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시 기획자가 알아야 할 UX 라이팅
UX 라이팅까지 직접 해야 하는 기획자를 위한 팁
기획자라면 누구나 클라이언트로부터 “좋은 카피 없을까요?” “적절한 안내 문구 제안해주세요” 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해결하기 쉽지 않은 요청입니다. 혼자 고민하다 잘 풀리지 않을 때 ‘난 카피라이터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신경 써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고요. 그러다가 결국 팀원들의 집단 지성에 기대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UX 라이팅은 중요합니다. 기획자로 일하며 느낀 UX 라이팅의 중요성을 정리했습니다.
UX 라이팅을 신경 써야 하는 이유
최근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 가장 기억에 남은 업무를 꼽자면, 문구(텍스트) 수정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상품에 대한 문구나 유의사항 같이 사용자에게 분명히 고지해야 하는 설명문을 다듬어 달라는 요청이 가장 많았는데요. 중요도가 높은 문구일수록 문구 수정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나, 문구 수정 요청을 받을 때면 그 사람의 창의성, 서비스의 이해도, 어휘력 등을 테스트 받는 기분이 들 때도 있습니다.
문구 수정을 왜 이렇게 신경 써야 하는 걸까요? 서비스가 공공에 노출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시각적으로 뛰어나고 설계가 잘 된 서비스라도 문구가 별로라면 대중의 신뢰를 잃기 쉽습니다. 자신이 쓴 문구로 사용자와 소통하는 일은 보람찬 일이지만, 그 메시지가 기업의 서비스를 대변하게 되는 순간 사용자 입장에서 이는 기업의 목소리로 간주되기 때문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합니다.
UX 라이팅 고민이 필요했던 3가지 예시
UX 라이팅은 사용자가 접하는 인터페이스 화면의 텍스트를 만들고 다듬는 일입니다. 사용자가 서비스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지요. 때문에 서비스 안에서 발생하는 커뮤니케이션 유형과 상황에 맞는 표현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 중 대표적인 예시 3가지를 소개합니다.
1. 행동 유도 버튼(Call-to-Action, CTA)
사용자의 특정 행동을 유도하는 CTA는 UX 라이팅 중 목표 달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기업 내규에 따라 CTA표기 방식에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CTA는 짧고 간결하게 작성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클릭한 후 발생하는 상황에 대해 명확히 제시되어야 합니다.
2. 날짜, 시간 표기 방식
이벤트, 안내, 공지, 배송 등 모든 서비스에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일정 표기입니다. 날짜와 시간은 표기 규칙이 중요합니다. 표기가 제각각이라면 사용자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우선 월/일/요일을 모두 표기하는 날짜 정보의 경우 다음 형식 중 어떤 규칙을 적용할지 정해야 합니다. 이때 글자 수 제한, 콘텐츠 종류, 메시지 톤 앤 매너 등을 고려해서 정해진 규칙을 통일하는 것이 좋습니다. 서비스 내에 날짜 표기가 여러 버전이거나 그 규칙이 다르면 일정 정보에 대한 신뢰가 깨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1️⃣ 03월 01일 화요일 → 한 자리 숫자 앞에 0을 붙여 한글로 모두 표기
2️⃣ 4월 9일 화요일 → 0을 표시하지 않고 월, 일, 요일을 한글로 표기
3️⃣ 4/9(화) → 0을 표시하지 않고 부호로 월, 일을 표기
연도가 들어가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공통 규칙에 따라 표기해주면 됩니다.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디자인 시점에서 글자 수 제한 같은 돌발 이슈가 생기는 경우가 있으니 예외적인 상황에 대한 규칙까지 정해 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간 표기는 24시간 표기법과 12시간 표기법이 있습니다. 24시간 표기법은 오전/오후, AM/PM, 낮/밤, 새벽/아침/점심/저녁 등을 기재하지 않아도 되는 대신 직관적이지 않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12시간 표기법과 비교해봤을 때 22시보단 오후 10시가 더 쉽게 이해됩니다. 특히 24시, 밤 12시, 0시, 00시, 자정 등 날짜가 바뀌는 시점에 맞물려 있는 시간 표기는 더욱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시작하는 날짜의 새벽 0시를 뜻하는지, 그날 자정을 말하는 밤 12시를 뜻하는지 헷갈리기 쉽기 때문입니다.
즉, 사용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12시간 표기법, 오전과 오후로 구분해 사용하는 것이 사용자 친화적인 라이팅입니다. 선택적인 사항으로는 내부 혼동을 줄이기 위해 낮 12시, 밤 12시 등으로 구분하는 규칙을 추가하면 됩니다
1️⃣ 3/1(화) 밤 11시 59분을 지나 끝나는 12시를 의미할 경우
예) 3/1(화) 자정까지
예) 3/1(화) 밤 12시까지
예) 3/1(화) 24시까지
2️⃣ 3/1(화) 자정을 지나 시작하는 0시를 의미할 경우
예) 3/1(화) 0시부터
예) 2/28(화) 자정부터
3. 성공/실패 알림
①어떤 작업이 완료되었거나 ②작업을 완료하는 중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용자에게 정확히 안내해 다음 행동을 유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결제 내역에 오류가 생겼다면 해당 오류를 정확히 알려 혼란을 방지한 뒤 재결제를 유도해야 합니다. 특히 실패 알림은 사용자가 다음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명확히 지시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서비스 이탈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에이전시에 UX 라이터가 없는 이유
UX 라이팅은 작문의 성격이 강하지만, 수필이나 소설 등 감성과 창의성을 담아 써 내려가는 글은 아닙니다. 현란한 미사여구로 감성을 자극하는 카피라이팅도 아니죠. 이와 달리 중립적인 성격의 글이기에 오히려 더 어렵고 까다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UX 라이팅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가를 ‘UX 라이터(Writer)’라고 합니다. 최근엔 국내에서도 UX 라이터 직군을 채용하고 있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렇다면, UX라이터의 주요 자격요건은 무엇일까요?
해외 유명 구인구직 사이트 ‘indeed.com’에서 UX 라이터를 검색해보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월마트, 우버 이외에도 수많은 기업들이 UX 라이터를 찾고 있습니다. 이들이 찾는 UX 라이터의 자격요건을 보면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 UX 라이터의 주요 자격요건
- 작문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 제품 관리자, 기획자, 엔지니어, 마케터 및 관련 담당자들과 원활하게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 다양한 직군과 업무를 긴밀하게 협력하되 실제 사용자 측면에서 고객을 대변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여정 전반을 이해하며 그들을 설득하는 텍스트를 작성해야 한다.
- 복잡한 내용도 최대한 짧고 의미가 명확하게 전달되도록 작성할 수 있어야 한다.
- 자사의 서비스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지식, 그리고 그것을 이용하는 사용자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 사용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어떻게 목소리 톤을 적용해야 할지에 대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위의 자격요건 중 굵은 글씨로 표시한 부분은 작문 경력을 요구하는 항목입니다. 이 부분만 제외하고 본다면 어디서 많이 본 요건들이지 않나요? 네, UX 기획자에게 요구되는 조건과 동일합니다.
에이전시 기획자는 화면을 설계할 때 콘텐츠가 들어갈 자리에 어떤 속성과 성격을 입힐지 고민한 뒤 이를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구조를 설계합니다. 이 과정에서 기획자는 이미 UX 라이터의 역할을 어느 정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화면을 설계한다는 건 해당 서비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용자 친화적인 단어와 문장을 선별한 뒤 이를 고객사에 제안하는 등의 업무를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기획자는 전문 작가처럼 화려한 미사여구를 쓰거나 글 자체를 멋들어지게 작성할 수는 없어도 노출되는 특정 메시지와 어투 등 텍스트 요소에서 느껴지는 재질감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신경쓰고 있습니다.
에이전시 기획자가 UX 라이팅을 잘 하려면?
UX 라이터 직군을 모집하는 회사의 공통점 중 하나는 자체 서비스나 플랫폼을 운영 중이라는 점입니다. 서비스를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UX 라이터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에이전시에서는 기획자가 UX 라이팅을 도맡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탓에 기획자의 역량에 따라 서비스의 완성도가 달라지곤 하는데요. 기획자가 UX 라이팅을 잘 하기 위해선 다음의 팁을 참고합시다.
1. 국립국어원 홈페이지 적극 활용하기
앱 화면을 설계할 때 콘텐츠 노출 방식과 UI 형태 등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이유를 따져야 하듯이, 텍스트도 단어부터 문장, 글의 분위기까지 신경써야 합니다. 따라서 ‘왜 이 단어를 선택했는지, 어떤 목적으로 이런 종결 어미를 사용했는지’ 등을 근거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부분 단어를 교정할 때 ‘맞춤법 검사기’를 활용하는데요. 맞춤법 검사기는 전체 문맥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기술적 한계에서 오는 오류가 존재하기 때문에 되도록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높은 공정성과 정확한 어문 규칙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국립국어원 홈페이지를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공적인 메시지를 만드는 기획자 입장에서 되도록 표준국어대사전을 따르는 것이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는 길입니다. 기본 표기법은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을 기준으로 하되, 내부 언어 사용 규칙을 별도로 정해 허용된 표현을 정리하는 방안을 권합니다.
2. 고객사와 메시지 전략 설정하기
프로젝트 초반에 고객사가 원하는 서비스 방향을 정확히 파악하는 메시지 전략 단계가 필요합니다. 사용자는 기업을 텍스트로만 인지하기 때문에 톤 앤 매너에 어긋난 메시지는 사용자에게 혼란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객사 내에 UX 라이터가 없다면 기획자가 역으로 메시지 전략을 역으로 제안, 설득하는 방법도 좋습니다. 이렇게 메시지에 대한 기준을 먼저 세워야 주요 버튼명, 문구 등을 작성하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특히 기획자가 여러 명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의 경우 공통 문서가 매우 중요합니다. 공통 문서에서 메시지 전략을 설정할 때 도움이 되는 내용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 내부 언어 규칙을 만들 때 포함되어야 할 리스트
1️⃣ 허용 규칙 리스트 만들기
어법이나 어문 규범의 예외로, 기업의 이익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허용하는 표기 규칙을 유연하게 사용하기 위해 정리(단, 부정이슈가 예상되는 허용 표기 규칙은 제외)
2️⃣ 금지어 리스트 만들기
자주 실수하거나 메시지에서 사용하면 안 되는 사례 또는 표현을 정리하여 한 번 더 경각심을 일깨우고 공유하기 위해 사전으로 정리
3️⃣ 대외 지칭 용어 통일하기
보도자료나 소개 콘텐츠 등 외부 소통을 위해 기업과 브랜드를 소개하고 정의하는 표현을 공유해 일관된 정보로 노출하기 위해 정리
4️⃣ 내부 용어와 업계 용어 파악하기
특정 업계나 기업 내에서만 사용하는 어려운 용어를 알기 쉽게 풀이한 내용으로 노출하기 위해 사전으로 정리
3. 케이스 스터디 하기
UX 라이팅이 잘된 사례를 공부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프로젝트 일정이 빠듯한 경우에는 내가 만들고자 하는 서비스에 어떻게 적용시킬 수 있는지 유사 사례들을 벤치마킹하고 적용해보는 것을 권합니다.
👉 원문 콘텐츠: UX 기획 3년차가 느낀 UX 라이팅의 중요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