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울리는 면접 노쇼… 전화 한통 어려웠을까
실업급여 등 제도적 허점도 문제… 상호 신뢰와 제도 모두 돌아봐야
면접 당일, 아무 연락 없이 잠수탄 지원자의 행태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이 쓴소리를 남겼다.
김진수 UX KOREA(한국사용자경험융합기술협회) 협회장은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면접을 보기로 했던 지원자가 면접에 나타나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았다”고 적잖이 당황해 했다. 이어 “물론 어떤 예기치 못한 사연이 있을 수 있다”고 얘기하면서도 한편으론 “만일, 그렇지 않음에도 (면접 당일) 펑크를 냈다면 그건 큰 문제”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어 “강제에 의한 것이 아닌 스스로의 자발적 의지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가볍게 여기는 사람은 일을 위해 모이는 어떤 조직에서도 환영받을 수 없다”며 “이런 약속을 쉽게 어기는 친구들은 그 무게를 잘 모르는 것 같다. ‘내가 가기 싫으면 안 가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라고 적었다.
(김진수 협회장 페이스북 캡처)
김 협회장은 또 “그 면접을 하나 진행하기 위해 회사에서는 담당자가 약속 시간을 잡고, 회의실을 예약하고, 면접할 사람에게 연락하고, 시간을 빼서 면접자의 이력서를 보면서 어떤 질문을 할지 생각을 하는 등 많은 일이 벌어진다”며 면접 하나를 진행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수고와 노력이 들어가는지 설명했다.
김진수 협회장은 이 부분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주위에서도 이런 일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면접자의 노쇼는 그만큼 구인을 희망하는 기업 담당자의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김 협회장은 “교육은 지식 전달 이전에 사회적 약속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함께 가르칠 필요가 있다”면서 “물론, 이런 건 학교 교육보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현실에서 더 강조되어야 하는데 우리의 현실은 이런 부분에 대해 많이 둔감하거나 둔감해진 건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회적 룰을 지키지 않은 사람을 보도하는 매스컴을 통해 종종 접하는데, 그런 사람들이 반성하기는커녕 더 큰소리치고 그런 사람을 (일부가) 지지하는 걸 보고 자라는 아이가 (추후) 회사나 공적으로 한 작은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 일말의 죄책감이나 미안함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하고 한탄했다.
지난 해, 모 인터넷 매체에서 진행한 ‘최악의 면접 비매너’ 투표에서 아무 연락 없이 나타나지 않는 ‘노쇼’가 1위로 나타났다. 요즘 세대 지원자가 연락을 꺼려하는 것은 코로나 이후 비대면 방식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며 더욱 심해졌다. 기업 면접관들 역시 “면접 참석 못 하면 미리 연락 달라”고 면접자들에게 일일이 호소할 정도다.
디지털 산업 현장에도 면접 노쇼는 생소하지 않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리노커뮤니케이션즈의 김상연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함께 일할 동료, 팀장, 임원이 인재 한 명을 채용하기 위해 소중한 시간을 빼놓았는데 면접자가 아무 연락 없이 나오지 않아 상당히 당황했던 적이 있다”면서 “면접 이전에 이는 사람과 사람 간에 신뢰를 바탕한 약속이다. 그것을 어긴 사람이라면 면접봐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갈수록 작은 신뢰조차 무너지는 부분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결국 이러한 행태가 모두 취업자 자신에게 불합리하게 돌아올 것이라는 의견도 내비쳤다. 김 대표는 “자신은 별 것 아닐지 몰라도 그런 행위가 쌓이다보면 결국 취업시장 자체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은 많이 줄고 있다. 10명 면접 일정을 잡으면 20~30%가 노쇼”라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면접자의 반 정도가 면접 당일 연락 두절이었다는 얘기는 기업 관계자의 고충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김상연 대표는 “선량한 구직자를 위해 이기적인 마음을 버리고 모두가 성공할 수 있는 구직시장이 형성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또, 실업급여의 제도적인 허점도 문제다. 철저한 검증과 확인이 필요한 부분인데 이 역시도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며 “마치 불법주차하면 당장은 편할 수 있어도 그 길을 오가는 수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본다. 작은 거짓이 용인될 수록 사회적 비용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서울 논현동에서 디지털 에이전시를 운영하고 있는 이모 대표도 기자에게 “면접 노쇼? 한두 건이면 다행이다. 아무리 중요한 일정이 있어도 면접 일정을 우선해 왔다”면서 “지난 달에는 면접에 참여한 인사담당 직원이 텅 빈 회의실에서 노쇼한 면접자를 기다리며 황당한 표정을 짓더라. 지난 달에만 다섯 건이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면접을 취소하는 배경에는 허술한 실업급여제도가 있었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개인화,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사회적인 구심점이 약해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약속은 지켰을 때 소중한 가치가 된다. 한쪽의 일방적인 노쇼는 사회적 비용 손실은 물론 상호간의 믿음도 약하게 만들고 구직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인터뷰에 응한 여러 업계 관계자의 말처럼 일을 위해 모이는 집단은 약속을 바탕으로 존재한다. 자발적 의지로 이뤄진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가볍게 여기는 사람은 그 어떤 조직에서도 환경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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