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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서 리브랜딩 하기 ①
형태 그 자체로 의미를 보여주는 심볼
스타트업에서 리브랜딩 하기 ①
안녕하세요, 저는 스타트업 클래스팅의 프로덕트 팀에서 일했던 디자이너 오승주입니다. 클래스팅에선 2017년 상반기에 걸쳐 회사·서비스 리브랜딩을 진행했습니다. 스타트업 특성상(?) 디자이너 한 명이 전반적인 작업을 모두 진행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다른 스타트업 혹은 작은 회사들의 리브랜딩 과정이 궁금했습니다.
지난 시간의 저와 같은 고민으로 이런저런 글을 찾아보실 분들을 위해 제가 경험한 이야기를 정리해 공유하고자 합니다.
Why Rebranding?
클래스팅은 ‘교사-학생-학부모’ 간의 소통과 학급 관리의 부담을 줄이고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시작된 학급용 버티컬 SNS다. 2012년 베타로 시작해 현재는 400만이 넘는 교사, 학생, 학부모가 이용하는 서비스로 성장했다.
클래스팅에 리브랜딩이 필요해진 이유는 사실 꽤 분명하다. 기존의 교사-학생-학부모를 이어주는 ‘교실용 SNS’ 기능에 충실했던 클래스팅이, 다양한 학습 콘텐츠를 제공해 교내외 학습까지도 도와주는 ‘교육 소셜 플랫폼’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물론 서비스 자체의 변화 외에 기존 심볼이 가지고 있던 문제도 있었다. 탁한 메인 컬러와 단독 사용이 불가능한 밝기의 서브 컬러는 서비스 내에서도 뒤죽박죽 섞여 규칙을 파괴했고 플랫폼으로 나아가려는 회사의 방향을 도와줄 수도 없었다. 거기에 모양이 주는 왜인지 모를 반 세대 전의 느낌은 변화에 대한 욕구를 만들어내기에 꽤 충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비스에 대한 새로운 브랜드 스토리 정립과 함께 이를 그래픽적으로 충분히 반영해줄 수 있는 새로운 브랜딩이 필요해졌다.
특히 앱 아이콘은 서비스 경험의 시작이자 때론 그 자체를 대치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기존의 그래픽 요소들을 모티브 삼되 새롭게 정의된 키워드들을 더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형태가 되어야 했다.
사실 위에 나열한 꽤 많은 이유 덕분에 2016년부터 두어 번의 리브랜딩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① 업무적인 우선 순위에 밀려서(스타트업에는 언제나 리브랜딩보다 급한 일이 최소 한개는 있기 마련이다)
② 리브랜딩과 서비스 UI 개편 등을 모두 한번에 작업해 함께 배포하고자 했던 무모함(한 날 한 시에 짠! 짠! 짠! 하고 내보내고 싶었다)
덕분에 밀리고 또 밀려 2017년까지 오게 됐다.
2016년의 실패에서 얻은 교훈으로 2017년의 리브랜딩은 시작부터 그 범위를 최대한 줄여서 계획을 세웠다. 일의 크기를 크게 잡는 순간부터 회사의 우선 순위에 밀려 진행하기 어려워질 것이 분명했고, 홀로 진행하는 디자이너 스스로에게도 큰 부담을 주지 않고 작업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시작부터 “그냥 앱 아이콘만 바꿀 거에요.”라고 땅땅 못을 박고 시작했다. 그리고 정말 그럴 생각이었다.
Rebranding Process
국내외 이용자 수 400만 이상을 지닌 서비스의 리브랜딩을 진행한다는 것은 솔직히 꽤 부담스러운 일이다. 심지어 디자이너는 한 명인데. 숫자로 표현하자면 4,000,000:1이다. 게다가 그 많은 이용자 중 절반 이상은 필자보다 클래스팅을 더 오랜 시간 사용한 분들이었다. 그들에게 너무 친숙한 심볼과 색상을 버리고 다른 것을 선보인다는 것 자체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내내 큰 걱정거리였다. 이 때문에 기존 로고를 유지하는 것에 대한 고민도 꽤 여러 번 했다.
고민 끝에 선택한 리브랜딩 전략은 ‘새로운 브랜드 키워드 정의와 함께 기존 브랜딩 요소를 나열하고 이를 여과하여 적용하는 방식으로, 이전과 다르지만 낯설지는 않은 느낌을 주는 것’이었다. 이른바 조삼모사 스킬! (농담이다)
① 기존 브랜드 분석 및 재정의
리브랜딩 된 클래스팅은 기본적으로 서비스의 현재를 가장 잘 담으면서도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했다. 이를 위해 먼저 기존 서비스 및 회사의 특징으로 꼽을 수 있는 속성들과 회사가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의 키워드들을 나열해 그 중 어떤 것이 핵심 키워드로 가지고 가야 할 가치인지를 정의했다. 그래픽 요소 역시 기존 심볼과 로고타입의 요소들을 추출하고 그 중 유지해야 할 것과 과감히 버려야 할 것을 정의해 그래픽 방향의 지향점을 잡았다.
② Sketch
위에서 선정된 주요 키워드들을 바탕으로 러프하게 1차 심볼 스케치를 진행했다. 개인적으로 디자인이 너무 직접적이라 자칫 유치해 보일지라도 사용자 혹은 비(非)디자이너들에게 그 의미가 확실히 전달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조형미는 이후에 발전시킨다는 전제하에 최대한 기본이 되는 형태 혹은 색상의 전달에 있어서 그 의미가 모호해지지 않도록 노력했다.
혼자 진행한 작업이었던 탓에 돌아보면 더 참신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나오지 못했던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다른 브랜딩 관련 글의 많은 디자인 시안을 볼 때마다 좀 슬픈 것 같기도 하다.
③ Sketch Development
1차 스케치에서 나온 아이디어들을 바탕으로 클래스팅의 핵심 키워드를 축으로 하는 매트릭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스케치 중 각 키워드 축에 부합하는 것들을 발전시켜 매트릭스 위에 올려두고 어떤 방향이 클래스팅의 지향점과 맞는지 비교해 보았다.
이 매트릭스를 두고 필자를 포함한 프로덕트 팀 내에서 주류를 이루었던 의견은, ‘Connection’이 드러나 보이는 쪽이 현재의 그리고 이후에도 지향하는 가치와 가장 맞아 보인다는 것이었다.
학교 혹은 SNS, 메신저 등을 앱 아이콘으로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다른 시안들은 기존 클래스팅1.0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 더 강한 것에 비해 ‘연결성’을 보여주는 그래픽은 다양한 가치를 제공하는 플랫폼 서비스에 적합해 보인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④ 사내 게시 및 리뷰
최종 로고에 대한 결정권은 디자이너 개인에게 있었지만, 클래스팅 멤버 한 명 한 명의 생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양한 구성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많이 듣고 싶었다. 그래서 사내 라운지 벽면(에 세워져 있던 탁구대)에 후보 시안들을 출력해서 부착해두고 그 하단 테이블에 다양한 포스트잇, 펜을 함께 놓았다. 그리고 ‘의견은 자유롭게’라는 문구가 자유로운 글씨로 쓰인 포스트잇을 붙여두고 사내 메신저 ‘Slack’에 이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올렸다.
멤버들이 모두 볼 수 있는 곳에 비치해두고 주기적으로 공지를 했던 덕분인지, 기대했던 것보다 적극적이고 자유로운 의견을 받을 수 있었다. 심지어 “이건 튤립을 닮았어요.”라고 쓰고 튤립을 그려주신 분도 있었는데, 이 밑도 끝도 없는 의견 덕분에 이 모양이 마치 ‘새싹’같다는 생각이 들어, 브랜드 스토리 구축에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⑤ Final development and Release
3일간 진행된 사내 리뷰 과정을 통해 최종 심볼은 클래스팅의 브랜드 지향점인 ‘Connection’을 드러내면서 기존의 ‘C’형태를 유지하고 이것에 약간의 브랜드 스토리를 더하는 방향으로 확정 지었다.
시안이 정해지고 ‘와, 이제 끝이 보인다’ 싶었는데, 기존에 작업해두었던 시안을 막상 실제 적용하려고 보니 라인의 굵기가 너무 얇아 모바일과 같은 작은 화면이나 앱 아이콘으로는 너무나도 부적합한 게 아닌가. 때문에 이를 다양한 크기로 사용했을 시에도 무리 없이 적용이 가능한 형태로 발전시키기 위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를 진행하면서 같은 아이디어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형태를 고안해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로고를 가꿔나가는 과정 중, 색상의 경우엔 그래픽 요소에서 뽑아낸 기존의 색상인 초록/푸른 계열을 유지하되 ‘밝고 활기찬’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기존 색상보다 채도와 명도를 모두 높여 적용했다. 역시 문제가 확실하면 해결도 명쾌해진다.
이렇게 완성된 클래스팅의 리브랜딩은 매주 월요일에 모든 멤버가 함께하는 Weekly-ting(주간 회의)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배포를 시작했다.
이전의 심볼은 이를 구성하는 요소들 각각에 의미가 부여되어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그 의미를 아는 사람의 설명이 꼭 필요했다. 이에 비해, 새로운 클래스팅 심볼은 형태 그 자체로 의미를 보여주기 때문에 비교적 누구나 어렵지 않게 추측이 가능하게 된 점이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새로 정립된 브랜드 스토리 역시 심볼이 클래스팅의 브랜드 지향점을 시각적으로 드러내준 덕분에 더 강력한 설득력을 갖게 되었다.
아이콘과 그래픽 요소를 바꾸면서 UI 개편도 동시에 진행하게 됐는데, 관련 이야기는 다음 연재분에서 풀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