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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발주자 키햐가 국내 최대 주류 쇼핑 앱으로 거듭난 비결 (feat. 재고 관리 전략)

정지우 키햐 부대표 인터뷰


스마트오더 플랫폼에 입점한 주류 도매사의 고민은 재고 관리에 있어요. 앱으로 주문이 들어올 때만 출고되는 ‘스마트오더용’ 술이 창고 한쪽에 가득 쌓여 있고, 이를 도매사 마음대로 판매할 수 없거든요. 한 마디로 ‘묶여 있는 재고’인 셈이죠.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정지우 키햐 부대표
키햐_성장
키햐는 2022년 설립돼 현재 국내 최다 주종을 확보한 주류 쇼핑앱으로 성장했다(자료=키햐)

2022년 설립된 키햐는 국내 대표 주류 스마트오더(쇼핑 앱) 스타트업 중 하나입니다. 주목할 점은 후발주자임에도 ‘물량’에서 경쟁사를 압도한다는 사실인데요. 키햐는 현재 가장 많은 주종을 갖춘 주류 쇼핑 앱이고요. 최근 15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생존 경쟁에 돌입한 국내 주류 스마트오더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고무적인 성과입니다. 정지우 키햐 부대표는 “오프라인 네트워킹에 집중한 덕에 빠른 성장이 가능했다”고 말합니다.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가 도매사 없이는 성립 불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인 만큼,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과거 렌터카와 꽃배달 시장의 O2O 서비스인 카모아와 코스믹라떼를 운영할 때도 이 같은 원칙을 적용해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데요. 플랫폼 전문가 정지우 부대표를 만나 O2O 서비스를 성공으로 이끄는 비결을 들었습니다.

경쟁 치열해지는 주류 스마트오더 시장

주류 스마트오더란 앱으로 술을 주문한 뒤 근처 편의점이나 식당에서 수령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최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MZ세대와 여성 소비자 유입으로 국내 주류 시장 자체는 꾸준히 커지고 있지만요. 엔데믹을 거치며 온라인으로 술을 주문하는 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편의점과 유통 대기업이 주류 스마트오더 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입니다.

1세대 주류 스마트오더 스타트업이자 업계 톱3로 꼽히던 달리가 지난 17일 서비스를 종료한 건 이 같은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통합니다.

업계에선 달리가 충분한 ‘기본기’를 쌓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 점을 지적합니다. 주류 스마트오더 시장에서 성공하는 요인은 크게 3가지, 즉 1) 제품 종류 2) 픽업 매장 수 3) 가격 경쟁력인데요. 달리는 이중 제품 종류와 픽업 매장이 충분치 못했고요. 이 가운데 식당과 협업해 음식과 술을 패키지로 판매하는 전략으로 수익 구조를 확대하려 했지만, 결국 소비자를 사로잡는 데 실패하며 서비스 종료를 결정했다는 이야기입니다.

키햐는 이런 문제를 정공법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습니다. 우선 국내서 가장 많은 주종을 확보해 소비자를 지속 유입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고요. 위스키와 사케 등 여성과 MZ세대가 좋아하는 트렌디한 제품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동시에, 당일 배송(일부 지역 한정)이라는 파격적인 혜택을 내걸며 동종 업계에선 보기 드문 ‘락인 효과’를 거두고 있죠.

정지우 키햐 부대표는 ‘오프라인의 가치’에 집중한 점을 비결로 꼽습니다. 주류 도매사가 처한 고민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한 뒤 그에 대한 실질적인 솔루션을 제공했고요. 그 덕에 돈독한 신뢰 관계가 구축되며 다른 플랫폼에선 구하기 힘든 제품까지 입점시킬 수 있었다는 설명입니다.

키햐_부대표_인터뷰
키햐는 플랫폼 산업에서 10년 이상 경험을 쌓은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된 조직이다. 이번 투자도 뛰어난 인재에서 비롯됐다는 설명. 정지우 부대표(사진)는 2013년 틱플 부대표로 시작해 2015년 코스믹라떼(꽃배달 O2O 플랫폼)를 공동창업했으며, 2019년부터는 팀오투(카모아)에서 기획/디자인을 총괄했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유휴재고는 비용’… 도매사 고민을 해결하다

키햐는 2022년 설립 당시 시장 진출의 실마리를 물류에서 찾았습니다. 당시 주류 스마트오더에 입점한 도매사의 가장 큰 고민이 물류에 있었거든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국내 주류 스마트오더 시장의 특수한 상황을 알아야 합니다. 2020년 법이 개정되며 술을 온라인으로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렸는데요. 규제상 스타트업이 직접 술을 매입할 순 없었고, 대신 도매사를 통해야 했습니다.

따라서 1세대 스타트업은 파트너십을 맺은 도매사에 “우리 쪽(앱 주문용) 물량을 매입한 뒤 창고에 보관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물론, 도매사 사비로요. 원활한 발주 및 재고 파악을 위해 해당 술을 다른 목적으로 판매하지 말라는 조건도 붙였습니다.

바로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재고가 곧 돈’인 도매업 특성상, 창고 한쪽 공간을 차지한 채 기약 없이 출고를 기다리는 스마트오더용 재고가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재고회전율이 느린 시기에는 더더욱요. 정지우 부대표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시장 조사를 위해 방문한 도매사 모두 스마트오더 재고 때문에 고민이 많았어요. 창고에 가보면 정말 많은 물량이 쌓여 있었는데요. 문제는 도매사 마음대로 소진할 수 없다는 점이었어요. 스마트오더 입장에선 자신들 재고를 명확히 파악해야 하니 이 같은 요구가 당연했겠지만, 도매사는 창고 공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던 거예요.

특히 일반인이 주 고객인 주류 스마트오더 특성상 주문량은 보통 ‘병’ 단위인데요. 이게 주류회사 발주로 넘어가면 ‘박스’ 단위로 매입을 해야 해요. 따라서 고작 몇 병 판매하려고 박스째 주문해야만 하는 상황이 반복됐고, 결국 소진되지 못한 재고가 축적되는 상황이 이어졌던 것이죠.

키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쟁사와 정반대 접근법을 취하기로 합니다. ‘재고 공유방식 유통 시스템’이라고 부르는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한 건데요. 방식은 간단합니다. 도매사에 별도 매입을 요구하는 대신, 도매사가 원래 보유하고 있는 재고를 파악해 그 안에서 스마트오더 주문을 소화하는 겁니다. 도매사의 재고 관리 부담을 줄이고 실질적인 이익을 제공하는 방안이었죠.

도매사에 ‘우리쪽 물량을 확보해주세요’라고 요구하는 대신 ‘여기(창고) 있는 술을 팔아드릴게요. 그냥 재고만 알려주세요’라고 제안했어요. 모든 도매사가 환영했어요. 유휴 재고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지금 갖고 있는 물량까지 팔아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던 것이죠.

업계 최초로 도입한 재고 공유 방식은 도매사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이는 키햐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제품군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현재 키햐는 전국 각지 17개 도매사와 맺은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2000여 종이 넘는 술을 취급하고요. 이를 통해 설립 2년 만에 월평균활성사용자(MAU) 22만명, 누적 거래금 21억원을 달성하는 성과(2024년 9월 기준)를 거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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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햐는 제품 규모, 큐레이션, 서비스 편의성 등 기본기에 집중한 주류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다(자료=키햐)

재고 관리의 어려움, 신뢰로 해결

그런데 말이죠. 이런 비즈니스 모델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스마트오더 출고분과 도매사 자체 출고분을 실시간으로 파악해야 하는 만큼 경쟁사보다 재고 관리가 훨씬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17개나 되는 도매사 모두에 직원을 파견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재고 파악 실패는 주문 취소 또는 배송 지연으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는 매일 도매사로부터 재고 현황을 공유 받습니다. 하지만 가끔 연휴라든가, 어떤 연예인이 마셨다든가 하는 이유로 특정 제품의 인기가 높아질 때가 있는데요. 그럼 키햐로도 주문이 몰리고, 도매사 자체 출고도 급격히 늘어납니다. 이때가 문제입니다. 주문 받은 제품을 발송하려고 봤더니 막상 도매사 창고에 재고가 없을 수 있기 때문이죠.

엄밀히 말하면 해당 물량은 모두 도매사의 자산이기 때문에 키햐를 위해 재고를 남겨둘 의무는 없습니다. 상황을 고지할 필요도 없고요. 그럼에도 키햐의 파트너사들은 갑작스러운 돌발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곧바로 키햐에 알려줍니다. 왜냐고요? 정지우 부대표에 따르면, 신뢰가 형성됐기 때문이라고요.

시스템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있어요. 재고 파악도 그 중 하나죠. 결국 O2O 서비스에선 도매사와 얼마나 좋은 관계를 쌓느냐가 중요한데요. 파트너 계약을 맺은 뒤로도 인간적인 스킨십을 늘리려고 노력했어요.

가급적 자주 만나 실무적인 고민을 공유했고요. 도매사마다 사무실 열리는 시간을 파악해 매일 아침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곤 했죠. 모닝콜하듯이요. 도매사 관계자분들이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먼저 나서서 상황을 공유해주는 것도 이런 관계가 구축된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스킨십만으로 신뢰가 형성되는 건 아닐 겁니다. 정지우 부대표는 “고객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키햐는 VOC를 세심하게 챙기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예상치 못한 이슈가 자주 발생하는 O2O 업계 특성상, 정형화된 답변을 제시하는 챗봇으로는 원활한 대응이 어렵다고 판단해 도매사마다 카카오톡 채팅방을 만들어 모든 의견을 하나하나 듣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있는데요. 재고 공유방식이 가장 대표적인 VOC 해결 사례고요. 배송 담당자에게 전달되어야 할 키햐 주문 건 공지를 카카오톡 알림톡으로 자동 발송하는 ‘발주 알림톡’을 파트너사 요청에 따라 직접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도매사의 고유 양식에 맞춰 발주가 자동으로 들어가는 ‘발주 자동 시스템’도 마찬가지고요. 이처럼 고객의 의견을 꼼꼼하게 듣고 실질적인 솔루션을 제시해주니 신뢰가 두텁게 쌓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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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구하기 힘든 주종을 갖춰 소비자가 키햐를 찾아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었다(자료=키햐)

키햐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보기 드물게 ‘락인 효과’를 발휘하는 플랫폼이라는 점입니다. 타깃을 3040 여성과 MZ세대로 뾰족하게 좁힌 뒤 이들 취향의 제품을 많이 확보한 덕인데요. 여기에서도 도매사와의 관계가 큰 도움이 됐다고요.

정 부대표는 “키햐는 고객의 절반 이상이 여성일 만큼 위스키와 와인, 과일 사케 등 트렌디한 주류를 많이 취급하고 있다”며 “특히 국내에서 찾기 어려운 해외 제품을 현지 협력사 도움을 받아 제공하는 해외 직구 서비스도 운영 중인데, 파트너 도매사들이 좋은 주류 수입사를 비롯해 다양한 네트워크를 적극 소개해준 덕에 타 플랫폼에선 보기 힘든 제품을 갖출 수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정리하면요. 후발주자인 키햐가 생존경쟁이 치열한 주류 스마트오더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오프라인 네트워킹에 집중한 점’에 있습니다. 1) 시장조사를 통해 도매사의 고민(유휴재고)을 파악한 뒤, 2) 자신들만 할 수 있는 혁신적인 솔루션(재고 공유방식 유통 시스템, 발주 자동 시스템 등)을 제시했고, 3) 그간의 O2O 스타트업 운영 노하우를 살려 성공적으로 수행 중입니다. 이를 통해 국내 최대 주종을 갖춘 주류 온라인 쇼핑앱으로 거듭날 수 있었죠.

이는 비단 주류 스마트오더 시장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정지우 부대표는 오프라인에 집중하는 것은 모든 O2O 서비스가 명심해야 할 기본 자세라고 강조합니다.

O2O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오프라인 네트워크, 다시 말해 도매사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에요. 이 사업 모델 자체가 도매사가 있어야만 가능하거든요. 한번 거래하고 말 것이 아니니 신뢰를 얻는 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고요. 무엇보다 우리 서비스를 통해 그들의 고민을 실질적으로 해소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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