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경험을 공간으로 브랜드의 컨셉스토어
브랜드를 넘어서서 하나의 경험이기도 한 모나미. 그렇게 50년을 넘게 종이 위 누군가의 매일을 기록해주던 모나미가 2015년 홍대점을 시작으로 브랜드 컨셉스토어를 선보이고 있다.
제품 패키지가 곧 그 브랜드인 경우가 많다. 그중 검은 펜촉에 하얀 몸통을 지닌 모나미153을 빼놓을 수 없다.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특히나 값이 싼 덕에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적인 펜으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인지 모나미에 얽힌 기억 하나쯤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하얀 몸통은 가끔 몽땅연필과 합체돼 연필의 수명을 늘려주기도 하고, 종이 위로 급하고 서툴게 적은 메모나 낙서는 어김없이 모나미 볼펜이 해주었다. 브랜드를 넘어서서 하나의 경험이기도 한 모나미. 그렇게 50년을 넘게 종이 위 누군가의 매일을 기록해주던 모나미가 2015년 홍대점을 시작으로 브랜드 컨셉스토어를 선보이고 있다.
공간에 브랜드 담아내기
모나미 컨셉스토어는 총 3개의 지점이 있지만 모든 지점의 공간 콘셉트는 각기 다르다. 홍대점은 ‘종이’,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점은 ‘다이어리’, 에버랜드점은 ‘꿈의 공장’이다. 기자가 방문한 DDP점은 마치 다이어리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을 전달한다. 작은 다이어리 안에 오늘의 기록과 어제의 추억을 빼곡히 담아내듯 작은 공간에 모나미의 역사와 콘셉트를 알차게 들여놨다. 특히나 DDP점 단독으로 진행했던 ‘153DIY(다양한 색상의 153 부품을 조립해 만들 수 있는 코너)’는 인기에 힘입어 다른 지점까지 확대돼 진행될 정도. 공간 디자인이나 콘셉트가 일관되게 ‘모나미’ 브랜드 정체성을 전달하고 있다. 이렇듯 공간 요소 하나하나 살펴보다 보면 자연스레 모나미가 지나온 제품디자인에 눈이 간다.
콜라보하고 싶은 브랜드
모나미가 특유의 제품디자인에 변화를 주기 시작한 건 불과 몇 년 전이다. 출시 50주년을 맞은 153볼펜을 기념하기 위해 2014년 ‘153 리미티드 에디션’을 헌정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고급화를 예고했다. 리미티드 에디션을 살펴보면 모나미의 본질이기도 한 153 에디션 디자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그래서일까. 매거진 GQ와 협업한 올블랙, 올화이트 디자인의 ‘153 GQ Tux 에디션’이나 G마켓과 함께한 ‘미녀와야수 모나미 153 ID 로즈골드’ 에디션까지 콜라보한 제품 디자인에서 모나미는 일관된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한다. 콜라보하고 싶은 브랜드는 이런 게 아닐까. 자신의 분명한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자연스레 녹아드는 것. 기본에 충실하면서 꾸밈없고 군더더기 없기에 어디서도 튀지 않고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모나미로 보는 디자인의 본질
검은 머리, 하얀 몸통에 육각면체,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사용에 방해되지 않는 디자인, 그러면서도 어느 순간 보자마자 ‘아, 저건 모나미 볼펜’이라 알아챌 수 있게 하는 명확한 정체성. 이렇듯, 모나미를 단번에 알아챌 수 있는 건 특유의 제품디자인 덕분이 아닐까 싶다. 최근 어느 분야이든지 ‘디자인’을 기반으로 본질에 접근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눈에 띄기 위해 더하기보다는, 역할이라는 본질을 드러내기 위해 덜어내는 디자인인 것이다. 쉬이 의미가 다가오지 않는다면 1968년 모나미 153 볼펜 광고에 나왔던 카피를 보면 알 수 있다.
“어떻읍니까? 값이 비쌉니까? 모양이 흉합니까? 쓰기에 불편합니까?”
모나미가 장수브랜드임에도 시대에 뒤처져 있지 않다 느끼게 되는 건 아니, 되려 주목받고 있는 건 본질에 충실한 디자인 덕분이다. 더불어, 브랜딩까지 한몫한다. 컨셉스토어 벽면에 새겨진 모나미만의 브랜드 철학(일, 월, 년 삶의 기록. 그곳에 모나미.)은 읽자마자 모나미를 하나의 가치 있는 브랜드라 느끼게 만든다. 하나의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다가가 스며들어 어느 순간 가치 있는 브랜드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보고 싶다면 모나미 컨셉스토어를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