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원끼리 숙소 잡고 하루 16시간씩 몰두 [UXer의 오답노트②]
이선미 브이리뷰 프로덕트 디자이너 인터뷰
UX 일잘러가 되고 싶다고요? 다른 회사 직원들은 어떻게 일하는지 궁금하다고요? <디지털 인사이트>가 UX 실무자 인터뷰 시리즈 [UXer의 오답노트]를 진행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문제 해결 과정이죠. 먹기 좋게, 핵심만 깔끔히 정리했습니다. 다양한 실전 노하우를 확인해 보세요.
SYNOPSIS
지난 여름 제주도의 한 숙소. 이선미 프로덕트 디자이너(브이리뷰 제품팀)가 며칠째 머무르는 곳이다. 문밖에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건만, 감상에 젖을 여유는 없다. 신기능 개발 프로젝트가 한창이기 때문이다.
이 디자이너가 주목한 지점은 패션몰 브랜드 고객사의 ‘사이즈 추천 기능’이다. 일반적으로 패션몰은 소비자가 입력한 키와 몸무게에 따라 정해진 사이즈를 자동으로 추천하는데, 동일한 브랜드여도 디자인이나 질감에 따라 옷의 핏은 달라지기 마련이라 실제로 옷을 받아 들고 실망하는 소비자가 많았다. 이 디자이너는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옷 사이즈 추천 기능을 개발하자’는 미션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브이리뷰는 인덴트코퍼레이션이 운영하는 리뷰 마케팅 서비스다. 소비자가 리뷰를 간편하게 올릴 수 있도록 돕는다. 물건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해당 대화창 안에서 바로 리뷰를 작성할 수 있도록 유도한 뒤 이를 쇼핑몰 웹사이트에 게시하는 방식이다. 메신저를 기반으로 하기에 사진이나 영상 리뷰도 손쉽게 수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디자이너는 위해 브이리뷰가 확보해둔 양질의 리뷰를 활용하기로 했다. ‘자동 추천’이라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실제 리뷰를 살펴보고 직접 사이즈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면 환불이나 교환 요청이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시간 여유가 없었다. 고객사와 엔드 유저(소비자)의 사용자 경험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프로젝트인 데다 처리해야 할 데이터도 방대했다. 본격적인 프로젝트 개발을 위해 짧고 굵은 몰입, 즉 ‘딥 다이브(Deep Dive)’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브이리뷰 제품팀 전원이 제주도 합숙을 결심한 이유다.
제주도 숙소는 팀원 10여 명이 사용하기엔 협소했다. 탁 트인 1층에 탁자를 가져와 작업실로 꾸몄다. 바다가 보이는 창문은 흰 종이를 붙여 칠판으로 만들었다. 요리와 청소 당번을 정한 뒤, 눈 뜨면 밥 먹고 일하고 자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일주일간 매일 12~16시간씩 프로젝트에 몰두했다.
이 디자이너는 프로젝트 전반을 설계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다. 짧은 시간을 깊게 집중한 덕일까. 빠른 시간 내에 결과물이 완성됐다. 이름은 ‘퍼스널 위젯’. 키와 몸무게를 입력하면 해당 조건의 리뷰를 모아주는 일종의 필터링 기능이다. 소비자는 선별된 리뷰 중 자신과 체형이 비슷한 사람의 착용 사진을 보며 실제 핏을 가늠할 수 있다. 브이리뷰로 확보한 사진 및 영상 리뷰 덕에 구현이 가능한 기능이다. 심플하지만 효과는 좋았다. 실제로 퍼스널 위젯 적용 후 사이즈 관련 불만 접수는 크게 감소했다.
INSIDE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브이리뷰 제품팀의 이선미 프로덕트 디자이너입니다. 이번 퍼스널 위젯 프로젝트를 비롯해 제품 개선 업무 전반을 담당하고 있어요.
퍼스널 위젯 기능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패션몰의 가장 큰 고민은 사이즈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체형 조건에 따라 정해진 사이즈를 추천하는데요. 옷마다 디자인이 다르다 보니 막상 구매 후 실망하는 소비자가 많아요. 퍼스널 위젯은 이런 문제를 최소화하는 기능이에요. 사이즈를 일방적으로 추천하기 보다는 소비자가 직접 사이즈를 찾도록 하는 것이죠. 필터링된 리뷰를 통해 손쉽게 실제 ‘착샷’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죠.
기능이 복잡해 보이지는 않는데, 합숙까지 간 이유가 뭔가요?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어요. 프로젝트 완성도에 대한 욕심도 컸고요. 우선 다뤄야 할 데이터가 많았어요. B2B 서비스는 원래도 데이터가 방대한 편인데, 그 대상이 리뷰다 보니 고객사 DB가 시시각각 업데이트 됐어요. 또 보여지는 기능 자체는 간단한 편이지만, 고객사와 엔드유저를 모두 고려해야 해 뒷단의 유저 저니는 꽤나 복잡했고요. 사무실에 앉아서 일하는 걸론 결과물이 어설퍼지겠다 싶어 합숙을 결정했습니다.
그럼 일주일 만에 프로젝트가 마무리된 건가요?
그건 아니에요. 실제 프로젝트 기간은 더 길었어요. 다만 본격적인 개발을 위해 일주일간 집중적으로 몰입을 했던 거죠.
이번 프로젝트에서 디자이너님의 역할은 무엇이었나요?
조금 전에 유저 저니가 복잡하다고 말씀 드렸죠. 이 부분을 먼저 설명 드려야 할 것 같아요. 브이리뷰가 리뷰를 수집하는 창구는 크게 두 가지예요. 하나는 챗봇이고, 또 하나는 쇼핑몰이에요. 엔드 유저 입장에선 이 두 창구에서의 사용자 경험(디자인, 문답 순서, 톤앤매너 등)이 동일해야 하고, 고객사 입장에선 수집된 리뷰를 최대한 간편하게 관리할 수 있어야 해요. 이런 문제 의식을 토대로 전체적인 기능을 설계하고, 소통하는 게 가장 큰 역할이었죠.
구체적으로는 팀원들이 본격적인 프로젝트에 착수할 수 있도록 유저 저니를 러프하게 설계했고요. 이후 벌어지는 피드백 과정에서 조율자의 역할을 맡았어요. 예를 들면 개발자가 제안한 기능을 곧바로 시각적으로 구현해 이를 고객사에 전달하는 식으로요. 원활하고 신속한 소통을 도맡았는데, 사실 모든 프로젝트에서 동일하게 적용되는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업무입니다.
이번 합숙으로 배운 점이 있다면?
일에만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의 힘을 느꼈어요. 생각보다 팀원간의 시너지가 커서 놀랐거든요. 아마 사무실에서 일을 했다면 설사 야근을 했더라도 이런 결과를 내지 못했을 겁니다. 어쨌든 출퇴근을 하다 보면 주의력이 분산될 수밖에 없었을 테니까요.
회사에서 은연 중에 합숙을 강제한 건 아닌지?
전혀요. 순전히 자발적인 선택이었어요. 다만 합숙을 결정하고 나자 회사가 금전적으로 많이 지원해주긴 했죠.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좁은 공간에서 하루 종일 일을 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죠. 서로 배려하고 열심히 소통한 덕에 무사히 프로젝트를 마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 그래도 일주일을 넘겼다면 조금 힘들었겠네요(웃음).
원래는 건축 디자이너였다고 들었습니다. 왜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길로 전환했나요?
이 일을 하면서 가장 즐거운 순간은 가설이 지표로 검증됐을 때입니다. 고객이 좋아해주는 모습도 뿌듯하고요. 그만큼 개발과 피드백 순환이 빠르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요. 이전에는 그렇지 못했죠. 건축 디자인 프로젝트는 대개 호흡이 길고, 결과물이 실제로 나오기까지 몇 년이 걸리는 경우가 부지기수거든요. 협업하고 소통하면서 끊임없이 제품을 개선해 나가는 업무 스타일이 마음에 들어요.
낯선 분야였을 텐데 어떻게 준비했는지?
닥치는 대로 공부하고 시도했어요. 독서, 온라인 강의, 역 기획, 다른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포트폴리오 구조 연구 등등. 실제로 웹 개발도 배워봤고요. 그리고 관련 커뮤니티를 적극 활용했어요. UIUX나 프로덕트 디자인에 대한 지식이나 조언, 채용 소식 등을 많이 접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되고 싶나요?
항상 도전하고 배우는 디자이너요. 제 좌우명이 “시도하기 전까진 모른다(Never Try, Never Know)”인데요. 건축에서 프로덕트 디자인으로 진로를 튼 것도, 이번 합숙 프로젝트를 시도한 것 모두 도전이었고 다행히 좋은 결과로 이어졌어요. 지금 하는 인터뷰도 마찬가지겠죠. 계속 부딪혀 가는 자세로 업무에 임하려 합니다.
SUMMARY
🗨 문제 발견
✔ 패션몰 고객사의 ‘옷 사이즈 추천 기능’ 문제점 발견.
✔ 일괄적인 ‘자동 추천’이 지닌 허점: 같은 사이즈여도 옷과 체형에 따라 핏이 조금씩 다름. 고객 불만 증가 요인.
🗨 가설 수립 및 검증
✔ 키와 몸무게 별로 리뷰를 필터링하는 기능 구상.
✔ 소비자가 직접 사진 및 영상 리뷰를 참고한다면 핏을 더 쉽게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
✔ 기능 개발 후 고객사의 사이즈 관련 불만 접수 감소.
🗨 배운 점
✔ 자동 추천이 마냥 해답은 아님.
✔ 자사가 보유한 자원(양질의 리뷰)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
✔ 팀 합숙과 같은 ‘딥다이브’를 통해 기대 이상의 시너지 낼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