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의 오답노트 6. 잘 읽히는 글 쓰는 방법
10가지 노하우만 반복 학습하면 글의 완성도는 저절로 올라간다
좋은 글을 쓰는 방법을 고민하는 시간에는 끝이 없다. 마케터는 브랜드의 서비스나 메시지를 고객에게 끊임없이 전달하는 직무이기 때문에 꾸준히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금도 좋은 글쓰기를 고민할 마케터에게 내 경험담에 비춰 ‘잘 읽히는 글 쓰는 방법’에 대해 소개하려 한다. 독립출판을 준비하면서 스스로 교정교열하다 보니, 몇 가지 글쓰기 노하우를 터득했다. 최근 회사에서 UX Writing 가이드세팅 업무를 맡았는데, 이 업무에도 적용했던 노하우라 여러모로 쓸모 있다. 뻔하지만 막상 실행하기는 어려운, 그러나 제대로 하면 문장과 글의 맵시가 확 달라지는 셀프 교정교열 방법을 정리했다.
1. 주어와 서술어 호응 맞추기
첫 번째 방법은 가장 기본적인 내용이지만 글을 쓰다 보면 종종 놓칠 때가 있다.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주어와 서술어만으로도 말이 되는 문장을 써야 한다. ‘나는 밥을 먹었다’에서 ‘나는 먹었다’처럼 목적어가 없어도 말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예문 1]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지금 우리가 밥을 제때 챙겨 먹지 않으면 나중에 배가 고플 것이다.
[예문 1]에서 주어는 ‘내가’이고, 서술어는 ‘고플 것이다.’다. 여기서 ‘내가 고플 것이다.’만 살리면, 어색한 문장이 된다. 따라서 이 문장은 [예문 2]와 같이 고칠 수 있다.
[예문 2]
▶나는 지금 우리가 밥을 챙겨 먹지 않으면 나중에 배가 고플 거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주어와 서술어만 남겼을 때 ‘나는 – 이야기하고 싶다.’처럼 말이 되는 문장을 만들 수 있다. 주어와 서술어를 제대로 연결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문장이 지나치게 길기 때문이고, 또 다른 하나는 번역투를 썼기 때문이다.
2. 긴 문장은 한 번씩 끊어 주기
무조건 짧은 문장이 좋다는 건 아니다. 긴 문장이어도 문법이 알맞고, 문장 속에 담긴 의미가 독자에게 명확히 전해지면 괜찮다. 그러나 전문 작가가 아닌 우리가 쓰는 긴 문장은 이런 조건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처음에 소위 ‘삘’을 받아 끊김 없는 문장을 거침없이 써 내려갔다면, 퇴고할 때는 독자가 여유롭게 숨을 쉬며 전체 문단을 이해할 수 있도록 끊어주는 것이 좋다.
3. 일본어식 표현 고치기
글을 쓸 때나 말을 할 때 생각보다 번역투를 자주 사용한다. 가장 대표적인 3가지가 ‘-적’, ‘-의’, ‘-에 있어’다.
적극적, 습관적, 무조건적 등에 쓰이는 접미사 ‘-적(的)’은 개화기 이전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표현이었다. 물론 오랜 시간 이 접미사를 쓰는 단어가 고착화돼 대체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하지만 [예문 3]과 같이 고쳐 쓰거나 풀어쓸 수 있다면 바꾸는 것이 좋다. 이렇게 바꿨을 때 훨씬 이해하기 쉬운 문장이 된다.
[예문 3]
▶자기 전,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봤다. -> 자기 전, 습관처럼 휴대폰을 봤다.
▶오늘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 오늘 열심히 이야기를 나눴다.
‘-의(の)’도 마찬가지다. 틈만 나면 썼던 이 조사가 일본식 표현이었다는 걸 알고 난 후, 글 쓰는 게 녹록지 않았다. 그간 얼마나 일상처럼 사용했던 걸까. 찾아보니 일본어에는 띄어쓰기가 없어, 대체제로 쉼표와 の 를 사용한다. 하지만 우리말에는 띄어쓰기가 있기 때문에, ‘-의’ 없이도 명료한 문장을 만들 수 있다. 예시만 봐도 확 와닿는다.
[예문 4]
▶나의 살던 고향 -> 내가 살던 고향
▶진격의 거인 -> 진격하는 거인
▶한 잔의 커피 -> 커피 한 잔
▶내 친구의 노트북의 가격 -> 내 친구 노트북 가격 / 내 친구가 쓰는 노트북 가격
▶그 회사의 직원의 수 -> 그 회사 직원 수 / 그 회사에 다니는 직원 수
‘-에 있어’는 자주 쓰진 않지만, 문장을 고급스럽게, 진중하게 표현하고 싶을 때 사용했다. 하지만 이 역시 일본 법률 문장에 많이 쓰이는 ‘有す’, ‘在る’에서 나온 잔재였다.
[예문 5]
▶움직임에 있어 -> 움직이면서 / 움직일 때
▶검사 중에 있다 -> 검사하고 있다 / 검사 중이다
▶나에게 있어 그는 -> 나에게 그는
이외에도 ‘-까지의’ ‘-로의’ ‘-에 의해’ ‘다름 아니라’ ‘-의 경우’ 등 수많은 일본어 번역투가 있다. 우리말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어색하거나, 문장을 유려하게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되는 조사는 한 번씩 찾아보고 고쳐 쓰자.
4. 영어식 표현 고치기
한국인은 다른 나라 언어를 빨리 습득하는 능력이 있는 걸까? 우리가 자주 쓰는 표현에는 일본어식 표현뿐 아니라 영어식 표현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에 대해/관해(about)’와 ‘-기 위해(for)’ ‘-을 통해(through)’다. 이런 표현은 [예문 6]처럼 풀어쓰거나 다른 조사로 대체할 수 있다.
[예문 6]
▶역사에 대한 지식이 깊어졌다. -> 역사 지식이 깊어졌다.
▶투자에 관해 공부했다. -> 투자를 공부했다.
▶점수를 얻기 위해 운동했다. -> 점수를 얻으려고 운동했다.
▶독서를 통해 어휘력을 얻었다. -> 독서로 어휘력을 얻었다.
복수 접사 ‘-들’ 역시 영어의 복수형 표현에 길들여진 우리가 자주 하는 실수다. 나도 이 표현이 잘못된 건지 몰랐는데, 옛 상사가 빨간 펜을 들고 아주 호되게 알려 주셨다. ‘많은’ ‘다양한’ ‘여러’처럼 이미 복수 형용사 또는 부사가 수식할 명사 앞에 있는 경우에는 ‘-들’을 붙이지 말아야 한다.
[예문 7]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 많은 사람 사이에서
▶다양한 종류들이 있다. -> 다양한 종류가 있다.
영어의 완료형이나 진행형 시제에 쓰이는 ‘-ㅆ었다’ ‘-는 중이다’와 같은 표현도 바꿀 수 있다. 우리말에는 완료형 시제가 없다. 때문에 ‘-ㅆ다’와 ‘-ㄴ다’로 바꿔도 의미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
[예문 8]
▶샤워하고 있었습니다. -> 샤워했습니다.
▶어릴 때 몸이 약했었어. -> 어릴 때 몸이 약했어.
▶꾸준히 운동을 해왔습니다. -> 꾸준히 운동했습니다.
▶그 업무는 내가 담당하는 중이다. -> 그 업무는 내가 담당한다.
▶비가 오는 중이다. -> 비가 온다.
덧붙여 ‘긴 문장은 한 번씩 끊어주자’라고 앞서 이야기했기 때문에, 문장이 길어지면 나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번역투를 풀어쓰는 과정에서 문장이 길어지는 것은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고자 하는 노력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풀어쓰는 것에 너무 겁먹지 않길.
5. 피동문 쓰지 않기
[예문 9]
▶도둑이 경찰에 잡혔다.
▶나무가 자동차에 의해 부서졌다.
▶<토지>는 박경리 작가에 의해 쓰였다.
[예문 9]와 같이 영어를 배울 때 ‘수동태’라고 배운 표현이 담긴 문장, 즉 피동사가 서술어로 쓰인 문장을 피동문이라고 한다. [예문 9]를 [예문 10]처럼 능동문으로 바꿔보자.
[예문 10]
▶경찰이 도둑을 잡았다.
▶자동차가 나무를 부러뜨렸다.
▶박경리 작가는 <토지>를 썼다.
행위를 한 주어를 명확히 해야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문장을 쓸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생명이 없는 물체를 주어로 할 때([예문 9]에서 나무, <토지>에 해당) 피동문을 쓰게 된다. 하지만 영어와 달리 우리말에는 피동문이 흔하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능동문으로 바꿔 작성하는 것이 좋다.
6. 자주 틀리는 맞춤법 확인하기
문장을 쓰다 보면 헷갈리는 맞춤법이 있다. 나는 글을 교정할 때 ‘- 같은’ ‘- 동안’ 따위의 부사 띄어쓰기를 자주 틀리곤 했다. 이런 맞춤법 몇 개를 틀렸다고 해서 글을 이해하기 어려워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실수가 반복되면 글의 의미가 왜곡되거나 글의 가독성 및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다. 때문에 자주 틀리거나 어려워하는 맞춤법이 무엇인지 인지하고, 고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맞춤법 실수는 [예문 11]과 같다.
[예문 11]
▶-꺼예요 -> -거예요
▶-에요 -> -예요 / -이에요
▶몇일 -> 며칠
▶할 수 밖에 -> 할 수밖에
▶뵈요 -> 봬요 / 뵈어요
‘개’ ‘대’ ‘마리’ ‘살’ ‘채’ ‘원’과 같은 단위 명사는 앞 단어가 한글 명사일 때 띄어 써야 한다.
[예문 12]
▶1만 1천 원, 집 한 채, 자동차 한 대
‘-동안’ ‘-같은’ ‘-때’ ‘-듯’은 모두 앞의 명사와 띄어 써야 한다.
[예문 13]
▶보름 동안, 너 같은, 배고플 때, 닮은 듯
‘-든’은 ‘-든지’의 줄임말로 선택할 대상을 나열하거나, 어느 것이 일어나도 다음 내용이 성립하는 데 상관없음을 표현하는 데 쓴다. ‘-던’은 과거의 일을 이야기할 때 쓴다.
[예문 14]
▶니가 뭘 하든 상관 안 해! 마케팅이든 개발이든 다 어려워. / 그때 봤던 친구는 누구야?
‘-로서’는 자격, 지위를 가진 사람의 입장에서 이야기할 때, ‘-로써’는 수단, 방법, 재료를 표현할 때 쓴다.
[예문 15]
▶네 친구로서 그건 납득할 수 없어. 리더로서 책임지겠습니다. / 우리 대화로써 풀자. 이로써 벌써 네 번째야.
7. 소리 내어 읽어보며 군더더기 지우거나 고치기
드라마 <미생>에서 강대리는 후임 장백기에게 숙제 하나를 던진다. 6줄 남짓한 내용의 글을 줄이라는 숙제였다. 강백기는 자신만만한 태도로 숙제를 제출하지만 강대리는 가차 없이 빨간 줄을 그으며 쓸모없는 군더더기를 지웠다.
물론 에세이라면 이렇게 극단적으로 내용을 줄일 필요는 없다. 풍성한 표현과 상황 묘사는 글맛을 살아나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장황한 글은 오히려 중심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게 하고, 글을 우스꽝스럽게 만든다. 더욱이 직장에서 쓰는 보고서나 요즘 내 관심사인 UX writing에는 간결하고 깔끔한 문장으로 핵심 내용만 담아야 한다.
이때 글을 소리 내어 읽어보면 비슷한 단어가 반복되는 현상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꼭 필요한 내용이지만 같은 단어의 반복으로 글의 재미가 반감된다면, 지우거나 다른 단어로 바꿔야 한다. 덧붙여 우리말은 주어가 꼭 들어가지 않아도 성립되는 문장이 있다. ‘나는’처럼 굳이 말하지 않아도 주어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면 주어를 빼는 것이 좋다. 부사나 형용사를 많이 쓰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나는 ‘특히’ ‘좀 더’ ‘정말’ 같은 단어를 입버릇처럼 써서 퇴고할 때 자주 지워야 했다.
8. 명사를 동사로 바꾸기
우리는 서술어에 명사를 많이 쓴다. 같은 의미지만 명사를 동사로 활용할 때와 동사를 바로 쓸 때를 비교하면 차이가 느껴진다.
[예문 16]
▶수정했다. 사용 완료했습니다. 내용 확인했어요. 지금 제작합니다.
[예문 17]
▶고쳤다. 다 썼습니다. 내용 봤어요. 지금 만듭니다.
[예문 17]처럼 동사 그대로를 활용할 때 생동감이 느껴지고, 한 번에 이해하기도 쉽다. 굳이 딱딱하고 어려운 문체로 글을 써야 할 때는 많지 않다. 명사로 동사를 만드는 일이 익숙해졌다면, 조금씩 고쳐보자. 그럼 더욱 생기 있는 글을 쓸 수 있다.
9. 서론, 본론, 결론 나누기
중학교 때 논술 선생님에게 배운 글쓰기 비결이다. 모든 글에 적용하기는 어렵겠지만 특히 내 주장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고 싶을 때 유용한 팁이다. 글을 쓰기 전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정리해 서론과 본론, 결론으로 나눠보자.
서론에서는 이 글을 쓰는 이유와 쓰고자 하는 내용의 맛보기를 보여준다. 본론에서는 서론에서 쓴 내용을 더욱 자세히 풀어쓰는데, 내용별로 단락을 나누는 것이 좋다. 결론에서는 본론에서 했던 내용을 간단히 짚어주면서 요약 및 마무리한다.
글을 쓰다 보면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처럼, 쓰려고 한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글을 쓰기도 하고, 갑자기 주제가 바뀌기도 한다. 이렇게 서론, 본론, 결론을 먼저 생각하고 쓰면 글이 엉뚱한 곳으로 튀는 걸 막을 수 있다. 이런 연습은 글 쓸 때뿐 아니라 기획할 때도 도움이 된다.
10. 중심 문장과 뒷받침 문장 나누기
앞서 ‘본론을 쓸 때는 내용별로 단락을 나누는 것이 좋다’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단락별로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이 조금씩 다를 것이다.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을 한 문장씩 적어보자. 중심 문장을 먼저 쓰는 것이다. 글에 따라 최소 2, 3개 문장에서 더 많은 문장이 나올 수도 있다. 이렇게 중심 문장을 썼다면, 문장에 살을 붙여보자. 중심 문장을 뒷받침하는 세부 문장을 쓰는 것이다. 특정 데이터를 설명할 수도 있고, 에피소드를 이야기할 수도 있다. 이렇게 중심 문장에 뒷받침 문장을 붙이고 나면 짠하고 본론이 완성된다. 이 글만 하더라도 10개의 중심 문장이 있고, 이 문장을 설명하고 뒷받침하는 문장들로 본론이 구성됐다.
꼭 이 순서대로 중심 문장과 뒷받침 문장을 나눠 쓸 필요는 없지만, 자주 글의 핀트가 어긋나거나 글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몰라 고민이라면 이 방법대로 글을 쓰는 걸 추천한다. 막막했던 글에 하이패스를 단 것처럼 더 쉽게 쓸 수 있을 것이다.
글을 다듬는 일은 여간 귀찮고 거슬리는 작업이 아니다. 하지만 교정교열하기 전과 그 후를 비교하면, 글의 완성도가 천지 차이로 달라진다. 누가 봐도 예쁘고 글맛이 사는 문장이 된다. 누더기를 벗고 세련된 옷을 입은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잘 읽히는 글과 깔끔한 문장을 위해 퇴고와 교정교열에 들이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