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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약과에 미친 ‘할매니얼’, 대체 누구?

약과 열풍으로 본 할매니얼 마케팅 전략

원래 약과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의아하다. 약과 열풍이 이토록 거셀 줄이야. 지난 4월 온라인 내 약과 언급량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고, 제과 업계는 앞다퉈 약과 신제품을 내 놓고 있다. 신상 약과를 구매하기 위해 ‘오픈런’을 감행하는 건 이제 일상이 됐다. 약과에 열광하는 ‘할매니얼’, 그들은 대체 누구일까?

글. 장준영 기자 zzangit@ditoday.com
섬네일. 손찬호 디자이너 bbi0808@ditoday.com


30대 여성이 ‘찐 할매니얼’

약과 열풍을 주도하는 건 할매니얼이다. 할매니얼은 할머니와 밀레니얼의 합성어로, 식품과 패션 등 조부모 세대의 취향을 즐기는 사람을 뜻한다.

디저트 분야로 한정하면 할매니얼은 유독 약과를 사랑한다. 최근 디지털 마케팅 인사이트 연구소 인크로스 데이터랩(IDL)이 발간한 할매니얼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4월 약과의 온라인 언급량은 약 8만 7,00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7배 증가했다. 한과나 떡 같은 여타 ‘할매 입맛’ 디저트를 압도하는 숫자다.

실제로 IDL이 11번가 검색 데이터(지난 5월 기준)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할매니얼 디저트 검색량의 절반 이상(52.6%)이 약과로 집계됐다. 쑥(9.1%), 찹쌀떡(8.6%), 팥(6.3%), 크림떡(5.4%) 등이 뒤를 이었다.

2023년 5월 SKP DMP Data 기준, 한국 디저트 트렌드 관심 연령대 분석 결과(자료: 인크로스 데이터랩).

약과를 사랑하는 이들은 2030 여성이다. 이 중 30대 여성의 비중이 좀 더 크다. IDL에 따르면, MZ세대 중 한국 디저트에 관심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30대 여성(28.7%)과 20대 여성(20.4%)으로 나타났다. 30대 남성(19.2%)과 20대 남성(14.4%)도 만만치 않은 ‘할매 입맛’을 자랑했지만, 10대(2.0% 이하)는 별 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한 제과 업계 관계자는 “2030 여성은 원래 디저트에 대한 관심이 크고 소비에도 적극적인 연령대”라며 “특히 10대에 비해 어린 시절 전통 디저트를 접한 경험이 많아 호기심으로라도 할매니얼 트렌드에 동참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섞어 먹으니 더 맛있다

할매니얼이 유독 약과를 편애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다른 디저트와 조합이 쉽다. 이것저것 섞어도 잘 어울리니 다양한 메뉴가 출시됐고, 모두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실제로 국내 약과 브랜드 상위 5개사(SNS 언급량 기준) 중 두 곳이 퓨전 약과 전문점이다. ‘쿡희네집’이 올해 초 한정판으로 선 보인 바닐라크림 약과쿠키는 유례 없는 대란을 일으켰고, 편의점 CU가 지난 달 말 출시한 ‘이웃집 통통이’ 브라우니 약과 쿠키는 사흘 만에 초도 물량 10만 개가 완판 되는 기염을 토했다.

다양한 퓨전 약과 제품(자료: 이루다마케팅).

이 뿐이 아니다. 던킨이 지난 1월 한정판으로 선 보인 ‘허니글레이즈드 약과’는 120만 개가 팔리며 상시 상품으로 전환됐고, 도넛 브랜드 노티드는 전통 디저트 브랜드 ‘만나당’과 협업해 ‘궁중 약과 스콘’을 출시했다. 또 파리바게뜨가 지난 3월 공개한 ‘약과타르트’는 판매 2주 만에 10만 개가 팔렸다. SPC삼립과 세븐일레븐, GS25도 6월 약과 신제품을 출시했거나 준비 중이다.

2023년 4월 버즈워드 데이터 기준 약과 관련 키워드 언급(자료: 인크로스 데이터랩).

퓨전 약과의 인기는 온라인에서도 찾을 수 있다. IDL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소셜 미디어에서 약과와 함께 언급된 대표 키워드는 쿠키(2만 3,556건), 커피(1만 9,392건), 아이스크림(1만 268건) 등으로 소비자가 단순히 약과 구매에서 멈추지 않고 새로운 디저트 조합을 찾고 공유하는 데 관심이 있음을 의미한다.

한 마케팅 업계 관계자는 “약과는 맛이 달고 형태가 단순하며, 너무 무르지도 단단하지도 않아 다른 디저트와 조합하기 쉽다”며 “자신만의 것을 발견하고 공유하길 선호하는 MZ세대의 성향과 잘 맞아 떨어진 음식”이라고 분석했다.

함께 먹으니 더 맛있다

이번 약과 트렌드에는 마케팅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특징이 하나 더 있다. 약과를 가까운 지인과 나누려는 심리다. 단순히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엄마’나 ‘언니’에게 선물하거나 또는 같이 먹기 위해 구매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IDL이 SNS에서 핫한 약과 브랜드 ‘장인약과’와 ‘봄날엔약과’의 관련 키워드(지난 4월 기준)를 분석한 결과 ‘엄마’ ‘언니’ ‘친구’ 등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를 두고 IDL은 “할매니얼 사이에서 약과를 ‘지인’과 함께 즐기는 ‘문화’가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들에게 접근성은 선택 기준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정리하면 약과 열풍은 2030 여성, 특히 30대 여성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다양한 디저트와 조합한 퓨전 약과를 선호하며, 약과의 기존 소비층인 엄마 세대와 약과를 나누어 먹으려는 심리가 있다.

약과 열풍,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약 700년 전에도 한반도를 강타했다. 당시 고려인은 정말 맛이 좋아서 약과에 환장했다고 한다. 지금은 맛도 맛이지만 다양한 디저트 취향을 얼마나 유연하게 반영하느냐, 부모 세대와의 공감대를 얼마나 자극하느냐가 마케팅 관건으로 떠올랐다. 약과 열풍, 결코 약과로 볼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