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만 7억원, 그녀는 버추얼 인플루언서
버추얼 인플루언서, 코로나19 시대에 적합한 인재
지난해 8월, 일본 도쿄에서 오픈한 이케아(IKEA) 매장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이케아에는 북유럽 특유 심플한 디자인의 가구들이 직접 인테리어 된 전시장이 있다. 전시장으로 인해 이케아는 도심이 아니라 교외에 위치하고 있다. 이케아 하라주쿠 매장은 최초의 도심 속 매장으로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매장 내부엔 편의점과 스웨덴산 수제 맥주도 갖췄다. 그리고 매장 내부에서 생활하고 있는 여성도 있다는 사실이다. 매장에 방문한 사람은 이 여성이 생활하는 모습을 3일간 지켜볼 수 있었다. 이 여성은 누구길래 여기서 생활하는 것일까?
글. 김성지 기자 jerome@ditoday.com
이마(Imma)는 가상 모델
이케아 하라주쿠점에 3일간 생활했던 여성 ‘이마’는 인스타그램 33만 팔로워를 지니고 있는 인플루언서다. 무엇보다 그는 실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가상 모델(Virtual Model)으로 누군가 말해 주지 않으면 사람으로 착각할 만큼 ‘진짜’ 같다. 실존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마는 한 해 동안 7억 원을 벌며, 33만의 팔로워를 지닌 인플루언서다.
가상 모델들의 활동
이마로 인해 기존 모델들에게 비상등이 켜졌다. 사람들은 멋진 모델들을 보면 “정말 마네킹 같다”라는 말을 하는데, ‘그 마네킹’이 실제로 등장한 것이다. 가상 모델은 9등신 비율, 칼날 같은 콧대 등 대중이 원하는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고, 실제로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일본의 이마는 이케아의 모델, 랄 미켈라는 프라다·샤넬 등 명품 브랜드의 모델, 슈두·마고·지는 발망 군단에 합류하며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랑방’의 모델로 발탁됐다.
이제는 가상모델 전성시대
첫째. 코로나 시대의 적합한 모델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삶은 많은 부분이 제약되고 있다. 특히 이동이나 인원이 제한되는 현실은 모델에게도 큰 제약이다. 패션쇼나 광고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장소에서 여러 의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상 모델에게는 이러한 제약은 문제 되지 않는다. 몇 번의 클릭만으로 원하는 장소로 갈 수 있고, 의상을 얼마든지 빨리 바꿀 수 있다. 코로나 감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둘째. 리스크 최소화
“OO로 보답하겠습니다” 음주운전이나 사생활 문제 등 자신의 직업과 관련 없는 분야에서 사고를 친 후 자신의 본업으로 보답하겠다는 말이다. 이 말은 과거에는 통했지만, 현대의 대중은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어떠한 분야에서 어떠한 업적을 세웠든지, 그 사람의 과거나 현재의 사생활은 중요하다. 그렇기에 최근 들어 미투, 빚투, 학폭 논란 등 여러 사생활 관련 문제로 자신의 업적과 별개로 자신의 앞길이 막힌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가상 모델에게 사생활 문제는 별개의 영역이다. 또한 이들에게 세월의 흐름이나 자기관리 실패로 인한 리스크 따윈 없다.
셋째.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
1997년 모델은 아니지만, 사이버 가수가 있었다. 사이버 가수 아담은 1집에서 20만장을 판매하며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후 재정적인 문제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입 모양을 구현하는 데만 억 단위의 비용을 투입했다. 이제는 기술의 발달로 당시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더욱 완성도 높은 구현할 수 있다. 거기에 장소, 이동, 촬영 등 여러 관련 비용이 필요 없기에 실제 모델들보다도 비용적인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넷째. 모델들의 포트폴리오
SNS의 발달 이전에는 무대 경력만이 모델의 중요한 포트폴리오였다. 물론 지금도 무대 경력은 중요한 사항이지만 유일하진 않다. 선택지가 많아졌다. 모델에게 ‘팔로워 수’는 그 모델을 평가하는 항목 중 하나다. 즉, 잘 나가는 SNS 계정이 있다면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가상 모델은 대중이 좋아할 만한 여러 요소를 갖춰, 빠르게 자신의 팔로워를 늘리고 있다. 기존의 모델들보다 좋은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있다는 뜻이다.
주목해야 할 가상 모델들
이마(Imma)
앞서 얘기한 이마는 일본의 CG 전문회사인 ‘모델링 카페’에서 제작했다. 그녀의 이름 이마(今)는 일본어로 지금(Now)을 뜻한다. 일본의 평범한 10~20대 여자처럼 거울 앞에서 찍은 셀카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보통 그래픽은 확대해서 보면 그래픽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마의 사진은 확대하더라도 그래픽임을 확인하기 힘들다. 특히 그녀와 눈이 마주치면, 그녀를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정말 ‘사람’ 같은 모습으로 여러 잡지의 커버 모델로 활동하는 등 영역을 넓혀가며 활동하고 있다.
미켈라와 버뮤다
릴 미켈라(Lil Miquela)는 LA에 거주 중인 브라질계 미국인이다. 주근깨, 짙은 눈썹, 처피뱅 헤어스타일을 한 19세의 그녀는 인스타그램에서 293만명의 팔로워가 있는 모델이자 가수다. 그녀는 세계 최초의 디지털 슈퍼모델로, 양털 부츠 브랜드 ‘어그’의 40주년 기념 캠페인 모델로 채택됐고, 첫 앨범 ‘낫 마인(Not Mine)’은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8위를 기록했다. 또한 그녀는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드러냈다. 트럼프의 불법체류 청년 추방 유예 폐지(DACA)를 반대했고, 자신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BlackLiveMatter을 게재하며 흑인 인권 운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18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5인’으로 선정됐다.
너무 잘 나간 것일까? 2019년 4월, 미켈라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해킹 당했다. 범인은 버뮤다(Bermuda)였다. 29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버뮤다도 가상 모델이다. 그녀는 해킹 이유를 “미켈라의 거짓된 삶을 고발하기 위해서”라 밝혔다. 미켈라가 트럼프를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면, 금발 머리 백인 버뮤다는 트럼프를 지지하며 우파적인 정치 성향을 드러냈다. 이렇게 상반된 행보를 보인 두 가상 모델은 현재는 화해했고, 간간히 다정한 모습의 셀카를 게시하고 있다.
발망 군단(Balmain Army)
이 세 명은 명품 브랜드 ‘랑방’의 모델, 마고(Margot)·슈두(Shudu)·지(Zhi)다. 이 중 가장 먼저 데뷔한 슈두(Shudu)는 영국의 사진 작가 캐머론 제임스 윌슨에 의해 2017년 4월에 세상에 등장했다. 미켈라나 버뮤다보다 진짜 사람처럼 보여 사람들에게 큰 주목을 받으며 리한나의 뷰티 브랜드 ‘펜티(Fenty)’의 모델로 활동했다. 현재 그녀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21만 명의 팔로워가 있다.
에스파(Aespa)
IT 강국인 대한민국이 빠질 수 없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에스파’는 한국·일본·중국인 4명의 멤버와 이들의 또 다른 자아인 아바타 4명으로 구성됐다. 에스파의 멤버들은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의 중간인 디지털에서 만나 교감하고 성장해가는 스토리텔링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데뷔곡 ‘블랙맘바’는 빌보드 글로벌 100에 진입하며 화려한 등장을 알렸다. SM엔터테인먼트는 “미래 세상은 셀레브리티와 로봇의 세상이 될 것이며, 에스파가 미래 엔터테인먼트의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1999년 우리는 영화 ‘매트릭스’를 보며 인공지능 기계와 사람의 대결을 보며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2016년에는 알파고라 불리는 완성도 높은 인공지능 AI가 등장했고, 지금 우리의 일상 속에는 우리가 모르는 가상 인물들이 활동하고 있다. 아직은 가상 인물들의 주된 활동 영역은 모델 영역이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 이 들의 활동 범위가 넓어진다면 영화 ‘매트릭스’와 같은 상황이 펼쳐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