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아영님의 아티클 더 보기

뉴스 마케팅

재미와 스토리,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배달의민족 ‘을지로체 전시’

을지로체 안에 담긴 서사와 배민만의 개성이 돋보인 전시

늘 궁금했다. 배달 앱으로 유명한 ‘배달의민족’이 계속해서 글자에 관심을 가지고 폰트를 개발하는 이유가. 이에 대해 배민은 가장 배민스러운 대답을 꺼내 놓는다. ‘재밌잖아요.’ 그렇다면 새로 공개된 을지로체에는 어떤 재미가 담겨 있을까? 배달의민족 을지로체 전시에 다녀왔다.  


힙지로로 변신한 을지로

꽤 오래전 을지로를 방문한 적이 있다. 지금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을지로의 모습이 있던 그때, 기자에게 을지로는 세월의 흔적이 담긴 조금은 바쁘게 돌아가는 공간이었다. 조명, 전자, 전기 공장 등 오래된 공장이 가득한 이곳은 기계 돌아가는 소리, 일하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그래서 용건이 없으면 크게 방문할 일이 없는, 쉽사리 발길이 닿지 않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최근 을지로는 달라졌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확실한 건 을지로는 누구나 인정하는 ‘힙’한 곳이 됐다는 사실이다. 힙스터들의 아지트가 된 을지로 건물 사이사이에는 이색적인 카페와 음식점들이 자리 잡았고 젊은 세대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또 방송, 신문, 매거진 등 많은 언론이 을지로에 대한 콘텐츠를 끊임없이 쏟아내는 것을 보면 을지로는 분명 유행의 한 가운데에 있다.

일상의 글자에 집중하는 배민

배달의민족 역시 을지로에 주목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배달의민족이 집중한 것은 을지로 거리의 광고판이나 간판의 글자들이다. 7년 전부터 배달의민족은 꾸준히 일상의 다양한 글자에 관심을 가져왔다.

‘대오서점’의 간판을 모티브로 만든 한나체, 붓으로 직접 그려서 만든 손글씨 간판을 본 따 만든 주아체, 작도 후 아크릴판에 자를 대고 잘라서 만든 옛 간판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도현체, 제주도 호박엿 가판대에서 착안해 만든 연성체 등 우리 삶 속 글자에 주목하고 기록을 남기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시야를 넓혀 지역 전체를 주제로 서체를 만들었다. 그렇게 탄생한 서체가 바로 을지로체다.

을지로체는 1960~70년대 무명 장인이 손수 그린 을지로 일대 가게들의 간판을 본 따 만든 서체다. 간판 집에서 간판을 맞추는 지금과는 달리 한글 폰트가 대중화 되기 이전에는 지역마다 동네 장인들이 고유한 서체로 간판을 만들었다. 1960~70년대 을지로 간판은 한 분이 자전거에 페인트와 붓을 실고 다니면서 직접 손으로 글씨를 적었다고 한다. 그렇게 적어 내려간 장인의 글씨가 이제 을지로의 대표 격이 됐다. 배달의민족은 그 서사에 주목했으며 특유의 느낌을 살린 을지로체를 개발했다.

그래서인지 을지로체를 보면 굵고 투박해 보이지만 붓의 기록이 담긴 그 강단이 느껴진다. 이는 마치 을지로의 역사와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을지로를 담은 전시

을지로에 방문해 배달의민족 을지로체 전시장을 방문하기까지, 무수히 많은 을지로체 간판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 간판들을 지나쳐 가다 보면 거대하게 ‘을지로체’가 쓰인 전시장을 발견할 수 있다.

2층으로 올라가 전시장에 들어서면 을지로의 옛 간판들을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다. 빼곡하게 채워진 을지로의 간판들에서는 세월의 흔적 역사와 장인 정신을 발견할 수 있다. 전시장의 가운데에는 을지로체의 대표 간판인 ‘대우기계’ 간판과 함께 을지로체를 체험할 수 있는 모니터가 있다. 자신이 원하는 글자를 적으며 미리 을지로체를 경험해볼 수도 있다. 한 켠에는 을지로체의 이야기가 담긴 영상을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영상을 통해 을지로체의 스토리와 함께 서체 안에 담긴 세월과 시대 배경 역시 엿볼 수 있다.

이후 3층으로 올라가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과 을지로체로 된 스티커와 명함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또 지금까지 배달의민족에서 진행했던 서체와 함께 공개했던 문구들 역시 한눈에 볼 수 있다.

진중함과 브랜드의 색이 적절히 담기다

온라인에서만 배포되고 공유됐던 폰트를 오프라인으로 가져와 전시 공간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을지로체 전시는 주목할 만하다. 마치 작품을 소개하듯 폰트를 보여주고 폰트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존에는 없던 색다른 경험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해준다는 점에서도 신선하다. 배달의민족은 폰트를 개발하는 이유를 ‘재미’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단순히 유쾌함만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

전시는 꽤 진중하면서도 스토리가 탄탄하다.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영상들과 곳곳에 붙어 있는 ‘간판 없는 맛집, 이름 없는 장인’, ‘이제 간판 집에서 맞추니까 어디로 가셨는지 찾을 수가 없네. 새로 쓰고 싶어도 찾을 수가 없네’ 등의 문구는 배민이 폰트를 넘어 도시의 서사에도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단순히 시각적인 것이 아닌 스토리에도 초점을 맞춰 폰트를 만드는 배민의 마인드까지 엿볼 수 있다. 이와 동시에 곳곳에 배치된 배민스러운 유머와 재치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까지도 확실하게 보여준다.  

재미로 시작한 일이지만 재미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부분에서 섬세함을 보여주는 배달의민족 을지로체, 다음에는 어떤 폰트가 공개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