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과 ‘백숙’을 섞으니 마케팅이 되더라 [UXer의 오답노트④]
이상우 팀스파르타 에디터 인터뷰
UX 일잘러가 되고 싶다고요? 다른 회사 직원들은 어떻게 일하는지 궁금하다고요? <디지털 인사이트>가 UX 실무자 인터뷰 시리즈 [UXer의 오답노트]를 진행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문제 해결 과정이죠. 먹기 좋게, 핵심만 깔끔히 정리했습니다. 다양한 실전 노하우를 확인해 보세요.
SYNOPSIS
강남의 한 능이 닭백숙 집. 이상우 에디터의 눈길이 한 곳에 멈춘다. 능이버섯의 효능을 설명한 글이다. 면역력 강화, 노화 방지, 뇌 기능 개선, 항암 작용 등… 불로불사약이 따로 없다고 생각하며 읽던 와중, 문득 아이디어 하나가 머리를 스친다.
“코딩도 이렇게 홍보해 봐?”
이 에디터는 코딩 교육 회사 팀스파르타의 브랜드 마케팅팀 소속이다. 최근 ‘코딩의 재발명’이라는 목표 아래 새로운 캠페인을 기획 중이었다. 지하철 옥외광고를 지면으로 골랐는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광고의 주목도를 높이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던 것.
기본적으로 지하철 옥외광에는 ‘단순함’이라는 문법이 적용된다. 바쁜 출퇴근 시간, 구구절절 적힌 텍스트를 읽을 사람은 없다. 대부분의 지하철 광고가 화려하고 큼직한 이미지로 도배되는 까닭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맹점이 있다. 광고 형식이 정형화돼 있다 보니 사람들 눈에 광고가 익숙한 풍경처럼 받아 들여진다는 점이다.
이 에디터가 맞닥뜨린 과제도 마찬가지. 어떻게 하면 눈길을 사로잡으면서도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지하철 옥외광고를 기획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며 들어선 능이 닭백숙 집이었다.
능이버섯의 효능을 멍하니 읽던 이 에디터는 문득 식당을 방문할 때마다 매번 효능 글을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만약 지하철 옥외광고에 이런 콘셉트를 적용한다면? 이질적인 두 소재의 조합이 눈길을 사로잡을 만했다.
곧바로 작업에 착수했다. 캠페인 명은 <코딩의 효능>. 핵심은 동의보감 느낌의 디자인과 진지함과 과장이 뒤섞인 문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 근성장: 필요한 데이터를 직접 뽑을 수 있는 근육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
📌 향균 해독: 코딩을 꾸준히 학습하다 보면 버그를 잘 잡게 되므로 항균 해독 효과를 누릴 수 있다.
📌 면역력 증진: 새 언어와 기술을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코딩을 학습하면 도전에 대한 면역력이 증진된다.
B급 감성이 통한 덕일까. 캠페인 반응은 뜨거웠다. 개발자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특이점이 온 코딩 광고’ 같은 제목의 게시글이 퍼지기 시작했다. 실제 성과로도 이어졌다. 마케팅 비용을 10분의 1로 줄였음에도 이벤트 공개 직후 팀스파르타 회원가입 수는 전 주 대비 200% 증가했다.
INSIDE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코딩 교육 회사 팀스파르타의 이상우 에디터입니다. 코딩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바꾸자는 목표로 다양하고 재미있는 기획을 구상 중입니다.
<코딩의 효능>을 보면서 많이 웃었습니다.
식당에 가면 아무 생각 없이 무슨 무슨 효능 글을 읽게 되더라고요. 분명 과장이 심하다는 걸 알면서도요. 이런 요소를 살리면 어떨까 싶었어요. 제 생각엔, 좋은 걸 좋다고 너무 열심히 설명하는 그 순박한 모습이 웃음 포인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코딩의 효능에서도 작정하고 장점만 적었습니다. 코딩이 웃음의 영역에서 소비되는 게 뿌듯해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배운 점이 있다면?
이질적인 것을 조합할 때 무언가 다른 한 끗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경우엔 디지털 공간(코딩)과 일상 공간(식당)을 엮은 것이죠. 언뜻 보면 거리가 멀지만 의외로 비슷한 속성을 찾을 수 있고, 이를 연결했을 때 독자를 설득하는 기획 포인트가 나타난다고 봅니다.
지난해 진행한 프로젝트가 다 그랬나요?
맞아요. 연초에 진행한 <코딩문학제>는 ‘개발’과 ‘문학’을, 연말에 진행한 <스파르타코딩클럽 팝업스토어>는 ‘기술’과 ‘마법’이라는 상반된 요소를 결합했어요.
프로젝트가 소재가 독특한 편인데, 평소 아이디어 수집은 어떻게 하는지?
저희 슬로건이 ‘누구나 큰일 낼 수 있어’인데요. 항상 이 주제의식을 고민해요. 그러다 어느 순간 아이디어가 딱 떠오르는 것이죠. 그리고 콘텐츠를 즐길 때 철저히 소비자로서 즐기는 편입니다. 뭔가 아이디어 재료로서 기록하고 그러다 보면 오히려 정보 사이의 화학적 조합이 일어나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기록보단 기억에 집중하는 셈이죠.
기획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변할 수 없는 것’과 ‘변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전자는 내용이고 후자는 형식이죠. 제 입장에선 ‘코딩을 통해 큰일을 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변하지 말아야 할 내용입니다. 이 상태에서 형식적인 변주를 주는 것이죠. 옥외광고라든가, 팝업스토어라든가요. 독창성에 매몰된 나머지 엉뚱한 메시지를 담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기획을 할 때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획이라는 업을 ‘내용과 형식, 독자와 회사 사이의 답을 찾아내는 4차 방정식’이라고 나름대로 정의해요. 분명 이 방정식에 딱 들어맞는 최적의 해가 존재한다고 믿고 일을 하는 편입니다.
앞으로 어떤 에디터가 되고 싶은가요?
과거에 편집이란 단순히 문장을 다듬는 정도에 그쳤지만, 이제는 매체나 표현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에디터의 역할이 커졌어요. 정보를 표현하는 방식, 유통되는 미디어를 고민하는 것 또한 편집의 영역인 셈이죠. 이런 관점에서, 에디터의 의미를 확장해 재발명하고 싶습니다.
SUMMARY
🗨 문제 발견
✔ 뻔하지 않으면서도 메시지 전달할 수 있는 지하철 옥외광고 아이디어 필요.
🗨 가설 수립 및 검증
✔ 우연히 닭백숙 집에서 ‘능이백숙 효능’ 읽다가 콘셉트 아이디어 얻음.
✔ <코딩의 효능>이라는 캠페인 진행. 과장되고 진지한 문체 활용. -> 웃음 유발.
✔ 바이럴 효과 큼. 회원가입 수 전 주 대비 200% 증가 (동 기간 마케팅 비용은 10분의 1 수준)
🗨 배운 점
✔ 완전히 동떨어진 두 요소를 결합할 때 독자 설득 포인트 생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