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훈 신한카드 DX팀 부부장 “마이데이터 시대, 가이드 2.0로 승부수 띄울 것”
고객에게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신한카드만의 고민
지난 10월, 신한카드 UX Writing 가이드 2.0(이하 가이드 2.0)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전 컨설팅만 3개월, 구축 프로젝트 기간만 10개월 등 신한카드 DX팀이 무려 2021년 한해를 가이드 2.0에 통째로 쏟아 부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어진 박광훈 DX팀 부부장과 인터뷰 자리. 그동안 모두가 머리를 맞대 고민한 흔적이 고스란히 가이드북에 역력하다. 이쯤 되면 그의 표정에도 자부심이 묻어날 만할 터. 헌데 아랫입술을 꽉 깨문 그의 모습에 더 큰 의지와 밑그림이 엿보인다. 그는 ”우리 팀 모두가 합심해 여기까지 잘 올 수 있었다”며 팀원들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글. 김관식 기자 seoulpol@wirelink.co.kr
사진. 이재은 작가 jaeunlee@me.com
‘신한카드의 고객 메시지가 확실히 달라졌다’
가이드 1.0 이후 UX Writing을 대하는 내부 온도는 확실히 높아졌다. 동종 업계 관계자들은 ‘신한카드가 고객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확실히 달라졌다’고 말한다. 그만큼 신한카드를 바라보는 바깥 공기도 확연히 달랐다. 안팎으로 신한카드의 메시지 변화 시도를 감지한 셈이다. 바꿔 말하면 가이드 2.0이 나온 지금, 신한카드가 고객을 향해 승부수를 띄울 적기 아닐까. 박광훈 부부장도 이를 너무 잘 알고 있던 터였다.
이번 가이드 2.0을 반영한 가이드북 표지를 보면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위하여’라는 슬로건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 의미를 물으니 “여러 이유가 있지만 특히 내부적으로 익숙함을 버려야 하는 의도를 담은 것”이란다.
또 “고객은 하루하루 다르고, 100명이면 100명이 모두 다른데 우리가 현재에 익숙하면 고객에 맞춰 진화할 수 없다”고 꼬집으며 “이 점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금융용어 하나만 보더라도 우리는 익숙한 용어라 문제는 없지만 고객은 다르다. 고객 입장에서 우리 보이스앤톤(Voice & Tone)을 기준으로 고객 눈높이에 맞추려는 의지를 담았다”고 밝혔다.
미국 근현대 작곡가 찰스 아이브스(Charles Ives)도 “사람들은 익숙한 소리를 아름다운 소리라 생각하지만, 그런 소리야 말로 음악발전의 걸림돌”이라 하지 않았던가. 이처럼 신한카드 UX Writing 가이드 2.0은 익숙함에서 탈피하는 데서 출발했다.
신한카드는 금융서비스 업계 최초로 UX 프로젝트에서 UX Writing을 시도했다. 3년 전인 2018년, 신한카드 홈페이지 통합재구축 프로젝트와 함께 디지털 서비스를 기획하는 임직원이 한 자리에서 가이드 1.0을 제작, 체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근간을 설계했다.
이후 신한페이판 리부트 프로젝트를 단행하며 고객에게 일관된 브랜드 컬러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신한카드만의 ‘보이스앤톤’을 정의하는 데 집중했다. 그 사이 더 깊어진 경험과 다양한 사례를 집대성해 이번 가이드 2.0에 꾹꾹 눌러 담았다.
새로 출범한 마이데이터(본인의 뜻에 따라 개인신용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를 직접 통제하는 것) 정책에 맞춰 더욱 쉽고 전문성 있는 문장으로 탈바꿈한 시도 또한 눈에 띈다. 동일한 데이터라 하더라도 그 금융사만이 갖고 있는 차별화된 목소리로 데이터를 전달하고자 한 것. 어떤 고객이 지출이 많을 경우 ‘어떤 자산관리가 필요해요’ 혹은 ‘조금 조심하셔야 되겠어요’라며 친근하게 조언하는 식이다.
박광훈 부부장은 “차후 가이드 3.0 버전을 기획한다면, 외부에 개방, 필요한 분과 공유할 수 있는 프로젝트도 의미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자료제공 : 신한카드, 와이어링크)
가이드 2.0을 구축하고 나서 더 바쁘신 듯합니다. 이번 가이드는 지난 1.0과 비교했을 때 어떤 부분이 진화했습니까?
지난 10월, 신한 플레이 앱을 론칭하고 지금은 고객 반응을 모니터링하며 살피고 있어요. 개선사항이 발생하면 빠르게 대응하는 사이,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난 것도 모를 정도로 바삐 지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가이드 2.0을 구축했으니 그만큼 검토해야 할 디지털 채널도 많아졌고요.
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UX Writing에 관심 갖고 고객언어를 연구한 지 4년여가 지났어요. 처음에는 홈페이지 통합 재구축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UI나 UX적인 디자인 부분을 고민했는데, 정작 고객의 행동을 부르는 것은 텍스트거든요. 홈페이지나 앱 문구 하나하나가 고객에게는 꼭 필요한 메시지 잖아요. 그것이 UX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포커스를 뒀어요. 신한카드 보이스앤톤을 먼저 정의한 후 고객 입장에서 모두 다듬었습니다. 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고, 팀원 모두가 관심 갖고 임해줘서 고맙게 생각합니다(웃음).
구축만으로 끝나서는 안 되겠죠.
맞습니다. 그래서 이 시점 이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봐요. 1.0 버전을 만들고 나서 정말 자랑할 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어요.
성과를 못 냈다고요? 어떤 성과를 말하나요?
가이드를 구축하는 이유는 딱 하나죠. 고객을 위한 글을 쓰기 위해 모든 사람 머릿속에 가이드북으로 채워져 있어야 하고, 모든 현업 부서에서도 이를 반영하기 위해 분주히 뛰며 콘텐츠를 만들어야 해요. 책 한 권으로 끝나서는 안되죠. 그런데 그분들에게 모두 동일한 가이드를 심어줄 수는 없잖아요.
보이스앤톤, 즉 텍스트 기능이나 상황에 따라 달리 말하는 등 언어적 개성인 ‘보이스’와 대화 방식인 ‘톤’의 차이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그것도 그렇지만 번역투나 행정용어, 한자어, 금융용어, 내부용어, 안내문이나 입력창 톤앤매너 등 다양한 디지털 채널에서는 가이드를 반영하는 데 어려움이 있죠. 그 부분을 많이 알리고 반영하는 게 조금 힘이 들었어요. 저희 내부적으로도 동영상 강의를 제작해 배포도 하고, 가이드도 제작해 전달했어요. 문제는, 여러 채널과 실무자들의 관점이 조금씩 차이가 있잖아요. 이번 2.0에서는 그러한 통일된 기준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반영할 수 있는 보이스앤톤에 집중했어요. 그리고 실제로 ‘가이드북을 구할 수 없느냐?’는 문의를 지금도 많이 받아요. 그만큼 타사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방증이고, UX Writing이 대세라는 얘기죠.
특히 금융산업 실무에 적용할 UX Writing은 좀 더 쉽고 친근한 용어가 필요하잖아요.
맞습니다. 금융산업 용어는 한자어와 일본어투는 물론 워낙 어려운 용어가 많아요. 그래서 저희가 조금 더 신경 쓰고 고민하면 고객분들이 더 쉽고 확실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습니다. 신한카드가 던지는 메시지가 확실히 쉽고 친근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동일한 금융상품을 소개하더라도 신한카드만의 보이스앤톤으로 접근하면 고객들도 확실히 알아주시더라고요.
(자료제공 : 신한카드, 와이어링크)
하나하나 직접 손수 챙겼다고 들었어요.
UX를 기획하는 이라면 누구나 그럴 것 같아요. 기획부터 디자인까지 직접 하고 싶은 게 많거든요. 제가 그걸 놓지 못하는 것 같아요. 텍스트부터 디자인까지 좀 더 디테일하게 관여하는 편이에요. 제가 팀에 리더라도 팀원들과 함께 실무를 놓치지 않고, 항상 날것 그대로의 촉을 유지하고 싶습니다(웃음).
표지가 눈에 확실히 띕니다. 주황색보다 진하고 빨간색보다 옅어요. 기존 신한카드 브랜드 컬러(블루)가 아니어서 놀랐습니다.
네. 버밀리언(Vermillion, 다홍색)입니다. 사실, 신한카드 컬러를 고민할 때 전통적으로 ‘블루’를 떠올리거든요. 헌데, 블루톤은 금융사에서 흔히 사용하는 브랜드 컬러예요. 편안함과 신뢰의 상징이기 때문인데, 로고만 가리면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흔하죠. 그래서는 차별화도 없고, 눈에 띄지도 않아요. 저번 가이드 1.0도 블루였잖아요. 그래서 이번에 바꿔봤어요. 눈에 잘 띄면, 손이 갈 테니까요. 그런 느낌으로 다가서다 보니 강렬한 색을 쓰게 됐어요.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위하여’ 슬로건도, 이 책의 효용성을 직관적으로 나타내는 듯합니다.
가이드북 표지부터 디자인 속지 등 저희가 추구하는 UX Writing 개념을 담아냈어요. 보시면, ‘UX Writing 2.0 이라는 텍스트 홀로그램도 눈에 띄는 글쓰기를, 그리고 사용자한테 더 나은 텍스트 경험을 안기자는 데 초점을 뒀어요. 세미콜론도 ‘마침표’와 ‘쉼표’ 개념을 땄고요. 모든 걸 사용자와 경험, 글쓰기에 중점을 둔 슬로건과 표지 디자인이었어요.
지난 해에는 금소법(금융소비자보호에관한법률)에 맞춰서, 올해는 마이데이터 사업(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관리·통제하며 이런 정보를 신용이나 자산관리 등에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일련의 과정)에 맞춰서 진행됐지요?
맞습니다. 이제 모든 금융정보가 하나로 모이는 만큼 체계적인 자산관리 메시지가 중요합니다. 즉, 텍스트로 행동을 부르고 인사이트를 줘야 합니다. 결국 그 금융사만의 차별화된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느냐가 이번 가이드 2.0의 중심 축이었습니다.
그에 맞춘 가이드라 하더라도 내부의견을 한 데 모으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저는 10여 년 전에 UX 디자인 전문 경력으로 입사해 외부의 시선과 입장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었어요. 내부는 이미 어려운 한자어나 일본어투에 익숙하지만 고객은 그렇지 않잖아요. 그런 시각으로 접근했고, 현재 함께 하는 팀원들 역시 모두 젊은 세대라 열심히 해 고맙게 생각합니다.
물론, 실무 현장에서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겠지요.
그렇죠. 문장이 한둘도 아니고 2,000~3,000페이지 가량 되기도 하고, 프로젝트 기한도 한정돼 있고 저마다 우선순위가 다르니까요. 하지만 이번 가이드 2.0이 나오기까지 주변 환경도 많이 바뀌었고, 중간 중간 검수 과정에서 실제 적용하며 모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기 때문에 잘 적용하리라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이드 2.0 구축 후 바라는 점이 있다면?
다른 것 없어요. 직원들이 늘 책상에 앉아 이 책이 해질 때까지 봤으면 좋겠어요. (UX 라이팅 전문기업) 와이어링크와 함께 작업할 때 당시 담당 그룹장님의 가제본을 보게 됐는데 책배 가운데가 손을 하도 타 해졌더라고요. 얼마나 보고, 또 봤겠습니까. 저희 직원들도 가이드북을 그렇게 해질 정도로 보면서 잘 활용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번 2.0으로 신한카드가 고객에게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길 바랍니다. 다음 3.0 버전은 업계에 공개, 누구나 접할 수 있도록 기획할 계획도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객 여러분께 더 가까이 다가설 신한카드
기대해주세요”
(왼쪽부터) 박광현, 심영훈, 박청하, 박광훈 부부장, 정선아, 구예희, 이계원
(ⓒ 디지털 인사이트)
박광현 : 이번 가이드 2.0을 기회로 고객과 더욱 가까이서 소통하는 기회를 마련하고, 큰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랍니다.
심영훈 : 이 가이드북은 일관된 메시지 전달이 목적이기 때문에 그 목적을 꼭 달성했으면 하고, 저희도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박청하 : 다른 금융권 분들도 UX Writing에 대한 고민을 할 것 같아요. 이번 버전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지만 앞으로는 함께 공유하며 발전할 수 있길 바라요.
정선아 : 책이 정말 예쁘게 나와서 좋아요. 그래서 저희만 보기엔 아까워요. 모두가 함께 볼 수 있는 책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구예희 : 입사 후 UX Writing 가이드북을 만들 줄 몰랐는데 뜻 깊은 일정이었어요. 반영할 텍스트도 페이지도 많지만 잘 지켜 나가겠습니다.
이계원 : 실제로 고객이 현장에서 접하기에는 어려운 금융용어가 많기 때문에 이번 가이드 2.0을 계기로 더욱 고객친화적으로 다가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