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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에 담긴 100년 대한민국 최초 습판사진관 #등대사진관

국내 최초로 습판사진 연구에 성공해 100년 동안 보존되는 기록을 만드는 등대사진관.

마지막으로 필름을 인화해 앨범 정리를 했던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날만큼 손으로 만지는 사진이 귀한 시대다. 그나마 기념삼아 찍었던 폴라로이드 사진도 어디에 뒀는지 기억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대신 오늘도 엄지손가락으로 연신 셔터를 누른다. 그 덕에 스마트폰 갤러리 속 수 백장의 사진은 빛을 보지 못한 채 오늘도 아래로, 아래로 밀려만 가지만.

언젠가 한 번은 스마트폰을 꺼내 무언가 찍으려다 문득, 이걸 찍는 게 의미가 있을까 망설였던 적도 있다. 그저 아무 때나 내키면 찍고, 이리 저리 보정했다가 영 마음에 안 들면 삭제해버리면 그만인, 마치 소모품처럼 사진을 대해서일까.

그러다 우연히 방문한 어느 사진관 덕에, 왜 사진이 필요한지 다시금 그 의미와 가치를 생각하게 됐다. 아니, 언제쯤 이렇게 꼭 한 번 찍어보고 싶다는 욕심마저 생겼다. 국내 최초로 습판사진 연구에 성공해 100년 동안 보존되는 기록을 만드는 곳, 바로 등대사진관에서 말이다.

등대사진관에서는 내가 원하는 찰나를 위해 수십 수백번을 찍지도,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수정하지도 못한다. 대신에 10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꼭 간직해야만 하는 그 무엇인가를 기록하기에 이 곳만큼 적합한 곳은 없을 것이라 감히 말한다.


만세 함성 가득한 사진전

지난 3월 1일,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사진 전시회가 열렸다. 어느 갤러리도, 광장도 아닌 용산역 기찻길에서 말이다. 100년 전 유관순 열사의 혁명가적 모습을 100여년 전 습판사진기법으로 재현해 열사의 숭고한 정신을 오마주한 ‘유관순 열사의 오마주’ 전시회. 이번 전시회의 기획은 대한민국 최초의 습판사진관인 등대사진관(이창 주, 이규열)이 기획·제작했다.

이번 전시의 무대는 높이 7m에 약 300m 길이로 된 대형 벽. 이런 대형 사진 전시회가 또 있었을까 싶다. 평소라면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그저 스쳐 지났을 이 곳에서 관객들은 거리로 나와 독립운동을 펼친 열사들의 함성과 그 날의 풍경을 고스란히 그려본다. 특히 습판사진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얼룩들이 관객을 당시 고통과 분노에 더욱 가까이 데려다 준다.

다시, 용산에서 외치다

특히 이번 사진전의 의미가 남다른 것은 전시가 열리는 공간인 용산역 기찻길이 100년 전 실제 태극기 물결을 이루고 만세의 함성이 들렸던 장소이기 때문이다. 용산은 조선군 사령부 청사가 있었던 곳이고, 조선 총독관저가 있었던 식민지 침략 역사의 중심지이며 일제 식민통치의 상징과도 같은 일제강점 역사의 중심지다. 최소 100만 명이 넘는 조선인이 용산역 광장에 모여 열차를 타고 군함도, 사할린, 쿠릴열도, 남양군도로 끌려갔던 가슴 아픈 사연을 기억하고자 용산역 광장 한 켠에 강제징용 노동자상도 2017년 세워진 바 있다. 그리고, 용산역 가까이 이태원 부군당 역사공원에는 유관순 열사의 추모비가 있고, 가까운 효창공원에는 식민지 역사박물관이 마련되어 있다. 용산에 깃든 치욕의 역사를 기념하는 역사공원조성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와 진실과 화해를 위한 기념 공원을 조성하자는 목소리가 가득한 이 용산 기찻길 옆 전시는 유관순을 통해 세상에 외치는 발언이기도 한 셈이다.

잠깐, 그런데 습판사진이 뭐지?

기자가 그러했듯, ‘습판사진이 뭐지?’하고 생소해하는 사람이 대다수일 것이라 생각한다. 습판사진기법은 1851년 영국의 프레드릭 스캇 아처(Frederick Scott Archer)가 발명한 19세기 사진술이다. 필름이 아닌, 철판이나 유리에 유제를 바르고 이것이 마르기 전 촬영과 현상을 하는 사진기법이다. 역사적으로는 인물사진이 활성화 되는데 크게 기여했던 사진술로, 대표적인 습판사진 작품으로는 선거 포스터로도 쓰여 당선에 활용된 링컨대통령의 사진이 있다. 1960년대를 대표하는 팝아트가 한국에서는 당시 자리매김을 못한 채 2000년이 넘어 자리매김하고 코리안 팝아트가 맹활약하듯, 이 습판사진은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으로 한국에 유입되지 못했던 장르이기도 하다.

100년 전 기술을 연구하는 이들

그렇다면 이렇듯 사라졌던, 아니 국내에는 들어온 적 없는 기술이 국내에 어떻게 선보여질 수 있었던 것일까? 이번 사진전을 개최한 등대사진관 이창주, 이규열 작가는 국내 굴지의 주류 잡지매체와 광고계에서 25년간 활발하게 활동한 사진가들이다. 이들은 상업 사진의 중심에서 활동하면서도 동시에 마치 역사적 사실에 저항하 듯, 2015년부터 습판사진을 독학으로 연구하며 고집스럽게 촬영하고, 알리고 있다.

등대사진관 이규열(좌), 이창주(우) 작가

이번 ‘유관순 열사의 오마주’ 전시를 습판사진으로 선보인 것 역시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유관순 열사의 혁명가로서의 정신을 이 시대 사람들에게 알리고, 독립유공자들과 유족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게다가 습판사진이 100년이상 보존되는 특성과 맞물려, 3.1일 운동의 정신을 과거 100년으로부터 미래의 100년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이보다 더 적합한 기술이, 이보다 더 적합한 사진가들이 또 있었을까. 앞으로 이들이 습판사진에 담아 낼 100년의 기록들이 더욱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