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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삶에 가치를 더해주는 콘텐트
누구나 작가가 되어야 한다
콘텐트 라이터
Content Writer
“콘텐트란 독자의 삶에 가치를 더해주는 모든 것을 말한다
(Content is anything that adds value to the reader’s life.).”
인도의 기업가 아비나시(Avinash Kaushik)
광고는 광고, 콘텐트는 콘텐트
‘콘텐트(Content)’란 최근 너무도 오남용되는 용어 중 하나다. 방송국에서는 방송용 제작물을, 영화계에서는 영화작품을, 애니메이션에서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콘텐트라 부른다. 문화산업진흥 기본법에서는 ‘콘텐츠’란 부호· 문자· 도형· 색채· 음성· 음향· 이미지 및 영상 등(이들의 복합체를 포함한다)의 자료 또는 정보를 말한다고 설명한다. 광고계에서는 디지털시대를 맞아 전통적 광고를 확장하는 의미로 자주 사용한다. 광고를 콘텐트라 부르면 상업적 광고보다는 조금 격이 높아 보여 그렇게 부르는 심리도 있다. 광고는 기업의 배를 부르게 해주기 위한 ‘선전’ 수단이라 속된 일이라고 인식하는 이들이 아직도 많아 반작용이 생긴 것이다. 그럴 필요 없는데. 광고는 광고고, 콘텐트는 콘텐트다. 광고는 속된 것이고, 광고를 게재하는 방송 프로그램과 신문기사는 고급스러운 것이라는 인식은 균형 잡힌 시각이 아니다. 고급스러운 걸 만들려면 돈이 든다. 방탄소년단도 돈이 든다. 메디치(Medici)가의 후원을 받은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까지 가지 않더라도, 노벨문학상 수상 작품도 제작자 없이는 세상에 선보일 수 없다.
Content vs Contents
그런데 영어 표기에 문제가 있다. 누가 시작했는지 몰라도 한국에서는 ‘콘텐트(Content)’라 하지 않고, ‘콘텐츠(Contents)’라고 한다. ‘한국 콘텐츠 진흥원(Korea Creative Content Agency)’은 한글로는 콘텐츠라 표기하고, 영문으로는 콘텐트라 표기한다. 영어사전(English Grammar Today)을 찾아보니 ‘콘텐트(Content)’는 셀 수 없는 단수명사다. 눈에 보이지 않으므로 당연히 셀 수 없고, 끝에 s를 붙일 필요가 없다. 콘텐트는 글이나 영화, 연설 속에 담겨있는 아이디어를 뜻한다. 예를 들어, “이 영화에는 성인용 콘텐트가 들어있습니다. 따라서 어린이에게 적합하지 않습니다.”라고 할 때 쓴다. 작품의 형식이 Form이고, 내용이 Content다. 그런데 한국에서 즐겨 쓰는 ‘콘텐츠(Contents)’는 복수명사로서 책 앞부분에 시작하는 페이지 숫자와 함께 적는 챕터(Chapter)나 글의 목록을 말한다. 그러니까 ‘목차’나 ‘차례’란 뜻이다. 물론 콘텐트라 부르건, 콘텐츠라 부르건 업무에 지장이 생기지는 않지만 차이를 알아둘 필요는 있다.
한번에 무장해제, 미소 짓게 만드는 광고
Content Writer
광고의 작가인 카피라이터(Copywriter)는 이제 콘텐트 작가(Content writer)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번 글의 주제다. 카피라이터 뿐 아니라, AE와 아트디렉터도 마찬가지다. 광고 아이디어를 주로 내지만, 기자나 방송 구성작가처럼 콘텐트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소비자가 재미없는 광고를 회피하기 때문. 광고보다 더 재미있는 콘텐트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사랑이 어떻게 움직이니?”라고 항의했지만, 이제 사랑이 움직인 것이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서 광고매체로 사용하는 콘텐트는 주로 방송프로그램이나 신문잡지기사, 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의 발행물, 일인 방송 MCN(Multi Channel Network) 등이다. 4대 매체 시대와 비교하면 매체의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시대다. 거기에 들어갈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원래 광고는 재미있었다. 친구들이 만나면 재미있는 광고 이야기를 나누었고, 광고 속의 짧은 문구가 순식간에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소비자는 반전이 강한 스토리를 토대로 자연스럽게 해당 브랜드를 기억해 제품을 구매했다. 필자도 광고가 재미있어서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요즘은 다르다. 광고인 모두가 현명해져서 예산을 한 푼도 낭비하지 않는 퍼포먼스(Performance) 중심의 광고를 만들지만, 콘텐트인 광고 자체는 재미없어졌다. 똑똑한 광고는 많지만, 한 번 보면 무장해제하고 미소 짓게 만드는 광고는 많지 않다. 잘 만든 콘텐트의 힘을 보여줄 때가 왔다. 장사를 위해 ‘푸시(Push)’ 위주의 메시지 주입 방식 광고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광고라는 매체를 좀 더 여유 있게 활용하자는 것이다. 인쇄광고를 만든다 생각하지 말고, 아트 포스터를 만든다고 생각하자. 배너를 만든다고 생각하지 말고, 위트(Wit) 있는 애니메이션 작품 만든다고 생각하자. 영상광고가 아니라 제품 따위는 나오지 않는 단편영화를 만든다고 생각하자. 그래야 사랑이 돌아온다. 다시 그 시대를 만나야 잃었던 광고의 품격을 되찾을 수 있다.
맛있는 생활
1980년대 일본의 세이부 백화점은 ‘맛있는 생활’이라는 슬로건으로 광고를 집행했다. 우디 알렌(Woody Allen)이 기모노를 입고 직접 붓글씨로 글을 쓴 종이를 들고 등장했다. 당시 필자를 비롯한 많은 젊은 광고인들은 그 카피 한 줄로 카피라이터가 천만 원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꿈꾸는 기분에 빠졌다. 대기업 계열 광고회사의 촉망받던 우리 월급은 삼십만 원대였다. ‘아니 그게 뭐야? 생활이 어떻게 맛있어?’라고 시비조로 말하면서도 우리가 죽기 전에 그만한 돈을 아이디어 값으로 받을 수 있을까 상상하며 부러워했다. 카피라이터 이토이 시게사토가 만들어낸 그 광고는 백화점 광고로는 파격적이었고,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을 세상에 확실히 각인시킨 작품이었다.
누구나 작가가 되어야 한다
이런 아이디어를 광고에서 만나고 싶다. 물론 지금은 평화로웠던 옛날처럼 광고 한 편을 일 년 이상 준비할 수 없는 시절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광고를 더 싸게,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 만들어내는 시대다. 머지않아 말 안 듣는 광고인 대신 말 잘 듣는 인공지능 작가를 투입할 태세다. 소비자의 반응에 따라 퍼블리싱 하자마자 내리거나 갑자기 돈을 더 투입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디지털시대 광고의 장점이자 예산의 효율성에 관한 이야기고, 훌륭한 콘텐트는 역시 작가가 만드는 것이다. 이제 광고작가는 마케팅 전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감동적인 콘텐트를 만들어내는 진짜 작가로 변신해야 한다. 명함에 카피라이터라고 적힌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광고주건, 기획담당자건, PR 컨설턴트건, 아트디렉터건, 개발자건 직함이 중요한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직함과 상관없이 빨리 잘 하는 사람이 환영 받는다. 광고회사에서 일한다면 누구나 작가가 되어야 한다. 마치 전업 작가처럼 상업적 메시지는 잊고 솔직한 자세로 브랜드에 대해 감동적인 이야기를 써야 한다. 모두가 콘텐트 라이터가 되어 마치 기자처럼 기사, 블로그 게시물, 신문 기사, 잡지, 백서 등의 다양하고 비교적 길이가 긴 형태의 콘텐트를 만들어내야 한다. 물론 아는 범위 내에서 제대로 써야 한다. 온라인상에 공개되면 그 문제에 대해 훨씬 더 많이 아는 독자에게 바로 반격당하고 만다. 작가 스티븐 킹(Stephen King)은 좋은 글을 쓰려면 허위의식과 근심을 버려야 하는데, 글쓰기의 목적은 상관없으나 경박한 자세만은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에 작가 앤 라모트(Anne Lamott)는 글을 쓰는 사람은 어느 정도 세속에 물들고 또 세속에 물들지 않는 천진함도 함께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바쁘고 무심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아라
콘텐트로 경쟁하다
특히 소비자의 광고회피 현상이 심해지면서 광고 같지 않은 광고형태인 ‘네이티브 광고(Native Ad)’를 작성하기 위해 저널리스트 출신을 기용해 콘텐트 라이팅을 맡기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의 한 연구에서도 소비자가 기존의 ‘배너광고(Banner Ad)’를 더 많이 기피하고, 네이티브 광고(Native Ad)에는 상대적으로 거부감을 덜 느낀다고 나타났으며, 광고 친밀도나 제품 구매 의향도 네이티브 광고가 더 높은 결과를 보였다. 광고대행사와 PR대행사, 온라인 광고회사, 광고매체 역할 하는 언론사, 광고제작사, 컨설팅 회사, 나아가서 광고주 사이의 업무 경계가 급격하게 무너지면서 고유 업종과 상관없이 먼저 ‘빅 아이디어(Big Idea)’를 내는 회사가 일의 주도권을 잡는 시대가 되었다. 이미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액센추어(Accenture)나 딜로이트(Deloitte), 그리고 광고주 IBM이 직접 디지털 광고회사를 만들거나 기존의 광고대행사를 합병해서 광고업에 진출했고, PR회사가 전통적인 언론사의 뉴스룸(Newsroom)을 만들어서 보도기능을 직접 담당하며 온라인 광고회사가 TV광고를 직접 제작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 브랜드가 더 다양하고 많아진 소비자 터치 포인트(Touch point)에서 바쁘고 무심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전통적인 광고를 넘어 뛰어난 콘텐트로 대결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연결의 기술
물론 우리의 일이 콘텐트를 잘 만드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연결의 기술이 필요하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바라트 아난드(Bharat Anand) 교수는 <콘텐츠의 미래(The Content Trap)>에서 분야에 상관없이 비즈니스 성공에 있어 중요한 것은 사용자와 제품과 기능을 적절히 ‘연결’하는 것이라고 말해준다. 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진짜 원인이 ‘콘텐츠 함정’에 있다는 것이다. “콘텐츠는 귀신입니다.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처럼 우릴 홀리지요. 이 함정에 갇히는 순간, 패망의 길로 가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