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럴인가 비디오인가?
최고의 광고는 입소문이지만, 그것이 최악의 광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마시라. (While it may be true that the best advertising is word-of-mouth, never lose sight of the fact it also can be the worst advertising.) by 광고학 교수 제프 리처즈(Jef I. Richards)
싼 게 비지떡이다?
바이럴 비디오(viral video)는 장점이 많다. 그런데 잠깐! 더욱 효과적인 바이럴 비디오를 만들기 위해서는 하나씩 다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TV광고보다 제작비가 싸다? 맞다. TV광고 제작비는 보통 1억 원 정도다. 그것도 매우 단순한 규모의 아이디어일 경우 그렇다. 해외촬영을 하면 몇 배로 많이 든다. 모델이 나온다면 모델료는 별도다. 그러나 바이럴 비디오는 TV광고 제작비의 몇 분의 일로 만들 수 있다. 잘 하면 광고 한 편 제작비로 바이럴 비디오 다섯 편도 만들 수 있다. 이 아니 즐거운가? 그러나 카림 라시드(Karim Rashid)의 접시와 다이소(Diaso)의 접시는 다르다. 비싼 물건이 모두 좋지는 않지만, 비싼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물론 불필요한 제작비는 절감하는 게 좋다. 오랫동안 TV광고 제작비에 거품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디지털 제작시대라 영상 제작이 쉬워졌다. 그러나 거기에 함정이 있다. 영상 제작이 쉬워졌다고 영상 수준까지 쉬워지면 곤란하다. 비디오 영상을 수준 높게 만들어야 바이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사람들은 광고 비디오 영상을 캐논(Canon)의 EOS 5D Mark 4 카메라로 찍든, 아리 알렉사(ARRI ALEXA)로 찍든 상관하지 않는다. 뭘로 찍었는지 알 이유도 없다. 다만 멋있는 영상에만 반응할 뿐이다. 재미를 주건, 가슴을 두드리게 하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영상을 제공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바이럴 비디오를 예술영화 수준의 영상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바이럴 비디오니까 무조건 싸게 만들자는 생각을 접어야 한다. 카메라 흔들며 찍은 UCC 영상을 보고 눈물 흘린 적 있는가? 사람들의 눈높이를 생각하자.
푸시(push)말고 풀(pull)하기
둘째, 미디어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맞다. TV방송국에 내는 미디어 비용에 비하면 디지털 미디어 비용은 거의 무료나 마찬가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던 페이스북이나 유튜브가 “소셜 미디어”가 됐기 때문이다. 이제 TV방송만 광고 미디어가 아니다. “비디오 퍼스트(Video first)” 유행에 맞추어 소셜 미디어가 막강한 광고 영상 미디어로 등극했다. 페이스북은 이미 SNS 플랫폼에서 동영상 플랫폼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스마트미디어렙(SMR)도 방송사가 제작한 콘텐츠 앞에 영상광고를 붙여서 보여준다. 특히 디지털 미디어는 TV방송과는 달리 검색을 통해 브랜드가 만든 영상 콘텐츠와 연결할 수 있기 때문에 인기다. 그러나 관점을 살짝 바꾸어보자. 미디어 비용이 싼 김에 무차별 폭격을 하면 사람들은 더 빨리 도망간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마음이 급해 ‘푸쉬(push)’하려는 마음을 접고, ‘풀(pull)’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많이 노출하고 밀어낸다고 반드시 그만큼의 효과가 생기지는 않는다. “건너뛰기”의 힘을 무시하지 말자. 건너뛰기는 TV리모컨만큼 무섭다. 어쩌면 채널 돌리기 전에는 “건너뛰기”하지 못하는 TV광고보다 프리롤(Pre roll) 광고가 더 불리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보려 하는 본 영상보다 더 재미있게 만들어야 한다. 광고를 시작하자마자 끝냈는데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고 계속 보게 한 가이코(GEICO)처럼 슬기롭게 만들어야 화제가 된다.
짧게, 더 짧게
셋째, 길이가 긴 영상을 만들 수 있다? 맞다. TV방송처럼 광고시간을 15초, 20초로 제한하지 않으니 자유롭다. 이제 스토리텔링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그러나 길이가 긴 것이 축복만은 아니다. 어쩌면 마케터의 순진한 욕심이다. 짧은 광고도 보지 않는데 긴 광고를 봐줄까? 물건 좀 사달라는 광고가 대책 없이 재미있게 해주는 엔터테인먼트와 경쟁해서 이길 수 있을까? TV드라마 보다가 과도한 PPL(Product Placement) 때문에 짜증낸 적은 없는가? 사람을 즐겁게 해서 관심을 끄는 광고는 엔터테인먼트와 닮았지만, 속성이 완전히 다르다. 광고도 엔터테인먼트처럼 사람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 재미를 주지만, 결국 발톱을 드러내야 하는 숙명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장사를 해야 하기에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Branded Entertainment)”라 부르는 것이다.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지만 사실은 그것을 브랜드가 보내는 것이라고 알려야 한다. 그러므로 무조건 영상의 길이를 길게 하는 것이 불리할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눈물이 나고, 목이 막혀 목소리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게 만들 자신 없으면 짧게 만드는 것이 낫다. 유튜브와 페이스북이 6초짜리 영상을 이야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6초도 길다. 그래도 광고를 통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려면 몇 분은 필요하다고? 그러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광고는 광고인지 다 알고 보는 미디어다. 아무도 보려하지 않는 광고에 메시지를 구겨 넣으려 하지 말자. 시간 여유가 없다. 가장 재미있고, 매력적이고, 재미있고, 놀라운 정보를 맨 앞에 담고 짧게 끝내라. 마지막에 가장 좋은 걸 넣어봐야 아무 소용없다. 굳이 영상을 통해 길게 말하고 싶다면 “브랜드 저널리즘(Brand Journalism)”을 생각하는 것이 방법이다. 사람들이 광고를 회피하니까 브랜드가 언론을 흉내 내서 다가가려는 시도다. 뉴욕타임즈에서 시작한 시도지만, 이제는 유명 브랜드가 앞서서 하고 있다. 바로 “뉴스룸(Newsroom)”이다. 스타벅스, 코카콜라, 레드불, GE, 삼성전자, 현대카드, CJ, 현대자동차, SK, 신세계 등이 신문사나 방송국 뉴스룸처럼 브랜드 자체 플랫폼을 만들어 콘텐츠도 만들고 송출도 한다. 송출! 옛날에는 방송국이 하는 일이었지만 이제는 포털도, SNS도, 브랜드도 하고 있다. 광고영상은 거기서 보내는 다양한 영상과도 경쟁해야 하는 시대다. 그러니 광고라면 짧게 말하자. 우리가 말하는 바이럴 비디오는 영화나 뮤직비디오, 꼭 봐야하는 뉴스가 아니다. 긴 영상은 드라마와 영화, 뉴스에 맡겨라.
바이럴(viral)의 조건
넷째, 좋으면 바이러스(virus)처럼 퍼져나간다? 그렇다. 하지만 “좋으면”이 조건이다. 비디오를 만들어 인터넷에 올렸을 때 처음 본 사람이 친구들에게 퍼 나를 정도로 파괴력 있는 아이디어여야 한다. 바이러스처럼 퍼져야 바이럴 비디오가 되는 것이다. 과일 가는 믹서에 태블릿PC를 넣고 갈아버리는 비디오처럼 놀라움을 주거나, 너무나 우스워 친구에게 바로 공유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 광고의 경쟁은 경쟁사 광고가 아니다. 광고는 모바일 게임이나 19금 영상을 이겨야 한다.
Be creative
다섯째, 위의 간섭이 적다? 그렇다. TV광고는 어마어마한 모델비와 미디어 비용이 드니까 사장님, 회장님도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바이럴 비디오 예산쯤이야 위에서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간섭이 덜하므로 마음껏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 광고나 홍보,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같은 것은 잊어버리고 마음껏 표현해보자. 감독이 되어보자.
효과적인 바이럴 비디오를 만들기 위한 몇 가지 조언
먼저 진정성 있는 스토리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부터 광고를 만든다 생각하지 말자. 단편영화의 감독이 되어보자. 광고주도 상사도 없다고 생각하고, 영화를 만드는 자세와 기분으로 접근한다면 충분히 솔직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쯤에서 브랜드나 광고 메시지를 슬쩍 넣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버리자. 맨 마지막에 로고만 살짝 넣거나, 그나마 넣지 않는다면? 이제까지 광고에서 표현할 수 없다고 여겼던 작가의 진짜 이야기를 담으면 사람들이 봐 줄 확률이 높다. 마지막에 제공자 이름이 나와도 짜증내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브랜드에 투영하여 더 좋은 느낌을 갖게 할 것이다.
출처. 프리큐레이션 www.freeqration.com
또한 소비자에게 놀라움을 주는 강력한 영상을 제작하되 절묘하게 계산한 브랜드 관련 이야기를 만들어야 소비자가 반복 감상하고 공유한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상의 서사구조도 단순한 스토리의 연대기적인 나열보다는 평행구조(Parallel Action)를 사용하여 구상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다른 상황에서 벌어지는 두 장면을 교차하여 보여주어 흥미를 유지하는 것이다.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려도 남자친구가 지하철 4번 출구에 나타나지 않자 그것이 이유 없는 이별통보인 줄 알고 울며 달려가는 소녀의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면 재미없다. 그 순간 약속장소를 착각하여 4번 출구 지하에서 기다리며 음악을 듣고 있는 남자 친구의 장면을 교차해서 보여줘야 긴장감이 생긴다. 하나 더! 기획 초기단계부터 모바일 화면에 최적화한 바이럴 비디오 영상을 기획해야 한다. “모바일 퍼스트(Mobile first)” 시대를 넘어 “모바일 온리(Mobile only)” 시대에 맞추어 동영상을 배포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작은 화면에서도 감상할 수 있게 디자인하는 것이 좋다. 손바닥 안의 모바일 화면크기에 맞는 영상의 새로운 문법이 필요하다. 물론 가로화면에서 벗어나 스마트폰의 세로화면에 맞추어 기획하면 더욱 다양한 재미를 줄 수 있다.
바이럴 비디오 만들어 올렸다고 무조건 바이럴되지 않는다. 볼 만한 비디오가 바이럴된다. 볼 만하게 만들려면 돈이 든다. 싸게 만들어서 유행시키기 어렵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다른 브랜드도 재미 봤다 하니 나도 한번 해보자는 순진한 생각은 버리자. 예산이 아무리 적어도 미디어 비용을 줄였으니 제작비용만은 제대로 투입하자. 일류제작자와 만들자. 사람들은 일류를 좋아한다. 바이럴이 잘 되기를 원한다면 먼저 비디오를 잘 만들어야 한다. 바이럴이 우선인가, 비디오가 우선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