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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영상광고 표현의 세 가지 비법

효과적인 영상광고를 위한 세 가지(+1) 방법!

영상광고 표현의 세 가지 비법

 

“말이 명확하지 않을 때는 사진에 집중할 것이다. 이미지가 적합하지 않을 때는 침묵에 만족할 것이다. (When words become unclear, I shall focus with photographs. When images become inadequate, I shall be content with silence.).”
– 미국 풍경사진작가 안셀 애덤스(Ansel Adams)

① “하고 싶은 말, 15초 안에 해 봐”

광고대행사에 PD로 입사한 날, 샴푸 제품의 영상광고 아이디어를 내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밤새 준비해간 아이디어를 회의 시간에 자랑스럽게 발표했다. 선배 PD가 말을 끊었다. “소설 쓰나?”, “네?”, “그 얘기가 15초에 들어가겠느냐고?”, “아, 그…” 경력사원으로 들어갔는데 이게 무슨 망신? 벌겋게 된 얼굴로 2분 만에 자리에 앉았다. “아, 15초!” 두 시간이 넘는 영화를 만들다 15초 영상광고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실제로 좀 새롭게 해보려 유명한 영화감독을 기용해 광고 연출을 맡겼다가 실패한 일이 많았다.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야 영상광고는 성실성을 과시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혹시 보는 이가 못 알아들을까 봐 조금이라도 설명을 덧붙이면 망가진다. 그런 영상은 아무도 보지 않는다. 더 줄여야 한다. 더 숨겨야 한다. 더 빼야 한다.

소비자는 당신보다 똑똑하다. 당신에게 관심이 없을 뿐이다. 허락 없이 당신이 보내는 광고에 관심이 없을 뿐이다. 남자건 여자건 두 눈 감고 들이대는 캐릭터는 매력 없다.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하지 말자. 친절하지 말자. 다 설명하면 궁금해하지 않는다. 소개팅 나간 첫날, 상대에게 학력, 재산 정도, 집안 내력, 취미, 세계관, 잠버릇 등을 다 이야기하면 다음에 왜 만나겠는가? 15초도 길다. 스톱워치 앱을 켜고 15초를 기다려 보라. 생각보다 길다. 시청자는 길게 말하는 것을 참지 못한다. 제작은 어렵고, 스킵(Skip)은 쉽다.

그러므로 영상광고를 만들 때는 영상광고가 아니라, 움직이는 포스터를 만든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77년 전 TV 광고가 처음 등장했을 때야 광고화면이 움직이는 것이 신기했지 더 이상 신기하지 않다. 이제 커다란 옥외광고처럼 한 컷으로 승부하는 것이 좋다.

세월이 흐른 지금은 조금 잘 할 수 있다. 웬만한 건 다 잘라낼 줄 안다. 여러 장면을 이어서 만드는 영상광고지만, 사람들은 한 장면밖에 기억하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그것도 운 좋게 광고를 봐주었을 때 그렇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기승전결로 구성해도 똑똑한 ‘키 비주얼(Key Visual)’ 하나만 기억하게 만들 줄도 안다. 다 버리자. 소비자는 하나만 기억한다. 그것도 봐 주었을 때 그렇다. ‘압축미’가 생명이다.

② 첫 장면부터 놀라게!

빈 스토리보드를 한 칸씩 채워가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물론 파워포인트 새 슬라이드를 한 장씩 채워나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아이디어가 괜찮다고 생각할 때는 잘 풀리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시원치 않은데 그걸 스토리보드로 그리려면 미안함과 공포감이 밀려든다. 누군가가 뒤통수를 지켜보고 있다가 금방이라도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때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얀 스토리보드를 앞에 두고 상념에 잠긴다. ‘첫 장면을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어찌어찌 시작은 했는데, 다음 장면은 어떻게 이어가지?’ 사실 이 고민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대학 시절부터 교수님과 선배들을 따라다니며 열심히 물었지만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았다. 하도 귀찮게 구니, “에이젠슈테인(Sergei Eisenstein)의 ‘몽타주 이론’을 읽어봐.” 정도의 대답만 돌아왔다. ‘그건 대충 아는데, 실제로 스토리보드 그릴 때는 어떻게 하느냐고요?’

이제는 어렵지 않다. 영상광고를 만들 때 ‘기승전결’은 외면할 줄 안다. 첫 장면만 신경 쓰면 된다. 예를 들어 첫 장면에서 경찰이 곤봉 들고 도둑을 쫓아가는 그림은 절대 그리면 안 된다. 그 반대가 좋다. 도둑이 곤봉을 들고 경찰을 쫓아가는 상황을 그려 보라. 훨씬 강력하다. 주의를 집중시킬 수 있다. 길을 가던 사람이 개에 물리면 뉴스에 나오지 않는다. 길 가던 사람이 개를 물어야 뉴스에 나온다. 같은 원리다. 러닝타임이 긴 영화나 드라마는 기승전결로 구성하면 안전하다. 하지만 영상광고는 다르다. 첫 장면에서 전후좌우를 설명하기 위해 상황을 천천히 묘사하다 보면 15초를 다 쓴다. “소화기 광고를 하려면 첫 장면부터 불이 크게 난 장면으로 시작하라.” 오길비 선생의 유명한 조언이다.

굳이 영화처럼 하고 싶다면, 추리영화나 스릴러 영화의 구성을 배우자. 고급 저택의 수영장에서 열리는 달밤의 멋진 파티. 모두 칵테일 잔을 들고 음악에 맞추어 춤추며 이야기를 나눈다. 갑자기 수영장 물 위로 젊은 여성의 시체가 떠오른다. 수사가 시작된다. 처음부터 그렇게 해야 영상 보는 이들을 궁금하게 만들 수 있다. 그게 비결이다. 그러려면 첫 장면부터 놀라게 해야 한다.

첫 장면부터 모델이 제품을 들고나와도 놀라긴 한다. 다만 바로 외면하고 만다. 물론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제품이라면 그래도 된다. 무료로 주는 거라면 그래도 된다. 그게 아니라면, 절대 그러면 안 된다. TV 광고는 광고 시간대에 이어서 나오지만, 모바일 영상광고는 작은 섬네일(Thumbnail) 화면이 살짝 먼저 뜬다. 바로 그 손톱만 한 대표화면을 클릭하면 미리보기가 된다. 그 화면이 강력해야 클릭한다. 아니면 묻힌다.

③ 두 컷으로 그려보라!

영상광고의 스토리보드에는 대개 여러 컷의 빈칸이 있다. TV 화면의 네모난 창틀 모양이라 ‘프레임(Frame)’이라 부르고, ‘컷(Cut)’이라고도 한다. 모터 달린 영화용 카메라로 연속적인 이미지를 찍다가 원하는 데서 끊어야 해서 컷이라 불렀다. 지금도 촬영현장에서 감독은 돌아가는 카메라 멈추라고 컷을 외친다. 촬영을 위한 청사진이 스토리보드다.

그런데 보드의 그 많은 빈 컷들을 다 채우려면 마음속으로 지레 겁을 먹게 된다. 여기서 질문 하나! 15초 영상광고를 만들려면 스토리보드 몇 컷을 그려야 할까? 10컷 정도? 그럼 한 컷의 평균 시간이 1.5초다. 너무 많나? 그래도 장면을 박진감 있게 묘사하려면 20컷 정도는 그려야 하지 않나? 그럼 한 컷이 1초가 되지 않네. 너무 복잡한가? 까짓거 복잡해진 김에 30컷 정도 그리자. 그럼 한 컷이 0.5초. 물론 그렸다고 다 찍을 이유는 없으니 많이 그리자. 잠깐! 역발상을 하자. 아예 한 컷만 그리면 안 되나? 그래 봐야 15초이니 장면전환 없이 한 컷으로 만들 수도 있지 않나?

맞다. 질문 자체에 함정이 있다. 내 아이디어로 내가 영상광고 만드는데, 컷 수를 제한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15초 광고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 컷만으로 만들어서 마치 연극의 한 장면 같은 느낌을 줄 수도 있고, 15초에 100컷을 집어넣어 무슨 장면인지 모르겠지만 카메라 플래시 터지듯 빠른 느낌을 줄 수도 있다. 실제로 코카콜라 병뚜껑을 클로즈업한 화면 뒤로 다양한 배경 그래픽이 밝은 음악에 맞추어 정신없이 빠르게 바뀌는 외국 광고가 칭찬받은 적이 있다. 광고 전체가 마치 현란한 네온사인과 사이키 조명이 번쩍거리는 클럽 느낌을 주었다. 그런데 그 60초짜리 광고에는 각기 다른 느낌의 그래픽 1,200컷이 넘게 들어갔다. 엄밀히 말하면, 그 많은 그래픽 이미지들이 전통적 의미의 컷은 아니다. 다만 영상광고 한 편의 컷 수를 미리부터 제한해 표현의 다양성을 잃지 말자는 것이다.

여기서 필자가 30년 동안 쓰고 있는 영상광고의 스토리보드 구성방법을 소개한다. ‘두 컷 공식(Two Frames Formula)’이란 이름으로 특허를 내볼까 생각 중이다. 매우 간단하다. 아이디어를 스토리보드로 그릴 때, 딱 두 컷으로만 그려보라! 그러면 갑자기 자신이 생긴다. 어떤 복잡한 아이디어라도 쉽게 그릴 수 있다. 영상광고의 길이도 상관없다. 15초짜리건 3분짜리건 결국 영상광고 스토리의 뼈대는 같으니까.

첫 번째 컷은 무조건 임팩트(Impact)! 강하게 시작한다. 두 번째 컷에서는 반드시 반전(Twist)을 설정한다. 그리고 브랜드(Brand)를 넣는다. 이것은 스토리텔링의 기본이다. 이보다 더 간단할 수는 없다. 누구나 할 수 있다. 임팩트 강한 첫 번째 컷은 시청자의 주목을 끌기 위한 장치고, 두 번째 컷은 스토리를 기억하게 하기 위한 장치다. 때로 두 번째 컷에 브랜드만 넣을 수도 있다. 브랜드 자체가 반전요소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더욱 단순해져서 좋다. 예를 들어, 빵을 먹다가 목이 막힌 주인공이 황급히 냉장고를 열었는데 우유가 없는 첫 번째 컷. 그리고 “우유 있어요?(Got milk?)”라는 자막이 나온 두 번째 컷. 미국에서 우유 소비를 촉진하는 데 크게 기여한 캘리포니아 낙농협회의 광고다.

실습해 보자! 독자 모두 영상광고 제작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한 번 도전해보자. 재미있다. 누가 아는가, 스토리보드 두 컷 그려보다가 지금까지 몰랐던 나의 잠재력을 찾을 수 있을지? 영화 <셸 위 댄스?(Shall we dance?)>의 중년의 남자 주인공도 퇴근길에 우연히 불 켜진 댄스 스튜디오를 쳐다보는 바람에 춤에 입문한다. 인생은 모르는 일이다.

일단 첫 장면을 강하게 시작하라 했으니, 첫 번째 컷을 물고기가 자전거를 타는 장면을 흑백화면으로 보여주며 시작한다. 뭐냐, 이건? 보는 이가 충분히 궁금해할 것이다. 두 번째 컷은 궁금했던 첫 장면을 풀어주어야 하니, 왜 그런 장면을 보여주었는지를 알려주자. 두 번째 컷은 흑맥주인 기네스의 클로즈업 컷이다. 화면의 반은 흑맥주의 검은색, 나머지 반은 천천히 넘치는 맥주 거품의 흰색이다. 그 위로 자막이 떠 오른다.

“세상의 모든 것을 흑백으로 설명할 순 없다 (Not everything in black and white make sense). – 기네스(Guinness) 맥주 빼고는.”

물고기가 자전거를 타지 못 한다는 것은 고정관념일 수 있다. 오묘한 세상사를 어떻게 흑백으로 단순하게 나누어 생각할 수 있겠는가? 예시로 제시한 이 스토리는 1996년 오길비 앤 매더 런던(Ogilvy & Mather London)이 만든 기네스 맥주의 ‘흑백(Black and White)’ 캠페인을 각색해본 것이다. 유명한 영화감독이자 광고감독 토니 케이(Tony Kaye)의 명작이다. 유튜브에서 ‘Famous Fish on a Bicycle Guinness ad’라 입력하면 볼 수 있다.

스토리보드를 두 컷으로만 그려보라. 필자가 고안한 ‘두 컷 공식(Two Frames Formula)’이다. 두 컷에 들어갈 것은 ‘임팩트(Impact)’와 ‘반전(Twist)’이다. 아이디어를 공식대로 내면 안 된다고 하지만, 이건 예외다. 공식만 알면 바로 대입해 수학 문제를 풀 듯, 이 공식을 활용하면 아이디어를 처음 낼 때 짧은 시간에 많이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겨우 두 컷 그리면 되니까 스토리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되도록 많이 그려보고, 가장 좋은 걸 고르면 된다. 또는 한 가지 아이디어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해보기 위해 이 방법을 써도 좋다.

단순한 것도 좋지만, 두 컷만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아이디어가 있다. 보는 이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아무래도 설명을 좀 더 해야 한다. 그럴 때는 두 컷의 앞뒤로 살을 약간 붙이면 된다. 그러나 컷의 수가 너무 많아져서 그것이 처음 두 컷을 압도하면 곤란하다. 짙은 화장이 주인과 손님의 위치를 바꾸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설명을 위한 컷은 처음 두 컷보다 작게 그려 덧붙여보는 것이 좋다. 그래야 처음 생각해낸 오리지널 스토리의 뼈대를 잊지 않고 유지할 수 있다. 그림 실력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림은 작화 전문가에게 맡기면 되니까. 자료사진을 써도 상관없다.

보너스 팁 하나

물고기 많은 바다는 “물 반, 고기 반”이다. 치킨은 “프라이드 반, 양념 반”이다. 그런데 영상광고는 “그림 반, 소리 반”이다. 영상광고에서는 소리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아예 처음부터 소리로 아이디어 발상을 시작하면 의외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뮤직비디오를 생각하면 된다. 광고에 쓸 음악을 먼저 정하는 것이다. 그것이 음향일 수도 있다. 샴페인 따르는 소리, 서비스 카트 구르는 소리 등 비행기 안에서 들을 수 있는 여러 소리만을 포착해 상을 받은 항공사 광고도 있다.

효과적인 영상광고 아이디어 내는 일은 어렵지 않다. 기획 방향에 맞는 아이디어를 그림과 소리를 이용해 스토리로 구성하면 된다. 위의 조언이 도움이 되면 좋겠다. 하지만 변치 않는 사실 하나는 조언 따위는 잊어버리고 마음대로 하면 된다는 것이다. 마음대로 할수록 쉽게 관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