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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문장들 그림 없는 전시회

우리는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순 없지만 이렇게 공감하고 교감하며 헤아려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게 다가가다 보면 그들이 겪은 상처나 아픔이 조금은 아물지 않을까.

나도 몰랐던 나의 감정을 적확하게 길어 올려낸 한 줄의 문장을 만나면 공감하며 밑줄을 그을 때가 있다. 내 감정뿐일까. 때론 타인의 문장 속 풍경을 들여다보며 공감하고 서로를 이해해나간다. 이번 ‘그림 없는 전시회’에는 시각장애인이 자신의 상상 속 풍경을 담아낸 문장이 작품으로 걸려있다. 그런데 눈을 사로잡는 이미지가 없었음에도 작품 하나하나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던 건 문장 속 그들의 감정이 온몸으로 와닿았기 때문이었다. 가장 아름다운 문장들이 전시된, ‘그림 없는 전시회’를 살펴보자.

‘인지’와 ‘기억’을 보다 서촌 진화랑에서 9월 5일~14일까지 진행된 ‘그림 없는 전시회’는 ‘인지와 기억을 본다’는 주제를 중심으로 문장이 전시돼 있다. 한 번도 세상을 본 적이 없는 ‘선천성 시각장애인’이 ‘인지’한 세상을 담은 문장과 ‘후천성 시각장애인’이 시력을 잃기 전 보았던 세상을 ‘기억’하는 문장으로 말이다. 작품은 시각장애인 안수연, 최인미, 킴벨리 킴, 이송미, 조현상이 참여했다. 위에 제시된 작품은 후천성 시각장애인 킴벨리 킴 작가가 ‘기억’하는 풍경의 문장이다. 제목은 ‘어둠 속의 추억 하나’, 부제는 ‘시력을 잃기 전 봤던 가장 아름다웠던 모습’이다.

먼저, 작품 속 문장을 읽고 제목과 부제를 차례로 읽어 내려가다 보면 작가가 느꼈을 감정을 헤아리게 된다. 작품 옆의 QR코드를 스캔하면 작품 내용을 그림으로 구현한 작품을 볼 수 있는데 이는 홍익대학교 학생들(유예림, 김유림, 김지운, 박배리, 손민균)의 재능기부로 이뤄졌다. 더 따듯한 세상을 위한 마케팅 솔루션 이번 전시는 마케팅 솔루션 컴퍼니 ‘아이디엇’이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과 함께 기획했다. 이승재 아이디엇 대표는 도서관에 들렀다 우연히 시각장애인을 위한 미술작품 감상 교재를 보게 됐고 이를 계기로 전시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잠시 머뭇거리며 말하는 모습에 참 많은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지금의 솔루션에 이르렀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아이디엇이 ‘마케팅 솔루션 컴퍼니’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들은 단순 옥외광고나 SNS 마케팅이 아닌 캠페인에 따른 적합한 솔루션을 찾아 좀 더 따듯한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 그들이 기획했던 ‘미니 환경미화원’ 캠페인을 들여다보면 캠페인으로 이뤄내려는 세상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미니 환경 미화원’은 23cm의 작은 환경 미화원이 그려진 스티커다. 스티커는 홍대 길거리 쓰레기가 쉽게 버려지는 곳곳에 부착됐다. 아이디엇이 홍대 거리 쓰레기 문제에 주목하게 된 건 홍대로 사무실을 이전하게 되면서부터다. 쉬이 지나치지 못했고 누군가 시키지 않은 일이었지만 진행한 캠페인이었다. 스티커를 본 97%의 시민이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응답했다.

그들이 담은 좋은 메시지가 누군가의 행동과 마음의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다. 느리지만 신중하게 보이지 않는 눈과 들리지 않는 귀를 가진 남편과 척추장애가 있는 아내, 두 부부의 일상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 <달팽이의 별>을 통해 시각장애인이 점자로 문장을 읽어내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느리지만 신중하게 온몸의 감각을 쏟아내며 손으로 점자를 짚고 있었다. 전시에 걸린 문장을 보면서 그 영화 장면이 떠올랐던 건 나 역시 느리지만 신중하게 그들이 적은 문장을 받아들이고 어느새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의 문장은 아름다웠고 과거 기억에 머물러 있는 이의 문장은 조금 쓸쓸하고 아프게 다가왔다.

우리는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순 없지만 이렇게 공감하고 교감하며 헤아려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게 다가가다 보면 그들이 겪은 상처나 아픔이 조금은 아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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