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스토어 성공? 3가지 전제를 기억하세요” 여동인 리스페이스 대표
아식스, 살로몬 등 인기 브랜드가 팝업스토어를 위해 리스페이스를 찾는 이유
지난 9월, 압구정에서 ‘아식스(Asics)’의 팝업스토어 ‘Days of City’가 열렸다. 러닝의 열기가 가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4일간 진행된 해당 팝업스토어는 중간 중간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일 평균 1500~2000명의 인파가 방문하는 등 큰 화제가 됐다.
짧은 기간과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아식스 팝업스토어가 많은 인파를 모을 수 있었던 비결은 다름 아닌 ‘기획력’에 있었는데, 자신의 러닝 스타일에 적합한 러닝화를 추천 받을 수 있는 건 물론, 품귀 현상을 띄는 아식스의 최신 러닝화를 직접 신고 트레드밀을 달려보는 등 팝업스토어에는 러너의 취향을 저격한 다양한 체험이 마련됐다. 더해서 러닝화 체험과 동시에 전문 코치에게 자세 교정을 받아볼 수 있는 트라이 아식스(TRY ASICS !) 프로그램, 이벤트를 통해 전문 코치와 함께 아식스 러닝화를 신고 한강 일대를 달려보는 ‘시티 러닝 데이(CITY RUNNING DAY)’ 프로그램 등 색다른 체험도 경험할 수 있었다.
팝업스토어가 오프라인 마케팅을 위한 브랜드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은 현재, 팝업스토어를 성황리에 마무리 할 수 있었던 독특하고 뾰족한 기획은 크게 주목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이를 함께한 에이전시가 있는데, 바로 종합 이벤트 에이전시인 ‘리스페이스(RESPACE)’다.
최근에도 30주년을 맞은 위스키 브랜드 ‘글렌피딕’의 갈라 디너를 완성도 높게 기획하는 등 공간 기획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리스페이스는 최근 아이돌 그룹 라이즈, 아웃도어 스포츠 브랜드 살로몬 등 다양한 브랜드의 팝업스토어는 물론, 이벤트와 브랜딩 영역에 이르기까지 폭넓고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며 많은 브랜드의 문화 공간 확장에 시너지를 더하고 있다.
성수동으로 한정해도 주당 평균 40개가 넘는 팝업스토어가 열릴 만큼 팝업스토어의 인기가 계속되는 현재, 어떻게 리스페이스는 계속해서 소비자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지난 10월 연희동에 위치한 리스페이스 사옥에서 여동인 대표를 만나 그가 생각하는 성공 비결과 팝업스토어, 나아가 문화 공간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팝업스토어 열풍 속 눈에 띄는 까닭은
안녕하세요.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문화·예술 콘텐츠에 기반한 에이전시, 리스페이스의 여동인 대표입니다. 현재 리스페이스를 통해 오프라인에서 일어나는 이벤트 기획과 실행 등 전반적인 영역을 대행하고 있습니다.
팝업스토어 대행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요. 그만큼 작업도 활발하게 이어오고 있고요. 브랜드가 리스페이스를 찾는 이유는 뭘까요?
기획적인 부분이 강한 게 일단 제일 크고요. 인하우스에서 디자인적 영역까지 소화하는 것도 경쟁력을 가진다고 보고 있어요. 디자인 영역까지 인하우스로 하는 사례가 많지는 않거든요.
리스페이스 인원의 3분의 1가량이 디자인 인력이고, 기획 단계에서부터 디자인팀이 참여해 콘셉트 시각화와 구체화 등 비주얼적인 작업을 내부적으로 소화하고 있어요.
디자인 파트를 인하우스에 소화하는 게 매리트로 작용하는군요.
그렇죠. 특히 한 브랜드와 연속적인 작업을 이어갈 때 커뮤니케이션과 작업 속도 면에서 큰 차이를 보여요. 기획력과 이러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게 결국 리스페이스의 경쟁력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최근 화제가 됐던 아식스 팝업스토어도 비주얼 콘셉트 작업을 인하우스로 진행한 건가요?
맞아요. 팝업스토어 내부에 표현된 디자인적 요소 모두 내부 디자인팀이 함께 작업한 결과물이에요.
매력적인 기획, 직관적인 경험을 위한 고민의 결과
아식스 팝업스토어의 경우 매력적인 기획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그만큼 많은 인파가 행사장을 찾았고요. 성공적인 작업이었다고 생각하시나요?
기간이 짧아 상대적으로 바이럴될 시간이 적었고, 비가 오기도 했던 걸 감안하면 꽤 잘된 편이라고 평가해요. 내부적인 KPI도 잘 달성됐고요.
KPI 이야기를 하셨는데, 기획 단계에서 주로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고려하셨나요?
최근 러닝 카테고리에서 디자인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기능적인 부분에서도 아식스가 큰 주목을 받고 있어요. 직관적인 경험을 통해 이를 효과적으로 알리고, 러닝 시장에서 아식스의 포지션을 공고히 하는 게 핵심이었습니다. 프로그램 기획도 이를 중점적으로 고려해 진행했고요.
직관적인 경험… 시티 러닝 데이 이벤트 같은 기획 말씀이시죠?
맞아요. 실제 일본에서는 아식스의 러닝화를 빌려서 직접 뛰어보는 프로그램 등이 제공되고 있어요. 이를 어떻게 국내에 맞게 제공할까 고민했고, 정규 스토어가 아닌 팝업스토어에서 제공하는 방식으로 접근했죠.
팝업스토어에서 이벤트 성격으로 제공되는 만큼 테이핑 클래스 등 세부적인 교육 콘텐츠 를 기획하기도 용이했고, 상대적으로 장소 선정 등에 제약이 적어 시티 러닝 데이처럼 외부에서 진행하는 이벤트 등 확장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었죠. 장소로 압구정을 선택한 것도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아식스의 강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고려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압구정의 어떤 특징이 부합했던건가요?
기본적으로 팝업스토어 모객을 위한 유동 인구 수도 유의미했고, 한강과 가깝다는 특성과 그룹 러닝에 용이한 도로 폭 등 외부에서 그룹 러닝을 진행하기에 용이한 특징이 긍정적으로 고려됐어요.
성공적인 팝업스토어… 전제 먼저 분명하게 고민해야
팝업스토어를 생각하면 성수를 많이 떠올리는데, 꼭 성수를 고집할 필요는 없는 것 같네요.
그럼요. 물론 성수에서 하는 게 가장 적합한 경우도 있어요. 그럴 때는 성수에서 진행하는 거죠. 당연하게도 클라이언트가 선호하는 지역이 있고, 보통 클라이언트의 결정을 따르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몇 가지 지표를 제안하는 등 같이 검토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거치죠. 다른 곳이 적합해 보이면 먼저 제안을 드리기도 하고요.
단순히 좋은 장소를 선점하는 것만으로 성공적인 팝업스토어를 만들 수는 없을까요?
장소를 간과할 수는 없지만, 보다 핵심적인 포인트로 늘 세 가지를 강조하는데요. ‘이유’와 ‘목표’, 그리고 ‘타깃’에 대한 명확한 전제를 확립하는 일이에요. 이러한 과정이 제대로 선행되지 않으면 성공적인 팝업스토어 이전에 효율적인 팝업스토어를 만들기가 어려워요.
화제가 된다는 이유 만으로 팝업스토어에 뛰어들지 말라는 이야기로군요.
“왜 하는가?” “어떤 걸 달성하고자 하는가?” “누구를 타깃으로 하는가?”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이 분명하게 수립되지 않고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요.
팝업스토어는 단 기간에 많은 비용이 발생해요. 이러한 과정이 선행되지 않으면 결국 왜 큰 비용을 지불하고 팝업스토어를 진행했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죠. 따라서 저희도 초기 컨설팅 과정에서 이러한 전제에 대한 분명한 이유를 구체화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큰 예산이 필요한 만큼 소모된 비용에 비해 분명한 소득을 얻지 못하면 고민될 수밖에 없겠네요.
그렇죠. 사실 균형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예산이 많아도 충분한 시간이 마련되지 못한다면 투자한 예산 대비 미흡한 결과를 얻을 수 있고, 가능한 큰 규모로 하려다 충분한 홍보가 선행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요.
계속되는 팝업스토어 열풍, 그러나 지속은 어려울 것
성공적인 팝업스토어를 만드는 게 쉽지 않아 보이네요. 그럼에도 왜 그렇게 많은 브랜드가 팝업스토어에 주목할까요?
개인적으로는 팬데믹의 영향이 크지 않을까 생각해요. 무엇인가를 가장 크게 실감하는 건 그게 부재했을 때잖아요? 저는 팬데믹이 그런 영향을 끼쳤다고 봐요.
팬데믹이 야기한 오프라인의 부재는 직접적인 경험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그리고 그런 영향력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이 팝업스토어에요. 사실 일반적으로 팝업스토어에 소모되는 비용을 생각하면 온라인 마케팅의 효율을 따라가지는 못해요. 그럼에도 직접적인 경험과 브랜딩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거죠.
그렇다면 앞으로도 팝업스토어 열풍은 계속될까요?
솔직히 지속되기 어려운 모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의외의 답변인데요?
투입되는 리소스가 너무 크니까요. 그러나 팝업스토어가 없어질 것 같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그보다는 형태가 변화하게 될 것 같다는 의견이에요.
어떤 형태로 변화할 거라고 전망하시는지 궁금한데요.
개인적으로는 양극화가 이뤄질 거라고 보고 있어요. 효율적인 비용을 전제로 효율성을 추구하는 방향과 아예 큰 투자를 통해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요. 그런 형태의 변화에 따라 장소의 변화, 세부적인 방식의 변화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처럼 공간 자체를 중요하게 고려하는 경향에서 ‘콘텐츠’에 대한 집중도도 계속해서 높아질 거고요.
콘텐츠에 대한 애정으로 지속되는 업
변화를 예상하는 만큼 실험과 고민도 많을 것 같은데요.
그렇죠. 고민도 많고, 즐겁기도 해요. 팝업스토어의 매력은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 있어요. 변화되는 환경에서 저희의 기획이 분명한 효과를 발휘한다면 계속 즐거울 겁니다.
변화의 앞단에서 이를 선도하겠다는 느낌도 있네요.
소비자의 반응을 통해 간혹 저희가 무언가를 선도했다고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런 포인트가 즐겁죠. 예전이긴 한데, 팬데믹 이전 플리마켓 위주로 작업할 때 플리마켓에 포토존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이전까지는 플리마켓에 포토존이 들어가야 한다는 개념이 없었거든요.
포토존 레퍼런스 예시로 저희가 작업한 공간 사진이 돌거나 저희를 벤치마킹한 사례를 보면 우리가 이러한 문화를 잘 알고 만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했죠.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그런 기획력을 계속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비결이 있나요?
아무래도 콘텐츠에 맞닿아 있는 일을 하다 보니, 정형화되거나 사고가 막히는 경우를 예방하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내부적으로 행사 등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도록 권장하기도 하고, 가끔은 직접 예술이나 콘텐츠의 생산자의 입장이 돼서 전시나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도 해요.
직접 전시를 기획하기도 하는군요.
예로 2021년에는 팬데믹으로 폐업한 연희동의 산수대중탕에서 ‘텀벙텀벙’이라는 자체 전시를 기획하기도 했어요.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게 된 세상에서 그럼에도 전염병이 앗아갈 수 없는 가치가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했죠.
이처럼 자체적으로 자체적인 콘텐츠를 기획하고 고민하는 과정이 감각을 유지하고 다듬는 데 많은 도움이 돼요.
콘텐츠를 대하는 것 자체에 대한 애정도 느껴지네요.
물론이죠. 힘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즐겁고 재미있어요. 리스페이스도 에이전시지만 결국 예술 안에 뿌리를 두고 있어요. 팝업스토어도 변화하듯, 대중의 취향도 다양해지고 더욱 전문적으로 변화하고 있어요. 그 안에서 우리가 어떤 위치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무섭기도 하고, 설레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문화·예술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바람이 있다면 듣고 싶어요.
문화와 예술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확장되고 있어요. 그걸 꿈꾸고 있기도 하고요.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것들에 대해 계속해서 대중이 함께 더욱 관심을 가지고, 즐기며 참여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