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아트적인 메타버스
전시회 덕후 기자의 ‘아트 인 메타버스’ 감상기
커튼을 걷으면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가 동시에 휘몰아친다. 웅장한 사운드와 함께 다양한 크기와 종류의 모니터가 반짝인다. 발을 디딜 때마다 발걸음엔 물음표가 가득하다. 지금 현실을 벗어난 걸까? 물음표를 따라가다 보면 여기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진 공간이라는 정답에 도달하게 된다.
글. 이재민 기자 youjam@ditoday.com
섬네일 디자인. 황철민 디자이너 hcm93@ditoday.com
사진. 이재민 기자, 황철민 디자이너
메타버스와 아트의 트렌디한 만남
현재 메타버스는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아트 트렌드 중 가장 뜨거운 키워드다. 트렌드 변화 속에서 아티스트들은 메타버스의 미학은 무엇이며, 관람객에게 어떤 인사이트를 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아트 인 메타버스(ART IN METAVERSE)’ 전시회는 이런 고민에서 시작됐다.
전시회를 주최한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스타트업 ‘아츠클라우드’는 디지털 아트를 통해 예술의 다양한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글로벌 아티스트를 발굴하기 위해 ‘제1회 아츠클라우드 디지털 아트 페어’를 개최했다. 2021년 10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된 디지털 아트 페어에는 52개국 작품 3,041점이 출품됐고, 이 중 전문 심사위원 6명이 최종 글로벌 아티스트 100인을 선정했다. 아트 인 메타버스는 이렇게 선발한 아티스트 100명의 작품과 유명 미디어 아티스트 8명의 작품을 선보였다.
시공간을 초월한 디지털 아트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 1관에는 앞서 언급한 글로벌 아티스트 100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미디어 포레스트가 마련됐다. 인공적인 디지털 매체와 자연물을 함께 설치해 자연과 기술의 조화로움이 느껴진다. 이런 조화는 관람객에게 가상과 현실 세계의 경계에 선 메타버스 경험을 선사한다.
시간과 지식의 경계가 확장되면서 오히려 확장성에 갇혀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담았다.
전통, 민속, 대중음악을 머신러닝으로 학습 후 자동 생성된 음악과 위성 사진을 결합해 영토를 탐험하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촬영 Point
전시관이 어두워 자칫 잘못 찍으면 작품만 동동 뜨게 나올 수 있다. 야간 모드로 찍으면 배경도 살리면서 색감을 선명히 담을 수 있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장면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력은 작품에 대한 예의!
미디어 아티스트 8인이 선사하는 메타버스 여행
전시 2, 3관에서는 현재 가장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국내외 미디어 아티스트 8인의 작품 세계가 펼쳐진다. 아티스트들은 가상과 현실의 경계선에서 3D 그래픽, 코딩, 데이터 포밍, 게임 플레이, VR 등을 이용해 서사를 만들어냈다.
3D 애니메이션으로 동시대의 현실과 가상 공간이 만들어지는 풍경을 신화적 상상력으로 풀어냈다.
현실의 제약으로부터 생겨난 건축적 상상과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건축에 대한 잠재적인 가능성을 제기하는 작품이다.
같은 세상에 살고 있는 인간과 동물, 로봇, 돌연변이 바이러스. 이들의 관계와 순환을 2D 애니메이션으로 그려냈다.
VR 기기를 착용한 관람객은 신체의 모든 부분이 가상 공간으로 이동하지 못한다. 기기를 착용한 머리와 손 등 일부분의 감각만으로 가상 공간을 체험해 가상과 현실 중간에 걸친 경험을 하게 된다.
아티스트는 주변 풍경과 사물 속에서 이미지를 만드는 알고리즘을 읽거나, 새로운 형태와 규칙을 수학적으로 상상한 뒤 코딩으로 구현했다.
NFT 마켓에서 구동할 때마다 모양과 표정, 색상이 다른 마스크가 자동으로 생성된다. 마스크들은 대칭적으로 배열된 기하학적 패턴을 이뤄, 아메리카 원주민의 토템이나 일본 전설에 등장하는 요괴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OOX’는 인공위성이 촬영한 지구의 지형 이미지와 포토메트리 알고리즘 모델, 3D 그래픽 전문 쇼핑몰에서 얻어낸 데이터로 만든 임의의 세계다. 아티스트는 디지털 기술이 만드는 정보와 에러들이 형성한 이미지를 받아들이는 인간의 시각적 편향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미국의 컴퓨터 그래픽 아티스트 겸 연구원인 칼 심즈(Karl Sims)가 1994년에 만든 <진화하는 가상 생물>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타니구치 아키히코의 아바타와 칼 심즈가 만든 가상 생물이 가상 공간에서 만나 생경함을 이야기한다.
보통 메타버스를 언급하면 많은 사람이 아바타를 먼저 떠올린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였기에 아트와 메타버스의 만남은 어색한 조합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낯섦은 곧 새로움이지 않나. 무궁무진한 아트의 감성으로 표현한 메타버스는 블랙홀처럼 빨아당기는 힘이 있었다. 신기술이 결합한 디지털 아트의 마지막 도착지는 어디일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되도록 늦게 나오길 바란다.
아트 인 메타버스(ART IN METAVERSE) 전시회 정보
기간: 2022. 01. 21 ~ 05. 31
시간: 10:00 ~ 20:00
장소: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 63 언더스탠드에비뉴
주최·주관: 아츠클라우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