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디지털 플랫폼 리더십에 대한 소고
디지털로 재구성되는 생태계에서 금융이 살아남는 해법
오픈뱅킹 시대가 온다
오픈뱅킹 시대는 근미래 금융산업을 뒤흔들어 버릴, 시장의 판도 전환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기존 은행들이 전환적 사고방식을 보이지 않으면 빌 게이츠의 말대로 “금융거래는 계속되겠지만, 은행은 그렇지 않을 것(Banking is necessary, banks are not)”이라는 예측을 증명하게 될 것이다.
오픈뱅킹이란 은행이 가진 소비자의 금융거래 정보 를 제3자 제공업자(Third-Party Provider) 또는 여타 은행과 공유하도록 허용하는 제도이다. 이를 통해 각종 은행과 계좌에 분산된 개인 자산에 대한 정보를 한꺼번에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되며, 개인에 대한 자산정보를 이용한 각종 금융 서비스가 쏟아져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 오픈뱅킹에 적극적인데, 영국 내 대형은 행들은 오픈뱅킹 도입이 의무화되어있어, 수백 년간 독점해 오던 자신들의 고객자산 정보를 공유 정보로 내놓아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들은 변화하고 있는 금융산업 생태계로 던져졌고, 다시 자리 잡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는 최근에서야 오픈뱅킹 환경을 위한 정책이나 표준화에 대해 진행하고 있지만, 빠르게 오픈 뱅킹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오픈의 의미
오픈뱅킹을 이미 시작한 영국, 미국 등의 금융회사들은 핀테크 기업과의 협업, 제휴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데, 이에 오픈 API에 대한 논의도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 오픈 API는 API 개념을 웹으로 확장한 것으로, 2000년대 초반 웹 2.0 시대에도 등장했던 용어이기도 하다. 즉 오픈 플랫폼에 3rd Party와의 상생을 위해 연결하게 되는 데이터 연동의 규약으로 보면 무난할 것이다.
웹 2.0은 개방, 분산, 참여 세 가지 가치 하에 데이터에 대한 소유자나 독점자 없이 플랫폼 간 이동하고 공유하며 재생산되는 형태의 연결과 소통의 웹에서의 한 시대를 열었던 바 있다. 특히 웹 2.0 시대 전체를 아우르는 기본 철학은 정보의 공유였는데, 사용자에 의한, 그리고 관련한 데이터는 사용자에 귀속되어 공유를 지원하던 플랫폼이 있었는가 하면, 사용자 데이터를 특정 서비스에 귀속시켜 공유가 어려웠던 플랫폼도 있었다. 이에 시대에 맞는 공유의 철학이 반영되어 운영된 플랫폼은 살아남았고, 그렇지 못했던 몇몇 플랫폼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커뮤니티 플랫폼 중 페이스북은 비록 후발주자였지만 웹 환경에 대한 패러다임을 이해하고 공유의 가치를 실천한 바, 이용자의 유입이 폭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어 모여든 이용자들의 변화하는 니즈를 충족시키면서 계속 머물게 하기 위해 다시 자신들의 플랫폼을 3rd Party에 오픈했다.
페이스북은 오픈 API를 통해 외부나 3rd Party 개발자들이 손쉽게 기능을 추가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특성으로,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플랫폼 사업자로서는 최초로 오픈 API를 발표 및 운영했고, 덕분에 선두에 오르고 지금에 이르렀다. 페이스북의 이러한 오픈된 플랫폼 전략으로 다양하고 풍부한 매시업 서비스를 자신들의 고객들에게 계속 공급할 수 있게 되면서, 그들의 플랫폼은 건강한 생태계를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혹자는 이러한 페이스북의 운영전략을 플랫폼 리더십이라고도 하는데, 플랫폼 운영자로서 자만하지 않고 3rd Party, 그리고 고객과 좋은 관계로 공존할 수 있는 건강한 플랫폼을 지속했기 때문이다. 시대는 다르지만 금융권에 드리운 오픈 플랫폼으로의 전환 시점에, 기존 은행들은 과거 페이스북의 플랫폼 리더십을 참조해 볼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플랫폼 운영에 대한 오픈 마인드
오늘날 디지털 서비스 이용 고객의 서비스에 대한 눈높이 상승은 물론 니즈의 다양화, 그리고 오픈 API 출현으로 인한 경쟁의 심화 등으로 금융뿐만 아니라 대부분 분야의 기업에서도 독자적, 즉 폐쇄적인 플랫폼 운영은 플랫폼의 생명력을 단축시킬 수 있게 됐다. 이는 개별 플랫폼으로는 다양하고 전문 복합적 서비스로 고객을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의미이며, 잘하는 선수들을 플랫폼으로 끌어들여 상생하는 플랫폼이 되 어야 오랜 생명력으로 지탱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이질적 분야들의 통합과 공동의 대응을 위한 플랫폼의 역할이 중요한데, 오픈된 플랫폼은 서비스 제공자가 둘 이상이고, 고객군도 다양하게 나뉘게 되는 서로 다른 그룹들의 니즈를 잘 충족시키고, 더 많은 참여자를 플랫폼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플랫폼 리더십’을 어떻게 발휘하느냐가 생존의 핵심으로 보인다.
일본의 한 플랫폼 전략 전문가인 칼 아쓰시 히라노는 플랫폼 기업을 ‘룰 메이커’라고 하였다. 따라서 자칫 자만해지고 독점적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을 조심해야한다고 조언했는데, 플랫폼이라는 다면 시장에서 공존하는 3rd Party와 고객을 포용할 수 있는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가 강조한 플랫폼 전략 성공 요소로 연결성을 꼽고 있는데, 이는 다양한 이종 그룹 간(사용자 그룹 포함) 연결을 도와주고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플랫폼을 구성하는 그룹 간 연결과 시너지는 결국 플랫폼의 건강과 수명으로 연결될 것이다.
강한 서비스의 모방보다는 오픈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인공지능 및 ICT 기술의 발전으로 혁신 금융 서비스들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인공지능 챗봇은 개인비서처럼 스마트폰을 통해 사용자와 음성 및 텍스트로 대화하면서 쇼핑 및 결제 상황 시 맞춤형 금융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외 사례로는 뱅크오프아메리카(Bank of America)의 에리카 (Erica)나 마스터카드(Mastercard)의 마스터카드 봇이 있다.
뿐만 아니라 개인 투자 및 포트폴리오 관리, 실제 트레이딩 업무 등도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가능하다. 인공지능을 통한 대출 심사도 활발한데, 미국 온라인 대출 업체 ZestFinance의 경우 고객과 관련된 약 7만여 개의 변수에 대한 데이터와 함께 수십 개의 머신러닝 알고리즘으로 대출 신청자의 신용도와 채무 불이행 확률을 예측하고 대출 서비스에 연결하고 있다. 또한, 고객의 거래패턴 분석으로 비정상 거래 행위에 대한 감시 기능도 가능하다.
거의 대부분의 서비스가 인터넷과 디지털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의 생활은 디지털과 섞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 특히 은행들의 고객 독점의 생태계도 디지털로 인해 와해되고 있다. 이에, 이런 디지털로 재구성되는 생태계에서 살아남는 방법의 해법을 디지털에서 찾을 수 없다. 물론 비즈니스를 위한 디지털 환경과 서비스에 대한 구축도 중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함께 구축하고 형성해가려는 구성원들과의 공생에 대한 비전과 리더십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