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I/UX 트렌드

트위치 대체하겠다는 아프리카TV, 사용자 경험 현황은?

허니콤 모델로 본 아프리카TV UX 개선점

2024년 2월 23일

미국에 본사를 둔 방송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가 국내의 높은 망사용료를 사유로 오는 27일 공식적으로 철수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수많은 국내외 방송 플랫폼이 트위치의 빈자리를 대체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상황(연관 콘텐츠: 트위치 철수 코앞인데… 네이버 ‘치지직’ 사용성 여전히 ‘미흡’)이다.

와중에는 트위치의 경영 실패를 철수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적하며 트위치의 사용자를 흡수하겠다고 나선 플랫폼도 있다. 바로 오랫동안 국내 방송 스트리밍 시장에서 트위치와 경쟁해오던 ‘아프리카TV’다.

하지만 아프리카TV는 본래 수년 넘게 부침을 겪어왔다. 재작년부터 한창 개편을 이어오고 있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상황이다. 국내 트위치 코리아의 성장에는 과거 아프리카TV의 각종 논란과 사건사고들이 상당히 큰 지분을 차지한다는 시각도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큰 포부를 밝힌 아프리카TV의 사용자 경험은 어떨까? 이번 글에서는 UI·UX 디자인 평가에 자주 사용되는 ‘피터 모빌의 UX 허니콤 모델(Peter Morville’s User Experience Honeycomb Model)’로 아프리카TV 웹사이트의 UI·UX를 살펴본다.

차별화 기능으로 ‘유용성’ 챙긴 아프리카TV

피터 모빌 허니콤 모델의 첫 UX 핵심 원칙은 ‘유용성’이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그 목적성에 부합하고 있는지를 묻는 항목이다. 트위치 사용자를 유치하겠다고 나선 이번 아프리카TV의 경우, 사용자가 아프리카TV를 트위치 대신 사용할 수 있는지 검토해 유용성을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관점에서 아프리카TV는 상당한 유용성을 갖추고 있다.

아프리카TV가 트위치에는 없거나 상위호환 기능을 여럿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대표적인 기능이 바로 1080p 화질과 VOD 기능이다. TV 드라마조차 4K 해상도와 다시보기가 일상이 된 요즘 시대에 유용성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지만, 이번 아프리카TV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그동안 트위치 코리아의 지속적인 서비스 축소로 한국에서는 최대 720p 해상도 시청만이 가능하며, 방송 다시보기 기능 또한 이용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반면 아프리카TV는 현재 1080p 해상도 시청을 지원하며, 종료된 방송의 다시보기도 가능하다. 특히나 빠른 화면 변화로 해상도와 비트레이트에 민감한 게임 방송 시청자에게 있어서 방송의 해상도는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게다가 현재 아프리카TV는 1080p 해상도를 넘어 1440p 해상도 방송까지 테스트 중에 있다.

다시보기 역시 일부 트위치 스트리머들은 동시송출을 금지하는 파트너 계약을 해지하고 유튜브와 동시 송출해 따로 방송 다시보기를 지원할 정도였던 상황을 감안하면 아프리카TV의 1080p 해상도 방송과 VOD 지원은 트위치 사용자에게 있어서 충분히 메리트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일장일단의 ‘접근성’… 프로그램 설치 들이미는 아프리카TV

두 번째 UX 원칙 ‘접근성’은 제품이나 서비스에 사용자가 쉽게 접근해 사용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항목이다. 아프리카TV의 경우 로그인과 방송 시청 등의 편의성을 통해 접근성을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접근성 평가 관점에서 지금의 아프리카TV는 트위치를 뛰어넘었다고 보긴 힘든 상황이다. 바로 추가 프로그램 설치 요구 때문이다.

먼저 대표적인 웹사이트 접근성 평가 지표인 로그인은 아프리카TV가 트위치에 비해 우세한 상황이다. 실제로 별도 회원가입과 아이디와 비밀번호 생성을 요구하던 트위치와 다르게 아프리카TV는 트위치·네이버·카카오톡·애플 아이디 연동 로그인을 지원해 국내 사용자가 손쉽게 아프리카TV 회원가입과 로그인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간편한 회원가입과 로그인에 불구하고도 아프리카TV는 영상 시청에서 발목을 잡혔다. 현재 아프리카TV는 540p 이상 화질로 방송을 시청하기 위해서는 그리드 컴퓨팅 프로그램 ‘고화질 스트리머’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 제대로된 방송을 보기 위해서는 반강제적으로 PC에 프로그램을 따로 추가 설치해야 한다.

사실 아프리카TV의 이러한 그리드 컴퓨팅 프로그램 설치 요구는 트위치가 밝힌 철수 사유인 한국의 높은 망 사용료 때문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뒷사정을 알지 못하는 사용자에겐 그저 PC 성능과 인터넷 속도를 갉아먹는 악성 프로그램 설치 요구로 느껴질뿐이다. 심지어 아프리카TV는 추가 프로그램 설치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도 안내하지 않고 있다.

특히나 PC 성능을 중요시하는 게임 유저들은 더욱 이런 그리드 컴퓨팅 프로그램 설치에 다소 큰 반발을 내보이고 있다. 이미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아프리카TV의 그리드 프로그램 요구는 유명해 구글에서 아프리카TV를 검색하면 그리드 차단과 제거 등의 연관 자동완성 검색어가 제시될 수준이다.

기존 트위치가 추가 프로그램 설치 없이도 해외 1080p 해상도, 국내 720p 해상도 방송 시청을 지원했던 점을 생각하면 이렇게 서비스 사용자 경험에 있어 장벽을 세우는 아프리카TV의 요구는 접근성 원칙에 부합하다고 보기 힘들다.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매력성’ 찾는 중인 아프리카TV

세 번째 UX 원칙은 ‘매력성’은 여러 디자인 요소가 제품과 서비스는 물론 사용자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를 평가하는 항목이다. 그리고 이러한 매력성 측면에서 다년간의 아프리카TV의 개선 업데이트가 빛을 발했다.

실제로 아프리카TV는 지난 수년 동안 많은 비판을 받던 워터마크와 퍼스나콘 삭제, 메인 화면 및 채팅창 UI 개선, 태그 시스템과 다크 모드 옵션 등의 신규 기능을 추가하는 UI·UX 업데이트와 함께 간소하고 머티리얼하며 푸른색이라는 브랜드컬러를 적절히 강조하는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물론 이런 업데이트로 인해 몇몇 기존 아프리카TV 사용자들 사이에서 점점 트위치 같이 변하고 있다며 디자인 롤백 요구의 목소리가 종종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업데이트를 통해 지금의 아프리카TV는 과거 한국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갈라파고스식 구세대 방송 플랫폼이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해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지난해 아프리카TV에 합류한 UI·UX 디자인 구축·컨설팅 전문 에이전시인 CTTD의 이강연 대표는 지난해 9월 전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프리카TV는 미디어 플랫폼 사용자 경험을 고도화하고 서비스를 글로벌화해 트렌디한 서비스로 거듭날 계획”이라며 일련의 아프리카TV UI·UX 업데이트가 해외 진출까지 고려한 개편이라는 정보를 공유했다.

‘사용성’ 부족한 아프리카TV의 디자인과 아이콘

네 번째 UX 원칙 ‘사용성’은 심미적인 아름다움을 넘어, 친숙하고 사용하기 쉬운 디자인으로 사용자를 돕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항목이다. 때문에 이 사용성은 전체적인 UI 디자인의 완성도와 직결돼 있다.

아프리카TV 같은 웹사이트는 트위치에서 온 사용자가 아프리카TV의 게임 스트리밍 방송에 빠르고 효율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지를 평가해 사용성 유무를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용성 면에서 아프리카TV는 다소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응형 디자인과 아이콘 때문이다.

현재 트위치는 방송 섬네일, 방송 제목 텍스트, 태그, 스트리머 닉네임, 채팅창, 아이콘 등 웹사이트의 거의 모든 요소에서 사용자의 행동에 반응하는 반응형 디자인을 적용했다. 심지어 로고까지 사용자의 커서에 반응한다. 사용자가 현재 자신의 마우스와 키보드가 위치한 곳을 명확한 상호작용을 통해 보여주고 다음 행동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아프리카TV는 채팅창이나 방송 제목 같은 기본적인 부분에서도 반응형 디자인이 적용되지 않은 것은 물론, 일부 반응형 디자인이 적용된 요소들도 통일성이 부족한 상태다. 심지어 일부 반응형 디자인에는 사용자 중심이 아닌 공급자 중심의 디자인 의도까지 보인다.

아프리카TV의 아이콘 디자인이 대표적인 예시다. 생방송 UI 중 일부 BJ 구독버튼 아이콘의 경우 사용자의 마우스 커서가 접근하면 ‘지금 이 BJ 후원하고 본방입장+퍼스나콘 혜택까지!?’라는 문구와 붉은색으로 강조된 구독 아이콘이 함께 흰색 말풍선으로 표시된다.

하지만 바로 옆에 위치한 같은 크기의 별풍선 아이콘은 커서가 접근해도 검은색 배경의 작은 말풍선에 ‘별풍선’이라는 단어 하나만 표시된다. 같은 라인에 위치한 즐겨찾기 아이콘의 경우 앞선 두 아이콘과 다르게 강조 색상이 주황색이다. 또 즐겨찾기 버튼 옆에 위치한 UP 버튼은 신고 버튼과 동일한 붉은 색으로 강조 표시돼 혼란을 가중시킨다.

이런 아프리카TV의 아이콘 디자인은 공급자 입장에서 수익과 직결된 부분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런 통일성 없는 아이콘 디자인은 수익을 위해 사용성을 희생한 디자인이다. 트위치의 경우 아이콘에 배경 박스 효과를 적용해 디자인 통일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검색성 부족… 게임 방송 시청자 잡기엔 아직 미숙한 아프리카TV

다섯 번째 UX 원칙인 ‘검색성’에선 제품이나 서비스, 솔루션을 쉽게 찾을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웹사이트의 경우 정보 탐색 경로 및 구조도 포함된다. 하지만 현재 아프리카TV는 이러한 검색성 면에서 트위치에 비해 뒤떨어지는 모양새다.

실제로 현재 아프리카TV 게임 카테고리의 경우 메인 화면은 추천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매우 부실한 상태다. 트위치의 경우 ‘최근에 출시된 게임’ ‘스피드런 및 도전’ ‘카드 및 보드 게임’ ‘프로게이머’ 등의 자체 카테고리 및 방송 분류를 통해 스트리머가 방송 중인 게임은 물론, 방송의 성격이나 스트리머의 정보에 따라 분류하고 사용자에게 추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아프리카TV 게임 페이지는 이러한 분류 없이 전체 카테고리 하나에 모든 방송을 전부 표시하고 있으며, 정렬 기능 또한 ‘참여인원순’ ‘최신방송순’ 두 개밖에 없는 빈약한 상황이다. 또한 아프리카TV는 트위치와 다르게 방송 중인 게임의 제목도 방송 제목에 표시하지 않아 사용자는 현재 스트리머가 어떤 게임을 방송하고 있는지도 확인하기 힘들다.

기존에 아프리카TV에서도 게임을 주 콘텐츠로 방송하는 BJ도 여럿 있었으며, 이번에 아프리카TV가 흡수하겠다는 트위치 사용자 중 대부분이 게임 방송 시청자인 것을 감안하면 이러한 아프리카의 미흡한 검색성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가장 큰 ‘신뢰성’ 문제를 앉고 있는 아프리카TV

여섯 번째 UX 원칙이자 아프리카TV의 가장 큰 문제는 ‘신뢰성’이다. 신뢰성은 제품 및 서비스가 사용자에게 신뢰할 수 있을 만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항목이다. 하지만 현재 아프리카TV는 오랜 서비스 기간에도 불구하고도 사용자에게 신뢰성보단 사건사고의 터전이라는 이미지를 주고 있다.

실제로 현재 아프리카TV는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운영진의 갑질, 일관성 부족한 운영 방식, 기준이 부족한 제재, 과도한 과금 정책, 과도한 후원 의존성, 자극적인 방송으로 이어지는 수익구조 등 각종 사건 사고와 논란을 불러일으켜 대중에게 부정적인 이미지가 굳어진 상태다.

최근에는 참가 스트리머에게 누적 후원 금액 순위를 매기며 과도한 성적 노출과 노골적인 과금을 부추기는 소위 ‘엑셀방송’이라 불리는 방송 형태와 이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BJ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앞장서 모범을 보여야 할 서수길 아프리카TV CBO는 지난해 12월 최근 자신의 아프리카TV 생방송에서 BJ들과 술자리를 가지면서 여러 욕설과 비하 발언을 섞어 트위치와 네이버 비난해 물의를 빚었다.

결국 이런 아프리카TV의 행보는 신뢰성을 주지 못한 것을 넘어 아프리카TV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적지 않은 스트리머들이 트위치 한국 철수 상황에서 아프리카TV의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네이버 치지직 행을 선택하고 있는 중이다.

한 게임 스트리밍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쌓인 아프리카TV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치지직으로 향하는 스트리머와 시청자가 많다”며 “문제되고 있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아프리카TV로 온 일부 사용자들도 또다시 이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뢰성 문제는 아프리카TV 스스로도 인정한 단점 중 하나다. 실제로 아프리카TV는 관계자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모니터링 전담 인력 24시간 근무 체계를 통해 실시간 대응하고 있다”며 “혐오 발언이나 청소년 이용자에게 악영향을 끼칠 영상물을 색출해 관리하겠다”고 문제 상황 인지 현황과 대처 방안을 설명했지만 여전히 아프리카TV에선 각종 사건사고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 실상이다.

트위치 대체하기엔 ‘가치성‘ 부족한 아프리카TV

마지막 가치성은 위 모든 평가를 종합한 결과다. 이번 평가를 종합해보자면 아프리카TV는 6개 항목에서 4개 이상 미흡 평가를 받았던 네이버의 치지직에 비해 조금 상황이 낫긴 하지만 그렇다고 완벽하게 트위치를 대체하기엔 부족한 모습이다.

물론 지금도 많은 스트리머와 시청자가 아프리카TV에서 방송을 송출·시청하고 있다. 그런 만큼 평소라면 불편을 호소하는 사용자가 있더라도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업데이트를 준비하면 됐지만 현재 아프리카TV에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다.

트위치 철수까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으며, 트위치 철수 발표 이후 빠르게 트위치 사용자를 흡수하며 경쟁자로 부상한 치지직 또한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또한 아프리카TV의 경우 치지직과 달리 현재 정식 서비스 중이기 때문에 치지직과 다르게 세간의 평가 또한 더욱 엄격한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아프리카TV는 이미지 개선을 위해선 머리부터 발끝까지 뜯어고쳐 완전히 다른 명칭과 브랜드 이미지를 지닌 새로운 플랫폼으로 변모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아프리카TV는 3월 글로벌 플랫폼을 런칭하고 회사명을 ‘숲(SOOP)’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BJ라는 아프리카TV 방송인 명칭도 일반명사인 ‘스트리머’로 변경할 예정이다. 과연 이렇게 대대적인 리브랜딩을 예고한 아프리카TV가 사용자 경험까지 큰 개선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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