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아이디엇스러운 아이디어의 힘을 입증하다
광고기획사 ‘아이디엇’의 행보를 보면 아이디어의 힘을 절로 믿게 된다. 29cm 미니 환경미화원으로 길거리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도, 시각장애인의 보이지 않는 세상을 ‘상상력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회’로 구현하기도 했다. 캠페인은 모두 정해진 방식도 포맷도 없지만 잔잔하면서 오래 마음에 남는다. 그럴듯한 요소들을 걷어내고 문제해결에 집중한 아이디어로 이야기해서이지 않을까. 그것도 아주 아이디엇스러운 아이디어로. 이들의 아이디어는 그 힘을 입증하듯, 2017에 이어 ‘2018 대한민국광고대상’에서도 빛을 발했다.
일부가 찢어져있는 포스터가 벽면에 부착돼 있다. ‘손가락이 잘렸는데 나가래요’라는 문구와 함께. 다시 손에 눈을 돌리니 찢겨 있는 부분은 손가락 일부분이다. 손가락이 잘린 모습을 찢어진 포스터로 표현한 것. 이는 근로자의 날,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침해를 알리고자 제작된 포스터다.
“근무 중 산업재해로 손가락이 잘렸는데 공장으로부터 나가라는 통보를 받은 외국인 근로자의 사연을 기사로 접하고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이 사연을 직관적인 비주얼 광고로 재현해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관심 촉구와 인권증진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죠.”
기사를 접한 뒤, 아이디엇은 내부적으로 회의를 진행하게 된다.
“의뢰받은 일뿐만 아니라, 재능기부 형태로 공익적인 아이디어를 선제안 하는
작업을 매년 진행하고 있어요. 외국인근로자를 위한 광고가 이번 주제로 선정됐죠. 외국인근로자 센터에 먼저 연락을 드렸고, 캠페인 진행을 흔쾌히 결정해주셨습니다.”
이후, 실제 외국인 근로자분의 손을 촬영해 포스터를 제작했고, 근로자의 날 당일 포스터를 붙이는 게릴라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그렇다면, 캠페인을 진행하며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충격적인 사실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 전달
력이에요. 손가락이 잘렸는데 치료를 해주는 게 아니라 나가라니…. 이렇게 충격적인 사실들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포스터를 찢어 표현했어요. 외국인근로자 분들이 겪고 있는 충격적인 현실을 많은 분들이 알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명절 해외여행과 비트코인 이야기로 가득 채워져 있는 신문지면 한가운데 아이가 웅크리고 있다. 그리고 마치, 아이에게 드리워 있던 어둠을 걷어내듯, 아이 주변의 낱말들을 걷어내고 있는 손이 있다. 이는 대한적십자사의 위기가정 지원 프로그램인 ‘희망풍차’를 알리기 위한 신문광고다.
“사회적 관심으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을 발굴해 지원하겠다는 대한적십자사의 의지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이에, 당시 사람들의 주된 관심이었던 비트코인이나, 명절 해외여행 등 사회적 이슈들을 가짜 기사로 만들었죠. 그리고 대한적십자사가 그 기사들을 파헤치며 사람들의 관심에 가려져 있던 아이를 발굴해내는 모습을 아트웍으로 표현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를 사회적 이슈 사이에서 ‘발굴’해낸다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오게 된 걸까.
“대한적십자사와는 매년 다양한 작업들을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신문에 게재될 인쇄광고를 의뢰해주셨어요. 기존 기성 광고와는 다른, 새로운 비주얼로 알리는 것이 과업이었죠.”
그렇게 자료조사를 하던 중 희망풍차 웹사이트에 커다랗게 쓰인 ‘위기가정 발굴’이라는 키워드를 발견하게 된다.
“광고가 게시될 신문의 기사들은 요즘 대중들이 관심 있어 하는 이슈일 겁니다. 이슈와 발굴이라는 키워드를 연결해 표현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그대로 시안을 제작했어요.
앞서 언급했듯, 아이디엇이 이번 캠페인에서 가장 집중한 건 ‘새로운 비주얼’이다.
“인쇄광고를 본 사람들이 이게 뭐야? 하면서 자세히 볼 수 있는 흥미요소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자세히 보면서 대한적십자사의 희망풍차를 아는 기회가 되도록 이요.”
MINI INTERVIEW
with 이승재·이정빈 아이디엇 대표
Q. 대한민국 광고대상에서 2년 연속 수상을 기록하셨는데 수상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 광고제에서 매년 항상 강조하는 부분 중 하나가 새로움이라 생각해요. 작년 대상을 받았던 ‘미니 환경미화원 스티커’와 이번에 수상한 캠페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기존 광고제에서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아이디어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기 때문에 새로움을 강조하던 광고제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아요.
Q. 영상 콘텐츠가 주류를 이루는 광고시장에서 아이디엇은 장소불문, 매체불문으로 캠페인을 진행하기에 더욱 인상 깊은 것 같아요. 매체와 형식을 다양하게 풀어내는 이유가 있을까요?
■ 아이디엇의 많은 목표 중 하나는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이에요. 광고업계에서 집중하고 있는 영상 콘텐츠에서 벗어나 인쇄 매체, 옥외 매체 등 다양한 곳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거죠. 많은 사람들이 익숙한 영상 콘텐츠를 접하다가 저희가 진행하는 외부 콘텐츠를 접하게 되면 생소함에서 오는 충격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거기서 오는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물론, 영상 콘텐츠를 하지 않는 건 아니에요. 현재 한화 에너지 등 다양한 클라이언트와 재미있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도움이 되는 점이 있다면?
■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과정은 아이디엇 동료들 개개인마다 다른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은 철저한 자료 조사를 통해 아이디어를 도출해내고, 어떤 사람은 직관에 의한 상상력으로 도출해내기도 해요.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방법은 정답이 없기 때문에 자유롭게 자신의 스타일에 맞춰 진행하고 있죠.
다만, 과업의 첫 회의 때 진행하는 ‘기획 회의’는 진행방식이 조금 달라요. 이때는 아이디어를 가져오는 게 아니라 서로가 생각하는 이번 과업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이때, 개인이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들을 동료들과 공유하면서 아이디어를 끌어낼 수 있는 폭이 훨씬 넓어져서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Q. 수상한 캠페인을 포함해 아이디엇이 만든 아이디어가 보는 이에게 어떻게 전달됐으면 하는지요.
■ 아이디엇의 작업물이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쳐 당장의 문제를 해결할순 없겠지만 변화될 수 있는 작은 불씨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덧붙여 조금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저희는 비용을 받고 일을 대신해주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광고주의 목적 달성이 목표가 돼야 해요. 그래서 광고주에게는 만족감(매출증대, 이슈, 인지도 향상 등)을, 소비자에게는 감정의 움직임(구매, 브랜드 인식, 호감도 증가 등)으로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