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하는 브랜드SNS의 특징 4가지
브랜드 SNS 담당자를 만나면서 생각한 것들
기업의 마케팅 활동 중에서도 SNS 마케팅은 소비자 밀접도가 압도적으로 높다. ‘2020 대한민국광고대상’에서 ‘소설커뮤니케이션부문’을 신설한 것 역시 이러한 특수성을 인정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준비했다. 2020년 브랜드SNS 결산. 올해 디지털 인사이트는 자신만의 개성으로 소비자와 소통하는 브랜드SNS의 담당자를 한 달에 한 번씩 만나왔다. 주류, 식품, 리테일, 부동산, 뷰티, 문구, 출판사 등 업종도 다양했다. 그 과정에서 생각했던 내용을 나눈다.
글. 정병연 에디터 bing@ditoday.com
빙그레의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
의외성: 최소한의 개연성으로 가는 길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흥하는 브랜드SNS의 특징 첫 번째가 바로 ‘의외성’이다. 이 의외성은 아이러니하게도 오래된, 그래서 고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기업일수록 효과적이다. 빙그레우스가 주목 받은 이유도 그것이 ‘파격’이기 때문이다. 파격이 성립하려면 깨뜨려야 할 ‘격식’이 먼저 존재해야 하는데, 이제 막 시작한 젊은 기업에는 그게 없다. 브랜드 입장에서 고정관념이란 보기에 따라 한계가 될 수도, 혁신의 발판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출판계에서 젊은 마케팅으로 주목 받는 민음사 조아란 마케터의 이야기도 한번 읽어보자.
올해 SNS 마케팅 분야 최고 이슈는 단연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의 등장이다. 많은 사람이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던 오후 5시, 느닷없이 인스타그램 피드를 도배한 빙그레우스의 얼빡 셀카는 그야말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기존 빙그레 인스타그램의 톤 앤 매너는 물론 제품을 강조하는 식품 기업의 전통적인 방식까지 무시한 콘텐츠였다.
‘민음사가 이런 얘기를 하네? 근데 재밌네?’ 같은 반응을 끌어내고 싶어요. 의외성이 쌓이다 보면 민음사라는 브랜드가 좀 더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 있어 최소한의 개연성을 확보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예를 들어 저희도 언젠가는 웹소설을 할 수도 있잖아요? 그건 모르는 일이죠. 편집자나 마케터나 작지만 새로운 기획을 해나가면서 브랜드 전체의 레퍼런스를 바꿔 나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 디지털 인사이트 2020년 9월호, 「민음사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민음사TV」
디테일: 시선을 붙잡아두는 매력
빙그레우스가 파격적이기만 했다면 지금과 같은 인기를 누리진 못 했을 것이다. 소비자들의 시선을 계속 붙잡아둔 요인, 그러니까 흥하는 브랜드SNS의 특징 두 번째는 ‘디테일’이다. 얼빡 셀카로 화려하게 등장한 다음 날 빙그레 인스타그램에는 빙그레우스를 자세히 설명하는 콘텐츠가 업로드됐다. 이때 많은 사람이 감탄한 포인트가 빙그레우스 착장이다. 빙그레 제품 고유의 디자인을 반영한 아이템에서 강박에 가까운 디테일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스튜디오좋 남우리 CD는 “기본적으로 캐릭터가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콘셉트예요. 하지만 프로젝트의 목적이 어디까지나 빙그레와 빙그레 제품 광고라는 점을 항상 신경씁니다”라며 “이슈들이 스토리텔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콘텐츠를 정돈”한다고 말했다. 디테일이 비주얼에만 있는 건 아니다. 바나나맛우유 모양이었던 빙그레우스의 왕관이 캔디바맛우유 출시 이후 바뀐 색깔로 유지되는 것 또한 스토리텔링을 강화하는 장치로 디테일에 대한 감각을 보여준다.
빙그레뿐만 아니다. 맥스봉, 스팸, 햇반을 비롯한 많은 식품 브랜드가 자사 제품을 활용한 페이크 굿즈를 SNS를 통해 선보였다. 페이크 굿즈는 실제로 제작해 판매하는 것은 아니지만 익숙한 이미지를 완전히 생소한 영역에서 만나는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자사 제품 및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강화된 형태로 소비자에게 인식시킬 수 있다. 빙그레는 한 발 더 나아갔다. 세계관에서 빙그레우스가 왕위를 물려 받은 것을 기념해 실물 굿즈 상품을 내놓았다. 디테일한 비주얼과 스토리텔링이 알맞게 어우러져 소비자에게 존재감을 어필했기 때문이다.
드렁큰에디터 레이지 이니스프리 시스터즈
관계성: 브랜드는 내 친구
SNS는 관계 맺기다. 독립적인 인격체가 상호 소통하며 쌓은 공통된 기억과 합의된 규칙은 잘 만든 광고 한 편이나 성황리에 종료된 캠페인보다 브랜드 평판을 높이는 데 더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일반적인 경우 콘텐츠는 소비자가 즐겁게 소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만, 관계 맺기를 위한 콘텐츠는 소통의 수단이다. 중요한 건 콘텐츠 너머의 ‘사람’인 셈이다.
이러한 관계성이 잘 드러나는 사례가 ‘드렁큰에디터’와 ‘크레이지 이니스프리 시스터즈’다. 두 계정은 ‘피드를 꾸미지 않는다’라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브랜드 계정인 만큼 자사 제품이나 이미지와 관련해 일정한 톤을 가진 게시물도 곳곳에 보인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게시물이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일반적인 톤을 갖고 있다. 드렁큰에디터만 봐도 피드에 책과 술 중 무엇이 더 많은지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이 경우에는 주로 SNS 담당자 개인의 퍼포먼스에 성과가 좌우되곤 한다. 예를 들어 크레이지 이니스프리 시스터즈를 운영하는 ‘큰 자매’와 ‘작은 자매’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계정에 대해 “원래 갖고 있던 자아를 극대화해서 보여주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업무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소통하는 건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졸업한 고객 피드에 축하한다는 댓글을 남기는 일을 기획으로 만들 수 있을까?
직장내일의 소개 문구
공감: 우리 모두의 이야기
“오늘도 일합니다. 내일도 일하지요.” 직장인 공감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는 ‘직장내일’의 소개 문구다. 매우 쉽고 평범한 단어들의 조합이지만 직장인의 웃픈 정서를 이보다 더 정확하게 집어내는 문장이 있을까. 이처럼 ‘공감’을 주제로 내세우는 브랜드 계정은 드물지 않다. ‘술과 직장생활에 대한 이야기’라는 주제로 콘텐츠를 만드는 ‘백세주 담당자의 사적인 계정’이나 다방 인스타그램에 올라왔던 ‘담당자의 일기’ 또한 담당자가 실제 자신의 일상이나 가족, 회사 이야기를 소재로 삼는다.
술과 직장생활에 대한 이야기(백세주) 담당자의 일기(다방 인스타그램)
공감 요소가 에피소드로만 활용되는 건 아니다.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구독’과 ‘좋아요’를 유도하며 브랜드에 대한 밀접도를 높이는 데 ‘공감’은 매우 기본적인 조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앞서 언급한 의외성, 디테일, 관계성 모두가 결론적으로는 소비자의 공감을 사기 위한 장치라고 볼 수도 있다. 다양한 브랜드가 SNS를 통해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각양각색의 방법, 2021년에도 디지털 인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