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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수, 탈 쓰고 살아가는 모든 ‘어른이’에게

디지털시대의 시선으로 바라본 10살 펭귄

남극에서 온 10살 펭귄, 펭수

EBS 연습생인 펭귄 캐릭터 ‘펭수’의 시대이다. 펭수는 우리가 기존에 알던 캐릭터와 다르다. 시도 때도 없이 EBS 사장님 성함인 ‘김명중’을 외치고, 여차하면 KBS 이적설을 언급하기도 한다. 귀여운 겉모습과 다르게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사는 펭수의 차별적인 캐릭터는 큰 화제가 되면서 유튜브 채널 흥행은 물론 타 방송국에 패널로 출연하는 등 독보적인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본래 10대를 타깃으로 한 교육방송이지만 펭수 캐릭터의 팬층만큼은 2030세대가 압도적이다. 펭수의 유튜브 팬들은 ‘내가 왜 이걸 보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힐링 되는 것 같다’라는 반응이다.

‘할많하않’ 시대의 통념 뒤집다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대중의 큰 호응과 관심의 이유는 의외성과 해학적 재미 때문일 것이다. 다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사회에서 각자만의 탈을 쓰고 살아가는 우리 모습과도 닮았다.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는 ‘할많하않’이란 말이 손해 보지 않기 위해 침묵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보여줬다면, 펭수의 캐릭터성은 이러한 통념을 정면으로 반격한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삼키던 시대에서 할 말은 하는 시대로 변해가는 과도기인 지금, 펭수라는 캐릭터가 떠오르는 맥락은 ‘워라밸’, ‘라떼는’, ‘꼰대’ 등 탈권위적인 사회로 나아가려는 저항적 흐름과도 결을 같이 한다.

어른이 감성 탑재한 어른용 뽀로로

펭수의 인성을 뜻하는 ‘펭성’ 논란만큼이나 펭수는 여러 콘텐츠에서 솔직한 언행을 이어간다. 하지만 대중들은 오히려 이를 카타르시스로 느끼며 ‘어른이 감성’으로 펭수를 소비하고 있다. 어른이 만화라면 과거에 ‘네모네모 스폰지밥’이라는 애니메이션이 생각난다. 분명 어린이를 위한 콘텐츠였지만 스토리라인과 캐릭터성을 들여다보면 웃기기보다도 ‘웃프다’는 메시지가 강했다. 직장인을 대변하는 징징이, 괴짜 스폰지밥, 바보 뚱이, 자본주의와 권력을 상징하는 집게 사장 등 펭수라는 캐릭터를 빗대어보면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스폰지밥’과 많이 닮아 있는 것 같다. 있는 그대로의 가장 나다운 모습이 가장 가치 있는 모습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걸까?

내 안에 갇힌 솔직한 나를 찾다

펭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자신만의 철학을 이야기합니다.

‘교육이란 그냥 살면서 배우는 거라고 생각한다.
가 가르쳐줄 수 있는 게 아니다. 삶 그 자체다.’

사실 우리는 펭수를 통해서 배우지 않아도 이미 세상살이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펭수는 예고 없이 어른이 되어버린 지난 시간을 억누르며 어른인 척 살아온 우리의 모습과 그 이면의 솔직한 내 모습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그동안 잃어버렸던 나를 찾으며 통쾌해한다. 어쩌면 펭수라는 캐릭터 탈 안에 들어 있는 것은 그냥 좀 웃긴 사람이 아니라, 남들에게 좋게 보이고자 하고 싶은 말 못 하고 살았던 ‘나’의 탈에 갇힌 진짜 내 모습 아닐까? 마냥 자유로운 펭귄을 통해 살면서 마냥 자유로울 수 없는 솔직함에 희열을 찾는, 디지털 시대의 시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