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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N잡러’에서 크리에이터 육성하는 교수님으로

박성배 세종사이버대 유튜버학과장 인터뷰

[아도바 내러티브 인터뷰 #3]

2020년 설립된 세종사이버대학교 유튜버학과는 국내 4년제 대학 최초로 1인 창작자를 전문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인 미디어 교육 기관으로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3년간 교수진 확보와 교육 커리큘럼 구축에 힘쓴 결과다.

구독자 45만 유튜버 ‘절약왕 정약용’, 37만 ‘JohnKOBA Design’ 등 유튜브 실버 플레이 버튼을 가진 교수가 5명에 달한다. 최근에는 구독자 1천만으로 국내 28번째 다이아 버튼을 받은 ‘김프로’가 교수직을 맡아 가을 학기 개강을 앞두고 있다.

유튜버학과가 업계에 자리잡는 과정에서 박성배 학과장은 ‘키맨’ 역할을 톡톡히 했다. 2020년 학과 설립과 동시에 부임한 그는 매해 플랫폼 트렌드를 반영한 실무적인 교육 커리큘럼으로 수강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유튜버와 강사 사이에서는 1인 창작자를 육성하는 학과에서 유일하게 실버 버튼을 가진 학과장으로 이름이 났다.

음악으로 먹고 살겠습니다. 근데 이제 SNS를 곁들인…

이미지 1. 박성배 저서 ‘음악으로 먹고살기’

박성배는 학과장 취임 전, ‘뮤직 비즈니스’라는 독특한 전문성을 쌓았다. 음악을 전공했지만, 순수하게 음악만 해서는 벌이가 되기 힘들다고 생각해 다양한 비즈니스를 연결하고자 했다. 여러 기업과 단체를 대상으로 선거송, CM송 등 로고송을 작곡해주는 사업을 했고, ‘음악으로 먹고살기’라는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화두에 오른 ‘N잡러’ 타이틀을 10년 전에 이미 갖고 있었던 셈이다.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그가 가장 애착을 가졌던 영역은 SNS 커뮤니티였다.

이미지 2. 박성배가 2012년부터 운영해온 페이스북 커뮤니티 ‘실음모’

대표 성과는 페이스북 그룹 ‘실용음악과 입시생들의 모임’(일명 실음모)이다. 한창 운영할 때는 회원수가 7만명까지 늘어났다. 지금도 운영 중이다. 예전만큼 신경 써서 관리하지는 못하지만, 아직도 실용음악과 입시와 관련된 온라인 커뮤니티 중에서는 포털과 페이스북을 통틀어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후발 주자로 시작했지만, 끝까지 살아남았다.

‘실음모’를 개설할 당시 그는 어느 대학에서 겸임 교수직을 역임하고 있었다. 수많은 응시생 중에서 옥석을 가리는 역할을 하고 실음과 동향을 잘 파악하고 있었으니,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다. 학생들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이 돌고, 커뮤니티는 빠르게 규모를 확장해 나갔다. 이후에는 학교, 학원, 악기사 등 업계 관계자까지 참여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박성배 또한 인플루언서로 발돋움했다. 심지어 그가 입시철에 하는 말에 따라 대학 지원율 판도가 바뀌기도 했다. 강한 영향력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비즈니스 아이템으로써 소셜 미디어를 다시 보게 된 계기였다. 결국 그는 평생 해온 음악과 저울질할 정도로 소셜 미디어에 빠져들었다.

그러다 전환점을 맞았다. 그는 이런 저런 사업을 하면서도 추계예술대학교에서 문화예술학 박사 과정을 밟으며 콘텐츠를 연구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학위를 취득했다. 목표를 이뤄냈지만, 머릿속은 복잡했다. 업에 대한 고민이었다. 박사 과정을 밟으며 처음으로 음악을 벗어나 다른 영역에 발을 디딘 터였다. 그는 한동안 음악과 소셜미디어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길었던 고민은 생각보다 간단하게 해결됐다. 세종사이버대학교에서 유튜버학과를 신설한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박성배는 지체하지 않고 결정을 내렸다. 채용 공고를 보고 ‘그래 이거다!’라는 생각을 했다.

인생 2막’ 박성배 교수 이야기

다음은 아도바에서 창작자 인터뷰를 담당하는 김민호와 세종사이버대 유튜버학과 학과장 박성배 교수가 나눈 일문일답.

학과장으로 부임하실 때, 유튜버 경력도 있었나요?
유튜브를 막 시작한 시기였어요. 구독자가 만명 정도? 솔직히 지원하면서도 붙지 못할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쌓아왔던 소셜 미디어 경험을 학교에서 좋게 봐줬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 재임하면서 채널을 키우고 실버 버튼도 받으신 거예요?
네, 수업을 하다 보니 저도 실력이 늘더라고요. 지금도 채널을 운영하고 있고, 성과에 대한 자부심이 꽤 커요. 크리에이터를 양성하는 학과에서 학과장이 실제로 채널을 운영하는 사례는 거의 없을 거예요. 되게 힘들거든요. 교수로서 해야 하는 일 때문에 채널에 집중하기 어려운 것도 있지만, 시선이 꽤 부담돼요. 학교 관계자나 학생들이 다 보고 있잖아요. 처음에는 그 부담감을 이겨내기 힘들었어요. 그러다 실수도 하고 채널을 망가뜨렸죠…

채널을 망가뜨렸다고요!?
기존 구독자들을 다 놓쳐버렸어요. 제가 원래 음악 채널을 운영했거든요. 그런데 실적을 더 높이고 싶어 먹방을 해버렸어요. 보통은 먹방이 조회수가 잘 나와요. 그런데 제 채널 구독자는 노래를 좋아했던 사람들이었죠. 부담감이 너무 커서 합리적으로 생각을 못했어요. 보기 좋게 말아먹었죠, 하하…

실버 버튼은 어떻게 받게 됐나요?
망가진 채널이 오히려 계기가 됐죠. 유튜버들 사이에 ‘망가진 채널은 살릴 수 없다’는 말이 있어요. 저는 제 채널로 이 속설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하고 싶은 콘텐츠를 다 해봤죠. 어차피 더 이상 잃을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치고 올라갈 타이밍을 발견했어요. 유튜브가 ‘쇼츠’를 출시하고 한참 홍보하던 시기였어요. 유튜브가 보통 신기능을 활용하는 채널을 밀어주잖아요. 많은 사람이 쇼츠를 통해 조회 수와 구독자를 확보하는 전략을 한참 연구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콘텐츠 시장에서는 세계적으로 오징어 게임이 유행하고 있었고요.

그 때 오징어 게임 테마를 활용한 쇼츠 영상으로 구독자 10만을 달성했어요. 한 영상이 조회수 천만을 넘긴 거예요. 영미권 밈 ‘Mommy Mama’를 오징어 게임 등장인물에 합성한 영상이었어요. 그 때부터 조회수 백만, 천만을 넘는 콘텐츠가 꾸준히 생기고 구독자도 급상승해 지금은 30만을 넘겼네요.

고정 관념을 완전히 깨부쉈군요! 유튜버 사이에서 꽤 유명해지셨겠어요.
강사들 사이에서는 체면을 좀 차렸죠 하하. 반 농담으로 “역시 교수”라는 사람도 있었고요. 제게는 굉장히 의미 있는 성과예요. 우리 학과가 유명세를 타게 된 계기이기도 하거든요. 선발 주자로서 좋은 성과를 내서 그런지, 다른 학교에서 창작자를 교육하는 학과를 만든 사례가 꽤 있어요. 그런데 학과장 중에 저처럼 음악인 출신이 많아요. 꼭 크리에이터가 아니더라도 음악을 하는 분들이 많이 부임하시더라고요. 우리 학과가 다른 학교에서 벤치마킹할 수 있는 좋은 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은 주로 어떤 분들인가요?
초보자부터 채널을 오래 운영하신 분까지 다양해요. 기존 채널을 운영하는 분들은 대부분 정체기를 맞았어요.

그렇게 정체된 채널은 어떤 문제를 갖고 있나요?
콘텐츠가 획일적이에요. 꾸준히 콘텐츠를 만드니까 구독자가 순환하기는 해요. 그런데 너무 비슷해서 치고 나가지를 못하죠. 여기서 딜레마에 빠져요. 슬럼프를 벗어나려고 다른 장르를 하면 알고리즘이 꼬여버려요.

교수님께서 생각하는 해결책은 무엇인가요?
제 경우에는 전체적인 콘텐츠 주제는 유지하되 다양한 기능을 활용해요. 특히, 유튜브에서 새로 내놓은 기능에 집중하죠. 2020년에는 유튜브에서 라이브 기능을 많이 강조했잖아요. 그 다음이 쇼츠였고요. 요즘은 커뮤니티를 많이 밀어주죠. 이렇게 유튜브가 강조하는 기능을 콘텐츠와 융합시키는 전략이 제일 좋다고 생각해요.

이미지 3. 스튜디오에서 온라인 강의를 송출하고 있는 담당 엔지니어

그런 정책적인 트렌드는 어떻게 읽으시나요?
유튜브에서 배포하는 뉴스레터도 보고, 강사들과 정보 교류를 많이 해요. 서로 정보를 나누고 의견을 공유하면서 가설을 세우죠. 그리고 그 가설을 제 채널에서 테스트하면서 개인적인 노하우도 쌓고 있습니다.

굉장히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연구와 교육을 병행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겠는데요?
그럼요. 학과장으로서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교수진이 두터워야 해요, 하하. 저는 영상 편집이나 기획보다는 플랫폼 자체에 집중하고 있어요. 지금은 교수님이 많이 계셔서 좋은 강의를 제공할 수 있고, 간혹 연예인을 초청해 외부 강의도 하고 있어요. 이렇게 다양한 교수님이 제공하는 커리큘럼으로 재학생들이 ‘육각형’ 역량을 갖춘 창작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4. 특강 중인 600만 틱톡 크리에이터 ‘듀자매’ 허정주

앞으로는 세종사이버대 유튜버 학과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나갈 생각이세요?
현재 커리큘럼은 유튜브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유튜브 채널을 성장시킬 수 있는 전략과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드는 법에 대한 교육이죠. 앞으로는 교육 범위를 넓히려고 해요. 메타버스, 확장현실(XR)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도 창작 활동을 하는 날이 곧 온다고 생각해요. 우리 유튜버 학과도 영상 콘텐츠에만 머물지 않고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다양한 교육 커리큘럼을 제공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