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들이 궁금해서 유튜브 한다

‘유튜브여야만 하는 이유’, 10대들에게서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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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YouTube) 왜 하세요?

독립서점을 들렀다 나오면 왠지 선물을 한 아름 안고 나오는 기분이 든다. 그냥 지나쳤던 순간이나 감정, 장면들을 센스 있게 건져 올리며 생각을 확장시켜주기 때문이다. 유튜브 콘텐츠의 주요 흐름이 뷰티나 먹방일 때는 마치, 베스트셀러만 진열해놓은 대형서점의 느낌이었다면 최근에는 독립서점을 들렀다 나오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그만큼, 콘텐츠의 종류와 범위가 개인의 취향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취향이라는 렌즈를 끼고 보니 유튜브는 매일이 새롭고 즐거운 공간이 됐다. 그렇다면, 유튜브를 즐기는 다른 이들은 어떤 이유로 그 공간에 머물러 있는 걸까 궁금해졌다. 유튜브 왜 하세요?

  1. 나는 쉬기 위해 유튜브 한다
  2. 나는 궁금한 게 있을 때 유튜브 한다
  3. 나는 그들이 궁금해서 유튜브 한다
  4. 유튜버에게 물었다, 유튜브 왜 하세요?

나는 그들이 궁금해서 유튜브 한다

기자의 유튜브 메인 화면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것은 해외 예능 번역 영상이다. 기자가 근래 갑작스레 덕질 하는 일본 장수 아이돌 그룹이 출연한 예능의 클립 영상이나, 해외 스탠드 업 코미디 쇼 영상이 줄줄이 뜬다. 72초 TV나 콬 TV, 연애플레이리스트 등 웹 드라마 채널의 최신 영상과 근래 흥미롭게 보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의 클립 영상이 그 사이사이에 틈입한다. 하지만, 기자가 근래 가장 흥미롭게 보고 있는 영상 콘텐츠는 그런 것들이 아니다.

그들은 무엇을 할까

기자는 근래 넷플릭스로 동영상 플랫폼을 옮겼다. 여러 웹사이트에 토막 나 돌아다니던 스탠드업 코미디 쇼의 풀 버전을 다수 보유하고 있고, 흥미를 느낄 만한 ‘극’ 콘텐츠도 워낙 많다. 구미 당기는 장편의 영상 콘텐츠를 보기 위해 거쳐야 했던 번잡한 결제과정이 아주 소거된 것도 매력 중 하나다. 다시 말해, 기자는 즐겨보는 영상 콘텐츠는 대부분 장편의 영상 콘텐츠다.

기자의 넷플릭스 메인 화면
짧은 영상을 볼 때는 네이버 TV에서 본다. 네이버 TV는 유튜브만큼 적극적으로는 관련 영상을 추천하지 않는다

유튜브는 장편의 영상 콘텐츠를 보기에 적합한 플랫폼은 아니었다. 물론 기능적으로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영상 한 편에 온전히 집중하기에는 잡다한 것들이 지나치게 끼어들었다. ‘연관 콘텐츠’나 ‘맞춤 콘텐츠’ 같은 것들이 그랬다.

짧은 콘텐츠를 즐길 때도 그 기능은 방해가 됐다. 이 웹 드라마 한 편만 보고 상쾌하게 털고 일어나고 싶은데, 자꾸 관련 영상 목록을 타고 돌아다니게 됐다.

그래서 궁금했다. 유튜브를 ‘한다’는 이들은 유튜브를 왜 하는 것일까. 가설은 이랬다. 유튜브에만 있는 것은 ‘유튜버’다. 그러니까 왜 ‘유튜버’의 콘텐츠를 보는지 물어볼 사람을 찾으면, 적절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기자는 10대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어떤 세대보다 영상으로 ‘소통하기’에 익숙한 세대, 유튜브에서 클립 영상이 아니라 ‘하우투(How to)’ 영상을 검색하는 세대. 그들에게서 ‘유튜브여야만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을지 몰랐다.

댓글로 대화하기

근래 ‘10대들의 필수 앱’이라는 별칭으로 포털의 역할을 물려 받고 있는 유튜브는 10대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착실히 콘텐츠를 쌓아가고 있다(본지 3월호 기사 ‘왜 요즘 10대들은 포털보다 유튜브에서 먼저 검색을 할까?’ 참조). 10대들은 이용자로서, 공급자로서 유튜브를 ‘하고’ 있었는데, 이들의 유튜브를 ‘한다’에는 기자가 유튜브에서 절대 하지 않는 어떤 것이 포함돼 있었다. ‘댓글로 대화하기’다.

유튜브에 ‘고등학생 Q&A’를 검색하면 나오는 영상 목록. 많은 10대 유튜버들이 적극적으로 댓글과 소통하고 있었다

예컨대, 기자는 어떤 플랫폼에서든 영상을 본 다음, 댓글에 감상을 남기지 않는다. 감상을 남기고 싶어지면 ‘다른’ 커뮤니티를 찾는다. 이와 달리 10대 유튜브 이용자들은 관심 있는 콘텐츠에 바로 댓글을 단다. 댓글 대개는 ‘말을 거는’ 형태를 취한다.

말을 거는 댓글이 다수 달리는 것은 ‘유튜버’인 게시자가 자주 답변을 달아주는 까닭이었다. 대댓글로 대화가 이어지기도 했다. 유튜버 본인에게도 댓글로 진행되는 ‘소통’은 유튜브를 계속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 고등학생 일상 유튜버 ‘혠이’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오잉(팬들을 부르는 애칭)분들’을 자주 언급했다. 그들의 댓글에 힘이 난다는 점을 인터뷰에서 꾸준히 이야기한 혠이와의 인터뷰는 ‘오잉분들 사랑합니다’로 마무리 됐다.

또래가 또래의 방식으로

10대 유튜버의 콘텐츠에는 물론 10대 구독자들이 많았다. 유튜버는 자신의 일상 이야기, 자신의 고민 이야기, 자신이 궁금해 하다 결국 알게 된 정보에 대해 이야기했고, 댓글은 그에 공감하고 호응했다.

‘자기 이야기’는 자주 브이로그(Vlog) 형태로 그려졌다. 구독자들은 여기서 자신과 닮은 점과 다른 점을 찾아 댓글에 달았다. ‘우리 학교 종소리랑 똑같아요’, ‘우리 학교는 체육 대회 미뤄졌어요’, ‘저도 방송반 활동해요’ 등이다.

‘결국 알게 된 정보’는 대다수가 ‘뷰티’와 관련한 것이었다. 보통의 뷰티 콘텐츠의 문법을 따르면서도 화장하는 10대인 그 자신이 궁금해하다 터득했고, 그러므로 이 영상을 보는 시청자들도 궁금해할 ‘화장한 것 안 걸리는 법’에 대한 정보를 더한다.

유튜브에 ‘학생 메이크업’을 검색하면 나오는 영상 목록. 다수가 10대가 직접 찍은 영상이다

정보에 해당하는 콘텐츠 중 다시 많은 것은 ‘예비 중을 위한 중학생의 조언’ 식의 10대가 자신보다 아주 조금 어린 10대에게 질문을 받고 그에 답하는 콘텐츠였다.

실상, 이들이 주고 받는 대화, 콘텐츠는 익숙한 것이었다. 어느 커뮤니티에 가도 비슷한 일, 다른 사람의 일상을 들춰보고 묻고 대답하는 등의 일은 일어나고 있다. 다만 ‘글’로 전개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10대는 글이 아니라 영상으로,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있었다.

포스팅되는 영상

커뮤니티에서 독해가 어려울 정도가 아니면 글의 짜임을 작성자도 독자도 크게 개의치 않는 것처럼, 영상의 품질 역시 지나치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소통’에 크게 방해가 되지 않았다. 10대에게 ‘영상’은 작품이나 프로그램을 넘어, 단순 게시물까지 담을 수 있는 매개가 된 것이다. 게시물을 영상으로 올리려다 보니 비교적 자유롭고 영상에 최적화된 플랫폼인 유튜브를 찾게 된 모양새다.

취재를 마쳤지만, 여전히 기자는 유튜브를 다시 시도하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언젠가 짧은 영상을 연달아 보고 영상으로 소통하고 싶어진다면, 참고할 법한 길이 생긴 것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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