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볼은 빼고, 폰트는 통일하고… 왜 로고 디자인은 점점 단순해질까?
브랜드 로고들이 단순해지는 이유와 부작용
“요즘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하는 로고 디자인 작업은 빈 문서를 열고, 크기를 80으로 설정해 사명을 입력하는 것으로 끝난다”
최근 국내외 SNS에서 유머 밈(meme)으로 돌고 있는 우스갯소리다. 실제 지난 몇 년 사이 많은 로고들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과거 로고들이 다양한 색상과 형태, 음영과 디테일 등을 통해 독창성을 갖고자 했다면 최근엔 로고 이미지에서 디테일과 다양성을 제거하고, 폰트 역시 산세리프체로 변경하고 있는 추세다. 심지어 고객이 10초 안에 로고를 쓸 수 없으면 실패한 로고라고 말하는 디자이너들까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디자이너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바뀌고 있는 로고들에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기존 로고들이 가지고 있던 개성을 상실하고 다들 비슷하게 생긴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 새로운 로고 디자인에 불만을 가지는 이유다.
실제 미국의 과학 문화 포털 ‘스터디파인즈(Studyfinds)’는 2000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30개의 유명 로고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중 58%가 심플하고 현대화된 로고보다 과거의 로고들을 더 신뢰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공유했다.
그렇다면 이런 소비자들의 복합적인 반응과 로고 교체에 따른 비용 발생에도 불구하고도 왜 기업과 디자이너들은 로고 디자인을 단순하게 바꾸고 있는 것일까? 이번 글에선 디자인적인 관점에서 로고 디자인 트렌드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
환경의 변화에 따른 ‘유연성‘ 확보
UI·UX 디자이너들이 이런 로고 디자인이 변화 이야기에서 가장 많이 언급하고 원인은 바로 ‘로고 환경의 변화’다. 이제 로고는 과거와 다르게 오프라인 환경을 넘어 온라인 디지털 환경에 더 많이 노출되기에, 다양한 크기와 해상도의 화면에서 로고를 확대/축소해도 소통 능력을 잃지 않기 위해 로고 디자인이 단순해지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 각종 음영과 각종 디테일로 무장하고 있었던 과거의 로고들은 현용 디지털 환경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종합 홈 인테리어 전문 기업 한샘은 디자인 스튜디오 CFC와 협력해 32년 만에 브랜드 로고를 변경하면서 디지털 환경에 맞춰 좀 더 선명한 색감, 현대적인 느낌의 간결한 디자인을 적용했다. 당시 한샘은 “54년간 쌓아온 전문성과 전통성은 이어가되, 현 세대에 맞는 유연한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주장했다.
로고 디자인에 빠질 수 없는 폰트 기업 역시 이들의 주장에 동의하고 있다. 국내 유명 폰트 디자인 기업 산돌의 권경석 이사는 “과거 다양한 화면을 비롯한 사용자 환경 변화로 UI·UX 디자인 업계에 미니멀과 뉴트럴이 큰 흐름으로 자리 잡았고, 이것은 모든 디자인 업계의 변화로 이어졌다”라고 말하면서 로고 디자인의 단순화 트렌드와 산세리프체 폰트의 부상의 이유로 디지털 환경 변화를 꼽았다.
심플한 디자인을 통한 ‘가독성‘ 확보
일각에선 환경 변화 외에도 평면적이고 단순한 디자인이 가독성 측면에서 더 좋기 때문에 유행이 지속되는 중이라는 주장도 있다. 실제 단순화된 디자인은 단순히 모던함을 넘어 지저분하지 않고,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평면 로고 디자인을 적극 권유하는 대표 주자 중 하나는 바로 세계적인 디자인 소프트웨어 기업 어도비다.
어도비는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디자인 팁 게시글을 통해 “로고는 고객과 빠르게 소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로고를 입체감 있게 디자인하려면 음영, 텍스처, 복잡한 디테일 정보가 많이 담기고, 그럴수록 고객과의 소통이 어려워진다”며 “평면 로고는 그런 요소들 없이 단순한 모양으로 구성하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고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고 평면 로고 디자인의 장점을 강조했다.
이렇게 단순한 로고 디자인을 권장하는 만큼 어도비의 로고 디자인은 복잡한 요소 없이 심플하다. ‘A’라는 알파벳을 디자인 중심 요소로 사용해 쉽게 인식할 수 있으며, 폰트 역시 산세리프 폰트를 사용해 심플하고 클래식한 느낌을 제공하고 있다. 색상 역시 2020년부턴 검은색으로 표시하던 부분도 강렬한 붉은 색상으로 통일했다.
글로벌 시대에 발맞춘 ‘보편성’ 확보
단순한 로고 디자인 트렌드가 글로벌화 시대에 발맞춘 전략이라고 이야기하는 디자이너들도 있다. 글로벌 시대 디자이너들은 더 이상 자국 사용자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전 세계 사용자들을 타깃으로 삼은 ‘글로벌 사용성’을 중시해야 하며, 이로 인해 로고 디자인들이 점점 심플해지고 단순해지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런 글로벌 시장을 고려한 로고 디자인 변경은 국내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 지난 3월 채널톡은 약 5년 만에 로고 디자인 변경을 발표했다. 채널톡이 새롭게 선보인 로고는 기존에도 간단했던 디자인에서 사람의 눈을 표시하던 요소까지 제거하는 과감한 선택을 했으며, 그라데이션 효과도 삭제했다.
처음엔 이런 선택을 이해하지 못한 사용자들이 불만을 표했지만, 담당 디자이너의 로고 디자인 변경 사유를 듣자 사용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 로고 디자인 리뉴얼을 발표한 채널톡의 코비 채널코퍼레이션 브랜드 디자이너는 “기존 로고는 한국이나 일본에선 귀엽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북미 고객들에겐 과도하게 귀엽다(Too much cute)는 반응이 나오는 등 호불호가 갈렸다”며 “새로운 시장과 다가올 미래를 위해 그에 맞게 변화를 주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로고 디자인 변경 사유를 밝혔다.
문제는 없나?
과유불급. 아무리 좋은 의도와 방향성으로 시작된 것이라 하더라도 너무 과하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실제 이런 로고들의 단순화 트렌드 속에서 많은 기업들에서 역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로고의 목적은 단순히 잘 읽히는 것으로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 갭
대표적으로 유명 의류 브랜드인 갭(GAP)은 기존의 특색 있는 로고 디자인을 버리고, 최신 트렌드에 발맞춘 로고를 선보였다. 폰트는 산세리프체로 바뀌었으며, 흰색이었던 텍스트 컬러도 검은색으로 바뀌었다. 특유의 파란색 박스는 구석으로 작게 축소됐다. 갭은 새 로고 디자인 프로젝트를 통해 기존에 케케묵은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최신 감각을 적용했다며 자신만만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전혀 반대였다.
공식 SNS 계정엔 비난의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고, 새로운 로고 디자인을 사용하겠다면 불매운동을 전개하겠다는 항의 전화까지 빗발쳤다. 당황한 갭은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사용해 좋은 로고 디자인이 있다면 추천해 달라며 소비자들을 진정시키기 바빴지만, 항의의 목소리는 가라앉지 않았고, 결국 갭은 이전 로고 디자인으로 돌아가겠다는 항복 선언을 하게 된다.
✅ 트로피카나
로고 디자인 변경이 실제 금전적인 손해로 이어졌던 사례도 존재한다. 한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음료 브랜드 트로피카나는 트렌드에 발맞춰 패키지는 물론, 로고 디자인을 새롭게 리브랜딩을 진행했다. 트로피카나의 새로운 로고는 기존 로고와 다르게 그라데이션 효과를 없애고, 폰트도 산세리프 스타일로 변경해 새로운 트로피카나 음료 패키지는 마치 해외 잡지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됐다.
결과는 참혹했다. 트로피카나의 친숙했던 디자인의 변경에 소비자들은 반발했고, 두 달 만에 트로피카나 음료의 매출은 20%나 급락했다. 결국 트로피카나는 로고 디자인을 변경한 지 2개월 만에 원래 디자인을 복구하겠다고 발표하고, 지금도 트로피카나는 기존 로고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다.
✅ 기아
금전적인 문제를 넘어 단순화된 로고 디자인이 사용자들 사이에서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브랜드 이미지 자체에 손실을 입힌 경우도 있다. 실제 과거 기아 브랜드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로고 디자인 변경을 진행했다. 이에 기아 브랜드 로고에선 기존의 붉은 색상과 타원형 형태는 모두 제거됐으며, 영문명 ‘KIA’를 모두 하나로 연결해 ‘ΚИ’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이런 변경 이후 새로운 기아 로고의 ‘И’ 부분이 알파벳 ‘N’처럼 읽힌다는 이유로 기아 대신 KN을 검색하는 사용자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실제 2021년 여름 이후 구글에서 매달 약 3만 건에 대한 ‘KN car’를 검색한 키워드 검색량이 급증했다. 심지어 국내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기아차 로고를 볼 때마다 부산경남지역의 민영방송국인 KNN방송이 생각난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고 있다. 로고 변경이 단순 금전적인 문제를 넘어 소비자에게 혼란을 유발하고 잘못된 인식을 낳은 것이다.
단순함 속에서도 ‘개성’을 찾아가야
이처럼 로고 디자인의 단순화 트렌드는 글로벌 디지털 시대에 거부할 수 없으며, 반드시 필요한 필연적인 흐름이지만 지나친 단순화는 사용자인 소비자의 반발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까다롭고 리스크 있는 변화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 속에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내보이며 나아가고 있는 선두주자들이 있다.
✅ 버거킹
지난 2021년 버거킹 역시 로고 디자인 변경을 시도했다. 하지만 과거의 복고풍 로고로 돌아가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버거킹이 새롭게 선보인 로고는 20년간 유지해온 파란색 테두리를 없애고, 1960년대에 와퍼를 상징하며 만들었던 로고와 거의 동일한 모습이었다.
당시 버거킹 측은 “그때의 버거킹은 진정성과 자신감이 있었고, 와퍼를 상징하는 로고는 진정한 버거킹이라는 느낌을 주었다”며 이어 “우리의 역사 속에서 새로운 방향을 찾았다”라며 로고를 통해 위 시기로 돌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했다. 이렇게 단순히 복잡한 요소를 제거하는 것을 넘어 브랜드의 이야기를 강조한 버거킹의 접근법은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고, 지금까지 성공적인 브랜드 로고 리뉴얼 사례로 모범이 되고 있다.
👉 연관 콘텐츠: 잘 나가던 버거킹, 로고를 왜 바꿨을까?
✅ 스타벅스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카페 기업 스타벅스는 창사 40주년을 기념해 로고를 단순화 시키면서도 심볼 대신 텍스트를 제거하는 독특한 선택을 했다. 당시엔 ‘Starbucks Coffee’ 라는 텍스트 삭제가 브랜드의 본질적 가치를 약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스타벅스는 인어 심볼을 통해 스타벅스의 브랜드 가치를 보존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고, 실제로 텍스트가 사라진 이후에도 많은 소비자가 인어 심볼을 통해 스타벅스 브랜드의 가치와 스토리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텍스트를 삭제한 간단한 디자인은 모바일 앱 아이콘, 웹사이트 헤더, 소셜 미디어 프로필 등 다양한 디지털 환경에서 뛰어난 접근성을 보였고, 결국 스타벅스의 과감했던 40주년 디자인 변경 선택은 훌륭한 브랜드 로고 리뉴얼 사례로 지금도 많은 디자이너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사례는 단순화는 디자인의 시작일뿐이며, 반드시 브랜드가 개성을 희생하지 않아도 단순하면서도 가독성과 사용성을 유지하며, 동시에 개성과 감동을 전달하는 균형 잡힌 디자인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단순함 속에서도 차별화된 개성을 갖출 수 있는 디자인이야 말로 글로벌 디지털 시대에 성공할 수 있는 로고 디자인인 것이다.
실제 장준호 인터브랜드 이사는 2024 산돌 사이시옷 컨퍼런스에서 최근 로고 디자인의 단순화 트렌드에 대해 “브랜딩 컨설팅 에이전시에서 일하는 실무자로서 트렌디한 로고들을 많이 보게 되지만 동시에 ‘이런 로고들이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마음 한 편에 자리 잡게 된다”며 “때문에 회사에서 나는 오히려 빠졌던 디테일과 요소들을 더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말하면서 개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잉 기아는 오히려 로고 바껴서 차주들은 더 좋아하고 심지어 준중형차도 세그먼트가 한단계 올라갔다는 평가를 하는데 ㅜㅜ
기아는 저렇게 로고를 바꿔서 노이즈 마케팅을 노린것도 있죠. 좋은 글에서 옥에 티같은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