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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브라질리에, 아름다운 순간을 영원으로

전시회 덕후 기자의 <앙드레 브라질리에 특별전> 감상기

어깨를 움츠리게 하던 추위가 사르르 풀린다. 포근한 색채의 유화에는 따스한 기운이 가득하다. 유화 속 평화로운 풍경을 보고 있으니, 매일 요동치던 심신이 편안해진다. 왜 이리 평온한지에 대해 논리 정연하게 설명할 순 없다. 단지 앙드레 브라질리에가 사랑한 ‘색과 아름다움의 순간’을 느낄 뿐이다.

글. 이재민 기자 youjam@ditoday.com
섬네일 디자인. 최지욱 디자이너
ckalibt@ditoday.com
사진. 이재민 기자, 최지욱 디자이너

프랑스 미술계의 살아있는 전설

1929년 프랑스 소뮈르에서 태어난 앙드레 브라질리에는 화가인 부모님의 영향으로 미술을 일찍 시작했다. 그는 프랑스 최고 예술학교 ‘에꼴 데 보자르’를 거쳐, 23세에 400년 역사의 ‘로마 대상’을 수상하며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세계 4대 뮤지엄 중 하나인 에르미타주 뮤지엄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피카소 뮤지엄을 포함한 수백 회의 전시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브라질리에는 마티스와 샤갈의 정통 회화 정신을 이어받은 마지막 계승자다. 어느새 94세 원로 화가가 됐지만 회화를 향한 그의 애착과 열정은 여전히 충만하다. 그는 급변하는 미술 사조에도 불구하고, 20세기 거장들의 회화가 지닌 힘을 믿는다. 모더니즘은 시대를 반영하지만, 고전은 시대를 초월하는 영원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리에는 회화가 삶의 생생한 증언이자 살아 있는 감정을 나누는 노력이길 원한다. 그가 평생 동안 여인, 석양, 숲, 말, 음악, 회화의 아름다움을 탐구하고 추적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섹션 1. 축제로의 초대

브라질리에의 그림에는 말, 음악, 자연, 여인이 등장한다. 첫 번째 섹션은 그가 경험한 서커스, 음악과 춤, 말의 공연 등 ‘축제의 순간’으로 관람객을 초대한다. 그는 축제를 단순한 오락거리로 재현하지 않고, 당시 느낀 벅찬 환희와 무대의 생생함을 그대로 전달한다. 브라질리에는 피아노의 포르티시모(매우 세게 연주하는 방식)와 현악기의 울림을 시각화해 음의 진동까지 표현했다.

섹션 2. 풍경이 말을 걸었다

두 번째 풍경화 섹션에서는 브라질리에 회화의 특징인 낭만적이고 풍부한 색감이 돋보인다. 특히 분홍과 파랑의 대비가 강렬하다. 브라질리에는 분홍을 ‘석양의 장밋빛’, 파랑을 ‘꿈과 마음의 빛’으로 비유했다. 그에게 자연은 조화와 질서, 평화와 환희, 아름다움 그 자체이기에 부드럽고 섬세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섹션 3. 그녀

세 번째 섹션에는 브라질리에의 아내 ‘샹탈’이 등장한다. 그는 브라질리에의 뮤즈이자 영감의 원천이다. 이 섹션 작품에서는 영원한 사랑을 고백하는 브라질리에의 ‘사랑꾼’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그림 속 샹탈의 시선은 전부 아래를 향하고 있는데, 그는 이 모습을 ‘성녀’ 같다고 말했다. 또한 샹탈과 함께 그려진 장미, 백합, 튤립은 모두 꽃말에 사랑이 포함된다. 샹탈 의상을 자연과 연결시켜, 샹탈을 자연처럼 고귀한 존재로 표현하기도 했다.

섹션 4. 삶의 찬가

브라질리에는 네 번째 섹션에서 회화라는 언어로 그가 추구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자연과 계절의 놀라운 변화, 동물과 생의 경이로움을 발견하는 삶을 염원한다. 그리고 이런 발견이 선사하는 찬란한 순간을 회화의 아름다움을 통해 전달할 수 있다고 믿는다.

브라질리에는 이번 특별전을 위해 다시 캔버스 앞에 섰다. 마법 같은 색채는 회화를 향한 그의 순수한 열정이 변함없음을 증명한다. 브라질리에가 사랑한 아름다운 순간들은 마음에 서서히 스며들어 위로가 된다. 한국에 대한 애정이 깊은 그는 한국어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여러분, 사랑하세요.”

앙드레 브라질리에가 쓴 손글씨

<앙드레 브라질리에 특별전> 전시회 정보

기간: 2022. 12. 20 ~ 2023. 4. 9 (매주 월요일 휴관)
시간: 10:00 ~ 19:00
장소: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2406,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주최: 경향신문, 한솔비비케이
주관: 한솔비비케이, 빅피쉬씨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