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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크기는 숫자에 불과, 그러나 중요치 않은 건 아니다

포트폴리오의 다양성은 ‘Diversity’를 넘어 ‘모듈화’ 되어야 한다

크기는 숫자에 불과하다 –
하지만 그렇다고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에이전시로서 아이뱅크의 지난 20년은 고객의 고민, 생각을 구현했다면 앞으로의 20년은 고객보다 한발 앞서 고객의 비즈니스를 고민하고 고객에 맞는 미래지향적 모델을 제시해 고객을 성공에 이르게 하는, 컨설팅이 주가 되는 똑똑한 에이전시가 되었으면 한다.

  1. 름다운 꿈속을 헤매다 – 구시대의 에이전시
  2. 제는 현실을 자각할 때 – 스마트 에이전시
  3. 뱅뱅! – 새로운 시대의 도래
  4. 기는 숫자에 불과하다 – 하지만 그렇다고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똑똑한 에이전시가 되기 위해

지난 20년간 아이뱅크를 운영하면서 단 하루도 ‘그래도 여기까진 왔구나’하는 안도의 한숨을 쉬어 본 적이 없다. 사실 지금도 한해 한해가 버겁고 내년에는 또 어떤 문제가 우리를 당황하게 할까 불안하기만 하다. 요즘 청년들처럼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기는 마찬가지고, 이 힘겨운 레이스에서 낙오되지 않고 나에게 주어진 시간까지 내 역할을 충분히 다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늘 앞선다.

어쩌다 주어지는 휴가나 해외 행사에서도 애써 현실을 외면하며 나만의 시간을 만끽하려 해도 막상 혼자만의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안감은 어쩔 수가 없다. 안 가본 길을 간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어떤 일이 펼쳐질지 궁금하기보단 두려움이 앞서고, 더군다나 없는 길을 만들어가야 하는 경우에는 더욱더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년 동안 그랬듯이 앞으로의 20년도 감사하며 기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려 한다. 에이전시로서 아이뱅크의 지난 20년은 고객의 고민, 생각을 구현했다면 앞으로의 20년은 고객보다 한발 앞서 고객의 비즈니스를 고민하고 고객에 맞는 미래지향적 모델을 제시해 고객을 성공에 이르게 하는, 컨설팅이 주가 되는 똑똑한 에이전시가 되었으면 한다.

똑똑한 에이전시란 무엇이고, 왜 똑똑한 에이전시가 되려 하는가? 똑똑한 에이전시는 고객에게 바른길을 제시해주는 에이전시다. 바른길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경험이 있어야 하고, 경험이 부족하다면 지식이라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실력을 갖춰야 한다.

글로벌 대형 IT 회사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솔루션을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또는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와 경험을 바탕으로 진화된 넥스트(Next) 솔루션을 만들기 위해 직접 에이전시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지 이미 오래다. 글로벌 컨설팅회사도 마찬가지다. 자사의 컨설팅을 받은 고객이 Implementation 과정에서 이해가 떨어지는 에이전시 또는 SI 회사와 소통의 문제가 자주 발생함에 따라 컨설팅회사와 에이전시 간의 M&A가 빈번해졌다.

에이전시를 인수 합병하는 대형 컨설팅 기업들 (출처. Adweek)

이런 굵직하고 감당하기 벅찬 경쟁자가 시장에 속속 들어오는 상황에서 기성 에이전시들은 어떤가? 개인적인 생각은 아직은 비관적이지 않으며 다만 생각은 좀 짧게 하고, 작게라도 사람에 투자하고 관련 산업 동향이라도 고객에게 전달하려는 노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결국 이 모든 것은 사람이 하는 것이며 사람이 전부인 비즈니스가 바로 에이전시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가급적 많은 경험을 만들어주는 것이 가성비가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울러, 경험과 지식으로 무장된 좋은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을 멈추지 말자. 에이전시가 제일 어려워하는 부분이 아마도 능력 있는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급여체계일 것이다. 당장 이 부분은 왕도(王道)가 없는 듯하다. 차근차근 연봉을 현실화하려는 노력이 그나마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듯하다. 급여를 제외한 다른 부분에서라도 최선의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에이전시가 가지고 있는 인력 문제를 뛰어넘기 위해서, 우리는 가장 먼저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부가가치(附加價値)를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고품질(高品質)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회사는 실력 외에도 틀이 잘 갖춰져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회사의 가치(價値)가 고객지향(顧客志向)적인가? 회사의 가치(價値)가 정의(正義)를 추구하고 있나? 회사의 비전(Vision)은 얼마나 미래지향(未來志向)적이고, 어떻게 회사에 소속된 개인(個人)에게 향하고 있나? 또 직원들은 회사의 가치(價値)를 위해 얼마나 자신을 희생(犧牲)할 수 있나? 등등

가장 기본적인 ‘우리는 왜 여기에 모여 있나?’, ‘우리는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가?’라는 회사의 존재이유(存在理由)부터 회사의 자양분(滋養分)이라 할 수 있는 ‘우리는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나?’라는 회사의 가치(價値) 부분까지 더욱 직원들과 공유(共有)되어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현실적(現實的)인 목표(目標)를 가지고 정당(正當)한 평가(評價)를 통해 직원의 사기(士氣)를 높이고 자존감(自尊感)을 높이는 일을 회사는 해야 한다. 직원의 잠재력(潛在力)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환경과 다양한 의견이 오고 갈 수 있는 문화가 있어야 하고, 또 결정된 정책이나 안에 대해서는 충분히 존중하고 기꺼이 따라주는 성숙한 기업문화가 회사에는 필요하다.

아이뱅크의 가치인 정직(正直), 존중(尊重), 열정(熱情)

Modularity는 Diversity와는 다르다.

노벨 경제학자로도 유명한 제임스 토빈(James Tobin)은 자신의 금융시장 포트폴리오 이론을 설명하며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명언으로 분산투자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Don’t put all your eggs in one basket.”

– Portfolio Theory by James Tobin

최근 에이전시 비즈니스도 한 분야만 잘해서는 생존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제임스 토빈의 이론처럼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고 경쟁력을 키우라’는 말도 적절한 대답이 될 수 없다. 요즘 세상을 지배(?)하는 회사들을 보면, 역시 자본 많고 기술력 좋은 IT 공룡들이 세상을 좌지우지(左之右之)한다는 생각이 든다. 약육강식(弱肉強食). 좋은 아이디어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거대한 자본 앞에서무릎을 꿇고 회사가 흡수되는 것을 보게 된다.

때로는 인계자(引繼者)가 인수자(引受者)에 온전히 녹아들지 못해 사라지는 경우도 많이 보지만, 대부분은 더욱더 큰 시너지(Synergy)를 내며 자신의 영역을 더욱 확장해 나가는 것을 보게 된다. 소위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고 적응을 잘하는 자가 살아남는다.’라는 ‘적자생존(適者生存)’의 원리가 자연계에서는 통용될지 모르겠으나, 급변하는 IT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카멜레온처럼 빠르게 자신의 모습을 변화시키며 경쟁력을 가져간다는 것이란 거의 불가능하다.

요즘의 IT 환경은 금융시장만큼이나 예측이 어렵고, 또한 회사의 역량을 한 군데에 집중한다고 해서 회사의 리스크(Risk)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물론 한 분야에서라도 최고가 된다는 것은 엄청난 경쟁력이고 그에 따르는 많은 이득이 있음을 나 역시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긴 시간으로 볼 때는 한 가지만 잘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회사의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야 더욱 생명력이 길어지는 것이다.

다만, 변화하는 세상에서 진정 살아남고자 한다면, 다양하게 진화하는 IT 세상에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수이고, 새로운 지식과 자신의 강점(強點)을 최적(最適)으로 연동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신규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투자하고 경쟁하여 해당 분야의 선두로 올라서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정리하자면, 다양성(多樣性)은 필수이고 진화(進化)해야 함은 당연하나, 새로운 분야가 아무리 매력적이라 하더라도 기존에 갖추고 있는 비즈니스와 연관 관계가 없는 투자는 매우 힘든 영역이 될 수도 있다.

오늘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얘기는 회사의 포트폴리오의 다양성(多樣性)과 더불어 그 다양성(多樣性)이 Diversity에 머물지 않고 Module화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요즘 우리는 대부분은 경쟁 PT를 통해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PT를 하지 않더라도 고객은 다양한 방법으로 최고의 업체와 계약하고 싶어한다. ‘The winner takes all.’ 1등만이 시장을 지배하고 ‘1등만이 모든 것을 가진다.’라는 Zero-sum 구조에 살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생태계가 정말 모든 것이 1등에게만 집중되고 1등만이 모든 것을 다 누리는 구조일까? 1등이 아닌 2등, 3등은 살아남기 힘든 구조일까? 내 대답은 ‘NO’이다. 시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몇몇 업체는 도태되겠지만 해당 분야 1등이 아니더라도 1등이 없는 다른 경쟁력(다른 비즈니스 분야)을 가지고 있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요즘 고객은 많은 정보를 접하고, 고객 역시 다양한 시도를 요구받고 있다. 최근 진행되는 프로젝트를 보면 단순한 구축 프로젝트로 국한되지 않고, 데이터 분석을 요구하고 향후 마케팅까지 비즈니스 사이클(Business Cycle) 전체를 염두에 둔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과거처럼 두세 업체와 프로젝트를 하기보다 해당 분야 1등은 아니더라도 한 업체가 전체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원스톱(One-stop) 솔루션을 제공해 주길 원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오히려 최근에는 이런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 에이전시가 더욱 시장에 부합한다고 하겠다.

원스톱(One-stop) 솔루션의 예시

그러나 이 다양한 포트폴리오가 Diversity로 존재하면 안 된다. 반드시 연결 관계가 있어야 하며, 그 연결 관계를 가지고 있는 포트폴리오를 Modularity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모듈화를 이야기할 때면, 위험부담을 줄이고 비용 절감이나 시간 절감을 떠올리는 효과적인 수단을 이야기하지만, 좀 더 광의적인 차원에서 조직의 모듈화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고객이 디자인 변경을 요구할 때, 크리에이티브가 뛰어난 디자인 에이전시가 유리하겠지만, 디자인 능력이 좀 떨어지더라도 데이터를 이해하고 거기에서 인사이트(Insight)를 끌어내 UX/UI를 설계한다면 고객은 어디와 일을 하겠는가?

또, 고객이 쇼핑몰을 구축하려고 한다 가정해보자. Programming을 잘하는 에이전시와 프로젝트를 하려 하겠는가? 아니면 Programming 능력은 좀 떨어지더라도 개발 후 마케팅 전략을 시장 요구에 맞게 잘 세워주는 에이전시와 일을 하겠는가? 이 당연한 이야기가 지금 대한민국 에이전시에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다양한 분야에 진출한 에이전시라 하더라도 Modularity화 되어 있지 않아서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기고 고객의 신뢰를 잃게 되고 결국 해당 분야가 경쟁력을 잃던지 그 비즈니스를 포기하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모듈화가 가능 하려면, 먼저 해당 분야에 대해 충분히 기술적 노하우를 확보해야 하고, 홀로도 충분히 존재 가능 해야 하며, 타 비즈니스와 연결이 자연스러우며 서로 시너지(Synergy)를 창출해야 가능하다.

Modularity화 되면 시너지(Synergy) 창출이 가능하다 (출처. 게티이미지)

마지막으로 모든 비즈니스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으므로 사람이 제일 중요하고, 모든 관계에서는 진솔한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과 화학적 케미(Chemistry)가 작용했을 때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부서가 다양해지고 부서의 역할이 강조되다 보면, 당연히 그에 따르는 권한과 함께 책임도 요구된다. 책임감이 강할수록 부서는 서로 뭉치려 하고, 그러다 보면 원하든 원치 않든 부서 사일로(Silo)가 발생하게 된다. 사일로(Silo)는 부서 이기주의에서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부서의 책임감이 강해질 때도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인 것이다. 이러한 사내 사일로를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꾸기 위해서는, 부서장들의 이타적(利他的) 마인드와 결정된 사항을 기꺼이 따라주는 기업문화가 꼭 필요하다 하겠다.

이상으로 4회에 걸쳐 대한민국 에이전시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에 대처하기 위한 나름의 소견을 말씀드렸다. 두서없는 글에 공감해 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리고, 글을 쓰고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을 준 당사 강민지 과장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