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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의 ‘주말 근무’ ‘야근 강요’ ‘인력 빼가기’… 디지털 에이전시 산업 멍든다

[김관식 기자 seoulpol@wirelink.co.kr] 수 개월 사이, 기자는 다섯 통의 메일을 받았다. 디지털 에이전시 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이 보내온 것이었다. 전체적으로 이 업계에 왜 일손이 모자랄 수밖에 없는지, 어째서 프리랜서 시장에 기댈 수밖에 없는지, 또 부당했던 고객사의 요구와 업계에 만연한 인재 빼가기 등 이 산업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비통한 이야기가 녹아 있었다. 그 중심에는 소위 ‘갑’에 대한 아쉬움이 짙게 배어 있었다.

제보자 중 먼저 메일을 보낸 김씨(가명)에게 회신을 보냈다. 실명보도가 원칙이기에 실명을 공개해도 되는지 물었다. 현재 이사로 재직 중이라는 그는 지금 몸 담고 있는 회사에 피해가 갈 수 있기에 그 부분은 정중히 사양했다. 나머지 네 명의 제보자도 같은 입장이었다.

다만, 자신이 알린 내용은 디지털 에이전시 업계 대부분이 공감하는 것은 물론, 겪었거나 겪을 수 있는 것이기에 제보했다고 알려왔다. 기자도 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던 터였다. 소위 ‘갑’이 요구한 사항 그대로 받아들이고, 반영할 수밖에 없는 처지도 그러려니와 갈수록 인재 불균형을 초래하는 지금 상황으로 볼 때 아예 없는 말이라 할 수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용 하나하나와 제법 구체적인 수주 금액까지 공개했기에 이를 의심할 만한 여지는 크게 없다는 것이 맞겠다.

메일을 받은 후 사실확인을 위해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한 디지털 에이전시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최근 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는 그는 “어느 정도 맞는 얘기”라며 “지난 해도, 또 그 이전 해도 우린 매년 겪었고, 아예 팀 하나가 날아간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갈수록 사람 채용하기는 녹록치 않은데 일을 수주해도 정작 맡을 사람이 없어 프리랜서를 고비용을 주고 쓸 수밖에 없다”며 “물론 그렇지 않은 갑도 있지만 아쉽고 힘든 경우가 더 많다”며 답답해 했다. 이어 “나도 직원들에게 좋은 대표가 되고 싶은데…”라며 읊조렸다.

야근과 주말근무 강요하는 클라이언트 “근로기준법 위반은 너희 책임”

김씨는 소위 대기업과 협업 시 부당하다고 느꼈던 부분에 대해 먼저 언급했다. 그는 “업무 환경의 개선이 절실할 때가 많다”면서 “보안 때문에 외부망이 연결되지 않는 곳에서 수개 월씩 파견근무해야 할 때가 있는데, 대부분 비좁고 환기가 되지 않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야근과 주말 근무를 강요하면서 근로기준법 위반 시, 우리(디지털 에이전시)가 책임을 지라 한다”며 “고객사가 컨펌을 지연, 작업 기한이 그만큼 촉박해도 ‘기한 내 프로젝트를 완료하라’고 부당하게 요구할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일부 대기업이나 업계 에이전시 사이에서도 만연한 ‘인재 빼가기’에 대해서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A프로젝트를 수행했을 때 일”이라며 “프로젝트 계약 종료 무렵, 이를 수행했던 우리 직원들에게 퇴사를 권하고 계약 종료 후 자신들의 회사에 합류, 고용한 일도 있었다”고 개탄했다. 이어진 B, C프로젝트도 마찬가지였다. 이를 진행했던 기획자를, 해당 프로젝트가 종료하자마자 스카우트했다. 그 인력 공백의 피해는 고스란히 디지털 에이전시가 안고 가야하는 셈이다.

그에게 이 부당한 대우에 대해 대응했는지 묻자 “물론이다. 정상화를 위해 여러 차례 제안을 했음에도 고객사 사규 및 규정을 이유로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실제로 이 문제 때문에 수주를 포기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전자관련 대기업 디지털 마케팅 관련 부서 관계자와 어렵사리 통화가 닿았다. 익명을 요구한 그는 “사실 여부를 당장 파악하기 힘들다. 나도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코멘트도 해줄 수가 없다”면서도 “조금씩 협업 환경이 바뀌어 나가야 하는 것은 맞다. 야근을 강요하거나 귀책사유를 물어서도 안 될 것”이라고 말해 어느 정도 이러한 사실이 업계에 만연했음을 인정했다.

물론, 이런 사례가 모든 클라이언트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또, 최근에는 내부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하지만 일부라 하더라도 올바른 근무 환경과 배려,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정체된 프로젝트 수주 단가, 인력침체와 프리랜서 양산으로 귀결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제보자 임씨는 거의 10여년 동안 변함 없는 프로젝트 단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건 다른 제보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현 에이전시가 프로젝트를 수주해 수행하는 비용은 최소한 물가상승률에 비례하지도 않는다. 거의 당시와 비슷하거나 일부 1인당 월 20~30만원 가량 오른 것이 전부다. 일부 기업은 프로젝트 외주 절대단가가 다른 업종에 비해 다소 높기는 하나 상승비율로 따지면 이 마저도 큰 차이가 없다. 한 마디로 프로젝트 단가가 오랫동안 거의 고정돼 있는 셈이다.

이는 소위 갑은 물론, 넓게 보면 산업 전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하다. 이는 인력 고용 침체로 이어지고 유능한 인재는 고임금과 자기여유를 더 가질 수 있는 프리랜서 시장으로 이동한다는 계산이 선다. 신입 직원이 유입될 수 있는, 선순환 구조와는 거리가 멀다.

이에 대해 임씨는 “프로젝트 단가가, 적어도 10여년 전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며 “우수한 경력자는 보수를 더 받을 수 있는 프리랜서 시장으로 이동하고, 우수한 신입인력은 지원조차 할 기회가 축소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지원한다 하더라도 결국 회사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정규직 인력은 일정 경력을 쌓으면 프리랜서 시장으로 이동할 확률이 높다. 게다가 에이전시가 만들어 내는 프로젝트 산출물 퀄리티도 양질의 인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결국 저하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사태가 장기화되면 산업 자체의 비전도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관행에 대한 업계의 반성도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 단가를 올려 제안하더라도 합리적인 단가 상승은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다만, 업계도 ‘당면한 프로젝트를 일단 수주하고 보자는’식의 생각은 ‘하향평준화’로 이어져 모두에게 도움되지 않는다. 결국 양질의 인력이 아닌 프리랜서 인력으로 수행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며, 이 또한 서로 자멸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비딩을 통한 공정한 경쟁은 지향하지만 과도한 할인율을 통한 프로젝트 수주는 장기적으로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기 마련이다.

DEA, 이제는 산업 위해 함께 목소리 내야… 산업 인재 육성에도 적극 나서야

그렇다면 프로젝트 단가를 정상적으로 책정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맨 처음 기사에 언급했던 김씨는 한국디지털기업협회(DEA) 역할에 대한 기대를 담아 “협회와 디지털 에이전시가 건강한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이를 준수할 수 있는 밑바탕을 설정해야 한다”며 “이제 에이전시도 인건비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다. 물건을 구매할 때 저렴한 것은 모두 이유가 있듯, 저가의 견적과 큰 폭의 할인만 요구한다면 결국 고객이 원하는 높은 결과물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협회 역할은 디지털 산업 노임 준수를 통한 산업 생태계의 활성화와 정부를 향한 자문 등 디지털 산업의 위상을 높이고 건강한 산업 환경 조성에 발벗고 나서는 데 있다”며 “현재 협회는 전혀 전무한 상태로 타이틀만 생존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협회는 초심으로 돌아가 현재 우리 산업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당면한 과제는 무엇인지 적극 찾아 나서야 하고, 현재 인력상황과 비대칭 보수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 인력을 육성할 수 있는 과정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 문제에 대해 또 다른 제보자 최씨는 “현재 인력 시장은 매우 비대칭적이다.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된다면 실력 있는 에이전시는 사라지고 프리랜서만 존재하는 시장이 될 것”이라 우려하며 “현재 에이전시 산업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고비용으로 프리랜서를 채용한다. 업계 특성 상 아무래도 파견도 많고 당연시되는 분위기가 강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디지털기업협회가 이 문제에 대해 한번 공론화해 저마다 목소리를 들어보고, 더욱 나은 업무 환경 조성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씨는 또 “본사 수행 프로젝트가 많아지면 프리랜서 활용을 어느 정도 줄이고, 정규직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것”이라며 “보안문제나 열악한 파견 환경, 불필요한 업무 회의, 야근 및 주말근무 강요 등에 대한 개선이 이뤄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 산업의 성장을 위한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에 대한 반론이 있거나, 추가 제보, 혹은 해명이 필요한 경우 인터뷰 요청이나 메일(김관식 기자 seoulpol@wirelink.co.kr)로 의견을 보내주시면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Author
김관식 기자

김관식 기자

디지털 인사이트 편집장, 한국잡지교육원 전임교수, UX 라이팅 전문 기자. 지난 20년, 여러분이 주신 사랑 감사합니다. 앞으로 20년, 여러분이 주실 사랑 기대합니다. 잘 쓰기보다 제대로 쓰겠습니다. 당신과 제가 살아가는 곳의 이야기라면 그 무엇이라도 환영입니다. seoulpol@wireli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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