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 혹은 재미, 언택트 마케팅
이니스프리, 아마존 고, 씨유… 언택트 마케팅의 사례들
온라인에서의 편한 경험을 오프라인에서도
언택트 마케팅
‘언택트 마케팅’은 이미 익숙해진 흐름이지만 최근 색다른 마케팅 방식과 함께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이니스프리 ‘혼자 볼게요’ 바구니와 침묵택시 등이 그것. 이번 특집에서는 이러한 현상과 접목해 언택트 마케팅을 단순 비대면이 아닌 ‘온라인에서의 편한 경험을 오프라인에서도’의 측면으로 풀어냈다. ‘온라인에서의 편한 경험’은 무엇이며, ‘그 경험이 오프라인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01. 내겐 너무 취향 저격인 온라인 경험
02. 편의 혹은 재미, 언택트 마케팅
03. 언택트(Untact), 단절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연결이 되기를
편의 혹은 재미, 언택트 마케팅
낯선 사람과의 대화가 껄끄럽다는 의견이 근래 별안간 등장한 것은 아니다. 전화를 통한 주문이 불편하다는 요구에 배달 앱이 나왔고, 점원을 통하지 않고 주문하고 싶다는 요청에 스타벅스 코리아의 사이렌 오더가 출시됐다. O2O(Online to Offline)로 불리는 이 같은 서비스가 우후죽순 등장한 2010년 즈음부터 ‘사람과의 접점을 최소화하려는 시도’는 이미 움트고 있었다. 단어로 길어 올려지지는 않았으나, 오래전부터 함께 해온 흐름인 ‘언택트’가 새삼스레 소비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그 시도가 전환점을 맞은 까닭이다. 챗봇, 인공지능, 디지털에 즉각 기록되는 오프라인 동선 등, ‘완전한 무인’을 실현할 수 있는 기술적 토대는 이미 마련됐고, 서비스로 구현한 사례도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기업들은 단순히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거나 사람이 아닌 기계와 접촉해 사용자 경험의 모든 과정을 완료하게끔 하는 등, 여러 방향으로 해당 흐름에 대응하고 있다.
말이 없어서 친절한
이니스프리의 ‘혼자 볼게요’ 쇼핑 바구니는 언택트 마케팅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국내 사례다. 2016년 이니스프리는 자사의 일부 매장에 ‘혼자 볼게요’라고 적힌 쇼핑 바구니를 비치했다. 직원이 말을 거는 데 불편함을 느끼는 고객을 위해서다. 해당 바구니를 들고 매장에 입장한 고객에게는 점원이 따로 말을 걸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작년 3월, ‘침묵 택시’가 등장했다. 일본 도쿄의 미야코(都) 택시가 자사의 일부 차에 적용한 침묵 택시는, 기사가 승객에 먼저 말을 거는 상황을 제한한다. 기사는 목적지를 묻거나 긴급 상황에 대응할 때, 손님이 먼저 말을 걸었을 때를 제외하고는 말을 할 수 없다.
퍽 차가워 보이지만, 해당 마케팅에는 긍정적인 반응이 훨씬 많다. 이니스프리는 전국적으로 적용 매장을 늘리고 있고, 침묵 택시는 ‘국내 도입 시급’을 외치는 이들을 여럿 만들었다. 두 서비스가 얼핏 ‘말을 금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쌍방향 말하기’를 가능케 하는 서비스인 까닭이다.
유효한 대화
두 사례는 모두 대화를 원하는 고객과 그렇지 않은 고객을 분류하고 개인 성향에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방점이 있다. 이니스프리는 혼자 볼게요 바구니 옆에 ‘도움이 필요해요’ 바구니를 나란히 비치했고, 침묵 택시에서도 고객이 말을 먼저 붙이면 기사님과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
두 사례에서 언택트 마케팅은 단순히 ‘단절’을 가리킨다기보다는, ‘필요한 게 있으면 먼저 찾아갈 테니 내게 당장 필요 없는 것에 대해 말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에 대한 피드백이다. 대화하기를 원하지 않는 고객에게 말을 붙여봐야 그것은 ‘일방향’ 말 쏟아내기에 그치고 말은 무용해질 테니, 그 말이 유효한 사람에게만 말 붙이도록 만든 것이다.
물론, 단순히 ‘말을 원하지 않는 고객의 요구도 배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언택트 마케팅이 전개된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모든 고객이 잠재적으로 ‘대화 하고 싶어 하는’ 고객으로 상정됐던 때와 그 고객 중 반이 ‘대화 하고 싶지 않아 하는’ 고객이라는 점을 인지했을 때 매장에 필요한 인력 수에는 차이가 있을 밖에 없는 까닭이다. 인력이 기술력으로 대체된 서비스에서는 그 간극이 훨씬 크다.
거의 완전한 무인
무인 매장 ‘아마존 고(Amazon Go)’는 매장 인력의 대다수를 기술이 대신한 대표적인 사례다. O4O(Online for Offline)의 대표사례로도 언급되는 아마존 고는 디지털(온라인)에 입력된 자사 고객의 데이터, 매장 안에서의 이동 경로, 앱에 연동된 결제 수단 등을 이용해 고객이 구매 경험의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고객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고르면 매장에 달린 카메라가 고객의 동선을 파악해 즉시 고객의 휴대 기기에 깔린 연관 앱의 ‘장바구니’에 동일한 물건을 추가한다. 물건을 집으면 고른 물건의 총합이 즉각 기록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고른 물건을 계산할 계산원이 필요하지 않고, 고객이 매장을 나설 때, 앱에 기록된 물품의 총합이 자동으로 연계한 결제수단에서 빠져나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계산대 앞에서 줄을 설 필요가 없다. 아마존고는 공개 직후 ‘유통의 미래’로 불리는 등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국내 편의점 브랜드 씨유(CU) 역시 작년 말 셀프 결제 앱 ‘CU Buy-Self’를 개발하면서 무인 편의점의 출발을 알렸다. 여기서도 가장 강조되는 점은 ‘줄 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해당 앱 사용이 가능한 점포에는 QR코드가 부착돼 있다. 스캔 이후 상품 스캔 화면으로 이동, 원하는 상품의 바코드를 고객이 직접 스캔해 구매하는 방식이다.
또 다른 즐거움
위의 사례에서 ‘인력보다 효율적’이라는 면에 주목해 기술이 ‘편의 제공’ 목적으로 도입됐다면, 이 기술이 퍽 ‘재미’있을 수 있겠다는 점에 주목해 마케팅에 도입한 사례도 있다. 2017년 하반기에 개장한 올리브영 강남점이 그 예다. 올리브영 강남점은 언택트에 더해, 맞춤형 큐레이션을 콘셉트 삼은 드럭 스토어다. 상품을 올리면 다양한 제품 정보를 보여주는 스마트 테이블, AR 기능을 가진 키오스크(Kiosk. 디지털 자판기)를 통한 가상 메이크업, 피부 나이 측정 및 필요 제품 추천을 겸하는 스마트 미러 등이 매장 안에 비치돼 있다.
위 사례들은 모두 구체적인 전개 방식에서는 차이를 보이나, ‘언택트 마케팅’이라는 큰 개념 안에 포괄된다. 기술의 발전으로 전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 ‘언택트’라는 흐름에 앞으로 기업은 어떻게 대응하게 될 것인지, 혹은 되어야 할 것인지, 그 청사진을 세 번째 주제에서 살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