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명의 팬도 놓치지 마라! 팬덤연구소 블립, ‘케이팝 레이더’
뮤직 크리에이티브 그룹 스페이스 오디티가 팬덤 연구소 블립을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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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과 가수는 서로에게 무엇일까. 시장 관점에서 보면 그들의 관계는 ‘생산자와 소비자’일 뿐이다. 하지만 정말 그게 전부일까. 팬들은 ‘원픽’을 위해 대가 없는 선거운동을 하고, 가수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실질적인 도움도 주며, ‘캠핑클럽’ 같은 프로를 보면서 그 자신을 추억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인간적 교류를 단순히 시장원리로만 설명할 수 있을까. ‘팬덤연구소 블립’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케이팝 레이더(K-Pop Radar)’는 이들이 내놓은 첫 번째 답변이다.
팬이 달라졌다
팬에 대한 학문적 연구는 주로 스타를 향유하는 방식이 변화하는 과정에 주목했다. 스타를 동경하는 대상으로만 보던 초기 형태에서 벗어나, 이제 팬은 스타를 선택하는 고객이면서 그들을 관리하는 매니저다. 이러한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건 기획사를 비롯한 산업 관계자였다. 이들은 팬을 관리, 아니, 팬과 소통하는 데에 전보다 훨씬 많은 비용을 들이고 있다.
뮤직 크리에이티브 그룹 스페이스 오디티가 팬덤 연구소 블립을 설립한 이유도 같은 맥락에 있다. 케이팝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팬덤 문화 역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규모가 커지고 체계화 됐다. 이에 따라 그들의 행위를 주요한 문화적 소비 행태로 인식하고 그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팬덤을 대중문화 산업 체계 속 중요한 주체 중 하나로 인정한 것이다.
다양해진 소비 패턴을 입체적으로 보기
케이팝 레이더는 한국 가수의 팬덤 규모와 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기존에는 음반판매량과 음원차트, 공식 팬 카페 회원 수에 의지했던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가수와 음악을 소비하는 패턴이 예전보다 훨씬 다양해졌다. 과거의 소비 패턴에 맞춘 지표로는 더 이상 가수와 팬의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케이팝 레이더는 그보다 더 많고 새로운 지표를 기준으로 차트를 구성한다. 유튜브,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플랫폼별 구독자 수와 유튜브 공식 뮤직비디오 조회 수, 공식 팬카페 가입자 수 등 관심 있는 지표를 선택하면 그에 맞는 순위 차트가 나타난다. 또 설정에 따라 증감순, 누적순으로 정렬할 수도 있고 실시간, 일간, 주간 등 기간에 따른 순위도 볼 수 있다. 가수 성별에 따른 분류도 가능하다.
아이돌 팬만 팬인 건 아닌데
눈에 띄는 것은 BTS나 엑소, 트와이스, 블랙핑크 같은 아이돌 가수만 등록돼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래퍼인 빈지노, 나플라나 검정치마, 잔나비 같은 밴드 등 다양한 한국 가수들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돌 가수에 비하면 데이터가 턱없이 부족하다. 가수별 페이지를 확인하기 위해 밴드 자우림을 검색해봤다. ‘자우림에 대한 검색결과가 없습니다.’ 이럴 수가. 자우림이 없다고? 조금 당황했다. 자우림 정도의 가수가 미등록 상태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으니까. ‘찾는 아티스트가 없으신가요?’라는 문장에 마우스 포인트를 대봤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특정 가수의 데이터를 올려 달라고 신청할 수 있는 페이지는 아직 준비되지 않은 듯했다.
차트를 달리는 가수, 가수를 지켜보는 팬
‘에픽하이’를 검색해봤다. 다행히 검색이 됐다. 이름을 클릭하니 프로필 사진이 보인다. 페이지를 내리면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제일 먼저 전일 대비 가수의 플랫폼별 구독자 현황과 순위가 나온다. 기사를 쓰는 시간(2019년 8월 21일)을 기준으로 에픽하이의 유튜브 구독자는 606,180명, 전날보다 96명이 늘어났다. 순위는 58위. 반면 페이스북은 781,254명으로 56명이 줄었다. 순위는 56위. 다른 플랫폼 데이터는 없었다. 그런데 에픽하이는 멤버 모두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한다. 그것도 주력 플랫폼으로. 단순 누락인지, 등록하기 위한 별도 기준이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아래로 더 내리면 해당 가수의 공식 플랫폼별 증감 추이를 기간에 따라 그려놓은 그래프를 볼 수 있다. 위에서 본 수치들의 변화 양상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체크하는 것이다. 유튜브에 등록된 가수의 공식 뮤직비디오들의 실시간 조회 수와 그에 따른 순위도 나온다. 곡 제목에 마우스를 대면 해당 곡의 증감 추이를 기록한 그래프를 볼 수 있다. 누적순, 실시간으로 분류 기준을 설정해봤다. 에픽하이는 총 스무 편의 뮤직비디오가 등록돼 있다. 그 중에서 1000위 안에 들어간 뮤직비디오가 두 편, 제일 높은 ‘BORN HATER’가 조회수 13,920,391회로 741위다.
팬덤 연구의 출발선에 서다
아무리 정교하게 측정해도 순위로 나타낼 수 없는 게 있다. 팬과 가수 사이의 관계도 그렇다. 그러한 인간적 교류는 객관적 수치 너머에 있기 때문이다. 케이팝 레이더 자체에 부족한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팬을 중심에 놓고 가수의 인지도나 영향력을 나타내려 했다는 점에서 케이팝 레이더는 블립의 방향성을 명확히 하는 흥미로운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무엇보다 주관의 영역에 있는 팬과 가수의 관계를 산업적 차원에서 인정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블립은 앞으로 팬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연구하겠다는 계획이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기초 분석을 수행하는 케이팝 레이더는 그 기반을 탄탄하게 다지는 역할을 맡은 셈이다. ‘진짜’는 데이터를 해석하고 가공하는 단계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대중문화 산업과 그 속에서 이제는 온전한 주체로 일어선 팬. 블립은 이제 막 첫 삽을 떴다. 가수와 음악을 사랑한다면, 누군가의 팬이라면 그 시작을 함께 지켜보는 것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