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자기소개서 활용 대세…구직자 ‘반색’ 업계 ‘정색’
면접관 “이젠 경력기술서도 못 믿어”… 아이데이션 PT 제안하기도
챗GPT가 우리 사회에 빠르게 투영되면서 구직자의 면면을 일차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자기소개서(자소서)에도 적용되고 있다. 경력기술서와 공모전 기획안까지 챗GPT가 만연해지면서 이에 대한 기업과 구직자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인재를 구분하거나 작품을 변별하는 기준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챗GPT로 구직자 돕는 채용플랫폼 “구직자 돕는 데 도움, AI는 이미 대세”
구인구직플랫폼 사람인은 최근 자소서에 챗GPT를 기반으로 한 자기소개서 초안 생성 서비스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력서 작성을 어려워하는 구직자를 위해 AI가 주요 정보를 분석해 구직자의 커리어(경력) 소개와 자소서 초안을 작성한다는 얘기다.
나아가 직무와 경험 키워드만 입력하면 자소서 초안 작성이 끝난다. 구직자 입장에서는 시간을 벌고, 글빨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뿐만 아니라 맞춤법과 표절검사까지 코칭 받을 수 있어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을 어필하는 데 도움된다는 반응이다.
또 다른 플랫폼 인크루트 역시 챗GPT 기반 자기소개서 연습 서비스 ‘잘쓸랩’을 선보였다. 채용 플랫폼업계 관계자의 의견은 하나 같이 “챗GPT를 활용한 자소서는 업무 효율성을 높여주고 이를 작성하는 데 길잡이 역할에 충실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업무 효율성을 어떻게 높여준다는 건가?”하고 되묻자 관계자는 “업무의 범위는 한정할 수 없기 때문에 뭐라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자신의 단점을 메우고 시간을 아껴 면접 등 다른 부분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내부에서도 긍정적이라 판단한다”고 말했다.
자소서는 물론 경력기술서도 기업은 의구심… 아이데이션 PT를 제안하기도
기업 입장은 이와 온도차가 있었다. 한국광고총연합회 콘텐츠진흥팀 정현영 팀장은 “최근 공모전 포트폴리오를 보면 대부분의 참여자 이력과 자소서 수준이 대단히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참여자들이 기획안을 작성할 때 공통적으로 하는 질문이 있다. 바로 ‘챗GPT를 사용해도 되는가? 글쓰는 플랫폼 이용해도 결격사유가 되는가?’하는 것”이라며 “이제는 웬만한 글은 대부분 AI를 활용해 쓰는 것 같다. 문제는, 자신의 인생을 걸고 제출하는 글을 AI에 의존하는 것도 문제지만 공모전 자체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도 살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정 팀장은 또 “예전 어느 광고 회사 대표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챗GPT로 자소서를 작성하는 이가 많이 서류전형을 믿을 수 없다. 경력기술서도 못 믿겠다’고 토로했다”며 “방법은 하나였다. 심층 면접을 보면서 그에게 아이데이션(Ideation, 아이디어가 만들어 지는 과정) 과정을 PT를 시켜보기도 했다는 얘기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면접을 강화해 허위사실을 잡아내고 해당 경험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을 듣고 판단하는 필요성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또 익명을 요청한 디지털 에이전시 미디어전략실 A과장은 “얼마 전에 입사한 직원의 경우 자소서가 조금 서툴러도 자신의 생각을 깊이 있게 전달해 인상 깊었던 적이 있었다”면서 “그래서 면접 때 ‘대부분 챗GPT를 사용하는데, 당신도 도움 받았나?’하고 질문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가 말하길, 자신이 직접 쓴 글이 아니면 큰 의미가 없고, 앞으로도 같은 고민할 계속 할 것 같아 다른 자소서를 많이 보고 시간을 쏟았다더라”면서 “챗GPT로는 오탈자와 비문만 잡았다고 했다”고 말해 챗GPT는 보조적인 기능으로 활용했음을 의미했다. 그는 “이제 자소서는 큰 의미가 없다. 모두 잘 쓴다. 상향평준화 된 듯하다”면서 “다만, 면접 때 조금 깊게 질문하면 금세 알 수 있다. 글은 많이 써봐야 한다. 취업해서도 사내 이메일도 챗GPT로 쓸 건가? 면접이 더욱 중요해진 시대”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인사담당자는 “AI의 도움을 받아 자소서를 작성하는 것은 자신을 어필하는 측면에서 볼 때, 업무생산성과는 다른 판단이 필요하다”며 “본인을 나타내는 첫 단계인데,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은 다른 구직자와 유사할 수 있다. 인사팀에서도 AI검사도구도 크게 신뢰하지 않는 편”이라고 말해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결국 자소서보다 면접에 더욱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한 보도에 따르면 챗GPT 기반 자소서 작성이 크게 늘면서 이를 걸러내는 프로그램 도입을 검토중인 기업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면접 강화하는 기업 늘어… 챗GPT 자소서 걸러내는 프로그램 도입 ‘긍정적’
물론 구인구직 플랫폼의 챗GPT 서비스가 구직자들의 취업 준비를 효율적으로 돕는다는 취지는 이해한다. 시대의 흐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에 대비하는 기업의 움직임도 빠르게 감지되고 있다. 어쩌면 구직자 입장에서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말 그대로 이제 서류전형은 큰 의미가 없는 시대다.
중요한 점은 공정한 기회 못지 않게 기업은 원하는 인재상을 갖춘 구직자를 채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챗GPT가 채용시장에 만연하면 공정성 원칙이 훼손될 우려도 제기된다. AI가 구직자의 당락까지 좌우하는 셈이다. 물론 사람이 순간의 감정과 첫인상으로 구직자를 판단하는 것에 비해 AI가 객관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는 아직 먼 이야기다. 당장 자기소개서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를 신뢰할 수 있느냐부터 얘기를 들춰보면 기업과 구직자 간에 온도차가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사실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