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에게 고민을 묻다 콘퍼런스 링크 미니세미나
급변하는 크리에이티브 업계 속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3인을 만났다.
디지털인사이트가 주관하는 콘퍼런스 링크 미니세미나 Creator’s Next Step이 지난 6월 12일 진행됐다. 이날 연사로 참여한 박지혜 아나운서, 박상현 본부장(前 펑타이 코리아), 신민호 본부장(더크림유니언)이 급변하는 크리에이티브 업계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 있는 과정을 풀어냈다.
강연에 참석한 현직 및 예비 크리에이터 역시 갖고 있던 궁금증과 고민을 쏟아냈다. 디자이너로서 무엇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이대로 같은 일을 계속하며 포트폴리오를 쌓는 게 맞는 것일지, 나를 브랜딩 하기 위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 건지 등 무언가를 만드는 이들이라면 맞닥뜨리게 되는 고민들이 가득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자리가 맞는 건지, 나아가고 있는 이 방향이 맞는 건지 잠깐 뒤돌아보며 한 템포 쉬어 갈 수 있었던 강연이 되었길 바라며, 지면을 통해 현장에서 오갔던 이야기를 풀어내봤다.
공감하는 디자이너
신민호 본부장
관점을 달리하며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광고에 박수를 보내고 싶을 때가 많다. 그중, 신민호 본부장이 언급한 영국 생리대 브랜드 ‘바디폼’이 선보였던 ‘피는 우리를 멈추게 할 수 없다(No Blood Should Hold Us Back)’도 마찬가지. 영상 속에는 격렬한 스포츠를 하는 여성과 중간중간 그들이 흘리는 피가 보이는데 영상이 끝날 무렵 생리대 광고였음을 알게 된다.
이렇듯, 관점을 달리한 결과물이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를 그는 이렇게 말한다. 다름을 인정했기에 나올 수 있는 결과물이라고. 이를 통해, 신민호 본부장은 디자이너의 본질적인 역할을 설파한다. 논리적인 사고 그리고 공감과 소통능력이 그것이다. 레퍼런스를 찾고 그림을 그려내는 역할을 넘어 본질적으로 인문학적 사고가 중요한 이유다. 디자이너는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넘어 설계자이니까. 취향이 아닌, 논리적인 근거로 자신의 디자인을 전달할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직업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
박지혜 아나운서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를 활용해 ‘운동하는 아나운서’로 성공적인 개인 브랜딩을 보여주고 있는 박지혜 아나운서. SNS 시작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팔로워가 급증하고 브랜드 컬래버레이션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에게 컬래버레이션을 요청한 브랜드에게 왜 자신과 진행하게 됐는지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콘셉트가 좋아서요’.
다른 어디도 아닌, 지금 서 있는 이곳에서 자신을 알리고 싶었던 그는 환경을 바꾼 것이 아닌 전달하는 수단을 만들었다. 바로, 뉴미디어를 통해 말이다. 그가 브랜딩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기까지, 다양한 인플루언서의 SNS과 매체특성을 분석했던 것도 이유 중 하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자신에 대한 마인드앱을 그리는 일이었다. 아나운서, 운동마니아, 등산, 수영.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 사이에서 그는 운동하는 아나운서라는 콘셉트를 설정하게 된다.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모두를 직업으로 삼을 수는 없을까 치열한 고민 끝에 나온 결과였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단단히 만들어나간 뒤, 그만이 할 수 있는 콘셉트를 설정한 것이다. 직업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그의 말이 계속해서 맴돈다.
습관을 만드는 디자이너
박상현 본부장
오늘도 카카오톡을 켜고 대화창을 열어 메시지를 작성한다. 페이스북을 열어 새로운 게시글을 확인하고 유튜브를 열어 추천해주는 영상을 돌려본다. 사실,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하기 어색할 정도로 이제 너무도 자연스러운 모바일 사용패턴이다. 그야말로, 습관이 되어버린 것이다. 박상현 본부장은 이 습관을 만들어내는 것이 곧, 디자인의 가치라 말한다. 디자인으로 어떤 임팩트를 줄지 고민하는 것을 넘어, 서비스를 습관적으로 사용될 수 있게 만드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디자인을 통해 제품을 습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그가 주목한 것은 ‘데이터’다. 예컨대, 사용자의 마우스 커서 위치를 통해 모바일 행동 패턴을 관찰해볼 수 있는 ‘히트맵’으로 디자인의 가치를 판단해볼 수 있는 것이다. UX의 본질은 단순히 사용자를 편하게 만들기 위함이 아닌, 사용자로부터 의도한 행동을 이끌어내는 역할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디자인의 쓸모는 미적 가치를 넘어, 사용자의 행동과 습관을 얼마나 잘 이끌어내는지에 달려있음을 깨닫게 된다.
Q & A
크리에이터에게 고민을 묻다
Q . 중견기업 인하우스 4년 차 디자이너입니다. 디자인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요즘 저보다 실력 좋은 젊은 분들이 많아 디자인을 계속하는 것이 맞는지 걱정입니다. 그래서 좀 더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공부할까 하는데 그 또한 늦은 건 아닐까 겁이 납니다. 지금이라도 우회하는 것이 맞을까요?
신민호 본부장
‘디렉션을 겸비한 디자이너가 살아남을 거라 생각해요.’
먼저, 툴에 목매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연필을 잘 잡는 걸 넘어, 어떻게 그리는지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디자이너는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잘 전달하는 사람이 돼야 해요. 물론, 툴을 잘 다루는 것도 좋겠지만 그보다는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걸 표현할 수 있는 정도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디자인이라는 업이 기술의 발전에도 사라지지 않을 거라 믿는 이유는, 판단하는 능력이 중요한 업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누구에게 잘 맞는지 아닌지 판단하는 건 인간의 몫이니까요. 그러니, 디렉션을 겸비한 디자이너가 살아남을 거라 생각해요.
박지혜 아나운서
‘나만의 무언가를 단단하게 만든다면 신경 쓰이지 않아요’ 퍼스널 브랜딩 관점에서 말씀드리고 싶어요. 젊은 분들이 치고 올라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은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 일 거예요. 하지만, 나만의 무언가를 만든다면 누가 치고 올라오든 신경 쓰이지 않아요. 내가 단단하니까. 누가 올라오는 걸 두려워 말고 내 것을 단단히 만든 다음 목표를 설정하라 말씀드리고 싶어요. 나만의 단단한 목표가 설정되면 이걸 배울지 저걸 배울지 갈팡질팡하는 대신, 내가 무엇을 배워야 할지가 명확히 나올 거예요.
Q 업계에서 경력을 쌓으며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아요. 주로 어떠한 고민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신민호 본부장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무심하게 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신입시절 때 디자이너로서 가장 치열하게 고민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본부장이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신입 때는 세상 찌질했던 디자이너였거든요(웃음). 일이 힘드니 회사를 그만둘까, 다른 일을 해야 할까 많은 생각이 스치더라고요. 꾀병도 부리고 도망도 나왔었죠. 그렇게 디자이너를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디자이너 선배들과 밤새 술을 먹고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종일 무슨 이야기를 했었나 돌이켜보니 디자인 이야기만 하고 있었더라고요. 좋아하는 디자인을 일로 치부해버리는 순간, 업무가 되어 나를 괴롭히는 존재가 되었던 거죠. 그때, 좋아하는 일을 무심하게 대하지 말아야겠다 생각했죠.
박지혜 아나운서
‘이 모든 경험이 쌓여 결국은 내가 되는 거니까요’
저는 하고 있는 일이 안정적으로 느껴질 때 가장 많은 고민이 들더라고요. 이 고민을 극복하기 위해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편이에요. 누군가는 전문성이 없다고 볼 수 있겠지만 무언가를 더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내가 만들어지고 그 경험 중 필요 없는 건 없다고 생각해요. 그 모든 게 쌓여져 내가 되는 거니까.
박상현 본부장
‘자신의 쓸모를 잘 다듬는다면, 성공을 위한 발판이 되어줄 거예요’
후배들의 고민을 듣다 보면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이대로 계속하는 게 맞을지에 대한 고민이 가장 많아요. 이렇게 같은 분야나 업무만 하는 게 맞을까, 이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포트폴리오에 도움이 되는 걸까 등등.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잘 포장하라는 거예요. 어떤 경험이든 업계에서 요구하는 경험은 분명 있을 것이고, 그 경험을 어필하기 위해 포장을 잘 하는 기술을 만들었으면 해요. 자신이 하는 일을 부정할 필요는 없어요. 여러분이 하는 디자인(혹은 무엇이든)은 분명 쓸모가 있을 테니까요. 그 쓸모를 잘 다듬는다면 성공을 위한 발판이 되어줄 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