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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좀 하게 해주세요

집중 좀 하게 해주세요

I really need to concentrate!

아이디어를 적어두면 자동으로 거기에 완전히 집중하게 된다.

떠오른 아이디어를 글로 적으면서 동시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연필과 종이는 탁월한 집중의 도구다.

경영학자 마이클 르뵈프(Michael LeBoeuf)

아이디어? 집중!

아이디어는 집중이다. 영감이 떠오를 수 있도록 어떤 생각에 주의를 집중해야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 도처에 방해꾼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 자신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최근 어느 외국회사의 사장이 쓴 글을 읽었다. 정말 내가 쓴 것처럼 공감이 갔다. 제목은 ‘일터는 더 이상 일터가 아니다.’ 직장생활을 오래 하고 있는 필자에게는 정말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일터에 일하러 간다. 그런데 일을 하기 위해 일터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방해요소가 쳐들어와 진짜 일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전화가 가장 큰 적이다. 특히 다른 사람의 전화소리를 들을 때 집중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미국 코넬대학의 연구가 있다. 우리의 뇌는 다른 사람이 얘기할 때 들리는 내용을 조정해 다음 문장을 예측한다. 그런데 한쪽의 이야기만 계속 들리기 때문에 다음 상황을 예측할 수 없어서 부담스럽고 혼란스러워진다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회의 소집, 메일 체크, 메신저, 티타임, 담배 피우는 시간, 사무실에서 큰 소리로 이름 부르는 소리, 약속 없이 방으로 불쑥 찾아오는 일 등이 모두 방해꾼이다. 일하면서 그런 방해를 만나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런 사소한 일들이 좋은 생각을 막는 요소들이다.

집중을 방해하는 상사의 유형

특히 직장의 상사가 방해요소가 될 때가 많다. 가장 흔한 경우는 뭘 좀 하려고 집중할 때 별로 생산성 없는 회의를 자주 소집하는 것이다. 회의실에 부하직원을 불러 모으면 뿌듯하고, 자신이 존중받는 느낌을 갖는 것일까? 자신이 확실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지 않아 부하직원들에게 아이디어를 얻으려는 상사도 있다. 큰 그림을 그려서 나아갈 방향을 구체적으로 먼저 정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뿔뿔이 흩어진 부하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들어가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다. 부하직원이 아이디어를 발표하면 나도 바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내가 먼저 그 이야기를 하면 아이디어가 제한될까봐 일부러 말하지 않고 있었다고 덧붙인다. 그리고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항상 큰일이라도 생긴 것처럼 과장하며 이번 프로젝트가 잘 되지 않으면 회사를 닫을 수도 있다고 겁주는 이도 있다. 금요일 다섯 시에 회의를 소집하고 월요일 오전에 각자 아이디어를 가져오라는 이도 있다. 업무 진행 상황을 시도 때도 없이 물어보는 상사가 그렇다. 일과 후나 주말에도 영감이 떠올라 메신저로 업무 지시하는 상사도 있다. 나라에서 금지시킨다고 하지만 잘못 든 버릇을 고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몰디브에 신혼여행 가 있는 신부에게 일 이야기 물어보러 전화하는 이도 있다.

신경질적인 그녀가 성공한 이유

좋은 아이디어는 가벼운 마음으로 즐거운 상태에서 나온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즐거운 기분으로 어딘가에 집중을 해야 양질의 아이디어가 나온다. 그러나 보통의 사무실에서는 그러기가 어렵다. 그래서 집중해서 일을 하려니 남들이 말을 걸지 않는 퇴근시간 이후에 회사에 남아 일을 하게 된다. 그러니 계속 야근을 하게 된다. 아니면 집에 싸 들고 가서 하게 된다. 그래서 일터가 더 이상 일터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터에 일하러 나가지만 진정한 의미의 일은 하지 못 하니까. 그런 사무실 분위기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리 없다. 아이디어 비즈니스에서는 정말 심각한 문제다. 그런 식으로 일하니까 적당한 수준의 아이디어만 나오기 마련이다.

IMF 때 회사에서 집중근무제라는 걸 시행했던 적이 있다. 오전 10시부터 두 시간 동안은 자리에서 뜨지 말고, 전화도 하지 말고, 자판기 앞에 모여 이야기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모두들 분개했다. 아니 이거 누구 아이디어냐? 이게 광고회사 맞냐? 회사가 무슨 감옥이냐? 경주마처럼 양쪽 눈 가리고 앞만 보고 달리게 하는 거냐? 이러면 빌링이 올라가냐?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고 보니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모두가 욕하던 그 집중근무시간에 정말로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던 것이다. 독서실 효과라고 할까?

당시 필자 바로 옆자리에는 매우 신경질적인 영국인 PR 디렉터가 있었다. 그녀는 주변의 소리에 워낙 예민해서 노트북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에도 정색을 하며 짜증을 내곤 했다. 집중에 방해된다는 것이었다. 영화에서는 멋져 보이기만 하던 영국 여성이 하루에도 몇 번씩 그렇게 무서운 표정을 지을 수 있는지 처음 알았다. 기에 눌려 키보드를 그렇게 살살 눌러보기는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러다가 전화가 오면 자기는 강한 영국식 액센트 섞어가며 소리치듯 통화하기 일쑤였다. 물론 내게 키보드 누르지 말라고 타박하던 그녀와는 자주 다투다 친해졌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필자가 내는 다양한 잡음을 탓하며 일하던 그녀는 실력을 인정받아 홍콩의 PR회사로 스카웃되었고 지금도 잘 나간다. 집중력 덕분이다. 시험 바로 직전에 나도 모르는 놀라운 힘을 발휘한 경험이 있다. 시험이 시작되고 앞자리에서부터 시험지가 내게로 막 넘어오는 순간, 책 집어넣으라는 지시를 듣는 순간, 마지막으로 본 책의 내용을 빛의 속도로 기억했는데 그게 시험에 나와 많이 맞춘 적이 있다. 집중하면 초인적인 능력이 나온다.

몰입의 힘

물론 집중만 한다고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 숙제를 받으면 일단 게으름을 피운다. 오랜 버릇이다. 지금까지도 아이디어를 낼 때 그렇게 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이 생각 저 생각하며 놀다가 마감 몇 시간 남겨 놓고 밤새 일하는 것이다. 그러다 마감시간을 하루 넘기기도 한다. 좋은 습관은 아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한 번 더 생각하면 그만큼 더 좋은 생각이 나온다는 것을 아니까 자꾸 그러게 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내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하는 아이디어가 나온다. 그게 바로 주의집중의 효과다.

무서운 집중력이 좋은 아이디어를 만든다. 마지막 순간에 순간집중력을 발휘해서 자기도 몰랐던 좋은 생각을 끄집어내는 것이다. 물론 위험하기는 하다. 잘못하다간 늘 마감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자로 낙인이 찍히게 된다. 특히 배우가 연기할 때도 주의집중은 위력을 발휘한다. 스타니슬라프스키라는 러시아의 전설적인 연출가는 객석을 잊으려면 무대에 집중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연기하는 동안 100% 이상 극중 상황에 몰입해야 관객도 따라 몰입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재미있는 제품을 쉴 새 없이 만들어내는 3M이란 회사에서는 직원들에게 하루 한 시간씩 집중하는 시간을 준다. 실제로 아이디어 내라고 주는 그 시간에 신기한 발명품도 많이 나온다.

Do you know me?

집중은 개인만의 몫이 아니다. 조직에서 구성원들이 조직의 방향과 비전에 집중하지 않으면 비극을 맞는다. 두 회사를 합병하게 됐다. 그런 경우 지금까지 문제라 여기지 않았던 모든 것이 문제가 된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일하며 살다가 갑자기 모든 걸 통일하려면 직원들의 저항이 크기 마련이다. 광고회사는 유독 더 그렇다. 아이디어 내는 사람들은 성격이 괴팍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회사 차원에서는 이 두 회사 직원들의 단합이 필요했다. 그래서 경치 좋은 곳에 가서 합동 워크숍을 하기로 했다. 필자가 행사 전체의 콘셉트를 정하는 책임을 맡았다. 그런데 양사의 직원 대표들은 필자가 아이디어만 내면 거절했다. 무슨 아이디어만 내면 계속 시비를 걸었다. 그런 거 이전에 다 했단다.

각 부서가 따로 놀지 말고 전문가들이 한 마음이 되어 일해야 효율이 높은,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모두들 취지에는 동의했다. 그러나 무조건 반대 했다. “한마음 축제 어때요?” 반응은 “아, 됐어요. 우린 원래 한마음 맞거든요.” “이것 참. 그럼 빈 마음 축제는?” “됐다고요.” 물론 행사의 이름이나 콘셉트가 중요한 건 아니었다. 싫은 걸 자꾸 하자니까 무슨 이야길 해도 거부하는 것이었다. 광고회사 일이 광고주 일보다 더 어려운 이유다.

광고회사 직원들은 대하기에 가장 까다로운 그룹 중 하나다. 프리랜서 기분으로 살기 때문이다. 법적으로나 실제적으로 회사에 소속되어 있으면서도 자유인이라 생각한다. ‘회사 일은 알 필요 없어.’ 마인드를 갖고 있다. “연봉이나 많이 줘. 그런 워크숍 할 돈 있으면 그냥 돈으로 달라고.” 한다. 조금 강하게 나가면 모두들 회사를 나갈 기세였다. 2주일 동안 다른 일은 거의 하지 않고 그 행사에 집중했다. 광고회사에는 공장도 장비도 없이 사람만 있는데 그들의 마음을 모으지 못하면 닫아야 한다. 광고회사 사람들은 워크숍 같은 행사도 싫어하고 거기에 이벤트 진행자라도 나와 이것저것 시키면 절대 따라 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할 방법이 없을까?

드디어 최종 콘셉트를 발표하게 됐다. 행사 제목을 ‘두 유 노우 미(Do you know me)?’라고 정했다. 거창한 구호를 만들기보다 두 회사 직원들이 서로 이름부터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함께 입을 하얀색 티셔츠 앞면에 “두 유 노우 미?”라고 썼다. 그리고 뒷면에는 “아이 엠(I’m ___.)”이라고 쓰고 뒤를 비워 놓았다. 그 빈 칸에 티셔츠용 매직펜으로 자기 이름을 적으라고 했다. 직원들은 강원도까지 가서 하는 단합대회에서 귀찮은 것 시킬 줄 알았다가 티셔츠부터 나눠주고 이런 퀴즈를 내니까 슬슬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모두들 빈칸을 채우기 시작했다. ‘아이 엠 정상수’. 한 사람은 ‘아이 엠 샘(I’m Sam.)’, 다른 사람은 ‘아이 엠 파인(I’m fine.)’, ‘아이 엠 소리(I’m sorry.)’, ‘아이 엠 노바디(I’m nobody.)’, ‘아이 엠 어 보이(I’m a boy.)’, ‘아이 엠 키딩(I’m kidding.)’ 등등. 모르는 직원끼리 서로 등을 확인하며 웃고 이야기하며 친해졌다. 일박 이일 워크숍 기간 동안 먹고 마시고 떠드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서로 아는 데만 집중했다. 회사에 돌아와서 하는 말.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는 단계입니다.” 어수선한 회사에 집중하지 못했던 인재들이 다른 회사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러므로, 아이디어는 집중이다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이 있을까? 하나만 하는 것이다. 한 번에 하나.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하면 수완이 좋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아이디어의 수준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짧은 시간에 업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집중력, 즉 목표에 집중하는 힘을 키우자. 뇌 과학에서 인간의 뇌는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데, 그런 선택적 처리를 ‘주의집중’이라고 한다. 물론 흥미가 있거나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는 저절로 집중이 된다. 하지만 하기 싫은 일에도 무섭게 집중하고 그 상태를 지속할 수 있어야 진정한 집중력이라 할 수 있다. 명상이 집중하는 데 좋다니까 조용한 곳을 찾아서 잠깐씩 해보면 좋겠다. 아이디어는 집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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