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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축구로 살펴본 스포츠 마케팅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축구 산업 속 사례를 통해 알아보는 스포츠를 소비하는 사람들과 그에 맞춰 발전하는 마케팅

스포츠를 파는 법

축구의 흥행이 무섭다. 국가대표만이 아니다. 이번 시즌 프로축구 K리그1은 31라운드까지 진행된 현재 지난 시즌 대비 55% 이상 증가한 관중 수를 기록했다.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매우 다양한 형태의 축구 관련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있다.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축구 산업 속 사례를 통해, 스포츠를 소비하는 사람들과 그에 맞춰 발전하는 마케팅에 대해 알아보자.

ⓒUnsplash(Photo by Jeffrey F Lin)

소비자는 스포츠를 소비하는 방식에 따라 세 종류로 나뉜다. 먼저 1차 소비자는 직접 경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이다. 전형적인 사례로 조기 축구나 사회인 야구 등에서 활동하는 이들을 들 수 있다. 다음으로 2차 소비자는 경기를 관람하는 형태로 즐기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프로 스포츠 구단의 서포터즈가 대표적이다. 마지막으로 3차 소비자는 1·2차 소비자를 제외한, 어떤 형태로든 매체를 통해 스포츠를 즐기는 모두를 뜻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각각의 소비자 유형에 따라 그에 적합한 마케팅 전략이 존재한다. 그것들은 서로 간에 발전적인 영향을 주며 꾸준히 변화해왔다.


더 쉽고 재밌는 축구는 연결로부터

1차 소비자의 가장 큰 특징은 직접 경기에 참여한다는 점이다. 이들을 겨냥한 서비스의 핵심 키워드는 ‘연결’이다. 경기를 뛰는 개인 또는 단체가 자신들끼리 즐기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데이터를 쌓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축구만 하세요. 나머지를 책임질게요. 플랩풋볼

출처. 플랩풋볼 홈페이지

축구 경기는 22명이 뛴다. 풋살도 10명은 돼야 한다. 그만한 인원을 모으는 게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각자 일정을 맞추고 경기장도 빌려야 한다. ‘플랩풋볼’은 이처럼 “축구 한 판 하는 게 왜 이렇게 어렵냐”는 하소연에서 비롯된 맞춤형 서비스다. 원하는 지역과 시간을 고르고 참가비를 내면 그와 같은 조건으로 신청한 사람들과 자동으로 연결된다. 마치 단판형 온라인 게임에서 자동으로 상대를 찾아주는 시스템을 보는 듯하다. 경기를 성사시켜주는 게 다가 아니다. 휴식시간, 포메이션 배분, 로테이션 주기 등 경기와 관련된 여러 요소를 세심하게 관리해준다.

나도 한다, 경기 영상 분석. 고알레

출처. 고알레 홈페이지

고알레의 ‘연결’은 좀 더 특별하다. 지금은 아마추어 축구인들을 위한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들의 시작을 열어준 것은 드론 영상 제작이었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뛴 경기를 마치 TV 중계 영상처럼 볼 수 있다. 골이 만들어지는 과정 속 연계 플레이나 상대 팀의 압박을 헤치고 나오는 동작, 경기 중 특정 시점에서 선택할 수 있었던 패스의 경우의 수 같은 것들을 체크하는 것이다. 본인의 플레이 영상을 소유할 수 있고 물론 그것들을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스포츠 자체를 좀 더 전문적으로 즐길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서비스는 생활 축구의 수준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대중을 관객으로, 관객을 서포터즈로

서포터즈에게 있어 프로 스포츠 팀은 소비가 아닌 애정의 대상이다. 이들은 마케팅의 핵심 대상이면서도 주체성을 가지는 이중적인 존재다. 따라서 2차 소비자 마케팅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경기장으로 이끌고, 그렇게 온 관객을 서포터즈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프로 축구, 친근감을 품다

출처. K리그 공식 인스타그램

최근 축구 팬들에게 주목 받는 팀은 제주 유나이티드다. 보통 새로운 선수 영입을 알릴 때 유니폼을 입은 선수 사진을 올리는데, 제주는 여기에 자신들의 색을 덧씌웠다. 배들이 정박한 포구나 바닷가, 심지어 제주 흑돼지 고깃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이처럼 친근감을 특징으로 하는 마케팅은 스포츠 팀의 SNS 활용을 바탕으로 한다. 경기장 밖 일상적인 선수들의 모습을 공유하고 실시간으로 소식을 전하는 등 팬들과 소통하는 문화의 연장인 것이다. 실제로 정성 어린 팬 서비스 등 경기 외적인 요소도 층분히 화제를 끌고 있으며 그러한 부분에 이끌려 경기장을 찾는 관객 역시 적지 않다.

주객전도, 서포터즈 마케팅

출처. 리그베다위키

서포터즈가 마케팅에서 주체성을 갖는 대표적인 사례가 ‘붉은악마’다. 이들 단체는 영리를 추구하지 않으며 축구 문화의 개발과 발전을 위한 연구 사업 등을 벌인다. 또 ‘꿈★은 이루어진다’로 상징되는 카드 섹션은 축구 팬을 넘어 일반 대중의 관심까지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축구 팬 커뮤니티에서는 제각기 다른 팀을 응원하는 팬들이 팀, 나아가 리그 전체의 마케팅 전략에 대해 자발적으로 고민하고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면서 토론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마케팅의 대상이 오히려 주체성을 가지니 피드백이 날카롭다. 구단 차원에서도 마케팅에 신경을 더 기울일 수밖에 없다.


뭐든지 좋다. 축구와 관련된 것이라면

스포츠에서도 OSMU(One Source Multi Use)가 대세다. 특히 유튜브 등 스트리밍 산업의 발전은 스포츠 영역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기껏해야 특정 선수의 스페셜 영상 정도에 그쳤던 과거와 다르다. 오늘날 3차 소비자는 해당 종목과 관련된 모든 장르의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TV라고 중계만 하랴

출처. SBS 풋볼매거진 골!

축구를 소재로 한 콘텐츠가 없지는 않았다. 이강인 선수의 활약으로 재조명 된 ‘날아라 슛돌이’나 최근 방영된 ‘뭉쳐야 찬다’ 등이 그 사례다. 눈여겨볼 만한 변화는 스포츠 뉴스에 있었다. 과거에는 저녁 뉴스 끝머리에 소식을 전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지금은 스토리텔링 형태를 보인다. 스포츠 정보 프로그램을 예능 토크쇼처럼 진행하고 디지털 콘텐츠 영역에서는 좀 더 자유로운 형식을 시도한다. 더 편하고 재밌게 다가가려는 방송국의 노력은, 시청자들이 아나운서를 ‘예누자이(장예원+야누자이)’나 ‘주바페(주시은+음바페)’ 같이 축구선수 이름에서 따온 별명으로 부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축구가 과연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요? 슛포러브

출처. 슛포러브 유튜브 페이지

슛포러브는 축구 콘텐츠를 다루는 사회적 기업이다. 이들은 축구 콘텐츠로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주고, 이를 통해 누군가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겠다는 목표를 밝히고 있다. 실제로 슛포러브가 다루는 콘텐츠는 매우 다양하다. 과녁 맞추기 기부 캠페인을 시작으로 예능, 인터넷방송, 웹드라마 등의 형태로 확장시켜갔다. 이러한 콘텐츠에는 실제 선수나 감독, 해설위원 등의 전문가나 축구를 좋아한다고 알려진 유명인이 출연한다. 축구 팬들 사이에서 일명 ‘경희대 구너’로 불리는 셀럽이 탄생한 것도 슛포러브의 콘텐츠를 통해서였다(‘구너’는 해외축구 팀인 아스날의 팬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스포츠를 파는 법? 스포츠를 즐기는 법!

스포츠를 즐기는 제각기 다른 방식은 각양각색의 마케팅을 낳았다. 그렇게 구분된 마케팅들은 또 저마다의 방식으로 디지털 문화를 받아들이는 중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3차 소비자에 대한 마케팅이다. 매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의 변화가 그 비중이나 형식을 가리지 않고 넓고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은 스포츠는 물론 우리 사회 전체적인 관점에서 봐도 유의미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또 어떤 새로운 서비스가 나올 것이며 그 서비스를 파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무엇일까. 이 모든 것들은 스포츠를 어떻게 즐기는가에 달려있다. 스포츠 마케팅의 미래는 스포츠를 즐기는 우리로부터 비롯될 것이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