘발성 콘텐츠를 모두 분류할 수 없다는 결과를 얻었다. 그만큼 유저는 비휘발성 콘텐츠로 일상을 날것 그대로 담아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휘발성 콘텐츠 사용자는 어떻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을까. 휘발성 콘텐츠를 사용한 실험자의 대부분이 ‘효과(위치태그, 텍스트, 해시태크, 스티커, 이모티콘 등)’를 사용해 사진을 부연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제된 프레임에 마음에 드는 사진을 얻기 위해 몇 번이고 사진을 찍고 수정을 거쳐 올리는 비휘발성 콘텐츠에 비해 ‘지금 이 순간’을 그대로 공유한다는 성격이 강하다 보니 사진에 일정한 맥락이 담기지 않는 탓이다. 때문에 연구는 휘발성 콘텐츠와 비휘발성 콘텐츠의 가장 큰 차이점은 ‘맥락’으로 꼽기도 했다. 보여지기 보단 지금 자신의 느낌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소통하는 것을 즐긴다는 걸 알 수 있다.
순간만 공유하고 사라지는 콘텐츠
위의 연구사례를 통해 휘발성 콘텐츠의 ‘사라진다’는 개념이 기존 분류체계로도 나눌 수 없을 만큼 사용자에게 자유도를 부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개방된 공간에 콘텐츠를 게시하지만 그럼에도 모두에게 개방되고 공유되고 싶지 않는 유저의 심리를 잘 이용한 기능이 아닐까 싶다. 이렇듯, 휘발성 콘텐츠가 유저에게 자유도를 부여한다면 마케팅적인 입장에서는 유저의 관심도를 순간적으로 끄는 콘텐츠가 될 수도 있다.
휘발성 콘텐츠의 확장성
휘발성 콘텐츠 그 자체만을 핵심 콘텐츠로 설정해 스타들의 마케팅에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는 플랫폼이 있다. 휘발성 콘텐츠와 실시간 라이브를 결합한, 사진 영상 공유 앱 ‘피퍼(peeper)’다. 일상 사진 중 기억 하고 싶은 사진을 선택 ‘공개(Show)’하면, 팔로워와 친구들이 실시간 푸시 알림을 받는 방식으로 하루의 일상을 제한시간 동안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다.
사진 공유 방식도 독특하다. 사진 종류에 따라 공개 대상을 전체공개, 친구공개, 지정친구 공개와 같이 사진별로 선택 공개할 수 있으며, 1시간~24시간 중에서 선택한 제한시간 동안만 일시공개 후 자동으로 삭제되는 방식을 적용했다.
재밌는 건 휘발성 사진 공유를 ‘한류 스타 아이돌’과 연계해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정식 서비스를 론칭한 후 약 3개월 만에 30만 이상의 글로벌 사용자를 확보했는데 한류 스타를 중심으로 타깃팅했기에 가능했다. 전 세계 영향력 있는 스타들의 비하인드 일상, 티저 콘텐츠 공개, 모바일 팬미팅 형태의 스타와 팬의 라이브 채팅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살짝 들여다보다(Peep)’라는 의미를 가진 플랫폼명에서도 알 수 있듯 스타의 일상을 들여다 보고 싶어하는 팬들에게 피퍼의 기능은 매력적일 만하다. 스타의 일상이 궁금하다면 병아리 캐릭터를 누르면 일상을 공유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고 스타는 자신의 일상을 보고 싶어하는 피드백이 많을수록 일상을 게릴라로 공개하게 된다. 스타와 팬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이 실시간으로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순간적으로 사라진다’는 특성을 ‘일정 시간만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게릴라 방식으로 해석한 콘텐츠 소비의 확장성을 지켜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