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공익적인, 가장 뜨거운 2017 대한민국 공익광고제
요즘 어린이들은 수감자들보다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적습니다.
11월 2일 2017 대한민국 공익광고 공모전 시상식을 시작으로 같은 달 19일까지, 한국프레스센터 앞 서울 마당에서는 2017 대한민국 공익광고제가 진행됐다. 광고제에서는 2017 대한민국 공익광고 공모전 수상작을 비롯해 역대 국내 우수 공익광고, 세계 3대 광고제인 클리오 광고제(Clio Awards)·칸 라이언즈(Canne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뉴욕 페스티벌(New York Festival)의 수상작품 및 세계 각국의 공익광고가 소개됐다.
공익적인 내용을 담은 광고를 전시하는 자리인 만큼 최근 두드러지는 화두들을 주제 삼은 광고들이 다수 게시됐다. 해외의 아동권리 보호, 유기동물 입양, 페미니즘 이슈에서 국내의 교통안전, 서비스직 노동자 인권, 데이트 폭력, 가정폭력, 혐오 이슈까지 다양한 문제의식에 대한 독창적인 표현들을 본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아동권익 보호 – 보호하되 자유롭게
넓게는 아동권리 보호에서 좁게는 아동학대 방지까지 2000년대 초반 이래 꾸준히 제기되어 온 아동 권익관련 문제의식을 다룬 광고들이 다수 전시됐다. 첫 번째 이미지는 무언가를 호소하는 아이의 얼굴 표정을 내세워 학대 아동에 대한 관심과 신고를 요청한 일본 훗카이도 지역의 캠페인 ‘말할 수 없는 아이들’의 포스터다. 아이 얼굴 왼쪽에 ‘분명히, 내가 나쁜 거니까’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공익광고뿐 아니라 상업광고에서도 위와 같은 문제의식을 찾아볼 수 있었는데, 두 번째 이미지가 그 예다. 섬유유연제 브랜드 ‘Persil’은 ‘Dirt is good(더러운 것은 좋은 것)’이라는 캠페인을 펼치면서 왼쪽의 포스터를 발표했다. 비슷한 색의 티셔츠를 입고 있는 수감자와 아이의 모습 아래 ‘요즘 어린이들은 수감자들보다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적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유기동물 입양 – 자리는 남아 있다
반려동물 유기가 사회 문제로 언급되면서, 유기동물의 조처와 관련한 문제 역시 주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이미지는 유기동물의 구조와 입양을 수행하는 NGO 단체 ‘World For All’의 동물 입양 대회 홍보 포스터다. ‘There’s always room for more adopt(언제나 입양을 위해 남는 공간은 있습니다)’라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발표된 포스터는 다정하게 붙어 선 가족들 사이의 빈 틈에서 반려동물의 윤곽이 보이도록 해 입양 대회에의 참여를 독려했다.
페미니즘 이슈 – 유리천장과 고정관념
페미니즘은 국내에서뿐 아니라 해외 각국에서도 최근 뜨거운 화두다. 전시된 광고 중에서도 이를 다룬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왼쪽의 이미지는 포브스의 표지를 패러디 해, ‘여성이 남성과 같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 것’의 중요성을 역설한 포브스 브라질의 광고다. 세계의 억만장자들의 성별을 여성으로 바꿔 게시했다. 가장 왼쪽 ‘Billie Gates’의 사진 아래에는 ‘빌리 게이츠는 4위입니다. 빌 게이츠가 미국 여성이었다면 평균적으로 21% 소득이 적을 테니까요’라고 적혀 있다.
지금, 여기 2017 대한민국 공익광고 공모전
한편, 지난 2일 진행된 시상식에서는 2017년 8월 한 달간 전 국민을 대상으로 공모한 공익광고 작품 1,740편 중 30편에 대한 시상이 진행됐다. 시상식에서는 국내에서 활발히 제기됐던 화두에 대해 참신하게 표현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특히 웹툰 부문의 신설 등 수상작의 외연을 확대하려는 주최측의 시도와 청소년부와 대학생부의 재기 있는 아이디어가 맞물려 독특한 결을 가지게 된 작품을 다수 찾을 수 있었다.
수상작 살펴보기
2017 대한민국 공익광고 공모전에서 교통안전은 여전히 유효한 주제였다. 대상 수상작 ‘안전은 안에서부터(이준오)’에서 일반부 인쇄부분 금상 수상작 ‘어린이는 빨간 신호등(서인성)’에 이르기까지 전통적인 주제에 주목했음에도 여전히 독특한 방식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 많았다. ‘안전은 안에서부터’는 바깥을 향해 있던 차량용 블랙박스가 회전해 차량 내부를 찍는다는 내용의 작품으로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 뒷좌석 안전벨트 미착용, 방송 시청 등 무의식 중에 행하는 차내 교통 안전 저해 행동을 담아 일상적인 안전 불감증을 지적했다. ‘어린이는 빨간 신호등’은 빨간색 책가방을 멘 어린 아이가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장면을 포스터에 담아 안전운전을 통한 어린이 보행자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어린이는 당신의 운전보다 도로 위로 굴러가는 공이 더 소중하고/친구와의 술래잡기가 더 다급하고/지각이 더 무섭습니다’라고 아래 덧붙은 설명을 읽지 않더라도 화면 중앙의, 도드라지는 색감의 빨간 책가방이 주제를 충실히 전달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화두로 떠오른 서비스직 노동자 인권 문제 역시 이번 수상작에서 자주 다루어진 주제 중 하나였다. 대학생부 인쇄부분 금상 수상작 ‘감정 노동자의 이름(이지은)’과 대학생부 TV부문 은상 수상작 ‘이젠 멈춰주세요(황유진/이정윤/정윤조)’가 그 예다. ‘야’, ‘이봐’, ‘어이’라고 적힌, 정장 왼쪽 가슴께의 이름표를 전면에 부각시킨 포스터 ‘감정 노동자의 이름’은 관객으로 하여금 혹 소비자라는 이름 아래 서비스직 노동자에 함부로 대한 일이 없는지 되짚어보게끔 한다. 포스터 가장 아래 떨어진 ‘진짜’ 이름표는 반성을 배가한다. 사각 링의 모서리에 몰려 온 몸 상처 입은 선수를 서비스직 노동자에 비유한 ‘이젠 멈춰주세요’는 서비스직 노동자에의 언어 및 신체적 폭력의 심각성을 강조해 여전히 이것이 진행 중인 문제임을 환기한다.
일반부 TV부문 은상 수상작 ‘사랑이 아닙니다(이재우/신호영/이용혁)’는 최근 주요 담론으로 떠오른 데이트 폭력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사랑이 아닙니다’에서 주로 사용되는 이미지는 근래 유행했던 손가락 하트로, 수상작은 하트 모양을 하고 있던 손이 점차 상처를 입으며 어둠에 잠기다가 결국 쇠창살을 쥔 주먹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애정표현에서 추궁, 협박, 윽박으로 이어지는 남성의 목소리 아래 담았다. 카피 ‘사랑이 아닙니다. 범죄입니다’는 작품의 의미를 더욱 부각시킨다.
가정폭력 문제를 다룬 청소년부 TV부문 동상 수상작 ‘일일이 간섭할 수 없지만(이지민)’ 역시 손가락을 화면 중앙에 등장시킨다. 광고는 곧은 검지 손가락이 ‘남의 가정사에 참견을 어떻게 하냐’고 말하는 입을 막는 것을 먼저 보여주고, 그 손가락을 그대로 전화 자판 위에 옮겨 ‘일일이 간섭할 수는 없지만’ 신고를 할 수는 있다는 메시지를 감각적으로 전달한다.
일반부 인쇄부문 은상 수상작 ‘혐오곤충도감(조유환/김혜리)’은 작년과 올해 특히 뜨거운 화두였던 혐오담론을 주제로 삼고 있다. 포스터 전면에 배치된 ‘혐오곤충도감’이라는 구는 ‘~충(蟲)’이라는 표현으로 상징되는 우리 사회의 만연한 혐오 를 곧바로 떠올리게 한다. 전체 수상작은 코바코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