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의 힘,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그리는 미래
7주년 기념 포럼에서 스타트업의 현주소와 미래를 보다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다룬 영화 <잡스>를 보면 열의에 찬 젊은 청년이 모여 차고에서 컴퓨터를 개발하며 꿈을 키워가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이 장면처럼 세계적인 기업의 시작은 작고 초라한 차고에서 시작한 ‘스타트업’인 경우가 많다.
국내도 다르지 않다.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아는 ‘네이버’나 ‘쏘카’도 시작은 스타트업이었다. 이처럼 작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거대 기업으로 거듭난 사례를 보며 많은 창업가가 1조 이상의 기업 가치를 가진 ‘유니콘 기업’이 되는 꿈을 꾸며 매일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스타트업으로 살아남기는 녹록지 않다. 올해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스케일업을 위한 스타트업 생태계 국제비교 및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창업률은 OECD 국가 중 2위지만 5년 생존률은 33.8% 밖에 되지 않는다. 더해서 전세계 유니콘 기업 중 국내 기업의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보고서는 과도한 정부 규제, 혁신을 저해하는 문화와 환경 등 국내에서 스타트업이 살아남고 성장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여러 요인을 꼬집었다. ‘스티브 잡스가 되기에는 일단 집에 차고부터 없다’는 농담처럼, 아직 국내에서 스타트업으로 성공하기에는 미비한 점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스타트업 생태계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2016년 50여 개의 스타트업이 모여 출범한 단체다. 현재는 2000개가 넘는 스타트업이 함께하고 있다는 코스포의 7주년 기념 ‘패밀리데이&파운더스 포럼’에서 국내 스타트업의 현주소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성공적인 한 해를 보내기 위해
코스포의 발족 멤버였던 최성진 코스포 대표는 스타트업의 연대를 강조하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국내 20여 개의 유니콘 기업 중 13개가 코스포의 회원사로, 코스포는 규모 있게 성장하고 있다”며 창업가의 울타리가 되고자 했던 코스포가 제 기능을 해내고 있음을 전했다.
그는 올해로 7주년을 맞은 코스포를 ‘미운 7살’에 빗대며,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인 7살에 가장 중요한 것이 긍정적인 경험인 것처럼 코스포가, 그리고 나아가 국내 스타트업이 긍정적인 한 해를 보내기 위한 몇 가지 포부를 밝혔다.
✅ 본질에 집중한다
그는 스타트업을 과정으로 정의했다. 많은 기업이 스타트업이라는 단계를 거쳐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큰 기업이 되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시장에서의 의미 있는 성장 안에 스타트업 정신이 있는가”라며, 스타트업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강조했다.
✅ 사회적 역할을 강화해야
스타트업 하기 좋은 나라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제도적, 사회적 환경이다. 그는 아직 규제를 풀지 못하고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며, 성공하는 사례는 100개 중 1할 정도에 그치는 현 상황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에 대한 확신이 있기에 포기하지 않겠다는 포부를 굳건히 했다.
✅ 이타적인 코스포가 되도록
그는 마지막으로 이타적인 스타트업 포럼이라는 목표를 전했다. “성숙한 개인이 모여 모두가 행복한 사회야말로 스타트업 하기 좋은 사회”라며, 지속되는 성장에도 사회에 대한 기여를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책임 있는 창업가가 돼야
김태호 하이브 COO는 창업과 사업의 정체성에 대한 견해를 전했다. 그는 “혁신은 쉽지 않다. 그러나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는 것이 혁신”이라는 자신의 철학을 밝히며, 따라서 창업가도 자신의 사업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진중하게 고민할 것을 당부했다.
더해서 대표라는 자리에 대한 경각심도 더했다. 그는 대표의 역할은 회사를 대표해 영업하고 책임을 지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많은 이들이 사업이 성장함에 따라 대표의 역할과 무게보다는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바라보는 행태를 꼬집었다. 그는 “오만의 시기가 짧아야 한다”며 사업의 성장에도 초심을 잃지 않을 것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창업가의 책임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창업을 하면 자신이 모르는 분야가 있기 마련이지만, 이를 그저 다른 구성원에게 전가 하기만 해서는 성공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적어도 ‘How to’는 알아야 한다며, 끊임 없이 노력하고 책임을 가지는 자세의 중요성을 전했다.
연대의 힘
마지막 연사로 입을 연 정재성 로앤컴퍼니 부대표는 길었던 변호사 협회와의 갈등을 이야기했다. 그는 ‘로톡’ 창업 이후 이어진 3번의 고발과 2021년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에 대한 징계라는 결정을 내린 변호사 협회와의 길었던 2년 반의 싸움의 종지부를 밝히며, 코스포를 통한 여러 스타트업 대표의 응원, 나아가 많은 시민이 보내준 응원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그는 “한 기업의 목소리는 작을 수 있으나, 함께 모인 목소리는 큰 힘을 가진다는 것을 느꼈다”며 연대가 주는 힘을 강조하는 동시에, 기득권이라는 무거운 힘과의 싸움에서 이긴 선례라는 긍정적인 발자취를 남긴 일의 의의에 대해 전했다.
창업가를 위한 조언
이어진 자리에서는 쏘카, 직방 등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규모 있게 성장한 기업의 대표가 모여 창업가를 위한 조언을 건네는 시간을 가졌다. 창업가의 궁금증을 대변하는 김도현 코스포 감사의 질문을 통해 기업의 생존에서부터 창업가의 정체성까지, 여러 대표의 의견을 가감 없이 전했다.
창업가를 위한 코스포의 조언
✅ 생존?
투자 혹한기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창업가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기업의 생존’일 것이다. 생존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적이고 냉정한 판단이다. 금전적인 문제를 해결할 구조조정 등 현실적인 방안이 분명함에도 결단을 내리지 못해 무너지는 안타까운 사례를 여럿 봐왔다. 개인의 지나친 책임, 연민 등을 경계하고 재무재표 등 숫자에 기반한 냉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 설득?
회사를 이끌어나가며 마주하는 것은 수 많은 반대와 비난이다. 창업가는 이런 목소리를 외면할 것이 아니라, 이에 부딪히고 때로는 그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가 왜 이일 하는가, 또 무엇을 바꾸는가’에 대한 비전이다. 때로는 지금의 시도와 변화가 기득권에 대한 반감을 줄 수 있음을 이해하고, 함께 공동의 성장을 이야기할 줄 알아야 한다.
✅ 자세?
지금의 20대는 벤처 이후의 세대이기도 하다. 그들은 기존의 기업과 벤처를 같은 결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기존의 기업이 만들어 놓은 폐해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왔다. 사회에 우리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결국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창업가 모두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미래의 세대 뿐 아니라 지금의 우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가?
연대가 가진 힘이 빛을 발하기 위해
코스포의 올해 목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었다. 지금까지의 성과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만족하지 않았다. 혹한기가 길어지며 힘들어하는 스타트업을 위해 마음 상담소, 플랜B 등 여러 시도를 했지만 모두 성공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로톡의 경우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었지만, 아직 비대면 진료 서비스의 경우 법적 분쟁에 휘말려 힘든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코스포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계속해서 현실에 기반한 준비를 더욱 단단히 하겠다며 스스로를 점검했다.
더불어 자리에 참석한 여러 스타트업 대표는 모두 입을 모아 ‘창업가의 목소리’를 거듭 강조했다. 많은 창업가가 자신의 목소리가 기업에 피해를 주게 될까 우려하고 있다며, 그런 우려에서 벗어서 목소리를 내는데 주저하지 않아야 연대가 가진 힘이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대의 힘을 바탕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그들의 포부가 현실로 이뤄질 수 있을지, 코스포의 행보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