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그리다, 그래픽 디자이너 윤다은

상상으로 그려낸 현실과 비현실 그 사이, 윤다은의 이야기

우리가 매일 보는 달과 별, 구름들. 매일 볼 수는 있지만 그 누구도 만진 적이 없다. 그렇기에 각자가 상상하는 촉감과 이야기가 다를 것이다. 그래픽 디자이너 윤다은은 이 점에 주목했다. 우리가 매일 보는 ‘현실’과 상상하는 ‘비현실’, 그 사이의 것들을 다채로운 색감과 주제로 그리는 작가. 최근 개인전도 열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의 삶에는 어떤 내용들이 있을까.

▲꽃밭에서

이름. 윤다은
지역. Korea
URL. Instagram.com/yuniversssee

안녕하세요 작가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그래픽 디자이너 윤다은이라고 합니다. 활동명은 yuniverse인데, 최근에는 본명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제가 그래픽 디자이너가 된 계기는 좀 특별해요. 신학과를 졸업하고 2년 동안 카페에서 근무했었는데 좋아하는 일이 아니었는지 시간 낭비처럼 느껴졌어요. 그러던 중에 무료로 일러스트 학원을 다니게 됐고, 너무 재밌었어요. 그러다 유튜브에서 합성 강좌를 우연히 보게 됐는데 직접 그리지 않아도 원하는 작업물을 만들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어요. ‘무조건 해야겠다’ 싶어 그때부터 그래픽 합성을 배웠고, 2년차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표지 작품에 대해 들어볼게요. 엄청 넓은 꽃밭에서 아름다운 보랏빛 하늘을 바라보는 여자가 있어요. 어떤 계기로 만드셨나요? 그리고 무슨 의미가 있나요?

최근에 신촌에서 <피어나다 삶>이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열었어요. 표지 작품은 이 전시를 위해 만든 <꽃밭에서>라는 그림이에요. 인생은 마치 꽃과 같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시간이 흐르면 꽃이 시드는 것처럼, 우리가 나이를 먹는 것도 어떻게 보면 시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꽃이 피고 지는 과정을 인생이라고 생각해봤을 때 우리는 항상 만개한 꽃이 아닌데도 마치 그런 것처럼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 우리를 위로하고 응원하는 마음을 담았어요. 비록 그림이지만 시간에 영향받지 않고 활짝 피어있는 꽃에 자신을 빗대보는 거죠.

작가님 작품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전시회에 직접 가보고 싶게 만들더라고요. 실제로 보면 특유의 색감에 매료될 것 같아요. 이 전시회는 어떤 기회로 진행하게 되신 건지 궁금해요.

전시회를 통해 사람들에게 제 작품을 더 알리고 실물로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 미국에 살다 보니 한국에서 전시를 여는 게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요. 그러던 와중에 ‘카페 드 아미디’에서 제 상황을 배려한 전시회를 제안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하게 됐어요.

개인전 반응은 어땠는지, 아쉬운 점이 있으신지 궁금해요. 만약 다음 개인전을 열게 된다면 작가님의 목표나 계획 같은 것이 있으신가요?

개인전을 하면서 정말 감사하게도 네이버에 세 번 정도 소개가 됐어요. 그리고 전시를 찾아준 많은 분들이 그림을 좋아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죠. 아쉬운 점은 제가 없는 전시회라는 것이었어요. <무한도전> 에피소드 중 ‘홍철 없는 홍철팀’처럼 제 전시인데, 저는 못 가봤던 거죠. 그래서 너무 아쉬웠어요. 다음에 전시를 하게 된다면 그때는 꼭 직접 참여하고 싶어요.

작가님의 작품들은 주로 포토샵으로 작업하는 디지털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그린 듯한 질감이 인상적이에요. 대체로 사진이 밑바탕이 되던데 이렇게 작업을 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저는 여러 개의 이미지를 오려서 합치는 콜라주 작업을 주로 해요. 그런데 가끔 결과물을 볼 때 어딘가 이질적이고 선이 부드럽지 못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걸 어떻게 해소할까 고민하다가 브러시와 텍스처 소스를 사용하게 됐어요. 자연스러운 느낌을 추구하다 보니 직접 그린 듯한 느낌이 나는 것 같아요. 또 제 작품의 베이스가 되는 사진들은 주로 무료 이미지 사이트에서 구하거나 직접 찍은 것이에요. 예쁜 사진을 좋아하기 때문에 ‘도화지처럼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걸로 작업해요.

작가님 작품들에는 달과 별, 구름 등 감성적인 분위기를 나타내는 자연의 요소가 많아요. 이런 요소들을 그리는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그래픽 디자이너이기 때문이에요. 그래픽 디자인은 현실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상상 속 공간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작업이에요. 달, 별, 구름 같은 것들은 우리가 매일 볼 수 있지만 누구도 직접 만지거나 가본 적은 없잖아요. 모두에게 익숙하지만 각자 저마다 다른 상상력을 발휘하기에 좋은 소재들이죠. 그런 점을 나타내고 싶었어요. 이 요소들에 대한 사람들의 상상이 다 다르기 때문에 저만의 상상을 더할 수 있는 거죠.

앨범 커버 작업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전반적인 과정이 궁금합니다.

초반에는 제가 먼저 여러 기획사에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메일을 보냈어요. 그렇게 작업량을 늘려가다 보니 이제는 인스타그램이나 그라폴리오를 보고 연락을 주시는 분들이 생기더라고요. 저는 커버 작업을 할 때 음악과 그림의 조화를 가장 중요시해요. 그래서 샘플 음원을 무한 반복해서 듣는 게 작업의 시작이에요. 그 후 마인드맵을 그려 떠오르는 단어들을 적다 보면 음원을 들으면서 느꼈던 감정에 어울리는 단어가 나타나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작업을 진행해요.

작가님에게 영감이 되는 것들이 많을 것 같아요. 주로 어떤 것들인가요?

주로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가 많은 영감을 줘요. 최근에는 남편이 책을 읽다가 ‘신이 자신의 일부를 양도해서 세상을 만들고, 그 세상은 영원히 신과 함께 산다.’는 한 학자의 이론을 설명해 줬어요. 그걸 듣고 사람의 몸통에 우주와 생명체들을 넣어서 신비로운 분위기로 작업하면 멋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체로 이런 과정으로 진행되는 것 같아요. 누군가가 해준 말이 제 머릿속에 특정한 주제와 느낌이 되면 그림으로 재탄생하는 거죠.

▲천사들

작가님은 그림을 통해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시나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을 표현하고 싶어요. 저는 꿈을 굉장히 많이 꾸는 편이에요. 그래서 꿈을 꿀 때마다 기록하고 그림을 그려요. 꿈이라는 것 자체가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 있잖아요. 그런 점에서 좋은 소재인 셈이죠.

사람들이 작가님의 작품을 어떻게 감상하길 바라나요?

자유롭게 감상하셨으면 좋겠어요. 같은 그림을 보고 어떤 분은 평화롭다고 말씀해 주셨고, 어떤 분은 슬픈 감정이 올라온다고 하셨어요. 하나의 그림을 다양한 감정으로 감상해 주신다는 건 작가에게는 큰 행운 같아요. 사람들이 감정이입을 하고 제 그림을 본다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제 의도에 구애받지 않고 여러 감정을 가지고 감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작가님 인스타그램을 보니까 ‘참이슬 순하리’를 사용한 아트워크가 있어요. 신선하기도 했고, 소주 광고 같지가 않더라고요. 이 작업은 어떻게 진행하신 건가요?

순하리 미국 광고사에서 제 그림체로 특별하고 신선한 광고를 하고 싶다는 연락을 줬어요. 기존의 소주 광고는 연예인을 위주로 한 광고가 대다수더라고요. 그래서 뭘 만들던지 신선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자유롭게 작업했어요. 꽃이 등장한 작품은 ‘순하리를 맛보는 순간 반하게 된다’는 뜻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흔히 만화에서 주인공에게 반하는 모습을 표현할 때 일렁이는 꽃을 배경에 쓰잖아요. 그 느낌을 내려고 노력했어요. 또, 정글을 이용한 그림은 제 추억으로 만들어봤어요. 어렸을 때 학교에서 ‘정글 숲에서 보물 찾기’라는 게임을 한 적이 있었어요. 색종이와 신문지로 꾸민 정글에서 보물이 적힌 쪽지를 찾는 게임이었는데 재밌었던 그 기억이 소주 광고와도 어울릴 것 같아 만들어봤어요.

작가님께서는 ‘Dany Yun’이라는 개인 유튜브 채널도 운영 중이세요. 주로 짧은 호흡의 영상이지만 감각적이라 보는 재미가 많더라고요! 유튜브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신 건지 궁금해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현재 미국에 살고 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게 됐고 결국 ‘Stay at home’이라는 발령이 떨어졌어요. 그래서 대다수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고 있어요. 꼭 무언가를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집에만 있자니 너무 답답하더라고요. 그래서 제 생활을 짧게나마 영상으로 남기게 됐어요.

작가님의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작업 분야 또는 기술 역량 측면으로 고민하는 지점이나 방향성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음악 듣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음악을 들으면 이 음악을 처음 들었던 날의 분위기, 날씨 등이 떠오르거든요. 과거의 소중했던 순간들이 생각나고 그 기억들은 곧 향수가 돼요. 음악이 사람들에게 주는 향수와 마찬가지로 제 그림을 보고 사람들이 그들만의 향수를 떠올렸으면 좋겠어요. 동시에 ‘이거 윤다은 작가 그림이네.’라는 생각이 들게끔 저의 아이덴티티로 충만한, 작품으로 기억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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